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물에 들기 전 무릎을 꿇는다 - 김정숙 시집
김정숙 지음 / 책나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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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편집자 딸이 만든 엄마의 첫 시집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시도 아름답지만, 아름다운 시를 한 권의 시집으로 세상에 출판해 준 딸의 효심이 어우러져서 더 깊은 향기를 발하고 있습니다.

 

시인의 나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지 않아서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 책은 수십 년간 시를 써 온 그녀의 첫 시집이라는 것과 시집을 출판해 줄 딸을 생각해 보면, 50이나 60세 중간 정도의 나이로 가늠해 봅니다.

 

시인은 김천이라는 지방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시들 대부분도 그 분이 사는 곳에서, 또는 그 곳에서 생활하면서 건져 올린 감상들입니다.그래서 시는 바로 시인의 분신과 같은 체위를 풍기고 있습니다.

 

시들에는 시인의 일상과 삶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집의 편집위원의 추천사처럼, ‘시인은 밥을 차려 내고 눌어붙은 냄비를 박박 닦다가, 바닥의 머리카락들을 한 올 한 올 훔치다가 시의 부름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라는 말이 깊이 공감이 됩니다.

 

너무 흔하고 사소한 것들, 특별한 관심이나 글 쓰는 기술이 없이는 글이나 시로 그릴 수 없는 것들을 시로 써 놓은 것은 시인의 특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의 시들은 주로 사랑이나 이별, 그리움들을 주제로 한 시가 많은데 시인의 시에는 이런 감상보다는 할머니나 아버지, 어머니, 아이, 산이나 나무, 숲이나 꽃, 가을 밤비나 봄날의 밀린 빨래 같은 자연이나 가족, 소소한 일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시인에게 모든 것은 시였던 것입니다.

시인은 시를 쓰고, 시속에 살고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그러므로 시인은 시를 자신의 분신이며, 생명이고, 호흡과 같은 존재일 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이 시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깊은 감동이 있고, 특별하지는 않지만 비범하고, 수수한 것 같지만,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성찰과 철학이 배어납니다.

그래서 시인은 가 아니라 그저 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가끔 이상한 병이 도진다. 잠이 안 오는 지금 같은 시간. 해봐, 써봐, 명령하는 나!

넌 쓸 수 있어. 할 수 있어 부추기면서. 용서하십시오. 가 아니라 그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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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못한 단 하나의 오프닝 - 방송가의 불공정과 비정함에 대하여
이은혜 지음 / 꿈꾸는인생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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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그늘들은 방송이나 언론의 통로를 통해서 세상에 알려집니다.

이 책 표지에는 [과로 권하는 사회, 불안 권하는 사회, 차별 권하는 사회가 바로 방송가였다]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우리 나라 속담에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오버랩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쓰는 직업이 소원이던 저자는 도서관 사서, 대학 행정 직원, 기자, 매거진 에디터를 거쳐 31세에 꿈에 그리던 방송작가로 제주 모 방송사에 방송작가로 근무하였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저자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되었으니, 해피엔딩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저자가 이 책에서 쓴 내용은 그 방송 작가라는 직업이 빛 좋은 개살구였음을 알게 됩니다. 그들은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방송작가의 역할은 본연의 업무인 취재와 집필, 구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방송의 처음인 섭외부터 마지막 단계인 출연료 정산까지 작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처우를 보면, 계약서도 없고, 최저 임금에 미달하는 페이를 받고, 4대 보험이나 유급휴가도 없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맡는 프로가 시청률이나 청취률이 낮으면 그 모든 책임을 지고, 하루아침에 실직을 하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보니 방송작가라는 직업은 극한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쉬지도 자지도 못하면서, 자신이 맡은 방송이 송출되기 전부터 방송이 끝나고 청취자나 시청자의 피드백을 체크하고, 또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까지 반영하면서, 온전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보장된 권리라고는 눈꼽 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열악한 직업이 방송작가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어느누구는 1년 치의 출연료가 20여억원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화려하게만 생각되던, 방송의 이면과 실체가 이런 모습을 하고 있음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지금은 그나마 자신들의 권익을 호소할 노조가 구성되어 있다고는 하나, 그 내용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은 방송을 쉬고 있는 형편에서, 이제는 이런 불행한 사례가 시정될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내 놓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아직도 신입작가와 스태프들, 약자들이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듯합니다.

