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불빛이 붉게 타오르면 - 사르담호 살인 사건
스튜어트 터튼 지음, 한정훈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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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함께 사냥을 나갔다가 아버지는 실종됐고, 의식을 잃었던 어린 아렌트만 살아 돌아왔다. 그 과정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아렌트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믿는 어머니와 누이들은 그에게 거리를 두었고, 이것이 사실인 것처럼 소문이 퍼져 아렌트는 어린 나이에 악인으로 낙인이 찍혔다. 아렌트는 그 사냥 때 생긴 손목의 흉터 모양을 마을 사람들의 집 대문에 몰래 그렸고, 이후 대문에 상징이 새겨진 마을 주민은 악마에 영혼을 판 사람으로 의심의 대상이 되었다. 장난으로 시작한 그 상징은 마을 사람들의 공포심을 먹고 점차 생명력을 얻어 그 상징이 새겨진 주민들을 마을에서 내쫓겼다. 몇 달 동안 마을은 공포와 악의에 짓눌려 서로를 향해 저주를 쏟아냈고 마침내 비난의 대상을 찾아냈다. 마을의 거지였던 올드 톰. 마을 사람들은 그를 악마로 몰아 때려 죽였다. 


마녀 사냥꾼의 말에 따르면 악마는 스스로를 올드 톰이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올드 톰이 왜 이 배를 위협하는지, 아렌트의 손목에 있는 흉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했다. 얀은 아렌트에게 이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요청한다. 단, 새미의 도움은 받지 말고. 더하여 그를 믿지 말라는 충고까지.



이제 슬슬 독자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얀 하안이 최고의 빌런이 될 거라고 예견했던 나의 경솔함을 거둬들인다. 작가는 일찌감치 아렌트의 과거를 시원스럽게 폭로(?)했다. 과연 새미는 아렌트의 믿음처럼 호기심이 강하고 영리한 탐정인가, 아니면 얀 하안의 충고대로 가면 뒤에 숨은 악인인가. 사실 아직까지는 새미가 악인이라는 그 어떤 증거는 없다. 음... 흥미진진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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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불빛이 붉게 타오르면 - 사르담호 살인 사건
스튜어트 터튼 지음, 한정훈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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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사르담호의 출항 직전, 피로 흥건한 붕대로 감싼 문둥병자가 화물 꼭대기에서 저주를 내린다. 

"내 주인님께서 사르담호를 인도하실 것이다. (...) 사르담호의 화물은 죄악이며 그 배에 승선하는 자들은 모두 무자비한 파멸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 배는 절대로 암스테르담에 닿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 말과 동시에 화염에 휩싸인 문둥병자. 그런데 이상하게도 문둥병자의 혀가 잘려나간 상태였다. 절름발이이자 혀가 잘린 문등병자가 화물 상자 위로 오르고 짧은 연설까지 했다. 더구나 손을 비롯한 신체 구조의 상태를 보아 목수일 확률이 높다. 죽은 자 뒤에 누군가 있는 것이라면? 이 석연치 않은 불길한 조짐. 이를 간파한 이는 죄수 새미 뿐이다. 


처음부터 등장하는 인물마다 색깔이 확실하다. 이 작품에서 최고의 빌런으로 활약할 것 같은 바타니아의 총독 얀 하안. 오랜만에 읽는 장르소설이라 그런지 아직 100쪽도 안 읽었는데, 나 혼자 사건 추리 중이다. 600여쪽의 분량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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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다
최다혜 지음 / 씨네21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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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스 김지현, 비정규직 시간 강사 강은영, 프리랜서 이지은. 
작가는 이 세 인물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의 불안정한 고용 환경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자신의 책을 내고 싶지만 생계를 위해 외주에서 의뢰받은 그림만 그리기에도 퍽퍽한 매일이다. 학기마다 강의가 배정되지 않으면 당장 생활고에 시달려야하지만 경제적인 지원없이는 박사 학위까지 가기도 어려우니 교수 임용은 언감생심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과감하게 잘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밥값까지 아껴가며 그림 그리기를 이어가고 있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 그래픽노블은 우리 주변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다. 
당장에 소득이 없으면 생계의 절벽으로 내몰리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하고 싶은 일을 잘 하기란 어려운 환경이다. 스스로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면서 재능이 만개하기까지 버틸 수 있는 비정규직, 프리랜서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들의 능력과 열정을 쉽게 폄하하고, 노력의 가치를 아무렇지 않게 훼손한다. 작가는 이렇듯 모든 성과를 개인의 노력으로만 치부하는 대중의 인식을 무례하다고 일침한다.  


