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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그러는 걸까? 어째서 <날 좀 봐 내 말좀 들어봐> 하고 외치는 걸까? 왜 사람들은 가만히 못 있지? 어째서 모든 것을 말하고 싶어서 안달일까?˝
이런게 영국식 사랑 이야기일까? 줄리언 반스의 여섯번째 작품이라고 하는 <내말 좀 들어봐>는 영국판 ‘잘못된 만남‘ 이다. 그 노래와 똑같다. 친한 친구에게 여자친구이자 곧 아내가 될 사람을 소개시켜 줬는데, 친구가 내 아내에게 반하고, 아내는 처음에는 못마땅했다가 결국 친구에게 빠져들게 되고, 그렇게 해서 나는 아내와 이혼하게 되고, 아내는 친구와 재혼한다는 이야기.
간략히 인물소개를 하자면...
스튜어트 : 은행원. 아주 많이 순박함. 올리버라는 친구에게 아내인 질리언을 뺏긴 남자. 이혼 후 잠을 못이룬다.
[그 당시 나는 그녀의 잘못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내 잘못이라고 느끼고 있다. 내가 그녀를 실망시켰다. 내가 나를 실망시켰다. 그녀가 도저히 떠날 수 없을 만큼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 내가 해주지 못한 게 그거다. 그래서 나는 실패했고, 그게 부끄럽다. 이에 비하면, 내 물건이 고장 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P.263
올리버 : 별다른 직업 없음. 매력적이지만 계산적인 남자. 하나밖에 없는 친한 친구인 스튜어트의 아내인 질리언을 꼬득여서 빼앗아간 남자.
[네가 이해해야하는 건, 스튜, 시장 기능이라는 거야. 이제 내가 그녀를 인수할 거야. 내 제안은 확대회의, 말하자면 위원회에서 수락될 거야. 너는 비상임 이사 - 달리 말해 친구가 될 테고. 하지만 어쨌든 대리 운전했던 차를 되돌려 줄 때가 된 거지.] P.201
질리언 : 미술 복원가. 처음에는 냉철한 모습을 보이다가 어느순간 남편 스튜어트의 친구인 올리버와 바람이 나서 그와 이혼하고 올리버와 재혼한 여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게 어디에서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내 잘못은 아냐. 하지만 죄책감이 들어, 어느 모로 보나 내 잘못은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죄책감이 들어.] P.136
스튜어트는 아내와 친구를 모두 잃게 되고, 처음에는 아내와 친구를 탓하지만, 결국은 이 모든게 자기 잘못이라고 자책하게 되고, 그럼에도 그들을 용서할 수 없는 스튜어트는 그들을 멀리서 스토킹하면서 그들을 스토킹한다. 과연 서로에게 상처를 줬던 그들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에 뻔한 불륜 삼각관계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역시 글을 쓰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뻔한 이야기도 뻔하지 않게 된다. 줄리언 반스는 특유의 언어유희와 상황조성을 통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 간다.
구성 또한 특이하다. 기존의 시점이 아닌, 각 장에서 세명의 주인공이 모두 자기만의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같은 상황을 경험하고도 다르게 말하고, 다르게 해석한다. 이게 사람마다의 입장차라는 걸까? 그래서 제목이 Talking it over (내 말 좀 들어봐) 인가 보다. 사람의 생각은 결코 같을 수 없고, 모두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나 보다. 그래서 타인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불가능한 걸지도...
ps 1. 안타깝게도 절판인 책인데, 나는 우주점에서 운좋게 구매했다. 구매보다는 빌려서 읽는걸 추천한다.
ps 2. 줄리언 반스 책도 야금야금 읽다보니 어느새 네권을 읽었다. 이제 <사랑, 그리고> 랑 <연애의 기억>을 읽어봐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