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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담 빠담, 파리
양나연 지음 / 시아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불어도 할 줄 몰라, 파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해, 그렇다고 파리에 특별히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시청률 20프로 대를 넘나들던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개그작가였던 저자는 느닷없이 서른 살의 나이에 한창 잘 나가고 있는 프로그램을 박차고 나와 파리 가이드가 되려고 한 것일까.

방송작가로 살아온 지 6년 만에 찾아온 첫 휴가.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가던 그해 난생 처음 여권을 만들어 난생 처음 인천 국제선 공항에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난생 처음 '가이드' 라는 새로운 직업의 세계를 만났다. 그때 만난 가이드란 직업은 놀라움과 신선함과 충격을 가져다 준다. 작가 외에 가슴을 떨리게 하는 일이 처음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첫 해외여행이 인생을 바꿔놓는 계기가 된다. 훗날 저자가 서른명 이상의 손님들에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30분 넘게 설명하는 가이드가 될 수 있었던건 너무 늦게 만났지만 아주 강렬하게 다가왔던 그 첫 파리 여행 때문이었다. 첫 해외여행에서 돌아 온 직후, 서른 살 생일을 코앞에 두고 마주친 끔찍한 사건이 흔들리던 저자의 마음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누군가가 나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도 죽을 수가 있다는 사실을... 오늘 죽을 수도 있으니 하고 싶은 일을 내일로 미루는 건 바보 같은 일이란 것을."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여행에서 알게 된 윤가이드님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그렇게 해서 서른살 고참 개그작가에게 시작된 파리에서의 늦깎이 막내 가이드로서의 생활.
낮선 곳에서의 완전히 새로운 생활은 고난도 있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새로운 배움터가 된다. 선배의, 사장님의 지시 하나하나에 일일히 토를 달고 갈피를 못잡던 초짜 가이드가 6개월 뒤에는 어느덧 여행객들 사이에서 '니들이 고생이 많다'의 그 "강유미" 작가로 통하며 칭찬을 한몸에 받는 인기 가이드가 되어 있다. 

파리에서의 생활 사이사이에 보여주는 르부르 박물관의 모습, 몽마르트 언덕에서의 감동, 파리에 대한 여행 정보들이 유익하다. 스스로 늦었다고 생각하던 나이에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용기를 발휘하고, 그 과정에서 인생의 또다른 면을 하나씩 배워가는 젊은 처자의 모습이 아름답다. 저자 주위의 좋은 사람들, 각양각색의 여행객들의 모습은 여행의 가치를 새삼 생각하고 나와는 다른 타인들의 가치관을 되새겨 보는 좋은 기회가 되어 준다.

지금 우리는 현실에 치어서 너무나 쉽게 꿈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둘째를 임신한 채 큰 아이의 손을 잡고 남편도 없이 기차를 이용해 10개국을 여행하는, 파릇파릇한 대학생들도 힘든 강행군을 펼치면서도 행복해하는 임산부의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꼭 파리가 아니라면 어떠랴. 가이드가 아니라도 좋다. 현실의 장벽에 지레 겁부터 집어 먹고 서랍속에 고이 모셔두고 있던 꿈을 꺼내 펼쳐보자. 혹시 아는가, 파리가 저자에게 가져다 준 사랑의 결실처럼 그 도전의 끝자락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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