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청년 바보의사>를 리뷰해주세요.
그 청년 바보의사
안수현 지음, 이기섭 엮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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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972년 생. 고려대 의학과 91학번. 33살의 나이에 유행성 출혈열로 아까운 생을 마감한 한 젊은 의사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의사라는 직업은 권위주의의 상징처럼 비춰지게 마련이지만 모든 의사가 다 그렇게 환자를 내려다 보기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몇몇 그러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의사들도 있기야 하겠지만, 사실은 고 안수현 의사처럼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를 섬기는 참의사들이 오히려 더 많을 거라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졌다.

항상 남을 먼저 배려하고 생각하는 저자의 희생정신과 올곧은 마음가짐, 자신에게 돌아오는 불이익을 전혀 게의치 않고 의사로서의 신념을 묵묵히 행동으로 실천해 가던 그 아름다운 모습이 눈꺼풀 뒤에 붙어 떨어지지를 않는다. 저자는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그가 베푼 사랑을 잊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은 조금 더 아름다워 질 것이다. 그리고 그가 남긴 이 이야기가 또한 많은 이땅의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리라 굳게 믿는다.

"그는 동작동 국립현충원 충혼당에 안치되었습니다.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어야 하는 맨 아래 줄. 살아서 겸손했던 그 청년은 육신의 마지막 남은 증거조차 그 낮은 자리에 두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젊고 유능하고 신실하며 사랑이 넘치던, 이 청년의 죽음에 두신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일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습니다." (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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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담 빠담, 파리>를 리뷰해주세요.
빠담 빠담, 파리
양나연 지음 / 시아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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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불어도 할 줄 몰라, 파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해, 그렇다고 파리에 특별히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시청률 20프로 대를 넘나들던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개그작가였던 저자는 느닷없이 서른 살의 나이에 한창 잘 나가고 있는 프로그램을 박차고 나와 파리 가이드가 되려고 한 것일까.

방송작가로 살아온 지 6년 만에 찾아온 첫 휴가.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가던 그해 난생 처음 여권을 만들어 난생 처음 인천 국제선 공항에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난생 처음 '가이드' 라는 새로운 직업의 세계를 만났다. 그때 만난 가이드란 직업은 놀라움과 신선함과 충격을 가져다 준다. 작가 외에 가슴을 떨리게 하는 일이 처음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첫 해외여행이 인생을 바꿔놓는 계기가 된다. 훗날 저자가 서른명 이상의 손님들에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30분 넘게 설명하는 가이드가 될 수 있었던건 너무 늦게 만났지만 아주 강렬하게 다가왔던 그 첫 파리 여행 때문이었다. 첫 해외여행에서 돌아 온 직후, 서른 살 생일을 코앞에 두고 마주친 끔찍한 사건이 흔들리던 저자의 마음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누군가가 나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도 죽을 수가 있다는 사실을... 오늘 죽을 수도 있으니 하고 싶은 일을 내일로 미루는 건 바보 같은 일이란 것을."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여행에서 알게 된 윤가이드님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그렇게 해서 서른살 고참 개그작가에게 시작된 파리에서의 늦깎이 막내 가이드로서의 생활.
낮선 곳에서의 완전히 새로운 생활은 고난도 있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새로운 배움터가 된다. 선배의, 사장님의 지시 하나하나에 일일히 토를 달고 갈피를 못잡던 초짜 가이드가 6개월 뒤에는 어느덧 여행객들 사이에서 '니들이 고생이 많다'의 그 "강유미" 작가로 통하며 칭찬을 한몸에 받는 인기 가이드가 되어 있다. 

파리에서의 생활 사이사이에 보여주는 르부르 박물관의 모습, 몽마르트 언덕에서의 감동, 파리에 대한 여행 정보들이 유익하다. 스스로 늦었다고 생각하던 나이에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용기를 발휘하고, 그 과정에서 인생의 또다른 면을 하나씩 배워가는 젊은 처자의 모습이 아름답다. 저자 주위의 좋은 사람들, 각양각색의 여행객들의 모습은 여행의 가치를 새삼 생각하고 나와는 다른 타인들의 가치관을 되새겨 보는 좋은 기회가 되어 준다.