부모의 재력이 능력으로 인정되는 세상에서 공정은 없다. 현재 우리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불행이 네버엔딩스토리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제목이 참 역설적이다. 김지현, 강은영, 이지은이 처한 현실이 아무렇지 않다고 여겨지는 사회. 이러한 상황이 너무나 일상적이고 흔한 일이라 아무렇지 않다면, 그 무례와 기만이 당연시 되어 아무렇지 않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다. 아무렇지 않을 수 없어야 한다. 등장하는 세 젊은이는 그럼에도, 내일을 위해 한 발 더 나아가는 모습으로 문 밖으로 나간다. 이들의 뒷모습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독자는 나만이 아닐 것이다.  







 
수도권 밖 국립대를 졸업하고 학벌이 곧 얼굴이라는 어머니의 성화에 서울 사대문 안에 있는 제법 이름있는 대학에 편입한 후, 취직이 여의치 않자 대학원에 진학하고 졸업도 못한 채 수료로 학업을 마쳤을 때 친구의 나이는 서른이 넘었더랬다. 딱히 하고 싶은 일도, 해야겠다는 의지도 없는 친구는 지나친(?) 고학력으로 지금까지 변변한 직업없이 생활한다. 물론 사는 데 있어 불편함은 전혀 없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상 상경대에 진학해 학자금 마련으로 휴학을 밥 먹듯 한 친구. 어찌됐든 졸업 후 무난하게 취업에 성공했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자신이 그림에 재능이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있다. 요즘 '가난'한 젊은이들은 이조차도 어렵겠지만.



지금의 어른들은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자립'을 강조하고 있으나, 부모의 경제 능력이 대물림되고 노동 및 고용 환경이 불안정해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구조에서 자립은 곧 벼랑 끝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이 자립할 수 여건을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사회구성원 모두의 책임일 것이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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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나의 선택 2 - 3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3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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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은 술라의 독재관 시기부터 말년, 그리고 그의 죽음 이후 다시 시작된 로마의 혼란을 서술한다. 내부 안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본격적으로 야망을 드러내며 정치 공작을 시작하는 폼페이우스와 필리푸스, 이제 막 군단 경험을 시작한 카이사르, 그리고 아직은 소년에 불과한 소小 카토와 브루투스의 등장이 눈길을 끈다.   






 



2권의 꽃은 단연 술라의 법제 개혁이다. 호민관의 여러 권한을 폐지 및 축소, 기사 계급의 역할 축소, 원로원 발언권 제한, 곡물법, 사치 금지법, 반역죄 범위 개정 등 모든 권력을 원로원에 집중시키며, 로마가 공화정 국가임을 확실히 한다.  


로마법의 모순을 짚어보자면 형편이 곤궁한 귀족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재산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속주 총독직을 역임해야 한다. 이는 곧 사실상 속주를 다스리도록 파견된 관료가 범죄 이력을 쌓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체제의 한계다. 총독이 시민권과 세금 면제권을 팔아서 생긴 수익금을 제 주머니에 챙기는 건 오랫동안 이어져 온 관행이었다. 원로원과 국고위원회는 로마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묵인했기 때문에 원로원 의원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으로 하여금 속주 총독에게 직무상 부당취득으로 유죄 선고를 어렵게 하는 이유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관행이 결과적으로 착취당한 속주가 로마를 증오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고, 어찌됐든 로마는 그 대가를 치뤄야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최고의 파트리키 출신으로 로마의 공화정과 법(비록 제 입맛대로 바꿀지언정), 로마신, 관습을 가장 우선하는 보수적인 술라가, 로마인이 가장 멸시하는 동성애자이며 독재자라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대제관 직에서 풀려나 군 복무 수행을 명령받은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더니 단번에 첫 임무와 실전으로 원로원 자리까지 꿰차고야 만 미래의 독재관.   



본격적으로 정치에 뜻을 두기 시작한 폼페이우스는 자신만의 당파를 세우기로 결심하고 원로원 의원 필리푸스와 거래한다. 


