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담 수집가>를 리뷰해주세요
기담 수집가
오타 다다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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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다다시는 본격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한편으로는 환상담에서도 높은 수완을 발휘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기담수집가>는 그런 저자의 장점을 취합한 연작 미스터리. "미스테리즈"라는 잡지에 연재하던 내용에 마지막장을 새로 추가해 단행본화한 것이라고 한다.

기담이나,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서 어느쪽으로 불려도 크게 이상할 것 같지는 않지만, 미묘하게 기담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것이 굳이 편을 가르자면 기담집에 가까운 분위가 난다. 다른 사람들의 기담을 듣기 위해서 신문에 광고를 내고, 바 안쪽에 방을 마련해놓고, 사례금을 준비 해서 기이한 이야기를 경험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기담 수집가라던가, 수수께끼에 쌓여있는 비서... 일단 이러한 설정만을 취하면, 이른바 "환상소설" 연작단편집이라 할만하다.

또, 자신의 그림자에게 습격당한 사연을 이야기하는 남자부터 시작해서, 거울속 세계에 사는 미소녀, 파리의 마술사, 사안을 가진 소년...  그 밖에 다른 이야기들도 하나같이 기이한 이야기들 뿐. 그런데 일반적인 기담집과 사뭇 다른 것은, 등장인물들이 자신이 직접 겪었다며 들려주는 기이한 체험들을, 냉정한 비서격의 히사카가 가차없이 현실적인 관점에서 해석해 버린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에피소드에 있어서, 괴담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애당초 자신이 겪은 놀라운 일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찾아온 것이 아니다.

히사카의 해석은, 그들이 믿고 있던 세계를 산산히 부수어 버린다. 그 일종의 잔혹한 결말이 이 책의 독서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진실이, 제삼자의 완전히 다른 해석에 의해 밝혀지면서 각각의 인물이 깨닫게 되는 무언가... 그들의 기이한 체험에 대한 히사카의 분석은 어디까지나 추리소설의 분위기가 나는 논리적인 분석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소설은 오히려 그 분석자체보다는 믿어 의심치않던 진실이 깨어져 버린 당사자들의 반응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 더 흥미로운 것은, 마지막장에서 그리고 있는 것이 앞선 모든 에피소드보다 더 이전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아마도 이부분이 연재시에는 없다가 단행본화하면서 추가된 부분인 듯 한데, 이 마지막 장의 분위기가 미스터리보다는 환상소설쪽으로 기울고 있는 점이 결정적으로 이 소설의 맛을 내고 있다. 이 부분은 독자에 취향에 따라서 감상이 달라질수도 있을 터지만, 기담수집가인 에비스가 왜 이렇게까지 기담을 원하고 있는것인가... 라는 어려운 듯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준비해 놓고 있는 것이 또한 재미있다.

기담인 듯 하면서도 아닌 듯 하고, 일반적으로 탐정이 등장하는 미스터리 소설들과도 확실히 구별이 되는 내용. 전체적으로 이 소설만의 독특한 감촉이 있다. 재능있는 작가가 가진 여러가지 장점이나 개성들이 이 한권에 집약되어서 내는 맛, 이라고 가차없이 해석해 버려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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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해적 1 - 황금 호아테의 비밀
홍대선 지음 / 오푸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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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겨우 15~16세 정도 되고 외모가 단아하며 용감무쌍한 적장 한 명이 나타나서 백마를 타고 창을 휘두르며 돌격하니, 가는 곳마다 삼대처럼 쓰러지며 감히 대전할 자가 없었다. 고려군은 그를 '아지바두'라고 부르며 모두 피해 달아났다." - 고려사 -

