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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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레 케르테스의 운명 4부작을 순서대로 읽겠다고 앞의 두 권ㅡ운명, 좌절ㅡ을 얌전하게 꽂아놓고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가 세 번째 권인 이 책을 먼저 읽게 됐다. 이렇게 된 마당에 앞의 두 권도 조만간 읽을 요량이다. 


일단 운명 4부작이 어떤 줄기인지 모르는 바 아니므로 이 책에 대한 배경은 알고 시작한다. 다만 작가의 글을 아직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펼친 책은, 소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여진 듯한 느낌이다.  



18.
이 두 사회적 존재는, 낙엽 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남자는, 풍경화가의 캔버스 위에 놓인 두 개의 슬픈 점이자, 어쩌면 자연의 조화를 근본적으로 못쓰게 만들어 버린, 이전에 결코 존재한 적이 없던 두 개의 점이 되어 있었다. 


배경이나 사연은 차치하고, 자신을 포함한 노녀의 두 남자를 '두 개의 슬픈 점'이라고 표현한 위의 문장은 그 자체만으로 쓸쓸하고 서글프다. 그런데 노년의 서글픔이 특별한 비극적 사연을 가진 사람의 전유물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몇 년 전, 명절을 치르고 난 후 엄마가 집을 둘러보시더니,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고 이 집에 나만 혼자 남았구나" 라고 말씀하셨다. 그 한 마디에 칠십 평생이 다 담긴 것 같아 애잔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글을 읽자니, 다시 그 마음이 든다.




♤ 민음사 도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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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사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2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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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랭은 나폴레옹이 종신 집정관이 된 이후 부르봉 왕가와 내통했고, 이 사실이 들통날 위험에 처한다. 곧 황제가 되고자하는 보나파르트를 상대로 저항 세력이 결집하고 있었고, 집정관과 경찰국장 푸셰는 이 음모의 단서를 두 달 전에 잡았다. 그러나 아직 음모의 전모를 파악하지 못해서, 모든 것을 파악하기 위해 가담자 거의 모두를 놓아두고 감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말랭은 시뫼즈 형제가 왕당파에 가담한 시점에서 그들을 은밀히 보호하느냐, 아니면 경찰을 이용해 제거해버리느냐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보나파르트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 자리를 제안받은 말랭은 혹여 왕당파가 승리할 경우의 수를 배제할 수 없어 갈등 중이다. 그레뱅은 보나파르트가 실권할 일은 없다고 예측하면서 현재 상승기에 있는 권력의 핵심을 의심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여기에서 유다이자 브루투스의 반전이! 



정치인의 삶이란, 참... . 승승장구 중인 보나파르트의 실각을 우려해 제 살 길을 마련해두는 말랭의 모습에서 고작 그 정도의 권력이 무엇이라고 이렇게 매시간을 긴장하고 사는 건지. 



♤ 민음사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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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2 열린책들 세계문학 279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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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으로 살 수 없음을 깨달은 후에도 두 사람은 무척 행복했다」 


메그의 신혼 생활을 읽다보면 여느 부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소한 일로 다투고, 자존심을 내세우느라 먼저 사과하기를 꺼리고, 상대의 잘못이 더 크기에 먼저 용서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사랑의 척도가 되는 것 마냥. 존의 행운은 메그의 살림 솜씨가 아니라 어머니의 가르침을 잘 기억하고 있고,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여성이라는 데에 있다.  

가정의 평화와 행복은 상대를 존중하는 데에 있다는 마치 부인의 말씀이 새삼 와닿는다. 꼭 부부 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 형제 간 사이에서도 존중을 지킨다면 갈등이 벌어진다해도 거의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서로에 대한 존중과 저속한 언행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은 스스로에 대한 존중. 많은 수의 가정 해체가 일어나는 요즘, 생각해 볼 일이다.  
 


사족

비록 실크가 룩 부부의 살림살이에 사치품에 해당한다고는하나, 남편이 무서워질만큼 죄의식에 사로잡힐 일인가싶다. 문제는 실크가 아니라 충동구매에 있겠지만, 아무튼 존의 반응과 상관없이 메그의 모습(가난 때문이 아닌)은 어딘지 좀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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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사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2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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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랭의 지시로 미쉬를 감시하는 사람은 그의 재산을 시샘하는 공드르빌의 소작농 비올레트다. 그는 이웃의 불행을 원했고, 그 불행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면 흔쾌히 거들었다. 자신의 행운은 타인의 파멸에 달려있다고 믿으며, 자기보다 상위에 있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적이고 그 적에 대해서는 어떤 수단을 써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는 말랭과 미쉬의 사이에서 미쉬의 어린 하녀를 매수해 자신에게 돌아올 이득을 가로채고, 미쉬를 파멸시킬 기회만 엿보고 있는 중이다. 또한 미쉬에 대한 모든 것을 중상모략해 미쉬의 행동을 불법적인 것으로 몰아갔다.  


어느 시대나, 어느 지역이나 이런 사람은 꼭 한 명씩 있더라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든, 세월을 함께 보낸 사람이 죽든 말든 제 앞의 이익만 취하는 사람의 결말이 현실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것이 더 안타깝다. 노인 비올레트의 미래는 어떠하려나. 




♤ 민음사 도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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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2 열린책들 세계문학 279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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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설을 써서 부유하게 산다고요?"
"그렇겠죠.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고, 그걸 써서 돈을 많이 받잖아요." 


작가가 되기 위해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 조는 한 시민 강좌에 참석했다고 다른 청중이 권해준 신문 소설을 읽게 된다. 그 정도 소설은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쓸 수 있을 거라고 여기며 낮잡아 봤는데, 그 정도의 필력으로도(조의 기준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적잖이 놀란다.  

이 대목에서 조에게 신문소설을 권했던 청년의 말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고' 쓰는 작가. 가끔 요즘 작가들의 책을 읽다보면 자신의 장점을 아주 잘 알고 있거나 혹은 대중이 원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잘 짚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작가들이 있다. 물론 자기가 잘 쓰는 글을, 또는 잘 읽힐 것 같은 글을 쓰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 섞어놓으면 한 사람이 썼다고해도 믿을 법한, 그래서 대여섯 권을 읽어도 한 권 읽은 것과 별 차이가 없는 책읽기에 대한 우려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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