 

지금 국가적으로는 최소 임금 인상을 위해서 노동단체에서는 집단으로 시위를 하고 있지만, 이들의 형편은 시위도 할 수 없는 특수한 형편입니다. 화려한 방송의 이면에 깊은 그림자가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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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다시 보기를 권함
페터 볼레벤 지음, 박여명 옮김, 남효창 감수 / 더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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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위기는 인간이 숲을 가꾸고 보호하는 데에서 시작되었다]. 이 책의 뒤 표지의 글입니다.

알 듯 모를 듯한 이 말의 의미를 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지점에서 알게 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산림 경영전문가입니다.

 

저자는 누구보다 산림이나 자연, 숲과 생활을 함께 하는 사람입니다.

5년의 산림청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산림을 경영해서 돈을 버는 것이 저자의 최종 목표였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산림을 경영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나무와 함께 사는 수 천마리의 생명체들을 함께 내어 주어야 한다는 사실은 미쳐몰랐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글의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숲이나 자연은 인간의 손길이 가해질 때부터 이미 파괴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의 편리와 이해에 따라 숲이나 자연이 관리되는 것은 회복 불능의 자연 파괴행위임을 이 책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구역의 나무들 사이에서 로마시대 마차의 흔적을 발견한 실례를 통하여, 땅은 일단 손상을 입으면 2천 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경작지, 목축지, 보호림, 건축 부지로 개발하면서 숲을 지속적으로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눈에 보이는 나무나 숲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진드기나 이끼, 버섯 등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손상된 땅은 영원히 재생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특히 요즈음은 벌채를 하고 나무를 운반할 때 도로를 내고, 하베스터와 같은 장비를 사용하면서 숲은 깊은 상처를 입는다고 설명합니다.

 

땅은 시멘트처럼 다져지고, 물의 저장 능력을 상실해 버려서 다시 숲을 재생시킨다고 해도 원래의 상태로 회복되지 않고, 나무들이 죽는다고 말합니다. 나무를 경제성만을 고려하여, 집단적으로 나무를 식재하는 것도 숲에게는 해롭다고 말합니다.

 

특히 나무들도 사람들처럼, 어미나무의 보호아래 자라야 한다는 통찰에 깊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나무들도 뿌리를 통해 액체 형태의 영양분을 병약해 진 나무에게 전달해서 도와 주고, 감정을 서로 공유하기도 하며, 냄새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처럼 우리가 평소에 알지 못하는 숲이나 나무에 대한 지식은 나무들도 엄연한 생명임을 인식하게 합니다. 우리의 생각대로 그냥 흙을 파서 나무를 심는다고 나무들이 좋아하고, 숲이 이루어진다는 생각은 자연을 짓밟는 행위임을 깨닫는 중요한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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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여기, 내 안 - 평온함이 나를 채울 때까지 마음을 봅니다
진세희 지음 / SISO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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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엄마, 그리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나이, 그리고, 이 책을 채우고 있는 내용처럼, 세상을 달관한 듯한 철학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뇌와 시행착오가 있었을까를 상상해 봅니다.

 

이 책을 채우는 내용은 우리는 또는 우주는 모두 신의 섭리라는 자각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기에, 그저 수용하고, 긍정하고, 감사하자는 메시지가 은근히 설득력이 강합니다.

 

아침이면 일어나서 아침 식사를 하고, 출근을 하고, 그런 저런 일로 분주히 살다가- 왜 그렇게 사는지도 생각할 틈도 없이-일과를 마치고 퇴근하고 정리하는 반복된 패턴의 시간들과 습관들 속에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나이가 들고 늙어 갑니다.