고려사에 기록되어 있는, 이 단 한 문장에서 영감을 얻어 구상한 소설이라고 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역사는 바다와는 뗄래야 떼어놓을수 없는 사이다. 바다와 관련된 무수히 많은 사연들이 있었을 것이고, 또 남아있는 해전의 기록도 제법 많은 듯 하다. 그렇지만 그것들 중에서, 이순신 장군이나 해상왕 장보고의 몇몇 유명한 일화들을 제외하면, 일반인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의외로 레어한 소재다. 그런 바다를 무대로 한 우리 역사속 이야기라고 해서 상당히 기대를 하고 읽게 된 책. 이책 속의 "아지바두"라는 인물은 위의 고려사에도 기록되어 있듯이 엄연한 실존 인물이다. 고려군이 피해 달아났다면 고려의 적인 듯 한데, 과연 소설 속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역사속 인물의 이야기, 그것도 위대한 장군도 아니고, 뛰어난 상인도 아닌 왠걸, 해적의 이야기. 그래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고려말 왕씨집안의 서출로 태어난 형 "찬'과 동생 "후". 형제는 천출인 어미에게서 태어난 출생때문에 자신들에게 학문으로의 출세길은 열려있지 않음을 어린나이에도 이미 잘 이해하고 있다. 그것이 뛰어난 무예솜씨로 무관을 동경하는 이유이다. 왕족의 피를 이어받은 가문이지만 그동안 별볼일 없이 초야에 묻혀 지내던 형제의 아버지는, 원나라가 물러가면서 왕의 부름을 받고 밀사가 되어 명나라로 향하게 된다. 그런 아버지를 따라나선 형제는 항해중 일본 해적의 습격을 받고 헤어지면서 엇갈린 운명을 걷게 된다. 형 "찬"은 예씨상단에 의해 구조되고, 동생 "후"는 규슈의 해적마을로... 이리하여 훗날, 해적의 우두머리와, 고려의 수군으로서 칼날을 겨누게 된다. 이 중 해적이 된 동생 "후"가 바로 고려사 속에 그 이름이 등장하는 "아지바두". 황금 호아테라는 전설의 가면을 손에 넣은 아지바두는 강대한 힘을 바탕으로 백성이 중심이자 그 주인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어선다.

실존인물이라고는 하지만 역사속에 그 이름이 등장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 존재를 뒷받침 해줄만 다른 자료는 전무한 실정이다. 일단, 작가의 상상력만으로 아지바두라는 인물을 재창조해 낸것은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바꾸어 생각하면 대부분의 설정은 새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도 무방한 것이다. 따라서 실존 역사냐 아니냐 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렵지 않고 술술 읽히는데다가, 다부지지만 아직은 어린 아이였을 뿐인 "후"가 막강한 힘을 가진 바다의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속도도 빠르고 매우 흥미롭다. 실제 역사의 단편을 들여다본다는 감각보다는,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해적소설을 읽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는다면, 이런 류의 장르소설에서 느낄수 있는 즐거움을 맛볼수 있을 듯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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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를 리뷰해주세요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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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 "멋지다 대한민국!!!"에서, 한국에서 일고 있는 일련의 기부문화의 변화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정말이지 가슴속에서 작은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백화점으로 가던 도중 지하철 안에서 저자를 만나 코트 살 돈을 선뜻 내민 여대생, "반만 줘도 되는데..." "아니에요 비야언니 내마음을 고스란히 드리고 싶어요." 한사코 차비를 받지 않으려는 중년의 택시 운전사, "내가 아무리 없어도 8천원은 보탤 수 있어요. 그 돈이면 아프리카에서 한 식구가 며칠간 식량을 살 수 있다면서요?"

