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으로 다시 읽은 작품. 오래전에 읽어서 그런지 처음 읽는 기분이었다. 단편들이 다 좋았다.

"두번다시 여기로 돌아올 생각은 조금도 없어요" - P71
"문제는 당신이 나한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는거예요. 좀더 정확히 말하면, 당신의 내부에는 나한테 주어야 할 게 아무것도 없단 말이에요. 당신은 다정하고 친절하고 멋있지만 당신과의 생활은 마치 공기덩어리와 함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그건 당신만의 책임만은 아니에요. 당신을 좋아하게 될 여성은 많이 있을거에요. 전화도 걸지 마세요. 남아 있는 내 짐은 모두 처분해 주세요." - P17
"하지만 그런 일들은 어딘가 서로 연관되어 있는게 아닐 까?" - P29
"어쨌든 모닥불이 모두 꺼질 때까지 다다리자. 애써 피운 모닥불이잖아. 최후까지 같이 있고 싶어. 이 불이 꺼지고 칠흑같이 어두워지면, 같이 죽자." - P72
오른쪽 귓볼이 없었는데, 어릴 때 개한테 물어뜯겼기 때문이라고 했어.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본 적도 없는 커다란 검은 개가 넘벼들어 귀를 물어뜯었다는 거야. 그래도 귓볼만 뜯긴 게 다행이라고 그 사람은 밀하더구나. 귓볼이 없어도 사는데 지장은 없다고. 코라면 그렇게는 안 되겠지. 확실히 그말이 맞는다고 나도 생각했지. - P87
신이 인간을 시험할 수 있다면 왜 인간은 신을 시험해선 안 되는 거지? - P100
내가 뒤쫓고 있었던 건 아마도 내가 안고있는 암흑의 꼬리 같은 것이었다. 나는 우연히 그걸 봤고, 추적했고, 매달리려 했고, 최후에는 더욱 깊은 암흑 속에 팽개쳐져버린 것이다. 내가 그것을 보게 되는 일은 이제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 P101
가슴속에 있는 상념을 상대방의 손에 전달하려고 했다. 우리의 마음은 돌이 아닙니다. 돌은 언젠가 부너져 내릴지 모릅니다. 모습과 형태를 잃어버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마음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형태가 없는 것을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어디까지고 서로 전할 수 있습니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을 추는 겁니다. - P107
지금까지지와 다른 소설을 쓰자, 하고 준페이는 생각한다. 날이 새어 주위가 밝아지고, 그 빛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꼭 껴안고 누군가가 꿈꾸며 애타게 기다리고있는 것 같은 그런 소설을. 하지만 지금은 우선 여기에 있으면서 두 여자를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 상대 가누구든, 영문 모를 상자속에 넣어지게 해선 안된다. 설사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 해도, 대지가 소리를 내며 갈라진다 해도.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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