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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은 저항이다 - 시스템은 우리를 가질 수 없다
트리샤 허시 지음, 장상미 옮김 / 갈라파고스 / 2024년 11월
평점 :
휴식과 저항에 대한 책이다.
저자가 책의 말미에 썼듯 이 책은 자본주의 체제를 따른 바쁜 일상 속에서 휴식을 얻는 방법에 대해 단계별로 나열하는 자기계발서나 실천서가 아니다. 우리가 왜 휴식을 취해야 하는지, 휴식이 왜 저항일 수 있는지, 그리고 휴식을 통한 저항이 어떻게 공동체의 이해와 돌봄으로 이어지는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돈은 없고 가족은 아프고 언제 인종차별 폭력을 당할지 모르는 위험한 분위기 속에서 내몰리듯 달린 신학대 생활)을 하던 중 일상에 저항하는 한 가지 방안으로서 휴식이라는 실험을 시작했다. 휴식 실험에 뛰어들도록 자극한 것은 신학대에서 공부하던 뿌리 깊은 차별과 폭력의 문화적 트라우마의 역사였다. 저자에게 있어서 휴식은 영혼의 대혁명이 된다. 그는 이 책이 자본주의 체제에 자신의 몸을 바치기를 거부하는 선언이자 서약이라고 말한다. 또한 과로문화는 온 인류를 사람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자본주의 체제에 기꺼이 목숨 바칠 의향을 지닌 기계로 만들었다. 그래서 휴식은 급진적인 저항이자 가장 깊은 자아로 통하는 치유의 관문이라고 얘기한다.
우리가 쉬어야 하는 이유는 자기 본연의 상태로 돌아감으로써 인간적인 존재가 되기 위함이다. 자신의 생산성과 축적해 놓은 부의 수치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것에 세뇌되어서는 안 된다. 생각해 보면 근래에 가장 많이 보이고 들리는 단어 중 하나가 가성비, 그 다음이 효율성이다. 물론 두 가지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지나치게 이것에 매몰되어 있다. 이 점이 '더 빠르게, 더 많이'에 가장 적합한 동기를 부여한다.
저자는 출산을 시작으로 자녀의 공교육시스템, 대학의 역할 등을 경험하면서 우리가 조종당하는 사회화가 자본주의 과로문화의 주체임을 깨닫는다.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어린 나이부터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돌봄과 번영이 아닌 생존이라고 믿게 된다.
우리가 쉬지 못하는 이유는 휴식조차 자본주의적이고 소비중심적인 방식으로 행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휴식은 단기간에 어딘가로 훌쩍 떠나는 소비 위주의 관광 여행이 아닌 평생에 결쳐 천천히 풀어가며 참여해야 하는 문화적 전환이다. 휴식은 사치의 소비재가 아닌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위한 기본 요소이자 필수다. 특히 휴식이라 여기면서 SNS를 비롯한 가상 경험의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현실에서의 살아갈 힘을 잃어가고 있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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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백인우월주의, 흑인여성주의,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을 기반한다. 그러나 독자들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세 단어에 갇혀 저자의 글을 단편적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이 단어들 대신 그 자리에 각자 처한 차별과 부조리로 바꿔 읽어도 충분히 해당하는 내용들이다. 우리가 들여다봐야하는 핵심적인 단어는 '과로문화'다. '과로'와 '소진'은 현대사회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휴식의 방식은 '낮잠'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것은 존재와 가치였다. 식상한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책의 여러 부분에서 언급하는 이 두 가지에 대해 생각이 깊고, 길어졌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아기는 존재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화된 집단에 소속되는 순간부터 아이는 더 이상 존재만으로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고 성인이 되면 더 심해진다. 저자의 물음처럼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의 가치와 존재에 관해 어떤 말을 들어왔는지, 또한 타인의 존재와 가치를 두고 어떤 잣대를 들이밀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공동체 돌봄, 이타심, 저항으로서의 휴식은 모두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져 있다. 이것은 (경제적) 탈식민화이며 문화 전환이고 자신과 타자를 향한 사랑이다. 우리의 존재와 가치가 숫자로 규정되는, 그래서 이토록 폄하되고 있음에도, 저항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꿈을 꾸는 것으로써,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써, 삶의 가치에 대한 시각을 전환하고 삶의 다른 방식을 상상함으로써, 그리하여 이를 통해 폭력적 사회.문화 체제를 전복하는 것으로써 저항하자고, 저자는 말하는 듯하다. 하루에 30여분의 시간을 내어 몸과 마음을 보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저항자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이와 같은 주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이를 두고 다소 극단적이라고 하는 독자도 있을 수 있겠으나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우리가 하루하루 휴식과 저항을 미룰수록 나의 현재와 미래뿐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고군분투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우리, 좀 쉽시다!
※ 도서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