그런가하면 정기 후원을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시간을 늘린 대학생들, 한 학급이 매달 돈을 모아 한 아이를 돌보는 초등학생들, 쥐꼬리만한 사병월급을 모아 후원하는 병사들, 정부 보조금을 쪼개 내어놓는 생활보호 대상자까지... 정말로 우리 기부문화가 언제 이렇게까지 성숙해졌단 말인가. 저자가 출연한 방송을 보고는 먹을것 안먹고 아껴가며 저축한 3년만기 적금 일천만원을 쾌척했다는 아저씨. 자신이 어려울때 차갑게 외면한 세상이 원망스러워 누굴 돕는다는 것에 대단히 냉소적이었는데 프로그램을 보는 동안 꼭 돕고 싶었다는 이 아저씨의 심정이 딱 지금의 내 심정이다. 기부란 부자들이나, 티비에 나오는 유명 연예인들의 전유물처럼 생각해온 것이 사실이다. '내 앞가림하기도 힘든데 내가 누굴 돕는단 말인가.' 여지껏 그런 생각으로 살아온 내 자신이 슬그머니 부끄러워진다.

물질적인 것만이 부가 아니라, 마음이 부유한 자가 진정한 부자라는 진리를 왜 깨닫지 못하고 사는 것인지. 마지막 장에 도달하기 전까지 저자가 이야기하는 모든 것들 -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 은 모두 이것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던가. 그저 능력있고, 마음 따뜻하고, 성실하고, 도전정신을 갖춘 한 여성 리더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때로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기도 하면서 읽어나가던 책이 마지막 장에 도달하는 순간, 아 바로 이것이였구나, 하는 깨달음(나 스스로는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을 얻을 수 있었다. 깨달음이라 생각한 이 감정이 일시적인 것이 될지 나 자신을 영구히 변화하게 할 것인지는 아직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다는 것을 지금은 절실히 느끼고 있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행복해지는 것 이상으로, 그 사랑을 다시 나누어줌 으로써 받는 행복은 복리가 되어 더 크고 값지게 돌아온다는 사실. 그런 행복을 추구하며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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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3 - 상, 하>을 리뷰해주세요
밀레니엄 3 - 상 -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 밀레니엄 (아르테) 3
스티그 라르손 지음, 박현용 옮김 / 아르테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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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중상을 입은 "리스베트"는, 현장에 달려온 "미카엘"의 조치로 병원으로 보내져 목숨을 구한다. 하지만 그녀의 사건은, 국립경찰청 안보국 소속 특별조사 분과 "섹션"의 창립자인 "에베르트 굴베리"에게 충격을 주었다. 특별 조사팀은 정부에서 조차도 그 존재를 아는 사람이 극히 적은 비밀 조직으로, 그동안 소련의 스파이였던 "알렉산데르 살라첸코"의 망명을 극비리에 받아들여 그를 은닉해 왔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것이 표면화되면 특별 조사팀이 규탄받게 되기 때문이다. 굴베리는 조직의 멤버들을 모아 비밀을 지키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 중에는 리스베트의 입을 봉하기 위한 비열한 술책도 포함되어 있었다…….

