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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정원에서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1년 12월
평점 :
N23071
완벽하다. 글의 진정성을 점수로 표현한다면 <그리움의 정원에서>는 1,000점 짜리 작품이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이보다 아름답게 더 잘 표현한 작품이 있을까?
아무런 가식도 없고, 어떤 꾸밈도 없고, 오직 진심만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여운이 강하게 남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단지 그리움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움이란 무엇일까? 내게는 어떤 그리움이 남아있는가?
<그리움의 정원에서>는 에세이이다. 저자인 '보뱅'이 사랑하는 여인이었던 '지슬렌'에 대한 그리움을 그린 작품이다. 그녀가 '보뱅'의 부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서로 연인이었던 것 같지도 않다. 친구라고 하는게 더 맞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이런 관계가 진정한 '소울메이트'가 아닐까?
'보뱅'이 '지슬렌'을 알고 지낸 기간은 16년이고, 그녀는 44살이 되던 해 갑작스런 병으로 인해 인생을 마감한다. '보뱅'은 그녀가 죽은 후 자신만의 정원을 만들어 그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문장으로 심는다. 현생에 없더라도, 옆에 없더라도, 누군가가 기억하고 그리워한다면 결코 사라진 거라 할 수 없다. 내 주위 모든 곳에서 떠올릴 수 있으니까.
[우리는 잠깐 살기 위해, 찰나에 불과한 삶을 살기 위해 두 번 태어나야 한다. 육신으로 먼저 태어나고 이어서 영혼으로 태어나야 한다.] P.17
[나는 너에 대한 험담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결코 참을 수 없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네게 상처 주는 말, 아무리 조심스러운 비난도. 그런 말을 들으면 난 잊지 않고 마음에 담아둔다. 그렇다고 앙심을 품는 건 아니지만 한 번이라도 너에 대해 의혹을 발설하는 자들과 나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깊은 심연이 생긴다.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방식이며, 내가 아는 유일한 사랑법 이다. ] P.38
[짧지 않았다. '단' 5분뿐이었어도 전혀 지슬렌, 산책은 완벽했다. 완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가 웃으며 거기 있었으니까.] P.65
[아뇨,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내게 했던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내겐 모두 똑같답니다. 아무것도 아니고, 별것도 아니에요.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내 삶, 내 기쁨은 오늘 당신과 함께 시작하니까요.] P.91
[지슬렌, 너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너로 인한 그리움과 공허와 고통마저도 내 안으로 들어와 나의 가장 큰 기쁨이 된다. 그리움, 공허, 고통 그리고 기쁨은 네가 내게 남긴 보물이다. 이런 보물은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죽음의 시간이 올 때까지, '지금'에서 '지금'으로 가는 것뿐 이다.] P.110
[1995년 여름, 나는 일을 잃고, 뼛속까지 사무치는 한기에 떨고 있다. 온종일 내가 하던 진짜 일은 너를 바라보고 너를 사랑하는 것이었다. 16년 동안, 그늘에 앉아 길에서 춤추는 너를 바라보았고, 그 일만으로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바쁜 남자였다.] P.114
[무덤에서 돌아오는 길에 불현듯 깨달음에 이른다. 광활하게 펼쳐진 풍경속에, 땅과 드넓은 하늘의 한결같은 아름다움 속에, 지평선 어디에나 네가 있다는 것을 나는 그곳에서 너를 본다. 네 무덤에서 등을 돌리고 나서야 비로소 너를 본다.] P.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