지금 우리는 현실에 치어서 너무나 쉽게 꿈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둘째를 임신한 채 큰 아이의 손을 잡고 남편도 없이 기차를 이용해 10개국을 여행하는, 파릇파릇한 대학생들도 힘든 강행군을 펼치면서도 행복해하는 임산부의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꼭 파리가 아니라면 어떠랴. 가이드가 아니라도 좋다. 현실의 장벽에 지레 겁부터 집어 먹고 서랍속에 고이 모셔두고 있던 꿈을 꺼내 펼쳐보자. 혹시 아는가, 파리가 저자에게 가져다 준 사랑의 결실처럼 그 도전의 끝자락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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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관람차 살림 펀픽션 2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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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야쿠자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해주는 여의사를 꼬셔서, 백주대낮에 관람차에 틀어박힌 야쿠자 똘마니. 몸값 6억엔을 내놓지 않으면 관람차를 폭파하겠다고 예고한다. 여의사뿐만 아니라 관람차에 타있는 또다른 승객들까지 인질이 된다. 각양각색의 인질들의 면면, 그들은 모두 운이 나빠 인질이 되어 버린 것처럼 보이지만...
똘마니 다이지로는 관람차 안에서 과연 어떤 식으로 몸값을 받아내려고 하는지.
몸값을 받고나면 무사히 도망갈 방법이 있기나 한 것일까.

이 작가 "기노시타 한타"의 전작인 "악몽의 엘리베이터"가 기대하고 있던 것 보다도 훨씬 재미있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 책도 펼쳐 들게 되었습니다. 필연적이라기보다도 줄곧 기다려왔으니까요. 시리즈인 만큼 전작처럼 "악몽의~" 라는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만, 속편에 해당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관람차라는 궁극의 밀실을 소재로 한 독특한 미스터리, 복수를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악몽의 엘리베이터와 같습니다. 하지만 그 전체적인 스토리는 정말이지 다릅니다. 이래도 예상할수 있겠느냐고 독자를 도발하는 듯한, 뜻밖의 전개와 반전의 연속. 전체적인 톤은 왕새우무늬 알로하셔츠의 오사카 분위기. 코믹하고 가벼운 터치입니다만, 미스터리로서는 가볍지 않습니다. 실로 제대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처음부터 복선을 꽤 많이 만들어 놓고 있으므로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이야기하는 만큼 재미가 반감될 것 같아요. 그렇다고는 해도 여러가지를 기억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가서 헷갈리는 식의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술술 읽어 나가도 충분히 제대로 즐길수 있습니다. 웃기는 부분도 잔뜩 있고, 그렇게 시선을 빼앗다가 마지막에는 아앗! 하고 감탄사를 내뱉게 해줍니다. 간단하게는, 아니 절~대로 결말은 예상할 수 없습니다. 재미있지만, 마지막은 안타깝습니다. 다이지로에게는 그런 각오가 있었군요. 단번에 읽어 버렸습니다.

전작을 읽으면서 연극 같은 연출이라는 인상을 받았었는데, 악몽의 엘리베이터는 실제로 연극무대에도 올려졌습니다. 최근에는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영상으로도 제작된 모양이더군요. 이 작품도 상당히 영화에 어울릴것 같은 구성입니다. 차기작도 일본에서는 이미 발매되어 있으니 우리나라에도 곧 소개될 듯 합니다. 제목은 무려 "악몽의 드라이브" 입니다. 이것도 기대할 수 밖에 없겠네요.

덧붙여서, 연작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전작인 엘리베이터부터 챙겨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것부터 읽어도 상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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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컬렉터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1 링컨 라임 시리즈 1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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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없는 "링컨 라임"시리즈의 기념비적인 첫작. 이제와서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을 따로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처음 링컨 라임을 접한 것은 소설이 아니라 덴젤 워싱턴 -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였는데, 재미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덴젤 워싱턴이 나오는 영화치고는 대체로 수수했던 까닭에 별다른 인상은 없었다. 결말조차 기억나지 않을 정도라 소설까지는 읽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가, 우연히 시리즈 두번째작인 "코핀댄서"를 읽고 나서 그야말로 뒷통수를 짱돌로 얻어 맞은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이 좋은걸 안읽고 있었다는게 분할 정도로, 내 독서인생에서 반전에 전율을 느꼈던 몇 안되는 순간중에 하나. 아직도 이때가 기억에 생생하다.

전통적으로 두권으로 출시되어 오던 사지마비 천재 링컨라임 시리즈가, "콜드 문"부터 한권짜리로 바뀌면서 전작들도 같은 장정의 개정판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 첫번째가 바로 시리즈 첫작인 이 작품 본 컬렉터.

주인공인 링컨 라임은 사고로 전신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목 위쪽과 왼손 약지 뿐이라고 하니까, 그야말로 궁극의 안락의자 탐정이라 말할 수 있다. 그 만큼, 그의 손과 발이 되는 인물의 역할이 중요해 질 수 밖에 없다. 이 시리즈에서 그런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 바로 여경인 "아멜리아 색스"다.

