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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만 잘해도 성적이 오른다 - 머리가 좋아지는 정리정돈
다츠미 나기사 지음,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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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를 잘해도 성적이 오른다는 책을 펴니 학창시절 머릿속 정리가 잘 되어 공부를 잘하던 친구가 떠오른다. 수업 시간 선생님 말씀에 귀기울이며 그 내용이 새어 나가기 전 메모를 하면서 저장고에 켜켜이 쌓는 친구의 모습은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궁핍하여 참고서 살 돈도 없어 친구들에게 빌붙어 공부하던 시절 정해진 시간 내에 그 내용을 정리하지도 못한 채 책을 돌여줘야할 때가 더 많았다. 특별한 정리 기술이 있어 공부를 잘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섰던 시절이 아련한 향수로 다가온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으며 감정 정리를 잘못해 아이들을 닦달하며 분노를 고스란히 전할 때도 많았다. 직장에서 일이 잘 안 풀린 날이면 육신은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 옴쭉달싹하기도 싫은 날이 종종 있다.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오면 맞닥뜨리는 광경은 늘 폭격을 맞은 것처럼 흩어져 아수라장이 되어 있을 때가 많다. 초등학생 5학년인 아들은 주변 정리를 잘하지 못해 늘 원성을 사면서도 스스로 알아서 정리하는 습관은 들지 않아 부모 마음을 더욱 지치게 한다. 그날따라 더 어질러진 거실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올라 그동안 벼르고 있던 말에 지청구를 섞어 힘든 점을 말하였다. 엄마를 도와 달라는 하소연에 신차를 담은 말이라 곱씹을수록 엄마인 자신이 한스럽기만 했다.  

 나역시 정리를 하는데 재간이 없고 관심이 없는 편이라 계절이 바뀌는 것을 두려워하며 한 계절이 지속되는 나라 사람들을 부러워한 적도 있다. 그러면서도 우기가 계속 되는 나라 사람들을 생각하면 너무 끔찍할 것이라는 말을 내뱉으면서 말이다. 학창시절 정기 고사를 앞두고 공부를하려고 책상 앞에서 앉아서는 정작 몰입하여 공부한 시간은 채 몇 시간도 되지 않았던 적도 많았다. 널브러진 교과서, 학용품 등으로 책 펼 공간을 찾지 못했던 터라 책상 위 물건부터 주섬주섬 챙기느라 시간을 보낸 적을 떠올리면 정리를 잘 안 하는 아들만 다그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주말이면 함께 들르는 군민 도서관 서가를 보면서 분류표대로 정리되어 독자들이 책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해 놓은 점을 들어 사소한 일부터 차근차근히 실천해 나가기로 했다. 때 마침  최근에 빌려 온 책에서는 손쉽게 정리하는 방법을 도식화하여 그 효과까지 들어 차근차근히 실천해 나가는 일에 도움을 줬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알고 있더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점을 이미 간파한  뒤라 아들과 몇 가지 약속을 하였다.  

