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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이야기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9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지음, 이혜수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4월
평점 :
사실, 그즈음 밀러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사랑도, 결혼도 아니었다. 파티와 연극, 유흥, 그리고 허영심이 그녀의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었다.
도리포스는 사제이자 후견인의 자격으로 밀너에게 일방적인 순종을 강요했고, 결국 따를 수 밖에 없었지만 밀너는 그녀대로 반항을 했으니, 두 사람은 모습은 마치 기싸움을 하는 사람들 같았다. 물론 어쩔 수 없이 져야하는 입장은 밀너였지만. 도리포스는 종교적 이유로 결혼을 반대한 동생의 아이, 즉 조카가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었을 때 아이의 생계만 지원하고 얼굴은 보지 않을만큼 완고한 면이 있다.
도리포스는 밀너를 길들이기 위해 펜턴 양과 비교하면서 그녀를 칭찬하고 치켜세우는 것으로서 밀너의 열등감을 자극한다. 그러나 밀너는 펜턴 양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보다 시기심으로 화가 났다. 밀너가 보기에 펜턴은 평온하기는 하나 감정 변화가 너무 없어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여성을 사랑보다는 우정의 관점에서 교육받아온 도리포스의 시선에서는 펜턴 양을 여성의 가장 완벽한 모범으로 여겼다. 더구나 펜턴 양은 도리포스가 사랑하는 사촌인 젊은 귀족 엘름우드 경의 약혼녀로서 그와도 친척이 될 사람이었다.
샌퍼드는 밀너를 교화하기 위해 그녀를 의도적으로 무시함으로서 그녀의 주의를 끌기 시작했다. 샌퍼드의 언행에 밀너는 모욕감을 느꼈고 스스로를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생각하게 함으로써 그의 작전은 기대했던 효과를 가져왔다.
샌퍼드는 밀너의 교화, 그리고 프레더릭의 관계를 알아볼 것을 겸해 도리포스에게 시골 별장으로의 여행을 제안한다. 이 여행에는 도리포스의 일가(호턴 부인, 우들리 포함)가와 페펜턴 양도 함께 했고, 종종 샌퍼드 신부와 엘름우드 경이 방문했다. 밀너가 샌퍼드 신부를 싫어한 것은 사실이나 그의 완고함은 밀너를 울리곤 했다. 그럼에도 별장에서의 생활은 밀너가 질투의 대상으로 여기는 펜턴 양과도 즐겁게 지낼만큼 괜찮았는데, 뜻하지 않은 에드워드 경의 방문으로 평화는 깨졌다. 그의 방문이 샌퍼드와 도리포스에게는 반가운 일이었지만, 합리적 의심이 드는 그의 방문에 밀너는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에드워드 경이 눈치없이 밀너의 별장을 드나들던 어느날, 마침내 프레더릭이 시골에 도착해 밀너를 방문했으나 도리퍼스가 그녀를 대신해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 후 도리포스는 밀너에게 프레더릭과 결혼할 의사가 있는지 확실히 대답하라고 요구하고, 이에 밀너는 결혼할 생각은 없지만 그와 함께 있으면 재미있으니 친분 관계는 유지하고 싶다고 대답한다. 밀너의 대답에 경악한 도리포스는 앞으로 프레더릭을 만나지 말라고 경고에 가까운 주의를 주었고, 그녀는 프레더릭과의 관계를 단념했다.
앞에 사제 둘을 앉혀 놓고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약속이나 증표를 주고받은 것도 아니고, 결혼할 마음도 없으나 프레더릭과 만나는 게 즐거워 친분은 이어가고 싶다는 밀너의 맹랑함도 유쾌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두 남자의 표정이 어땠을지 상상하니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나저나 에드워드 경, 참으로 눈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