술라가 죽고 없자 카툴루스와 레피두스를 중심으로 파벌이 형성됐고, 독재관의 정책에 불만이 많았던 귀족들은 친술라계의 카툴루스보다는 레피두스 쪽에 붙는 이들이 더 많았다. 레피두스는 브루투스와 합심해 술라가 제정한 법들을 완화하거나 개정했다. 폼페이우스와의 거래대로 원로원 내에 당파를 형성하겠다는 필리푸스가 에투리아의 반란을 계기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원로원은 온갖 정치 공작이 난무하고 분열이 심화된다. 결과적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의 퀸투스 세르토리우스에게 혼쭐이 나고 한층 성창한 폼페이우스. 어쨌든 그토록 우습게 여겼던 메텔루스 피우스 덕분에 히스파니아 전쟁을 끝냈을 때에 서른다섯 살이 된 그는 더 이상 혈기만 넘치는 젊은 장군이 아니었다. 



권력의 정점을 찍고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 자유라는 명분으로 말년에 막장 드라마를 보여준 술라가 죽었다. 자유를 찾았다고 소리 높여 외쳤던 그의 삶은, 본인이 그토록 바라던대로 존엄했던가. 술라에게는 특별함이 있으나 도덕과 선의가 없어서 위대한 자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하는 메트로비오스의 말, 그리고 말년에 메트로비오스와 함께 하기 위해서는 자기의 딸이 희생되어도 상관없다는 술라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도 메트로비오스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다. 술라는 위대한 자가 될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명예로운 자라고 하기에는 어렵겠다.



몇 가지 발견한 흥미로운 점은 먼저 비티니아와 폰토스는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적국임에도 서로 배를 임대해 준다는 사실이다. 당장 쓸모가 없고 유지비만 지출되는 배를 적국이라도 빌려주고 돈을 받는 이 용기를 효율성이라고 해야 할지, 무모함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카이사르는 이 사실을 통해 로마가 왜 속주나 피호국 왕들과 문제를 겪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이뿐 아니라 그의 방랑벽은 이후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또 다른 하나는 당시 동방의 정세를 정략 결혼한 키프로스 왕비(이집트의 공주)의 입을 빌어서 서술하는데, 정치에 직접 관여할 수 없는 여성의 시선이라는 면에서 독특했다. 


이 작품의 최대 장점은 재미도 재미지만, 로마사를 다룬 (비문학)문헌들에서나 볼 수 있는 국제 정세와 로마 내부의 정치적 상황을 사실적이고 면밀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력적인 인물과 스토리 위주로만 흘러갈 법도 한데, 이런 부분들을 모두 잡고 있어서 이야기가 촘촘하고 탄력있게 흐름이 이어진다.


2권의 마지막에  소(小) 카토와 어린 브루투스까지 등장했다. 이제 공화정 말기에 한 몫을 할 인물들이 하나둘 무대에 오르고 있다. 3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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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나의 선택 2 - 3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3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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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라가 죽고 없자 원로원에서는 파벌이 형성됐고 다시 혼란이 야기됐다. 이 혼란의 중심에는 주도면밀하게 정치 공작을 만들어가는 필리푸스가, 그의 뒤에는 폼페이우스가 있었다. 이를 눈치 챈 두 젊은 귀족은 반란으로 몰려 가차없이 처형당했고, 폼페이우스는 자신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은 채 계획을 차곡차곡 실현하고 있는 중이다.  


 폼페이우스는 반역자 레피두스와 브루투스를 정당하게 진압했다. 레피두스와 브루투스에게 악감정은 없다. 그저 포르투나의 선택을 받지 못한, 폼페이우스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희생양일 뿐이었다. 뒤를 이어 집정관 마메르쿠스 대신 폼페이우스를 히스파니아 전장으로 보내기 위해 필리푸스는 또다시 모략을 꾸미고 이는 성공을 거둔다. 그것도 집정관급 임페리움과 6개 군단을 통솔할 수 있는 특별 직권 승인까지 곁들여. 



원로원 의원이 되지 않고도 로마 최고의 권력자가 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폼페이우스의 야망은 하나씩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아직은 침묵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는 카이사르. 앞으로 한때의 동지이자 적이 될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은 아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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