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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해적 1 - 황금 호아테의 비밀
홍대선 지음 / 오푸스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나이는 겨우 15~16세 정도 되고 외모가 단아하며 용감무쌍한 적장 한 명이 나타나서 백마를 타고 창을 휘두르며 돌격하니, 가는 곳마다 삼대처럼 쓰러지며 감히 대전할 자가 없었다. 고려군은 그를 '아지바두'라고 부르며 모두 피해 달아났다." - 고려사 -
고려사에 기록되어 있는, 이 단 한 문장에서 영감을 얻어 구상한 소설이라고 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역사는 바다와는 뗄래야 떼어놓을수 없는 사이다. 바다와 관련된 무수히 많은 사연들이 있었을 것이고, 또 남아있는 해전의 기록도 제법 많은 듯 하다. 그렇지만 그것들 중에서, 이순신 장군이나 해상왕 장보고의 몇몇 유명한 일화들을 제외하면, 일반인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의외로 레어한 소재다. 그런 바다를 무대로 한 우리 역사속 이야기라고 해서 상당히 기대를 하고 읽게 된 책. 이책 속의 "아지바두"라는 인물은 위의 고려사에도 기록되어 있듯이 엄연한 실존 인물이다. 고려군이 피해 달아났다면 고려의 적인 듯 한데, 과연 소설 속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역사속 인물의 이야기, 그것도 위대한 장군도 아니고, 뛰어난 상인도 아닌 왠걸, 해적의 이야기. 그래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고려말 왕씨집안의 서출로 태어난 형 "찬'과 동생 "후". 형제는 천출인 어미에게서 태어난 출생때문에 자신들에게 학문으로의 출세길은 열려있지 않음을 어린나이에도 이미 잘 이해하고 있다. 그것이 뛰어난 무예솜씨로 무관을 동경하는 이유이다. 왕족의 피를 이어받은 가문이지만 그동안 별볼일 없이 초야에 묻혀 지내던 형제의 아버지는, 원나라가 물러가면서 왕의 부름을 받고 밀사가 되어 명나라로 향하게 된다. 그런 아버지를 따라나선 형제는 항해중 일본 해적의 습격을 받고 헤어지면서 엇갈린 운명을 걷게 된다. 형 "찬"은 예씨상단에 의해 구조되고, 동생 "후"는 규슈의 해적마을로... 이리하여 훗날, 해적의 우두머리와, 고려의 수군으로서 칼날을 겨누게 된다. 이 중 해적이 된 동생 "후"가 바로 고려사 속에 그 이름이 등장하는 "아지바두". 황금 호아테라는 전설의 가면을 손에 넣은 아지바두는 강대한 힘을 바탕으로 백성이 중심이자 그 주인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어선다.
실존인물이라고는 하지만 역사속에 그 이름이 등장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 존재를 뒷받침 해줄만 다른 자료는 전무한 실정이다. 일단, 작가의 상상력만으로 아지바두라는 인물을 재창조해 낸것은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바꾸어 생각하면 대부분의 설정은 새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도 무방한 것이다. 따라서 실존 역사냐 아니냐 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렵지 않고 술술 읽히는데다가, 다부지지만 아직은 어린 아이였을 뿐인 "후"가 막강한 힘을 가진 바다의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속도도 빠르고 매우 흥미롭다. 실제 역사의 단편을 들여다본다는 감각보다는,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해적소설을 읽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는다면, 이런 류의 장르소설에서 느낄수 있는 즐거움을 맛볼수 있을 듯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