 첫째, 책가방 속 학용품을 챙긴 뒤 그것을 제자리에 두기   

 둘째, 가위, 풀, 자, 연필 등을 쓰고 통에 제대로 꽂기

 셋째, 읽고 난 책을 책꽂이에 바로 꽂기

 넷째, 현관 앞에 신발 가지런히 정리하기  

 다섯 째, 하루 일을 돌아본 뒤 꼬박꼬박 반성하며 메모하기 

퇴근한 뒤 신발을 가지런히 벗지 않으면 아들은 금세 달려와 어른이 먼저 약속을 어기면 어쩌냐면서 항변하더니 이제는 제법 몸에 배었는지 정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때도 미리 해야할 일을 적은 뒤 그 내용을 요약하며 같은 정리하는 습관을 강조했더니 학습에도 효율성을 더했다. 비슷한 항목끼리 묶어서 상위 개념과 하위 개념을 분류해 그 내용을 머릿속에 갈무리해 두는 훈련을 쌓아갔다. 그래서인지 아들은 2학기 정기 고사에서 학력우수상을 받아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그 전에는 공부를 할 때 엄마가 꼭 붙어 앉아 함께 공부하며 내용을 점검하였는데 이제는 스스로 교과서 내용을 정리한 뒤 문제집까지 풀어 실력을 분석하니 한결 수월해졌다.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이 믿음과 다행스러움이 게속 이어지길 바라며 오늘도 자기 정리를 잘하는 아들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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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엄마! 마음이 자라는 나무 21
유모토 카즈미 지음, 양억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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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버지 얼굴도 모른 채 살았던 잿빛 구름 가득했던 유년 시절은 긍정적인 태도로 밝은 빛을 떠올리기에는 미욱함이 많아 음울함을 더했다. 청상의 엄마와 남은 식구들에게 아버지 부재는 고단한 삶의 무게로 일상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늘 조사했던 가정환경 조사서에 아버지 사망을 적는 일이 견디기 힘들 때가 많았다. 태어났을 때는 아버지가 곁에 있었겠지만 태어나서 나 이외의 인물을 분별할 때쯤 아버지는 서둘러 저 세상으로 떠나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학년이 올라가면서부터 급작스럽게 이승을 떠나는 친구 아버지 부고 앞에서는 초연할 수가 있었다. 어쩌면 이별의 슬픔을 알아차리기 전 영면한 아버지의 삶이 위안이 될 때도 있음을 알았다.

 

  천수를 누리고 피안의 세상으로 떠난 포플러 장 할머니의 부고를 듣고 치아키는 과거의 행복했던 시절을 회고하며 인생 길 여행을 떠났다. 아버지의 급작스런 죽음은 치아키 엄마를 무척 힘들게 하였고 치아키 역시 아버지 부재가 주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참혹한 슬픔을 줬다. 오랫동안 연어 통조림을 먹고 온종일 전차를 타며 지내던 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된 안주의 공간 포플러 장에서의 새로운 삶은 모녀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아버지의 돌연한 죽음 후 방황이 많았던 엄마와 강박증에 시달리던 치아키는 서서히 삶의 절박함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어린 소녀는 늘 아버지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품고 죽음에 대한 공포감에 휩싸여 지내왔는지도 모른다. 어둠 속으로 빨려들지 않기 위해 긴장하며 살았던 치아키는 매사에 완벽해야 한다는 편집증을 보이기도 했다.

 

  치아키는 직장에 나가는 엄마를 대신해 포플러 장 할머니와 함께 지내며 어둠 속에서 조금씩 빠져 나와 밝은 세상을 호흡하기 시작했다. 우편배달부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 할머니는 전하려는 대상에게 편지를 적어 건네 그 대상과 소통하면서 지낼 수 있다는 한 줄기 희망을 전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심신이 약해진 이들을 위해 사랑의 전령사로 자리한 할머니는 봉인된 편지를 서랍 속에 넣어 차곡차곡 갈무리해 뒀다. 서랍 속 편지를 함부로 봐서는 안 된다고 치아키에게 쐐기를 박은 할머니는 서랍 속 편지를 소중히 다루어야 함을 강하여 그 편지의 가치를 더했다. 소녀는 아빠에게 편지를 처음 쓸 때는 막막함으로 같은 말을 되풀이하였지만 시일이 지날수록 편지 내용은 소통의 깊이가 더해졌고 치아키 마음까지 정화해 갔다. 비로소 치아키는 할머니에게 편지를 건네며 부재하는 아빠와 대화하며 지내는 법을 터득해 나갔다.

 

  포플러 장에서의 생활이 이어질수록 치아키는 안정 속에 세상 속으로 나가는 법을 배워 갔다. 포플러 장에 깃들어 사는 이들과 교류하며 오사무와 함께 찾은 성당에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죽음을 택한 그리스도 상을 보면서 아빠 죽음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골몰하였다. 한편 엄마가 일을 열심히 하다가 돌연 죽게 되면 어쩌나하는 염려는 또 다른 불안을 잉태하기도 했다. 봄이면 온다던 오사무는 사산한 엄마가 측은하여 포플러 장으로 올 수 없다는 통보를 보낸 뒤 3년 뒤 엄마의 재혼으로 소녀는 포플러 장을 나와 홀로 생활하였다.