 

이 책의 글들은 약 2~3페이지의 단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단문들은 시같기도 하고, 일기 같기도 하고, 넋두리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매 글의 제목에 해당하는 박스 안에 정리된 글들은 하나같이 깊은 통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우리는 매 순간 죽음을 향해서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에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도 같이 존재하게 되고 산다는 것 자체가 죽음으로 가는 여정입니다(84p)]글을 읽고 여기 옮겨 놓고 보니, 너무나 당연한 사실입니다.

 

산다는 것은 죽음에 다가가고 있는 여정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이 말을 모르고 살았던 때와 이 말을 알고 살고 있는 지금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다름을 알게 됩니다. 이 말과 함께, 이 세상은 아무런 이야기를 지니지 않은 중립인 에너지 상태라는 설명이, 저자가 마치 사과의 낙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이 책에 담긴 저자의 글들은 모두 중요해서 밑줄을 치고픈 유혹에 빠지기도 합니다.

군더더기도 없고, 과장도 없는 심풀한 글들이 사물의 정곡을 찌르는 촌철살인과 같은 힘이 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주어진 삶을 선택하는 것은 바로 나이기에, 내 삶의 모든 책임은 바로 나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성공과 실패도 자신의 책임이라는 말이기에 지금 어떤 자세로 살아가고 있는지 신중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삶의 진정한 기쁨은 소유의 많음이나 지위의 높음에 있지 않고, 단순한 데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결국, 지금 이 순간에 모든 것들에 감사하며 살아라고 강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가 내 마지막인 날인 것처럼 온마음을 다해 최선으로 살라고 권유하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닫힌 창틈으로 들어 온 빛나는 빛처럼 눈부신 글들을 읽으며, 삼복더위도 잊는 청량감을 경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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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해석 - 사랑은 계속된다
리사 슐먼 지음, 박아람 옮김 / 일므디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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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전문의이며, 교육자고, 연구자인 저자가 같은 신경과 의사인 남편을 잃고 상실과 슬픔을 이겨내는 과정을 아주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섬세하게 그려놓고 있습니다.

신경의학자라고 해서 죽음을 보는 시각이나 감정을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결로 파악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나의 상상보다 더 깊게 슬픔을 그려놓고 있어서 약간은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저자 남편의 암의 진단은 아주 우연하게 그리고 갑짝스럽게 발견되었습니다. 2011년 암 선고를 받고, 17개월 뒤인 201212월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 과정과 죽음 이후의 형편을 의학지식과 함께 잘 정리해 주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다 의사이기 때문에 암의 전조와 상태에 대하여 사전 지식이 있기에, 의사라는 직업이 더 거추장스럽게 느껴집니다.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르면, 편할 수도 있고, 담담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암의 진행상황을 나름대로 예상하고 있기에 지레 낙심하고, 포기하는 모습도 보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각각 배우자가 다른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재혼을 했고, 같은 의사이기에 이심전심 의기투합하여 의미있는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기에, 이 책 87페이지에서는, ‘하나로 융합된 두 사람의 삶이 죽음으로 영원히 분리되고 나면 살아남은 쪽은 온전하지 못한 조각으로 남는다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둘이 하나로 온전하게 살다가 그 중 한 사람이 죽으면, 한 사람은 결국 불완전한 상태가 될 수 밖에 없음을 애둘러 표현해 놓았다고 이해합니다.

저자는 남편 빌을 잃었지만, 사후에도 한참 동안 그이 존재감에 낭패감과 당혹스러운 경우의 경험을 아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갔던 여행의 기억들, 그리고 함께 거닐었던 추억들이 오래토록 그를 그리워하게 한 이야기가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충격적인 상실의 경험을 겪은 이후, 감정을 복원하고 치유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을 탐구한다(9P)’ 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 서두에서 상실과 비탄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통제감을 심어주려고 이 책을 썼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겪은 상실과 비탄의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고, 회복하는 방법을 찾았던 경험을 알려 주려는 저자의 짠한 마음이 전해지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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