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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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는 나라, 아노미 상황에서도 그들만의 리듬을 타고 일상을 회복하는 나라, 상식을 뒤집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함을 가르쳐 준 나라가 인도다.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자유롭게 떠나고 싶은 인도 여행에 대한 호기심은 많은 여행기를 가까이하며 인도여행을 가능케 하였다. 배낭여행자들의 메카로 떠오를 정도로 많은 이들이 인도를 찾은 만큼 숱한 일화들을 둘러싼 여행기는 경험으로 고착화된 상이 깨졌다. 그들이 좋은지 나쁜지는 직접 대면하는 시간 속에 가름이 난다. 내 속에 잠들어 있는 여행 의지를 일깨우며 떠난 인도에서 만난 현지인들의 속살은 편견을 깨는 부싯돌로 자리했다.

 

 

   궁색한 살림에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대학 생활, 저자의 삶 깊숙이 자리하는 창작 의지는 작가로 살게 하였다. 몸을 뉘고 쉴 수 있는 방 한 칸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보다는 노숙하면서도 저자는 어둠의 층에 씨앗을 뿌린 것이라 여겼다. 감각을 일깨워 청각과 후각을 키워 밑바닥으로 뿌리를 내려 때가 되었을 때 꽃을 피우고 삶이 열릴 수 있도록 기다리며 스스로를 다듬어갔다. 외부 상황에 대한 지나친 해석으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내면을 실팍하게 채워가는 일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직접 경험으로 자신의 판단력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은 타인을 의식하지 않은 채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절망적인 상황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내려놓고 상황을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할 때 변화의 물꼬는 트일 것이다. 힘들 때 진언을 외며 힘을 얻을 때가 있는 것처럼 특정한 음절이나 단어문장을 반복하며 에너지를 불어넣는 방법이 그 예다.

   ‘결국에는 다 잘 될 거야.’

   인생의 만트라를 새기며 자신에게 거는 마법의 주문으로 상처 입은 마음을 축복으로 치환하는 자기 최면으로 난국을 헤쳐 나가고 싶다.

 

   스승인 프로이트와 결별한 융은 호숫가에 돌집을 짓고 내면의 성소로 삼았다. 필요하지 않은 일을 정리하고 만남을 줄이며 소박한 생활 속에 영적인 세계를 창조해 갔다. 피리의 전설로 불리는 인도 피리 연주가 하리프라사드 초우라시아는 짧은 연주를 위해 몇 시간을 연습하며 삶이 자신에게 준 소명에 부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절차탁마의 지혜로 걸어가야 할 길을 걷는 이들은 안일함에 젖어 진부한 길을 걷지 않았다. 외부로 향하던 시선을 안으로 거둬 자아의 본질을 찾아 나서는 명상에서 내면의 평화를 발견하는 길에도 관심이 많은 저자는 길 위에서 만난 영적인 스승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느끼며 살아야 하는지 생각게 한다.

 

   지위와 역할로 자신을 규정하기보다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는 강물처럼 변화하는 역동적인 존재로 자신을 규정하며 지낼 때 허무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관계에 대한 환멸을 품은 채 삶의 의미를 상실하는 무기력에 빠져 영혼 돌봄에 소홀해서는 안 될 일이다. 마음속에 찾아오는 생각과 감정들을 적으로 여기지 말고 마음 상태를 보살피며 상처 입은 마음을 알아차린 뒤 부드럽게 안아주어야 한다.

   ‘지금의 나는 내게 길을 가르쳐 준 모든 만남과 부딪침의 결과물이다.’

   후배는 기억하지도 못하는 한마디에 인생의 많은 것을 바꿔 놓게 된 저자의 경험은 불교 잡지 발행하는 일을 맡게 되었고, 이후 출판사에서 명상서적을 소개하는 일로 인도를 드나들며 명상 세계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었다. 일련의 일들이 시를 쓰고 문학을 지속하기 위해 경험해야 하는 일들로 여기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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