본서 밀레니엄3는 1·2에 한 술 더 떠 드라마틱하다. 리스베트가 출생할 당시부터 말려 들어가고있던 국가에 의한 권력 남용을 베이스로, 노인이(적이지만) 분투하는 모략 소설과, 형사 소송에 정통하지 못한 여성 변호사가 노력하는 법률 서스펜스가 전개된다. 그리고 물론 리스베트는 해커로서 미카엘은 정의의 기자로서 대활약하는 것이다. 냉전의 뒤처리라는 성격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국가 규모의 스케일과 실제 역사가 이야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리스베트 개인의 드라마이기도 해서, 다루고 있는 주제의 범위가 꽤 넓다. 따라서 여기에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씹는 맛이 있는 중후한 소설이 되었을 것이지만, 스티그 라르손은 어디까지나 엔터테인먼트에 전력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매력적인 등장 인물이 여럿 등장하고, 그 각각의 사연들이 수시로 교묘하게 엮이지만, 대립 구도 자체는 심플하다. 아군은 좋은 사람들만 모여 있는 반면에, 적으로는 악랄한 인물이나 괴물들이 많아 그다지 동정표를 얻을 수 있을만한 친구들이 아니다. 그들을 괴멸 시킨다고 해도 뒤탈은 거의 없고, 독자로서는 적을 일방적으로 모든 악의 근원으로 두고 읽을수 있는 친절 설계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과잉되게 악인시되어 있지 않은 것도 특징으로, 모략 소설, 심플한 대립 구도가 훌륭한 템포의 다이나믹한 스토리를 만들어내, 시종일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해도 좋다. 아마 본서가 널리 읽힌 뒤에는 절찬의 폭풍우가 거세게 불어 올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약간의 아쉬운점을 밝혀 두자. 아쉬운 점이라고 해도 "옥의 티"가 아닌, 어디까지나 그동안 밀레니엄 3부작을 읽어 오면서 "이것까지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하고 느꼈던 것들. 1부나 2부였다면 하지 않겠지만, 더이상 다음 이야기를 기대할수없는 마지막 3부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우선, 본시리즈는 다양한 구성요소(본격/피의 비극/모략 소설/법률서스펜스)가 결합되어 있지만, 그것들을 뿔뿔이 흩어놓고 보면, 각각은 지극히 단조롭다. 공을 많이 들인 추리, 공을 많이 들인 비극, 공이 많이 들어간 것 같은 모략, 깊숙히까지 파고 들어간 법정 투쟁은 전무하다. 분명 발군의 스토리텔링에 의해, 모든 요소가 매우 잘 혼합되어 있다. 또한 그 성과도 확실히 눈부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세기의 걸작 운운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이 시리즈를 "매우 솜씨좋은 패치워크"라고 부르고 싶다. 솔직히, 상권의 전반부과 하권의 후반부의 전개만이 훌륭한 작품으로서 성립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이야기가 흐지부지 해진다거나 해이해진다는 것은 아니고, 앞서 이야기 햇듯이 시종일관 재미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필요 불가결한 부분이 너무 적은 것이다. 본가지에서 조금이라도 튀어나온 잔가지는 모두 쳐낸 형태의 전개. 조금은 궤도에서 벗어난 독립된 이야기들을 즐길수 있고, 그것들이 또 다른 부분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그런 장면들이 부족하다.

다음에, 히로인의 특이한 성격에 비해서 여전히 작품내에서의 갈등이 너무 약하다. 특히, 적과 아군의 구별이 선악의 구별과 거의 일치하는 점은, 아무리 엔터테인먼트라고 해도, 사회 문제에 발을 디딘 소설로서는 허술하다. 다 읽고 난 후 깔끔하게 기분이 정리되는 것도 잘 생각하면 문제가 아닌가. 속 시원해지는 스릴러로서의 결말은 좋지만, 그러나 대작의 결말이라 하기에는 책을 덮고 난 뒤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훌륭한 작품인 것은 틀림없지만, 훌륭하기 때문에 그래서 더 그런 부분들이 못내 아쉽다. "밀레니엄 3부작"이다. 작자가 좀 더 캐리어를 쌓으면, 혹은 예정됐던 10부작으로서 모두 마무리 지을수 있었다면, 그때는 정말로 이런 아쉬움들을 모두 해소시켜줄 진정한 세기의 걸작이 완성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너무 이른 죽음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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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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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탐정시리즈가 있다. 제작년인가로 탄생 20주년을 맞은 "탐정 진구지 사부로" 시리즈가 바로 그것인데, 오랜세월동안 기종을 바꾸어 가면서 이어져 온 롱셀러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탐정 어드벤처게임이다. 국내에도 많은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게임. 이 진구지 사부로라는 인물로 말할것 같으면 잔뜩 무게잡는 고독한 탐정의 전형적인 캐릭터 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 진구지 사부로의 모델이 된 것이 바로 이 "하라 료""사와자키" 탐정이 아닌가 하고 지금에 와서야 생각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추측이긴 하지만 진구지 사부로의 탄생시기와 하라료의 데뷔작인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의 출간 시기가 엇비슷한 것을 보면 더욱 그 심증은 굳어진다. 