 

  포플러 장에서 안으로 쌓인 응어리를 풀면서 소통하는 법을 배웠던 치아키는 할머니의 죽음으로 다시 그곳으로 돌아와 엄마가 아빠에게 보낸 편지를 확인하며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었다.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기에 사랑했던 첫사랑에게 편지를 쓴 뒤 자살한 아빠의 죽음을 교통사고로 위장한 채 보호 본능이 발동하여 딸이 성인으로 자랄 때까지 진실을 숨기고 지냈다. 엄마의 마음을 알아차린 할머니는 이승을 떠나 이 세상과 단절되기 전 치아키에게 사랑의 원천을 토대로 더욱 열심히 살아야할 당위성을 부여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치아키는 간호사로 일하면서 한때 사랑했던 남자의 아이를 유산하고 직장을 그만뒀을 때 이쯤에서 삶의 궤도를 이탈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에 아빠가 이승의 멍에를 짐 지지 못한 채 스스로 쓸쓸한 죽음을 초래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와 유사한 방법으로 삶을 끝냈을 개연성이 있다. 어찌 보면 엄마는 아빠와 닮은 점이 많은 딸을 사랑하고 배려하였기에 성숙한 사회인이 되었을 때 비로소 아버지의 죽음에 담긴 진실을 밝히려 했는지도 모른다. 치아키는 포플러 장을 떠났다가 다시 그곳으로 돌아와서야 엄마가 그토록 사랑했던 이는 자신이었음을 깨닫고 더욱 윤기 나는 삶을 살아갈 희망을 발견했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지금의 나를 존재하게 해 준 엄마에게 전하고 이 한 마디를 전하고 싶다.

   “고마워,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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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정의 기판이 푸른도서관 34
강정님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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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자락 밑에 둥지를 틀고 필요 이상의 음식 섭취를 꺼리며 자연의 섭리를 따르며 질박하게 사는 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추억 속 고향을 불러낸다. 한 동네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동안 미운 정 고운 정을 나누며 사는 밤나무정 마을 묘사로 시작되는 소설은 기판의 죽음으로 비극성을 내포하며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 기판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 종내는 비통한 눈물을 보탠다. 마을 공동체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길에 융해되어 있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 속에는 또 다른 세대들의 일상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별하면서 날실과 씨실로 엮어가는 우리네 삶은 수많은 사연들로 갖가지 무늬를 새기고 살아가는 삶인지도 모른다. 돌연한 만남은 또 다른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며 헤어나기 힘든 나락으로 이끌기도 한다. 교묘한 속임수에 홀려 가산을 탕진하고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난 기판이 할아버지의 죽음은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만나 얻은 화였다. 그로 인해 남은 가족들의 신산한 삶은 간단없이 이어졌다. 세상 물정에 어두운 장자 댁이 행상으로 삼형제를 키우며 그 자식들이 각기 가정을 이뤄 살림을 나면서 벌어지는  삶의 일상은 유쾌한 일보다는 불행한 일들이 더 많았다. 

  경제적 결핍으로 힘든 나날이었지만 우애 있게 지내던 형제들이 각기 다른 가정을 이뤄 살게 되면서 불화하는 날이 늘어났다. 우여곡절 끝에 탐욕스런 안골 댁이 둘째 아들 남섭과 결혼하면서 크고 작은 다툼은 또 다른 고통 속으로 식구들을 몰고 갔다. 그녀는 어렵사리 되찾은 집안 땅을 차지해버리고, 시동생 부부를 위해 마련한 집에 자기네 세간을 옮겨 그 집을 차지해 버리는 파렴치한 일을 서슴지 않았다. 슬하에 딸만 두었던 안골 댁은 귀신 소동을 벌이면서까지 아들을 낳기 위해 갖은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 실소를 더하였다. 

