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다
최다혜 지음 / 씨네21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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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스 김지현, 비정규직 시간 강사 강은영, 프리랜서 이지은. 
작가는 이 세 인물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의 불안정한 고용 환경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자신의 책을 내고 싶지만 생계를 위해 외주에서 의뢰받은 그림만 그리기에도 퍽퍽한 매일이다. 학기마다 강의가 배정되지 않으면 당장 생활고에 시달려야하지만 경제적인 지원없이는 박사 학위까지 가기도 어려우니 교수 임용은 언감생심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과감하게 잘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밥값까지 아껴가며 그림 그리기를 이어가고 있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 그래픽노블은 우리 주변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다. 
당장에 소득이 없으면 생계의 절벽으로 내몰리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하고 싶은 일을 잘 하기란 어려운 환경이다. 스스로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면서 재능이 만개하기까지 버틸 수 있는 비정규직, 프리랜서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들의 능력과 열정을 쉽게 폄하하고, 노력의 가치를 아무렇지 않게 훼손한다. 작가는 이렇듯 모든 성과를 개인의 노력으로만 치부하는 대중의 인식을 무례하다고 일침한다.  


부모의 재력이 능력으로 인정되는 세상에서 공정은 없다. 현재 우리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불행이 네버엔딩스토리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제목이 참 역설적이다. 김지현, 강은영, 이지은이 처한 현실이 아무렇지 않다고 여겨지는 사회. 이러한 상황이 너무나 일상적이고 흔한 일이라 아무렇지 않다면, 그 무례와 기만이 당연시 되어 아무렇지 않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다. 아무렇지 않을 수 없어야 한다. 등장하는 세 젊은이는 그럼에도, 내일을 위해 한 발 더 나아가는 모습으로 문 밖으로 나간다. 이들의 뒷모습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독자는 나만이 아닐 것이다.  







 
수도권 밖 국립대를 졸업하고 학벌이 곧 얼굴이라는 어머니의 성화에 서울 사대문 안에 있는 제법 이름있는 대학에 편입한 후, 취직이 여의치 않자 대학원에 진학하고 졸업도 못한 채 수료로 학업을 마쳤을 때 친구의 나이는 서른이 넘었더랬다. 딱히 하고 싶은 일도, 해야겠다는 의지도 없는 친구는 지나친(?) 고학력으로 지금까지 변변한 직업없이 생활한다. 물론 사는 데 있어 불편함은 전혀 없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상 상경대에 진학해 학자금 마련으로 휴학을 밥 먹듯 한 친구. 어찌됐든 졸업 후 무난하게 취업에 성공했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자신이 그림에 재능이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있다. 요즘 '가난'한 젊은이들은 이조차도 어렵겠지만.



지금의 어른들은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자립'을 강조하고 있으나, 부모의 경제 능력이 대물림되고 노동 및 고용 환경이 불안정해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구조에서 자립은 곧 벼랑 끝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이 자립할 수 여건을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사회구성원 모두의 책임일 것이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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