각설하고, 이책 <내가 죽인 소녀>는 사와자키 탐정이 등장하는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이자 제 102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남자는 터프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고 부드럽지 않으면 살아갈 자격이 없다"를 모토로 살아가는 남자. 그런 남자의 요염함과 묵직함이 전편에 흘러넘친다.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은 무궁무진한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중에는 일반적인 탐정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인물들이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코믹이나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는 탐정의 평균 연령이 십대까지 내려간지 오래이고, 소설이라고 해도 실제로 탐정업에 종사할법한 이미지의 인물은 의외로 많지 않은 것 같다. 외계인 탐정이 왠말인가! 어쨌든 추리를 하는데 연령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장애가 있어도 좋고, 빚더미에 올라 앉았어도 사건만 잘 해결하면 장땡, 하나같이 작품내에서 훌륭하게 대활약하고 있고, 개성있는 인물로 인해서 독자가 즐거워하면 그걸로 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흉악한 살인 사건의 범인을 간파해내고, 수수께끼에 싸인 사건을 해결해 내야 하는 탐정이라는 역할은, 아직 미성년인 십대의 아이나 꼬부랑 할머니가 짊어지기에는 너무나 가혹하고 무거운 짐이 아닌가 하는 의식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살인사건 현장에 초등학생이 나타나서 손을 턱에 괘고 짐짓 심각한 척 하거나 노친네가 설친다면, 장담하건데 백퍼센트 욕만 얻어먹고 쫓겨난다. 실제로 무엇을 하겠는가, 걸리적거리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혹시라도 범인과 격투라도 벌어지는 날에는 명탐정 사망으로 이어지기 쉽상이다. 요컨데 리얼함이 떨어진다.
 
명색이 살인사건이다. 한 인간의 생명이 타인의 손에 의해 불합리하게 사라졌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무겁다. 그런데 이러한 변칙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들은 그 무거움과 엄숙함을 배제하고 라이트하게만 가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번뜩이는 통찰력이나,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의 비약이라는 점에서는 어쩌면 사물에 대해서 유연한 발상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나, 세월의 풍파를 헤쳐나온 노익장쪽이 (혹은 외계인이) 더 뛰어난 부분도 있을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살인 사건이라는 것을 어디까지나 리얼한 현실로서 바라볼때, 그 진상에 대한 호기심과 동시에 죽음이라는 것으로 인해서 마음에 드리워지는 어둠과 숙연함을 느낄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수수께끼를 푸는 것 뿐만 아니라, 불합리하게 빼앗긴 피해자의 생명의 무게를 등에 지고도, 냉철하게 사건을 파헤칠수 있는 정신적인 강인함이라는 의미에서의 탐정은, 역시 조금은 사회에 찌들고 어른들의 세계에서 협상이 가능할 정도로 말이 통하며, 위험한 폭력앞에서 객기도 부릴수 있는, 그런 탐정으로서 납득할수 있을만한 중년의 어른이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자면 이 소설 <내가 죽인 소녀>의 사립탐정 사와자키와 같은.  

가족의 일로 상담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고 작가 마카베 오사무의 자택으로 향한 사와자키.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딸을 돌려달라'는 마카베 오사무 당사자의 절규와, 여행가방에 들어있는 몸값, 그리고 잠복하고 있던 형사들이 덮어씌운 "마카베 사야카 유괴의 공범자"라는 정말이지 짐작도 가지않는 혐의였다. 혐의는 곧 벗겨졌지만, 그 후 진짜 유괴범의 지시에 의해 몸값의 운반을 하게 하게 된 사와자키는 1시간 가깝게 패밀리 레스토랑을 차례로 돌아다닌 끝에 결국 누군가에게 후두부를 강타당하고 졸도, 가방째 몸값을 빼앗기고 그로 인해 유괴범과의 교섭도 중단되게 되어 버리는 추태를 연출하기에 이르른다. 결국 빠지라는 경찰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기 위해 한명의 사립탐정으로서 본격적으로 행동을 개시한다.
 
