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초상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31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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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버턴은 이사벨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로마에 더 머무를 생각이었으나, 그녀 곁에 붙어있는 오즈먼드와 달라지지 않은 이사벨의 태도에 마음을 바꿔 로마를 떠난다. 워버턴이 떠난다는 사실에 의외의 섭섭함을 느끼는 자신에게 당황하는 이사벨. 


이사벨은 리디아의 전보를 받고 벨라지오로 향하는 그녀와 합류하기 위해 피렌체로 떠날 준비를 한다. 로마를 떠나기 전날, 오즈먼드는 이사벨에게 사랑 고백을 하고, 그녀는 그의 고백이 불쾌하지는 않지만 불편하다고 대답하다고 솔직하게 답한다. 그리고 1년 전 워버턴에게 했던 말을 반복한다.  


"저는 당신을 전혀 모릅니다."  



돌아가달라는 이사벨의 말에 오즈먼드는 그녀가 언제 돌아오든 지금과 똑같은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하면서 결국 다시 돌아와 달라고 간청한다. 그럼에도 이사벨이 동요하지 않자 오즈먼드는 딸까지 들먹이며 동정심을 구걸한다.  



워버턴이 청혼했을 때에도 당황스럽지만, 오즈먼드의 사랑 고백은 황당함을 넘어 뻔뻔스럽기까지 하다. 헨리에타가 우려했던대로 7만 파운드로 인해 슬슬 걸림돌들이 생겨나는 듯 하다. 이사벨이 잘 헤쳐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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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여자들 2 - 4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4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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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케로가 집정관으로 취임한 때는 심각한 경제 불황이 한창이었다. 경제는 그의 전문분야가 아니었기에,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임기를 맞이했다. 그는 수석 집정관으로서 로마의 황금 번영기를 안겨주었다는 평가와 차석 집정관 히브리다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임기를 마치기를 바랐으나 쉽지 않을 듯 보인다.


로마의 경제 문제는 동방에서 비롯됐다. 20년 동안 미트리다테스 왕이 그 땅을 정복했고, 이어서 술라의 독재가 개입되면서 기사 계급이 혜택을 볼 수 없었다. 더하여 해적 문제까지 동방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의 장애물이 되었다. 거기다 세르토리우스와의 전쟁과 연이은 가뭄으로 히스파이나에서까지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자 로마는 지중해 양쪽 끝의 지역에서 사업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러한 요인으로 20년간 자본과 투자가 로마와 이탈리아에 집중되어 대출 금리와 집세가 낮은 반면 물가상승률은 높아졌다.  


그런데 폼페이우스가 로마 대외 경제의 막힌 혈관을 뜷어버린 것이었다. 해적을 소탕하고 미트리다테스를 몰아내면서 무수한 사업 기회가 동방에 열리게 됐고, 이에 따라 이탈리아 내에 묶여 있던 자본이 밖으로 흘러나갔다. 그 결과 금리가 급등하고, 고리대금업자들이 묵은 빚을 회수하기 시작하자 신용경색이 있어났다. 또한 도시에서는 집세가 치솟았고, 농부들은 대출금을 상환하느라 돈에 쪼들릴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곡물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정부는 한꺼번에 몰아닥친 이 상황을 통제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키케로의 불운이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차치해두고, 키케로는 자신의 주종목인 법률 분야로 관심을 돌렸다. 그는뇌물수수 금지법, 법무관급 총독의 집정관 선거 부재중 출마 금지법 등 법류를 제정했으나 이러한 자잘한 법안으로 그의 명성을 높이기는 힘들었다. 집정관으로서의 명성을 얻기 위해서 키케로에게 필요한 건 국가적 위기였다. 그리고 그토록 바라던 위기가 임기 후반에 왔다. 



