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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평점 :

93.
내가 오직 단 한 순간만이라도 나 스스로를 그렇게 보고, 만지고, 소유하게 된다면, 물론 이것이 소유자나 소유에 대해 이야기할 문제는 아니지만, 다만 그렇게 된다면 나의 정체성이 실현될 것이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너무나 깊게 마음이 아팠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소외감을 느끼며 안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자신을 온전히 소유함으로써 정체성을 실현하고 싶다는 화자의 말이 왜 이토록 절박하게 들리는지.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그렇다면 '나는 온전한 정체성을 실현하고 있는가'였다. 화자는 '왜 내가 어딘가 다른 곳에 존재하고 있을 삶 대신에, 우연히 할당된 망가진 파편들을 살아내야만 하는 것인지'를 모른다고 말한다.
우리는 현재 살고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가? 어딘가에서부터 잘못된 길로 들어서 의도치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긴 적은 없었을까? 성별도, 가족도, 육체도, 내가 원해서 얻어진 것이 아닌데, 내가 나를 온전히 소유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 민음사 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