  간절하게 그리면 이뤄진다는 말처럼 어렵게 아들을 얻은 안골 댁은 기판을 애지중지하며 아들이 활개 치면서 살아갈 날을 고대하였다. 안골 댁은 아들을 과잉보호해서라도 기판이 일에 끼어들어 그를 좌지우지하며 지내는 일이 많았다. 어머니의 과보호로 더욱 심약하게 자란 기판은 동네 아이들의 놀림과 핍박을 당하기 일쑤라 안쓰러움을 더했다. 두복이를 위시한 아이들의 잦은 횡포 아래 스러져가는 어린 기판이 감내하며 살기에는 힘든 나날이 이어졌다. 중학에 진학하여 공부를 하고 고등학교를 광주로 옮길 때에도 기판의 의사와는 아랑곳없이 포악스러웠던 엄마가 모든 일을 결정짓고 말았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늘 두복이에게 당하기만 했던 기판이 폭압으로 군림하던 이를 물리치고 난 뒤부터 비뚤어진 승리자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말았다. 점점 난폭해져 가는 기판이를 보면서 씻김굿을 벌여 원혼을 달래보기도 하였지만 그 일은 또 다른 화를 불렀다. 기판이 불가피하게 동네를 떠나 광주로 나가 칠성파에 가담함으로써 참혹한 죽음으로 종말을 고하고 말았다.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는 것처럼 기판에게 누나는 숨 쉬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든든한 보호막 같은 존재였다. 꿈속에 나타나 이별을 고하는 기판을 보면서 직관적으로 알아차린 누나는 친정으로 돌아와 대면한 것은 싸늘한 주검이었다. 한 세상 판을 치면서 세상을 호령하며 살기를 바랐던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열여덟이라는 짧은 생을 힘겹게 살다 간 기판이를 보니 그의 기구한 삶이 더욱 안타까워 자꾸만 눈물이 흘러 내렸다. 

  소설을 읽는 내내 엄마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으로 점철되었다. 이제 열두 살인 아들에게 학습을 게을리 한다며 학생의 명분을 내세워 자식을 닦달할 때가 많다. 스스로 판단하여 실천할 수 있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참지 못하고 아이를 다그치며 방향까지 잡아 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또 다른 안골 댁의 모습이 아닌지 반문해 본다. 욕심을 한 없이 부리던 안골 댁은  귀한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며 심장에 주홍 글씨를 새기고 지내야 할 숙명에 놓이고 말았다. 자신의 탐욕에 사로잡힌 채 아들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려는 오류를 범하여서는 안 되겠다. 진정으로 아들이 무엇을 바라고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관심을 가질 때 좀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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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좀 내버려 둬 - 제7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초등 개정교과서 국어 5-1(가) 수록 미래의 고전 12
양인자 외 7인 지음 / 푸른책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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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변하는 문명사회로 치달을수록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두터운 정을 품고 삶의 활기를 더하는 생활과는 점점 멀어져 가는 듯해 안타까울 때가 많다. 다소 부족하고 힘들어도 서로 토닥거리며 함께 부대끼며 살던 시대와는 달리 고독감 속에 번민의 나날을 보내며 삶의 희망을 품지 못하는 이들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 기성세대의 보호 속에 밝게 자라야 할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외로움 속에 지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세상에 태어나 엄마 혹은 아빠의 부재로 필수 영양소가 결핍되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는 아이들을 만날 때가 많아졌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어느 한쪽의 부재로 힘들어했던 아이들이 서서히 새로운 관계를 회복하며 긍정적인 믿음을 주려는 작가의 메시지가 큰 울림을 준다.

  엄마의 사망 후 새엄마가 들어왔지만 그녀가 못마땅했던 승미는 얼음 마녀라는 별칭을 붙이고 새엄마를 반격할 생각으로 가득했던 날이 많았다. 하지만 가정 경제가 위기 상황에 놓였을 때 자신만의 방식으로 식구들을 구하려는 주광의 노력에 가족끼리 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혈연으로 맺어진 가정은 아니지만 어려움 속에 또 다른 가족의 힘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엄마의 가출로 평온했던 가정이 붕괴되고 정서적으로 불안했던 채민이 엄마의 귀환을 바라는 마음이 클수록 바깥세상과는 거리를 두고 집에만 박혀 지내는 날들이 늘어났다. 엄마가 자신이 다니는 학교로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학교로 다시 나간 채민이 운동회가 열리는 날 바통을 쥐고 이어 달리면서 지금의 상처와 결별하고 새롭게 일어설 준비를 하였다. 바람에 펄럭거리는 만국기에 집 나간 엄마의 아들이라는 낙인과 수군거리는 뒷공론 등을 모두 날려 버리고 싶은 주인공의 소망 앞에서는 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더하는 듯해 마음이 아려왔다.

