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2123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그러는 걸까? 어째서 <날 좀 봐 내 말좀 들어봐> 하고 외치는 걸까? 왜 사람들은 가만히 못 있지? 어째서 모든 것을 말하고 싶어서 안달일까?˝



이런게 영국식 사랑 이야기일까? 줄리언 반스의 여섯번째 작품이라고 하는 <내말 좀 들어봐>는 영국판 ‘잘못된 만남‘ 이다. 그 노래와 똑같다. 친한 친구에게 여자친구이자 곧 아내가 될 사람을 소개시켜 줬는데, 친구가 내 아내에게 반하고, 아내는 처음에는 못마땅했다가 결국 친구에게 빠져들게 되고, 그렇게 해서 나는 아내와 이혼하게 되고, 아내는 친구와 재혼한다는 이야기.



간략히 인물소개를 하자면...



스튜어트 : 은행원. 아주 많이 순박함. 올리버라는 친구에게 아내인 질리언을 뺏긴 남자. 이혼 후 잠을 못이룬다.

[그 당시 나는 그녀의 잘못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내 잘못이라고 느끼고 있다. 내가 그녀를 실망시켰다. 내가 나를 실망시켰다. 그녀가 도저히 떠날 수 없을 만큼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 내가 해주지 못한 게 그거다. 그래서 나는 실패했고, 그게 부끄럽다. 이에 비하면, 내 물건이 고장 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P.263




올리버 : 별다른 직업 없음. 매력적이지만 계산적인 남자. 하나밖에 없는 친한 친구인 스튜어트의 아내인 질리언을 꼬득여서 빼앗아간 남자.

[네가 이해해야하는 건, 스튜, 시장 기능이라는 거야. 이제 내가 그녀를 인수할 거야. 내 제안은 확대회의, 말하자면 위원회에서 수락될 거야. 너는 비상임 이사 - 달리 말해 친구가 될 테고. 하지만 어쨌든 대리 운전했던 차를 되돌려 줄 때가 된 거지.]  P.201




질리언 : 미술 복원가. 처음에는 냉철한 모습을 보이다가 어느순간 남편 스튜어트의 친구인 올리버와 바람이 나서 그와 이혼하고 올리버와 재혼한 여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게 어디에서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내 잘못은 아냐. 하지만 죄책감이 들어, 어느 모로 보나 내 잘못은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죄책감이 들어.]  P.136





스튜어트는 아내와 친구를 모두 잃게 되고, 처음에는 아내와 친구를 탓하지만, 결국은 이 모든게 자기 잘못이라고 자책하게 되고, 그럼에도 그들을 용서할 수 없는 스튜어트는 그들을 멀리서 스토킹하면서 그들을 스토킹한다. 과연 서로에게 상처를 줬던 그들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에 뻔한 불륜 삼각관계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역시 글을 쓰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뻔한 이야기도 뻔하지 않게 된다. 줄리언 반스는 특유의 언어유희와 상황조성을 통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 간다.



구성 또한 특이하다. 기존의 시점이 아닌, 각 장에서 세명의 주인공이 모두 자기만의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같은 상황을 경험하고도 다르게 말하고, 다르게 해석한다. 이게 사람마다의 입장차라는 걸까? 그래서 제목이 Talking it over (내 말 좀 들어봐) 인가 보다. 사람의 생각은 결코 같을 수 없고, 모두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나 보다. 그래서 타인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불가능한 걸지도...




ps 1. 안타깝게도 절판인 책인데, 나는 우주점에서 운좋게 구매했다. 구매보다는 빌려서 읽는걸 추천한다.


ps 2. 줄리언 반스 책도 야금야금 읽다보니 어느새 네권을 읽었다. 이제 <사랑, 그리고> 랑 <연애의 기억>을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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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16 23: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반즈 초기와 초중반 작품 좋아 합니다😊

새파랑 2022-10-16 23:06   좋아요 3 | URL
저번주에 우주점 가니까 이 책하고 <사링 그리고>가 나란히 중고로 있길래 일단 샀습니다. 절판책이어서 왠지 흥미가 생겼습니다 ㅋ

미미 2022-10-16 23: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줄리언 반스의 소설이었군요?! ‘그 노래‘와 내용이 똑같더라도 재미있을것 같아요. 노래 나름의 강점이 있지만 거기서 다하지 못한 디테일한 감정묘사가 있을테니까요. 저도 찜^^*