키케로가 카틸리니의 전면적 부채 탕감 공약 사건에 집착하는 이유는 지위가 갖는 소명의식도, 애국심도 아니다. 그는 공화국을 구한 인기 스타의 반열에 올라가 자기의 명예를 높이고 싶었을 뿐이다. 키케로도 별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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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30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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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과 둘만의 대화 시간을 갖게 되고 그림을 보여주면서 랠프는 시간이 갈수록 그녀에게 눈길을 돌리는 자신을 의식한다.  
 
이사벨에 따르면 랠프는 세상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다. 그는 이사벨에게 자신이 관심을 느끼는 것은 오로지 그녀 뿐이라고 농담처럼 얘기하는데, 이는 진실에 가까웠다. 이사벨이 도착하기 얼마 전부터 장래에 대한 전망과 가까운 친구처럼 지내왔던 부친의 건강에 대한 근심으로 우울에 빠져 자신의 생각만으로도 벅찬 짐을 느끼고 있었던 랠프는 사촌을 본 순간부터 왠지 모를 기운을 얻었고, 사고회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으며, 아버지에 대한 걱정이 중단되었다. 그러나 이 감정이 사랑인지는 그 자신도 알 수 없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지 않다'고 확신했다.  
 
이사벨은 대화를 통해 워버턴이 새로운 유형의 귀족이며 개혁가이고 급진주의자로서 구태의연한 방식을 경멸한다고 추측했다. 워버턴 스스로도 자신을 일관성 있는 급진주의자이고 남자들이 더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말한다(성차별주의자는 아니라는 말씀이렸다). 워버턴은 이사벨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영국인들의 생활상을 알려주려고 한다. 이사벨은 영국 신사의 표본처럼 보이는 워버턴이 마음에 든다.
 
랠프의 말에 따르면 워버턴은 스스로를 부담스러운 짐이자 악습으로 여기고 있다. 랠프는 워버턴이 지위에 준하는 재산과 권력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책임과 의무도 그에 못지 않기에 거기에서 오는 혼란 역시 크다고, 그래서 그는 자신을 믿지 못하고 무엇을 믿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하면서, 그가 시대의 희생양이라고 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터치트 씨는 워버턴이 급진주의적인 생각이 꽤 멀리 나아가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멈추고 싶어해서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한다. 그러면서 이사벨에게 워버턴과 사랑에 빠지지 않기를 권한다.  
 
 

일단 세 남녀는 서로에게 호의적이다. 이사벨이 랠프나 워버턴에게 사촌과 친구, 그 이상의 감정은 없어 보이고, 랠프 자신도 이사벨에 대한 관심이 '사랑'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그에 비해 이사벨에 대한 워버턴의 관심은 노골적이라고 볼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사랑 이야기 같지만, 세 젊은이가 각자의 처지에서 겪게 될 사회적, 이념적 고민이 수면에 드러날 것으로 짐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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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여자들 1 - 4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4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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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우스와 크라수스가 집정관에 오르고, 카이사르가 재무관으로 일하기 위해 히스파니아로 떠난 그 해(기원전 73년),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는 매형 루쿨루스의 참모진에 합류하기 위해 동방으로 향했다. 루쿨루스의 개인 참모로 전쟁에 참여하는 일은 호사스러운 생활의 연속일 거라는 계산이 있었으나, 그의의 기대와는 다르게 루쿨루스의 응대는 무뚝뚝하기 짝이 없었고, 심지어 보좌관에게 무심히 떠넘기고는 그의 존재조차 잊어버렸다. 덕분에 클로디우스는 거칠 것 없이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뜻하지 않게 루쿨루스와 그가 참여한 전쟁에 관해 이런저런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루쿨루스는 악명 높은 핌브리아군을 이끌고 티그라노케르타를 향해 진군을 시작했고, 클로디우스에게는 루쿨루스를 따라가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이 행군은 클로디우스에게 견딜만 한 것이 아니었고, 이에 대한 불만을 매형에게 쏟아내자 집으로 돌아가라는 대답이 나왔으나, 그는 집으로 돌아갈 처지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어린애처럼 징징거린 꼴이다. 

