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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1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78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7월
평점 :
열두 살에 인생 첫 소설을 써더랬다. 그것도 원고지 천 매에 가까운 분량으로. <작은 아씨들>의 아류작이었는데, 오마주라는 단어를 몰랐던 그 어린 나이에도 루이자 메이 올컷처럼 쓰고 싶었던건지 여기저기에 유사한 장치들을 배치했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생 때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창고를 정리하던 엄마가 이게 뭐냐며 던져 준 원고지 뭉치를 다시 읽으면서, 보는 사람도 없는데 얼굴까지 벌개지며 얼마나 창피했던지.
아무튼 그렇게 난, 초등 3학년(2학년인가?)부터 중학교 입학할 무렵까지 <작은 아씨들>을 끼고 살았다. 두세번 판본을 바꿔가면서. 완역본을 읽은 건 서른이 조금 넘어서였다.
"선물이 없는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가 아니야."
조의 투덜거림으로 시작되는 첫문장은 언제 읽어도 나에게는 그리움이다. 등교하는 책가방에도, 피아노 학원 가방에도 늘 들어있었던 이 책을 마지막으로 읽은지 한참이 지나 이제 다시 펼친다.
가난하고 퍽퍽한 일상 속에서 전장으로 떠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커진다. 그럼에도 현실 자매의 대화는 사랑스럽기만 하다. 읽다보니 문득, 어쩌면 내가 여자 형제가 없기 때문에 그들을 더 동경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열여섯 살 메그가 어머니처럼 동생들에게 늘어놓는 훈계가 귀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