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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히너 전집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47
게오르그 뷔히너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2월
평점 :
15.
혁명은 중단되어야 하고 공화정이 시작되어야 해. 헌법에는 의무 대신 권리가, 도덕 대신 안녕이, 처벌 대신 정당방위가 들어가야 해. 또한 모든 개인은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하고, 자신의 본성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해. 개인이 똑똑하건 똑똑하지 않건, 교육을 받았건 받지 못했건, 선하건 악하건 상관없이 국가는 그걸 보장해야 하네. (...) 인간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해. 물론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거나, 타인의 즐거움을 방해해서는 안 되겠지. (에로 드 세셸)
얼마 전에 읽었던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에서 헤세가 추천한 뷔히너의 세 작품이 모두 들어있는 책이다. 이름만 들어본 작가였는데, 헤세가 무려 세 작품이 추천했으니 궁금해 한 번은 읽어봐야지 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읽기를 시작한다.
첫 작품은 <당통의 죽음>. 제목을 읽고 아마 조르주 당통에 대한 이야기지싶었는데, 맞다. 희곡은 마라의 죽음 이후 당통과 로베스피에르의 대립이 절정에 다다르는 시점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자코뱅 클럽에서 하나로 시작되었으나 분열되어 지롱드당과 자코뱅당의 대립만으로도 모자라 자코뱅당 내에서 극좌파에 해당하는 산악파까지, 정치 파벌과 참혹한 살육은 끝을 모른다.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단두대에 세우고, 계급과 신분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밧줄에 목을 매단다. 피가 피를 부르는 싸움에 시민들까지 다 때려죽이기에는 단두대의 칼날이 너무 느리다고 외친다. 아비는 고주망태, 무기력한 어미, 매춘으로 부모를 먹여살리는 어린 딸. 이 아귀다툼 와중에 곤두박질치는 건 민초들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