루쿨루스는 소수 정예병을 이끌고 나가 아르메니아군을 전멸시켰고 티그라노케르타를 점령했다. 부유한 도시를 점령했으니 전리품은 그야말로 최고 수준이었다. 클로디우스는 자기 앞으로 배당된 몫이 무려 10세스테르티우스에 달했지만, 루쿨루스를 쫓아다니며 고생하고 그에게 받은 모욕을 참지 못해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로마 정부에 명예제대를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한 선임 백인대장 실리우스를 찾아가 안면을 트고 이후 몇 차례 더 찾아간다. 이후 실리우스를 찾아가 루쿨루스에 대한 거짓말을 흘리고, 이 말은 삽시간에 병사들 사이에 퍼져나간다.  

루쿨루스는 우습게 여겼던 막내 처남 덕분에 지휘권만 남긴 채 군단을 모두 빼앗겼고, 허울뿐인 임페리움만 남았다. 하지만 클로디우스가 당한 곤혹도 만만치 않다. 해적들에게 인질로 잡히고, 시리아에서 포로로 잡혀 할례를 당하는 등 온갖 모욕과 수치를 당한다. 뿌린대로 거두나 싶겠지만, 그의 행운은 엉뚱한 곳에서 발현한다. 집으로 돌아온 그에게 혼담이 들어왔으니, 그 상대가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을 예정인 풀비아, 풀비우스 가문의 유일한 후손이자 가이우스 그라쿠스의 손녀다. 풀비아의 적극적인 구애로 두 사람은 결혼했고, 클로디우스는 본격적으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시간을 살짝 뒤로 돌려 클로디우스의 여정을 살펴보면 아무리 이십대 초반이라지만 뭐 저런 철딱서니 없는 사람이 다 있나 싶다. 그야말로 오냐오냐 키운 부잣집 막내 동령의 형상이다. 적어도 경험을 통해 성장하면 좋겠으나 딱히 그럴 것 같지도 않고, 멀쩡한 허우대로 하는 짓마다 이간질과 속임수가 주종목이니 참으로 걱정스러운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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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30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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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의 독창성은 자매들(형부들에게도)에게 이해받지 못했다. 이사벨은 책 읽기를 좋아했고, 삶에 대해 엄청난 호기심을 갖고 있었으며, 끊임없이 궁금해하며 응시했다. 리디아가 보는 이사벨은 영리하고 의지가 강하고 씩씩하며 지루함을 모른다. 또한 이사벨이 자기가 선택하는 것을 스스로 헤쳐 나가길 바라며 그럴 거라고 믿는다.  


이사벨은 주변의 사실을 더 폭넓게 인식했고,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지식을 원했다. 실제로 잔뜩 부풀어 있는 이상에 비해 그녀의 지식은 빈약했다. 자신감은 순진하면서도 독단적이었고, 기질은 엄격하면서도 너그러웠다. 호기심이 강하면서도 까다로웠고, 쾌활하면서 동시에 냉담하기도 했다. 매우 멋지게 보이기를 바라고 가능하면 더 나아지기를 바랐으며, 자신이 직접 보고 시도하고 지식을 쌓겠다고 결심하고 있었다. 그녀의 섬세하고 변덕스러운 불꽃 같은 정신은 상황에서 빚어진 열정적이고 개인적 성격과 결합되어 있었다.  


이사벨은 공허한 삶을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녀는 여성이 특별한 취약점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홀로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소 비루한 마음을 가진 이성과 교류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젊었고, 인생을 너무 조급히 갈구했으며, 고통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모르고 있었다. 



이사벨을 바라보는 서술자의 시선은 아직 세상물정 모르고 순수한 열정에 들뜬 한 여성을 묘사한듯 전해진다. 그렇다면 그녀를 바라보는 리디아의 시선은 어떨까. 이사벨의 독립적인 천성을 믿고 모쪼록 그녀가 여성으로서 살아갈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기를 바라는 시선은 오히려 리디아의 지난 삶을 궁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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