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이후 비극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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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다움에 대한 사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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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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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내가 오직 단 한 순간만이라도 나 스스로를 그렇게 보고, 만지고, 소유하게 된다면, 물론 이것이 소유자나 소유에 대해 이야기할 문제는 아니지만, 다만 그렇게 된다면 나의 정체성이 실현될 것이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너무나 깊게 마음이 아팠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소외감을 느끼며 안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자신을 온전히 소유함으로써 정체성을 실현하고 싶다는 화자의 말이 왜 이토록 절박하게 들리는지.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그렇다면 '나는 온전한 정체성을 실현하고 있는가'였다. 화자는 '왜 내가 어딘가 다른 곳에 존재하고 있을 삶 대신에, 우연히 할당된 망가진 파편들을 살아내야만 하는 것인지'를 모른다고 말한다.  


우리는 현재 살고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가? 어딘가에서부터 잘못된 길로 들어서 의도치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긴 적은 없었을까? 성별도, 가족도, 육체도, 내가 원해서 얻어진 것이 아닌데, 내가 나를 온전히 소유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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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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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내 몫의 급식이 사라지자, 갑자기 이 모두가 매우 미심쩍은 것처럼 여겨졌다, 반면에 '선생님'의 생존 가능성은 내 몫의 급식으로 인해,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정확히 두 배로 늘어나 있을 터였다. 



타인의 죽음으로 연명하는 삶이라니. 비단 누구 한 사람을 지적하지 않더라도 학살의 현장에서 오는 공포라면, 이와 같은 선택은 당연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비루한 삶이라도 연명하고픈 게 나약한 우리네 모습이다. 처해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누군가의 배식으로 나의 목숨이 하루가 더 연장되고, 나의 가족을 한 명이라도 살리게 된다면, 어느 누가 어쩌다 내 손에 들어온 밥 한 끼를 모른 척 받아챙기지 않겠는가. 


'선생님'의 지극히 이타적인 행위에 어떠한 이름도 갖다붙이지 말라고 얘기한다. 아마도 이름을 만드는 순간 오히려 그의 순수한 행위가 퇴색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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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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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기억은 앎이다, 우리는 우리의 앎을 기억하기 위해 살아간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우리는 그렇게 빚졌다, 우리는 알기 위하여, 그리고 기억하기 위하여 살아있다, 그리고 아마도, 어쩌면, 거의 확실하게 우리는 그 누군가 우리 때문에 부끄러워지도록, 알고 있고 또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기억해 낼 수 있을까. 살아가기 위해 가능한 고통스러운 기억은 지우고, 그나마 행복했던 기억만 남겨놓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애쓴다.그래서 인간의 망각은 축복이라 했던가. 그러나 비록 고통스럽더라도 놓치지 말아야할 것들이 있다.  

고통의 당사자들은 변함없이 그 시각에 머물러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비극적인 사실을 기억해야 하는 사람들은 그들과 함께 살아갈 우리 자신이어야 할 터다. 종종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덮어두는 게 최상이라고는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충분히 애도하지 못한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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