새파랑 2022-10-17 06:25   좋아요 1 | URL
예전에 잠자냥님이 줄리언반스는 이 책하고 <사랑, 그리고> 재미있다고 하셔서 구매했습니다 ㅋ 연결되는 작품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사람 생각이 다 다르구나라는걸 느꼈습니다 ㅋ

희선 2022-10-17 0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줄리언 반스 책은 하나도 못 읽어봤는데, 이런 소설도 썼군요 아주 다른 친구도 있기는 할 텐데, 친구는 이성 취향이 비슷하다는 말도 있던데... 결혼했는데 빼앗고 빼앗기다니... 사람은 저마다 자기 처지에서 생각하죠 다른 사람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려고 하면 좋을 텐데, 그렇게 해도 알지 모를지...


희선

새파랑 2022-10-17 06:26   좋아요 1 | URL
이책 절판인데 중고로는 많이 있더라구요 ㅋ 싸게 잘사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영국 스타일의 사랑인가봐요 ㅋ

Falstaff 2022-10-17 06: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거 재밌지 않나요? 영국에서도 아주 특색있는 인간들일 겁니다. 그러니까 반즈의 소설 주인공으로 등장하겠지요.
9 1/2장 세계사, 플로베르의 앵무새... 두 작품은 이제쯤 고전으로 여겨도 될 텐데 말입니다.

새파랑 2022-10-17 06:29   좋아요 1 | URL
저도 세계사, 앵무새 읽으려고 했는데 새책같은 중고가 없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ㅋ 줄리언 반스 책중 가장 좋다는 책 두편을 아직 못읽었네요 ㅜㅜ

생각해보니 플로베르의 앵무새는 왠지 구입은 한거같은 느낌이 드네요 ㅋ 찾아봐야 겠습니다 ㅎㅎ

라로 2022-10-17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아주 좋아했어요. 그리고는 다른 책을 접할 시간이 없었는데 새파랑님의 글을 읽으니 그의 다른 책을 읽어야겠어요,, 말로만 좋아한다고 하지 말고,,^^;;

새파랑 2022-10-17 11:25   좋아요 0 | URL
저도 예감은 아주 좋게 읽었습니다 ㅋ 줄리언 반스 작품 읽으면 글을 아주 잘쓴다는게 느껴지더라구요 ^^ 일단 말을 해야 읽을수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ㅋ

거리의화가 2022-10-17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국판 잘못된만남이라니 느낌이 확 옵니다ㅋㅋㅋ 시대의소음은 저도 읽고 싶어서 담아만놨는데 항상 실행이 힘드네요^^; 중고가도 괜찮나봐요.

새파랑 2022-10-17 11:26   좋아요 1 | URL
영국식 만남은 좀 혼란스럽습니다 ㅋ 역시 사람은 착하기만 하면 안되는거 같습니다~!! 전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가 젤 좋았습니다~!!

바람돌이 2022-10-17 16: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뻔한 얘기를 뻔하지 않게 쓰는 작가야말로 위대한거죠. 줄리언 반스라면 그럴거 같다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도 저는 사실 뻔한 얘기를 뻔하지 않게 쓰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했거든요. ^^

새파랑 2022-10-17 17:38   좋아요 2 | URL
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결말 보고 깜놀했습니다 ㅋ 반스의 글쓰기는 장난아니더라구요~!!

페넬로페 2022-10-17 1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줄리언 반스의 소설이군요.
내용은 약간 막장 스타일인데 뻔하지 않으면 재미있게 읽히겠어요.~~

새파랑 2022-10-20 22:08   좋아요 1 | URL
영국 스타일의 쿨한 막장입니다 ㅋ 저의 사고방식으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ㅎㅎ
재미는 확실히 있습니다~!!

coolcat329 2022-10-20 1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도 있습니다. ㅋㅋㅋㅋ 재밌다니 다행입니다. 얼마 전 앵무새 중고 샀는데 상태가 생각보다 괜찮더라구요. 찾으시면 있을 거에요~

새파랑 2022-10-20 22:10   좋아요 0 | URL
역시 없는게 없는 쿨캣님의 책장은 알라딘 램프인가요? ^^ 앵무새는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