이 색스의 존재가 실로 매력적이다. 여성이기 때문이라서가 아니고, 그 존재감은 개성 넘치는 이 시리즈의 등장 인물들 중에서도 단연 발군이다. 인상도에 있어서 라임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지 모른다. 라임과의 만남을 통해서 그녀가 성장해가는 모습은 단순한 스릴러 이상의 감동이 있다. 디버표 명품 반전 이외에도 링컨 라임 + 아멜리아 색스 콤비의 그 특별한 구도가 이 시리즈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다.

최첨단의 감식 기술, 도서관 수준의 라임의 박학다식함과 통찰력에 의한 범인과의 긴박한 대결을 베이스로 해서, 여기에 아멜리아 색스와의 관계가 번갈아 가며 보여진다. 아무래도 우선 주목하게 되는 것은 역시 범인과의 두뇌싸움이지만, 한시라도 자살할 생각을 멈추지 않는 신체장애자 라임의 고뇌와, 라임이 살아 주기를 바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색스의 갈등이 또한 마음 아프다. 연애관계로 발전할 수 없는 직업상의 파트너이지만, 진심으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생사고락을 함께하면서, 할 수 있는 한 함께 걸어가고 싶다 생각하는 관계, 육체적인 관계가 불능인 라임과 남성과의 연애 관계가 불능인 색스라는 특별한 조합으로 스릴과 이런 안타까움을 동시에 만들어낸 이 작가의 역량은 전세계의 수많은 이야기꾼 중에서도 초일류급이다.

인상적인 것은, 자살을 단념하게 하려고 색스가 라임의 논리에 도전하는 장면. 라임의 결심은 결코 충동적인 것이 아니라 고뇌의 고뇌를 거듭한 끝에 이제는 가히 철학의 영역에 도달한 수준이기 때문에, 결코 그 누구도 라임을 단념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과연 내가 라임의 입장이였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그 심경이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처지가 다른 사람이 과연 그런 자괴감을 설득해 낼수가 있을까. 그런 생과사 사이에서의 갈등, 죽고 싶어질 정도의 고독, 고뇌앞에서 친구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상상을 초월하는 냉혹한 범인에 의한 교묘하고, 엽기적인 범행과 라임의 치밀한 감식에 의한 수사가 교대로 전개된다. 그 때문에 추격 레이스를 펼치는 것처럼 긴박감이 끊이지 않는다. 뒤로 갈수록 점점 스피디해져가는 전개에 몰입해 버린다. 일이라도 생겨서 도중에 읽기를 중단이라도 하게 되면 매우 분한, 한시라도 빨리 이어서 읽고 싶다는 기분으로 몰린다. 최근의 발표되는 서스펜스 소설들처럼 분량은 꽤 되는 편이지만, 도중에 절대로 루즈해지는 법이 없는 것이 호평의 이유. 이 작품을 놓치면 절대적으로 불쌍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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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1 -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 스노볼 1
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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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언덕에서 눈덩이를 굴리는 일과 같다. 작은 덩어리로 시작해서 눈덩이를 굴리다 보면 끝에 가서는 정말 큰 눈덩이가 된다. 중요한 것은(잘 뭉쳐지는)습기를 머금은 눈과 길고 긴 언덕을 찾는 일이다."

전세계 최고의 부호중 한명인 "워런 버핏"이 한 말이다. 이 말에 영감을 받은 <스노볼 :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이라는 제목의, 워런 버핏 평전이 나왔다. 아마존, 뉴욕타임스의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 영국 파이넨셜 타임스 2008 올해의 책등을 수상. "워런 버핏 유일의 공식 전기"로서, 그의 개인적 성격이나 저평가된 유망한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그의 투자 방식의 원점을 알기 위해서는 최적의 책이라 할 수 있다. 버핏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항상 경외심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도 매우 반가운 책이지만, 80년전 세계 대공황의 재림과도 같은 세계적 금융 위기와 직면해 있는 오늘날의 자본가나 비지니스맨의 눈에는, 이 책이 마치 "구세주"와 같은 존재로 비칠지도 모르겠다.

이미 국내에서도 버핏을 다룬 수많은 종류의 책이 팔리고 있지만, 이 책이 유독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버핏이 처음으로 직접 작가에게 협조를 한 데다가, 그동안 다른 사람들은 접근하기 힘들었던 희귀자료에 대한 접근을 허락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엘리스 슈뢰더라는 여성 작가로, 1990년대에 워런 버핏의 회사인 "버크셔 헤서웨이"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버핏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워런 버핏과 약 2,000 시간을 같이 보냈으며 장장 300시간의 실제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그만큼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 경영 철학 및 사생활에 대한 생생한 정보가 실려 있다. 무엇보다 볼륨이 굉장하다. 본문만으로도 1600 페이지 이상, 색인이나 출전등을 포함하면 1800 페이지 이상의 압도적인 분량이다.