과연 전화를 걸어 온 "남자같은 여자"의 목소리의 주인과 실제로 현금을 빼앗은 인물은 동일 인물인가, 혹은 공범자인가, 그렇지 않으면 현금을 빼앗은 것은 유괴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제삼자인가. 피해자의 가족으로부터는 원망의 소리를 듣고, 경찰로부터는 유괴 사건의 공범자가 아닌가 끈질기게 의심받고, 정말이지 그 노력을 보상받지 못하는 불운한 사립탐정이지만, 확실히 본서의 특징 중 한가지가, 주인공이 스마트하게 사건의 진상을 추리해 범인을 밝혀 내 버리는 명탐정과 같은 신들린 존재가 아니라, 노력의 많은 부분을 허무하게 날려 버리기도 하는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쓰여져 있다는 점이다. 뒤늦게서야 알아채기도 하고, 간신히 도달한 진상이 결국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을 가리키고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탐정으로서의 신념을 밀어 붙이는 쿨하고 고독한 한사람의 사립탐정의 모습을,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서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담배라면 필터없는 피스, 알코올이라면 위스키 버본, 당장이라도 고장나 버릴 것 같은 승차감 나쁜 '블루 버드'를 운전하는 중년에 막 접어든 덧없는 사립탐정의 이미지는, 확실히 미국에서 탄생한 하드보일드 사립탐정의 전형적인 모습이며, 요즈음의 의표를 찌르는 탐정만을 접해온 독자에게 있어서는 반대로 신선한 인상을 주게 될런지도 모른다. 언제나 오만상을 찌푸리고 "빌어먹을"이라는 대사를 내뱉는 대신에, 빌어먹을 세상이라도 게의치 않고 조크를 날리고 휘파람을 불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갈수 있는 남자의 멋. 그게 사와자키다.

그는 말많은 남자가 아니다. 오히려 무서울 정도로 과묵한 남자다. 결코 감정을 드러내 보이는 일이 없고, 매일매일을 담담하게 살아가고 있다. 지울 수 없는 과거를 짊어지고 있는 고독한 남자다. 그런 탓도 있는 것일까. 그의 특징중 하나가 금전에 관해서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만큼 무관심 하다는 것. 그리고 연발하는 신랄하고 쿨한 대사가 좋다. 상대의 비아냥을 순간적으로 받아칠수 있는 치기등, 대화가 고도의 유희임을
깨닫게 해주는 남자.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에서 그랬듯이 <내가 죽인 소녀>에서도 이런 대화의 묘미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
 
사와자키는 주의 깊은 남자다. 타인이 내는 신호를 결코 간과하지 않는다.
타고난 재치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라기 보다는, 경험의 축적에 의한 형사의 감에 가깝다. 상대의 시선의 흔들림, 말, 행동, 상황의 판단... 터프하고 주의 깊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서투른 부분을 잘알고, 신랄하면서도 타인에게 부드러울수 있는 남자. 다 읽고 나면, 모르는 사이에 이 남자에게 빠져들어 있는 자신을 깨닫는다. 아마 동양인 중에 해외의 하드보일드 탐정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인물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와자키일 것이다. 부드러움을 감춘 터프가이임을 행동으로 나타나게 하려면, 확실한 이야기의 구성력과 무엇보다 순간 순간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문장력이 필요하다. 이 작품은 틀림없이, 그러한 요소를 충족하고 있고, 그래서 전형적인 하드보일드의 사립탐정인 사와자키의 모습은 하나의 전형적인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으면서도, 과장되지 않고 수수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다. '하드보일드 소설의 진수는 바로 이런것' 임을 이 소설은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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