  가정은 부부와 자녀 중심으로 이뤄지는 작은 공동체로 공동의 선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조직이다. 하지만 그 공동체가 원만하게 구성되어 행복함 속에 존속돼 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던 후원인 방송을 보면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를 돕고 싶어 하던 윤지가 이웃 동생을 잘 돌보며 외로움을 살가움으로 채우는 동생 만들기 대작전은 가슴에 화톳불을 피운다. 미혼모 다미 엄마는 인생은 골프와 같다며 딸에게 푸념을 늘어놓을 때도 있지만 다미에게는 인생의 동반자로 큰 힘을 주는 당찬 엄마다. 다미의 잠재성을 발견한 골프 연습생 타이거는 골프채를 선물한 뒤 골프 수련에 들어갔지만 다미 엄마는 딸이 골프를 시작하는 일을 마뜩찮아 했다. 하지만 다미는 그동안 몰랐던 아빠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고, 공부보다는 골프를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해가는 과정에 정체성을 찾아 가는 길에 나섰다. 몽골인 새엄마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낯선 상황에 놓인 성연이 아줌마 마음에 상흔을 남기며 한 공간에서 살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빈 집에 홀로 들어가는 일보다 누군가가 반기는 공간으로 들어간다는 일은 행복한 일이라 여기면서도 가슴은 말을 잘 듣지 않았다. 하지만 새엄마에 대한 미움도 잠깐 그녀가 자리를 비웠다 제자리로 돌아옴으로써 성연의 갈등은 해소되고 새엄마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했다.

  고달프고 구차한 삶이더라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 이 세상이 살맛나는 생활이 가능한지도 모른다. 형제 없이 홀로 지내는 아이들에게 애완동물은 또 다른 삶의 동반자로 남다른 의미를 주는 경우가 많다. 자신 때문에 강아지가 죽은 충격으로 말문을 닫아버린 재원이 상실의 아픔을 감내하기 힘들어했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동식이 할머니 코 고는 소리를 확인하듯이 귀중한 존재의 죽음은 또 다른 절망적 삶을 초래할 때가 있다. 서로의 닫힌 문을 열고 소통함으로써 재원이 가슴 속에 품었던 벌레를 퇴치하여 소생하게 만들었다. 경시 학원과 과외를 전전하며  무한 경쟁 시대의 각축장으로 내몰려 틱 장애를 보이는 유진이를 보면서 안타까움이 더했다. 최소한의 자유마저 빼앗긴 채 올 100에 사로잡혀 힘겹게 지내는 유진을 보면서 시험 치르는 기계로 전락해버린 또 다른 아이들을 떠올리며 아이를 위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가늠케 한다.

   평균 수명 연장으로 외롭게 지내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오락가락하면서도 적지 않은 돈을 모아 둔 기억을 끌어 내 그 행방을 찾아 온 가족이 백일몽을 꾸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물질적인 재화보다는 가족 간의 사랑이 가정을 지켜내는 버팀목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욕쟁이 할아버지와 외롭게 지냈던 지수가 버려진 개를 돌보며 반목하고 질시하던 상황을 탈피해 서로 끈끈한 정을 잇게 되어 자장면을 함께 먹음으로써 서로 융화하는 결말로 희망을 전한다.

  시대의 변화와 혼조로 결혼 형태도 다양하고 이혼과 재혼 등이 빈번한 현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9편의 동화 속 가족 구성원은 여러 색깔로 물들어 다채롭기만 하다. 갈등 양상이 정점에 달할 겨를도 없이 화해 분위기로 돌아선 것은 아쉽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희망을 전하는 듯해 고무적이다. 어리다고 간과해버리기 십상이었던 아동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가는 길목에 선 아이들의 삶을 살피는 계기로 삼아 소통하는 삶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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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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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꿈에서 깨어나 냉수를 마신 뒤 여느 때처럼 산에 올랐다 내려 올 생각으로 창밖을 보니 안개가 자욱하여 한 치 앞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다. 간밤에 내린 비의 영향인지 안개 낀 날은 습기가 스멀스멀 기어드는 벌레처럼 나는 감싸고 흔들어 마음까지 축축하게 젖게 만든다. 습한 기운이 더 많아서인지 안개는 사람을 점점 무기력하게 만들어 운신하기 힘들게 하는 경향이 있다. 안개 낀 날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하지만 가슴 속 답답함을 더해 중압감을 줄 때가 많아 안개가 걷히기를 소망하게 된다. 안개가 걷혀 사물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며 그 자리에서 안정적으로 있을 때 평안함을 얻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광란의 도가니를 연상케 하는 일들이 많이 벌어져 지극히 평안하게 생활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아내의 권유로 자애학원에 첫 발을 디딘 강인호 교사는 서툰 수화로 농아들에게 시를 읊으며 소통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부임한 첫날 자신의 반 아이 동생이 기차 사고로 죽었고, 잠긴 여자 화장실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은 지금껏 은폐되어왔던 자애학원의 실상을 드러내는 단서가 되었다. 세상에 살아갈 능력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결핍된 채로 세상에 던져진 아이들에게 강 교사는 지금껏 함께 생활했던 교직원들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서인지 아이들은 서서히 마음의 빗장을 열기 시작했다. 말할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는 아이들에게 겹친 장애와 불우한 가정환경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천형처럼 여겨졌다.

