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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인규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평점 :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숱한 시간을 버티어 본 사람들은 쉽사리 얻기 힘든 것들이 많음을 절감한다. 그리하여 힘든 과정 속에 목표물을 손에
넣은 만큼 성취감에 달떠올라 그동안 소진하였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회상에 젖는 시간 속에 스스로를 위로하며 격려할 때가 있다. 하지만 노인은
성취감에 젖을 새도 없이 노와 작살을 풀어 상어와 맞서 목숨을 내걸고 자신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거대한 물리적 힘과 대적하느라 안감힘을 써야
했다.
'사람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 사람은 박살이 나서
죽을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를 당하지
않아.'
배에 매어 단 물고기를 뜯어 먹기 위해 달려드는 상어 떼와의 싸움은 잡은 고기의 살점을 다 뜯기고
앙상한 뼈다귀만 남아 그동안 노인이 시련에 맞서 싸운 일이 물거품으로 화하고 말았다. 상어의 공격에 맞서 싸우느라 쇠진해진 노인은 집으로 돌아와
수마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소년은 삶의 지혜로 자신을 일깨우는 할아버지를 자명종으로 칭하고 한평생 바다 위에서 물고기를 잡아 온 그를 역할
모델로 삼으며 그의 곁을 지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잠이 든 노인을 보며 소년은 사자 같은 큰 힘에 위축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집념이 비록
수포로 돌아가 덧없는 일이 되고 말았지만 한계를 뛰어넘는 투지로 자신의 것을 지키려는 그가 사자꿈을 꾸는 것이라
여겼다.
세상에 존재하는 삼라만상은 그 나름대로 존재 가치가 있을진대 어떤 것은 누군가의 식량으로 쓰이고
말아 생을 다하는 경우가 흔하다. 물고기를 잡는 어부는 자신이 살기 위해 한 생명체를 죽이고 자신을 살려 낸다. 물고기는 노인의 생계를 돕기
위해 죽어가고 노인 역시 세월의 부침 따라 서서히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한평생을 바다의 모진 풍파에 맞서 삶의 의지를 불사르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날에도 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으려는 노인의 긴 기다림은 계속 되었다. 조바심 내지 않고 언젠가는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은
불모지 같은 현실에서도 꽃을 피워낼 수 있다는 간절한 바람이 내재하기 때문이다. 노인은 한번 결정한 일을 번복하는 일 없이 묵묵히 그 일을
수행해 내었다.
수평선 너머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져 있을 지 궁금해하던 감상적인 생각을 넘어 자신이 바라던
간절한 무엇을 얻기 위해
고독한 시간과 싸우며 궁극적인 목적을
이뤄내는 일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혹독한 시련으로 점철되는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노인의 싸움은 한계에 봉착할 때마다 불굴의 힘을 드러내는
원천으로 작용했다. 사자 같은 물리적인 힘이 크게 작용할 때에도 산티아고 노인은 위축되기는커녕 도리어 더 큰 용기를 내어 정면대결하여 죽음을
각오하며 덤볐다. 힘들게 손에 넣은 물고기의 앙상한 뼈다귀를 보면서도 전과 다름 없이 어구를 손질해 바다로 나갈 노인의
용기는 절망적 상황에서도 패배하지
않는 희망의 노래로 비춰진다. 쉽게 포기하고 수정하는 세대들의 단편적인 삶에 회의가 들 때마다 노인의 집념을 떠올리게 된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자신에게 오더라도 꿋꿋이 버텨내는 힘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자신을 키워내는 양분으로 작용하는 원천으로 자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