14살때 신문배달을 하면서 처음 눈덩이를 만들고, 그 후 56년간 긴 언덕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눈덩이를 굴려온 버핏의 인생,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돈을 버는 것이라면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는 다른 유별난 의욕과 능력을 발휘하던 버핏이지만, 그것 뿐만 아니라 이 책 <스노볼>에서는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희생하면서까지 목표만을 집요하게 추구해 온 한 남자의 비애와 후회, 그런 감추어져 있던 버핏의 어두운 부분까지도 모두 캐치해 내고 있다.

"사람이 사는 목적은, 자기를 사랑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 될 수 있으면 사랑을 많이 받는 것입니다." (682쪽)

버핏 자신은 의도하지 않았던 가족사까지 공개되는 바람에 저자와의 사이가 소원해졌다고 하니, 독자의 입장에서는 운좋게 버핏의 인생의 실패담이라는 콩고물까지 받아먹을 기회를 얻은 셈이기도 하다. 

자서전은 많지만, 현대인들이 최고의 우상으로 손꼽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점에서 워런버핏의 자서전은 그 의미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이 워런 버핏을 읽고자 하는 이유는, 많은 경우 워런 버핏이라는 세기의 강태공의 투자기법을 배우고 싶어서이다. 즉, 고기를 낚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것인데, 버핏 관련 서적들을 보면 재무제표를 통해 지속적인 경쟁 우위에 있는 기업을 찾아낸다는 요지의 뻔한 내용들이 쓰여져 있는데다, '이미 다 아는 기법은 더이상 비법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제와서 적용하기에는...' 하는 단서를 달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월스트리트 격언중에 돈을 주는 대신 차익거래 방법을 알려주면 그 사람을 평생 먹여살릴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이는 맞는 말이 아니다. 투자기법이란 고기잡는 법이 아니라 고작해야 낚싯대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차익거래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어떻게 고기잡는법과 동일시 될수 있다는 말인가. 차익을 노리고 주식시장에 달려든 수많은 개미들의 피와 눈물을 무시한 너무나 비약적인 비유다. 훌륭한 강태공의 낙싯대를 빌린다고 해서 고기가 그냥 잡아질리는 만무하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좋은 낚싯대를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물길이 고기가 잘 다니는 곳이며 어떻게 해야 고기를 더 잘 몰아올수 있는지를 읽어내는 통찰력이다. 우리가 버핏에게서 얻어내야 할 것은 낚싯대가 아니라,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판단하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고기를 낚아야 하는가이다.

그런 의미에서 "버핏의 사색과 판단, 통찰의 전과정을 그대로 체험하는 축복받은 도서"라는 카피는, 워런 버핏의 적극적인 협조하에 쓰여진 유일한 전기라는 이 책의 성격을 그대로 말해 주고 있다. 게다가 대공황이 한참이던 1930년에 태어나 이미 희수(77세)를 넘기고 있는 버핏이 죽기 전에 이보다 더 나은 책을 한번 더 쓰겠다고 괴팍한 마음을 먹지 않는 한, 앞으로 이 책 <스노볼>보다 뛰어난 워런 버핏 자서전이 나올리도 없다. 대대손손, 먼 훗날 후손들에게까지도 명실공히 최고의 워런 버핏 평전으로 읽혀나갈 운명을 타고 난 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더욱 가치를 발한다.

버핏은 어렸을 적에, 35살까지 백만 장자가 된다고 선언했다. 35살에는 이미 그 목표를 크게 웃돌았다. 현재의 순자산은 500억 달러다. 이것을 어떻게 이루어 냈는가? <스노볼>을 읽으면 분명히 알 수 있다. 버핏은 훌륭한 비지니스 센스의 소유자였을 뿐만, 한순간도 멈춰서는 일 없이 앞만보고 달려왔다.

"만일 제대로 된 눈 위에 서 잇다면 눈덩이 굴리기는 이미 시작된 겁니다. 내가 그랬습니다. 이건 돈을 불리는 이야기만 뜻하는게 아닙니다. 세상을 이해하고 친구를 만들어 나가는 문제입니다.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눈이 호감을 가지고서 제가 먼저 붙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본인 스스로 촉촉한 눈이 되어야 합니다. 잘 뭉쳐지게 말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눈을 계속 붙여야 합니다. 갔던 길을 물리고 뒤돌아 갈수는 없습니다. 언덕위까지 계속 올라가야 합니다. 인생이 그런겁니다." (689쪽)

눈 깊은 벽촌 오마하에서 굴리기 시작한 14살 소년의 작은 눈덩이가 이제는 제국이 되었다. 온 세상 비지니스 맨들의 우상이자 존경을 한몸에 받는 "오마하의 현인"의 신화도, 그 시작은 한덩어리의 작은 <스노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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