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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풀꽃도 꽃이다 - 전2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평점 :
아이들과 교감하며 소통하는 수업을 머릿속에 그리고 질문을 던지며 수업을 시작해온 지 27년째입니다.
물음에
답하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의 표정에 회의가 들 때도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은 당당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근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여기며 질문을 던지며 수업합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에 익숙한 학생들은 생각하기 싫은데 머리 쓰게 한다며 푸념할 때도 있지만 몇몇 학생은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 기쁘다며 반색하고 있어
다행으로 여기며 위안 삼습니다.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채 1등급
학생들의 들러리로 지내며 성적에 짓눌려 마음의 문을 닫고 지내는 아이들의 열패감을 외면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지난시절이 무색해질 때면 교사로서
자괴감이 더합니다.
내신 절대 불변의 법칙에 따라 내신 1등급
대를 유지하는 학생은 서울대에 지원할 수 있는 표를 얻을 뿐 아니라 연・고대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수시전형의
확대로 내신 등급을 잘 받는 일은 학부모들이 갈망하는 대학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정원
외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농어촌 지역 학교에서도 예외일 수 없는 명문 대학 진학 열풍은 학원들이 난립하여 사교육 기관을 찾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내신
성적을 잘 받기 위해 학원에서 선행학습하고 수업 시간에 듣는 시늉을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교실 수업을 퇴행을 걷기도
합니다.
자식만큼은
부모 세대처럼 신 새벽에 바다로 나가 파도와 맞서 고기를 잡아야 하는 생활을 대물림하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학원 수업에 의존하는 행태까지
낳았습니다.
자식들의 선택 의지에 따른 결정을 존중하기보다는 부모들이 정해놓은 방침대로 움직이며 일류대학을 나와 일류 직장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일해야
성공한 인생이라 여기는 학부모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무한경쟁시대에 1등을
놓치면 우위를 선점하기 힘들다고 여기며 고액의 과외비를 지불하며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몹니다.
과외
지옥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꿈을 펴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클수록 아이가 받는 고통은 커집니다.
무조건적인
공부만이 아들의 안정된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엄마의 무조건적인 신념은 아들을 자살 직전까지 내몰았습니다.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고취한다는 명분 아래 일제고사 성적으로 결정된 등위를 공개하는 일에 반대하며 성적으로 생명체의 존엄성을 짓밟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여긴 강교민 선생은 비틀린 교육 현안을 풀어가는 데 적극적이었습니다.
대기업 직장인으로 살아내느라 힘든 친구는 아들과 살가운 대화 한번 나누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공부만을
강요하는 엄마의 서슬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지원은 강압적인 엄마가 없는 곳으로 가기 위해 자살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드러내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일로 난관에 봉착한 부모는 대안을 모색하기에 이르렀고,
아들의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엄마의
일방적인 자식 사랑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양산하였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에 어떤 도전 세력도 용납하지 않는 배타주의를 낳았습니다.
기존의
가치를 신봉하며 변화를 시도하기를 꺼려하는 기득권 세력의 이기심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앙드레 김 같은 디자이너로 살기를 바라는 예슬,
만화가로
진로를 정하고 가출하여 자신의 꿈을 탐색하는 동유,
불을
다루고 무쇠를 벼리는 일을 주업으로 하는 윤섭의 대장장이 선언은 엄마의 진로 결정과는 어긋나는 선택이었습니다.
‘자식은
겉을 낳지 속을 낳지 못한다.’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자식들은 부모의 선택과 결정을 도외시해버렸습니다.
진로
선택은 본인이 결정하고 실수를 경험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꿈을 가꿔가는 길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행행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양분으로 자리할
것이라 여깁니다.
성적만으로
아이를 재단하며 잠재해 있는 능력마저 사장(死藏)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경험 속에 여러 생각을 확장하여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성적 제일주의로 뒤덮인 학교에서 성적이 부진한 학생,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가해자에게 대척할 수 있는 힘도 없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가 힘듭니다.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이 깊이 병들어버린 아버지 곁에서 아버지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고 다짐하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실질적인 가장 배동기는
싸움기술을 익혀서라도 학교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가난한
아이들을 폭행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다수의 침묵에 맞서다 폭행 범으로 몰린 그는 퇴학 위기까지 갔지만 강교민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소중한 학생들임을 설득력 있게 피력해 파국은 막아냈습니다.
수월성
교육의 효용을 내세우며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을 학교에서 퇴출하는 길을 방책이라고 내세우는 학교폭력선도위원회의 결정에 제동을 걸어서라도 아이들의
상처를 헤아리는 교사의 마음에 숙연해집니다.
문화적 식민지를 자처하면서 영어 교육에 혈안이 되어 있는 교육 현실은 검증되지 않은 원어민 교사들의 파행적 수업과 비윤리적인 행동은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켜 왔습니다.
모국어
구사 능력보다 토익 성적이 취업을 결정하는 근거로 작용하는 우리나라는 적정한 영어 점수를 얻으려는 이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를
간파한 원어민들은 대한민국을 단기간에 자산을 늘릴 수 있는 황금어장으로 여긴다니 괴란쩍어집니다.
영어
회화 공부를 빙자하여 임신한 여학생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자리를 옮기려는 이기적인 행동은 삐뚤어진 교육의 그림자를 보는 듯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일상생활 속 경험으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며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나와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유기체로 서로를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 삶을 회복하여 갈 때 경쟁 위주의 풍토는 조금씩 사위어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