 

  표면적으로는 장애아동을 돌보는 지역 유지로 사회사업을 지속적으로 여는 선량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이면에는 짐승 같은 본능이 들끓는 자애학원 실세들의 전횡은 또 다른 폭력을 낳고 있다. 외따로 떨어져 괴기스러운 모습을 한 자애학원은 짙은 안개 속에 모든 것을 숨긴 채 아이들에게 폭력을 가하며 그들을 옥죄어갔다. 청각 장애인들의 기숙학교인 자애학원은 학교 명칭과는 달리 자애롭지 못한 기득권자들이 동물적인 본능을 앞세워 무방비로 노출된 학생들을 농락하며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 나가고 있었다. 교장과 교장의 쌍둥이 동생인 행정실장, 기숙사 사감 교사가 번갈아가며 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그 내용을 들춰 내 공론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말할 수 없는 아이들은 그 사실을 이야기할 수 없었고, 들을 수 있는 교사들은 애써 그들의 아픔을 외면한 채 녹을 받아먹으며 자애학원에 기생해 왔던 것이다. 더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불행한 사건이 부패 세력의 비호 아래 묵인되고 용인되어 왔다는 점이다.

 

  침묵의 카르텔 속에 자행되어 왔던 폭력 양상을 짐작하였던 강인호 교사는 담임을 맡고 있는 반 학생의 증언을 토대로 인권센터 서유진 간사와 힘을 합쳐 가해자를 법의 심판대에 서게 했다. 하지만 기득권층은 성폭력의 온상인 자애학원의 비리를 밝히고 가해자들을 처벌하여 일침을 가하기보다는 그들에게 집행유예 선고를 함으로써 가해자 편을 들어주고 말았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어둠과 공포를 느끼고, 인간을 향한 가증스러움으로 더욱 오열하며 절규하는 장애아들의 가족을 연상하며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은 화기로 끓어올랐다. 지금껏 자욱한 안개에 휩싸여 불투명한 채로 단절되어 어떤 추악한 일이 벌어지는지도 몰랐던 자애 학원의 진상이 규명되었을 때 안개는 걷히는 듯했다. 하지만 범법자들은 그들이 저질렀던 부정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 판결을 받음으로써 면죄부가 씌어진 셈이 되고 말았다.

 

  재판정의 판결에 불복한 학생들과 인권센터 사람들은 천막교실을 열고 거대한 성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 보지만 돌아온 것은 또 다른 폭력이었다. 철거 용역반의 폭력으로 아이들은 쓰러지고, 지도부는 구속으로 이어졌다. 천막으로 급히 와 달라는 서 간사의 문자를 뒤로 하고 아내를 따라 서울로 올라간 강 교사의 행동은 소시민적인 삶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듯해 측은함마저 들었다. 높이 쌓아올린 성벽처럼 견고하고 거대한 악의 축들의 담합 앞에서 인간의 도덕적 양심은 점점 제 빛을 잃어갔다. 무진에서 벌어지는 무뢰배들의 협잡이 낳은 추악한 풍경이 가공된 소설 속의 풍경을 넘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일면을 담아 있는 듯해 더욱 이 세상이 흉물스럽게 다가온다. 강자 중심으로 흘러가는 사회 기류, 정의의 실종, 민주주의의 후퇴와 같은 사회적 현상이 자애 학원의 부정과 너무도 닮아 있다. 하지만 과거 우리는 악(惡)의 무리를 축출하여 선(善)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행해왔다. 약자들이 홀로 더불어 힘을 모을 때 참혹한 고통이 주는 외로움과 쓸쓸함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세상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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