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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1 -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 ㅣ 스노볼 1
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은 언덕에서 눈덩이를 굴리는 일과 같다. 작은 덩어리로 시작해서 눈덩이를 굴리다 보면 끝에 가서는 정말 큰 눈덩이가 된다. 중요한 것은(잘 뭉쳐지는)습기를 머금은 눈과 길고 긴 언덕을 찾는 일이다."
전세계 최고의 부호중 한명인 "워런 버핏"이 한 말이다. 이 말에 영감을 받은 <스노볼 :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이라는 제목의, 워런 버핏 평전이 나왔다. 아마존, 뉴욕타임스의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 영국 파이넨셜 타임스 2008 올해의 책등을 수상. "워런 버핏 유일의 공식 전기"로서, 그의 개인적 성격이나 저평가된 유망한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그의 투자 방식의 원점을 알기 위해서는 최적의 책이라 할 수 있다. 버핏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항상 경외심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도 매우 반가운 책이지만, 80년전 세계 대공황의 재림과도 같은 세계적 금융 위기와 직면해 있는 오늘날의 자본가나 비지니스맨의 눈에는, 이 책이 마치 "구세주"와 같은 존재로 비칠지도 모르겠다.
이미 국내에서도 버핏을 다룬 수많은 종류의 책이 팔리고 있지만, 이 책이 유독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버핏이 처음으로 직접 작가에게 협조를 한 데다가, 그동안 다른 사람들은 접근하기 힘들었던 희귀자료에 대한 접근을 허락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엘리스 슈뢰더라는 여성 작가로, 1990년대에 워런 버핏의 회사인 "버크셔 헤서웨이"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버핏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워런 버핏과 약 2,000 시간을 같이 보냈으며 장장 300시간의 실제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그만큼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 경영 철학 및 사생활에 대한 생생한 정보가 실려 있다. 무엇보다 볼륨이 굉장하다. 본문만으로도 1600 페이지 이상, 색인이나 출전등을 포함하면 1800 페이지 이상의 압도적인 분량이다.
14살때 신문배달을 하면서 처음 눈덩이를 만들고, 그 후 56년간 긴 언덕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눈덩이를 굴려온 버핏의 인생,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돈을 버는 것이라면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는 다른 유별난 의욕과 능력을 발휘하던 버핏이지만, 그것 뿐만 아니라 이 책 <스노볼>에서는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희생하면서까지 목표만을 집요하게 추구해 온 한 남자의 비애와 후회, 그런 감추어져 있던 버핏의 어두운 부분까지도 모두 캐치해 내고 있다.
"사람이 사는 목적은, 자기를 사랑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 될 수 있으면 사랑을 많이 받는 것입니다." (682쪽)
버핏 자신은 의도하지 않았던 가족사까지 공개되는 바람에 저자와의 사이가 소원해졌다고 하니, 독자의 입장에서는 운좋게 버핏의 인생의 실패담이라는 콩고물까지 받아먹을 기회를 얻은 셈이기도 하다.
자서전은 많지만, 현대인들이 최고의 우상으로 손꼽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점에서 워런버핏의 자서전은 그 의미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이 워런 버핏을 읽고자 하는 이유는, 많은 경우 워런 버핏이라는 세기의 강태공의 투자기법을 배우고 싶어서이다. 즉, 고기를 낚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것인데, 버핏 관련 서적들을 보면 재무제표를 통해 지속적인 경쟁 우위에 있는 기업을 찾아낸다는 요지의 뻔한 내용들이 쓰여져 있는데다, '이미 다 아는 기법은 더이상 비법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제와서 적용하기에는...' 하는 단서를 달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월스트리트 격언중에 돈을 주는 대신 차익거래 방법을 알려주면 그 사람을 평생 먹여살릴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이는 맞는 말이 아니다. 투자기법이란 고기잡는 법이 아니라 고작해야 낚싯대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차익거래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어떻게 고기잡는법과 동일시 될수 있다는 말인가. 차익을 노리고 주식시장에 달려든 수많은 개미들의 피와 눈물을 무시한 너무나 비약적인 비유다. 훌륭한 강태공의 낙싯대를 빌린다고 해서 고기가 그냥 잡아질리는 만무하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좋은 낚싯대를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물길이 고기가 잘 다니는 곳이며 어떻게 해야 고기를 더 잘 몰아올수 있는지를 읽어내는 통찰력이다. 우리가 버핏에게서 얻어내야 할 것은 낚싯대가 아니라,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판단하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고기를 낚아야 하는가이다.
그런 의미에서 "버핏의 사색과 판단, 통찰의 전과정을 그대로 체험하는 축복받은 도서"라는 카피는, 워런 버핏의 적극적인 협조하에 쓰여진 유일한 전기라는 이 책의 성격을 그대로 말해 주고 있다. 게다가 대공황이 한참이던 1930년에 태어나 이미 희수(77세)를 넘기고 있는 버핏이 죽기 전에 이보다 더 나은 책을 한번 더 쓰겠다고 괴팍한 마음을 먹지 않는 한, 앞으로 이 책 <스노볼>보다 뛰어난 워런 버핏 자서전이 나올리도 없다. 대대손손, 먼 훗날 후손들에게까지도 명실공히 최고의 워런 버핏 평전으로 읽혀나갈 운명을 타고 난 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더욱 가치를 발한다.
버핏은 어렸을 적에, 35살까지 백만 장자가 된다고 선언했다. 35살에는 이미 그 목표를 크게 웃돌았다. 현재의 순자산은 500억 달러다. 이것을 어떻게 이루어 냈는가? <스노볼>을 읽으면 분명히 알 수 있다. 버핏은 훌륭한 비지니스 센스의 소유자였을 뿐만, 한순간도 멈춰서는 일 없이 앞만보고 달려왔다.
"만일 제대로 된 눈 위에 서 잇다면 눈덩이 굴리기는 이미 시작된 겁니다. 내가 그랬습니다. 이건 돈을 불리는 이야기만 뜻하는게 아닙니다. 세상을 이해하고 친구를 만들어 나가는 문제입니다.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눈이 호감을 가지고서 제가 먼저 붙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본인 스스로 촉촉한 눈이 되어야 합니다. 잘 뭉쳐지게 말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눈을 계속 붙여야 합니다. 갔던 길을 물리고 뒤돌아 갈수는 없습니다. 언덕위까지 계속 올라가야 합니다. 인생이 그런겁니다." (689쪽)
눈 깊은 벽촌 오마하에서 굴리기 시작한 14살 소년의 작은 눈덩이가 이제는 제국이 되었다. 온 세상 비지니스 맨들의 우상이자 존경을 한몸에 받는 "오마하의 현인"의 신화도, 그 시작은 한덩어리의 작은 <스노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