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컬렉터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1 링컨 라임 시리즈 1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말이 필요없는 "링컨 라임"시리즈의 기념비적인 첫작. 이제와서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을 따로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처음 링컨 라임을 접한 것은 소설이 아니라 덴젤 워싱턴 -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였는데, 재미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덴젤 워싱턴이 나오는 영화치고는 대체로 수수했던 까닭에 별다른 인상은 없었다. 결말조차 기억나지 않을 정도라 소설까지는 읽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가, 우연히 시리즈 두번째작인 "코핀댄서"를 읽고 나서 그야말로 뒷통수를 짱돌로 얻어 맞은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이 좋은걸 안읽고 있었다는게 분할 정도로, 내 독서인생에서 반전에 전율을 느꼈던 몇 안되는 순간중에 하나. 아직도 이때가 기억에 생생하다.

전통적으로 두권으로 출시되어 오던 사지마비 천재 링컨라임 시리즈가, "콜드 문"부터 한권짜리로 바뀌면서 전작들도 같은 장정의 개정판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 첫번째가 바로 시리즈 첫작인 이 작품 본 컬렉터.

주인공인 링컨 라임은 사고로 전신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목 위쪽과 왼손 약지 뿐이라고 하니까, 그야말로 궁극의 안락의자 탐정이라 말할 수 있다. 그 만큼, 그의 손과 발이 되는 인물의 역할이 중요해 질 수 밖에 없다. 이 시리즈에서 그런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 바로 여경인 "아멜리아 색스"다.

이 색스의 존재가 실로 매력적이다. 여성이기 때문이라서가 아니고, 그 존재감은 개성 넘치는 이 시리즈의 등장 인물들 중에서도 단연 발군이다. 인상도에 있어서 라임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지 모른다. 라임과의 만남을 통해서 그녀가 성장해가는 모습은 단순한 스릴러 이상의 감동이 있다. 디버표 명품 반전 이외에도 링컨 라임 + 아멜리아 색스 콤비의 그 특별한 구도가 이 시리즈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다.

최첨단의 감식 기술, 도서관 수준의 라임의 박학다식함과 통찰력에 의한 범인과의 긴박한 대결을 베이스로 해서, 여기에 아멜리아 색스와의 관계가 번갈아 가며 보여진다. 아무래도 우선 주목하게 되는 것은 역시 범인과의 두뇌싸움이지만, 한시라도 자살할 생각을 멈추지 않는 신체장애자 라임의 고뇌와, 라임이 살아 주기를 바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색스의 갈등이 또한 마음 아프다. 연애관계로 발전할 수 없는 직업상의 파트너이지만, 진심으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생사고락을 함께하면서, 할 수 있는 한 함께 걸어가고 싶다 생각하는 관계, 육체적인 관계가 불능인 라임과 남성과의 연애 관계가 불능인 색스라는 특별한 조합으로 스릴과 이런 안타까움을 동시에 만들어낸 이 작가의 역량은 전세계의 수많은 이야기꾼 중에서도 초일류급이다.

인상적인 것은, 자살을 단념하게 하려고 색스가 라임의 논리에 도전하는 장면. 라임의 결심은 결코 충동적인 것이 아니라 고뇌의 고뇌를 거듭한 끝에 이제는 가히 철학의 영역에 도달한 수준이기 때문에, 결코 그 누구도 라임을 단념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과연 내가 라임의 입장이였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그 심경이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처지가 다른 사람이 과연 그런 자괴감을 설득해 낼수가 있을까. 그런 생과사 사이에서의 갈등, 죽고 싶어질 정도의 고독, 고뇌앞에서 친구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상상을 초월하는 냉혹한 범인에 의한 교묘하고, 엽기적인 범행과 라임의 치밀한 감식에 의한 수사가 교대로 전개된다. 그 때문에 추격 레이스를 펼치는 것처럼 긴박감이 끊이지 않는다. 뒤로 갈수록 점점 스피디해져가는 전개에 몰입해 버린다. 일이라도 생겨서 도중에 읽기를 중단이라도 하게 되면 매우 분한, 한시라도 빨리 이어서 읽고 싶다는 기분으로 몰린다. 최근의 발표되는 서스펜스 소설들처럼 분량은 꽤 되는 편이지만, 도중에 절대로 루즈해지는 법이 없는 것이 호평의 이유. 이 작품을 놓치면 절대적으로 불쌍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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