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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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린 정말로 만나서는 안 될지도 모르겠어요."


꼭 서로 만나야만 관계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만남으로 인해 설레이는 감정이 사라지는 것 보다는 오히려 만나지 않고 그리워 하는게 더 애틋할 수도 있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잘못보낸 이메일로 인해 인연이 닿아,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에 대한 궁금증과 애틋한 사랑을 키워가는 "레오"와 "에미"의 이야기다.

[저는 저의 에미 로트너를 현실에서 뒤쫓게나 아쉬워하는 것보다 머릿속에서 그려보는 게 더 좋습니다.]  P.100



때로는 불친절하게 때로는 다정하게 현실에서는 드러내기 쉽지 않은 자신들만의 솔직한 감정을 이메일로 주고 받으면서, 그럴수록 서로에 대한 호감을 키워가게 된다. 그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게 된다.

[당신을 대할 때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꾸밈없이 드러내는 게 조금도 망설여지지 않아요. 당신에게 이건 기대해도 된다. 이건 안 된다, 그런 걸 깊이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거리낌 없이 저돌적으로 글을 쓰는 거죠. 저는 그게 너무 좋아요! 사실 이건 다 당신 덕이에요, 레오. 그래서 당신은 포기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어요. 당신은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줘요.]  P.169



만남에 대한 욕심이 있었지만 둘은 선뜻 만남을 가지지 못한다. 만남이 이 관게를 끝내게 되는 원인이 될까봐, 더이상 궁금증과 설레임이 없어질까봐, 서로의 모습에 실망할까봐 걱정하는 그들. 게다가 "에미"는 가정이 있는 여성이었기 때문에 "레오"는 더 망설이게 된다. 끝을 생각하게 된다.

[이메일을 매개로 한 환상의 사랑, 끊임없이 고조되는 감정,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그리움, 가라앉을 줄 모르는 열정, 이 모든 것이 현실에서의 만남이라는 하나의 진짜 목표, 지고의 목표를 향하고 있지만, 목표 실현은 번번이 미뤄지고 만남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 만남은 종착지도 없고 만료 기한도 없이 오로지 머릿속에서만 완벽하게 누릴 수 있는 세속적인 행복을 깨뜨릴 테니까요.]  P.315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오히려 실제로 만나는 연인들보다 더한 애틋함을 느끼고, 서로가 서로를 하나의 '세계'로 인식하게 된다. 답장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한동안 연락이 없으면 괴로워하고 걱정하는 두사람.


둘은 안다. 그들에게 미래는 없다는 것을, 만나게 되면 관계가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러한 설레임을 더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서로에 대한 감정을 멈출 수는 없었다. 과연 두사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녀의 이미지는 너무 부드럽고 연약해서 나의 진짜 시선이 가 닿으면 당장 금이 가거나 깨져버릴거예요. 이렇게 인공적으로 생겨난 에미는 하도 섬약해서 내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바스라져버릴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 따지자면 그녀는 내가 날마다 메일로 그녀를 불러낼 때 쓰는 자판 키와 키 사이의 공기에 지나지 않았어요. 훅 하고 한번 불면 사라져버리는, 그래요, 에미, 난 준비가 끝났어요. 메일함을 닫고, 자판을 훅 불고, 노트북을 접을 거예요. 당신과 헤어질 거예요.]  P.331



이 책의 결말을 읽고 충격적이어서 좀 벙쪘지만 왠지 이 책의 흐름과 너무 잘 어울리는, 여운이 남는 마무리여서 아주 좋았다. 일년이 지난 후를  다룬 후속편이 있던데, 이 책의 여운을 간직하기 위해 읽지 않아야 겠다. (그래놓고선 얼마후에 후속편을 왠지 읽게 될 것 같다.) 


사랑은 이제 막 시작할 때와 서로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 때가 절정이고, 시간이 흘러서 서로에 대한 궁금증이 줄어들고 신비함이 사라지면 사랑 역시 시들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로 만나지 않고 이메일로만 소통을 하는  "레오"와 "에미"는 현실의 연인보다도 더 강렬하게 서로에게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만나기 않고서는 절대로 풀릴 수 없는 서로에 대한 궁금증을 유지하는 한 그들의 끌림은 멈추지 않을 테니까.



PS. 이건 그냥 이름과 노래 제목 이 똑같아서 올려본다. 철자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너무 좋아하는 Damien Rice O 앨범

Damien Rice <Amie>
https://youtu.be/X2kX1FIsI8o

Nothing unusual nothing's changed
Just a little older that's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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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01 23: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맥 라이언과 톰행크스가 나오는 유브갓메일 이란 영화가 생각나요. 물론 이 영환 해피엔딩이지만 ~ 새파랑님 후속편 찾아 읽을실듯 합니다 ㅎㅎ책 읽고 밑줄 긋고 감동받고 놀라기도 하고 사실 책읽기가 신체활동 뺀 ( 소심한 신체활동은 있지만, 책 넘기기?) 완벽한 놀기? 가 아닐까합니다 북플에서 멋지고 신나게 노는, 그래서 다른 이들도 더 신나게 놀고 싶게 만드시는 분 중 한 분이 새파랑님이란 생각이 ㅎㅎ ~ 편한 밤 보내세요 ~

새파랑 2021-12-02 00:07   좋아요 4 | URL
이 책에서 계속 와인을 마시길래 🍺 로 대체했어요 ㅋ 예전 스마트폰 나오기 전의 낭만을 느낄수 있었던 작품이었어요 ^^ 제가 혼자서도 대단히 잘놀아요 ㅎㅎ

scott 2021-12-01 23: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일 오더블 북에서 레오와 에미 마흔을 훌쩍 넘긴 중견 배우들에게 맡겨서

이런 분위기 싸악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ㅎㅎ

밥 아저씨
신곡 애타게 기다림 ^^

새파랑 2021-12-02 00:09   좋아요 4 | URL
아하 이 책은 좀 낭만적인데 독일어랑 잘 어울릴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밥아저씨군요~! 전 쌀아저씨로 생각했어요 ㅋ 이 앨범 완전 좋아해요~!

페넬로페 2021-12-02 00: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떨땐 그냥 후속편을 모르고 열린 결말이 좋을때도 있더라고요.
이 책의 마지막 감동을 느껴보고 싶네요~~‘Amie‘ 곡 좋아요^^

새파랑 2021-12-02 00:20   좋아요 4 | URL
차라리 내맘대로 결론이 더 좋을거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후속편이 궁금하긴 합니다 😅 이노래 완전 좋아요 ㅋ 가사는 크게 연관은 없지만요~!

미미 2021-12-02 00: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꼭 읽어보라 하셨던?!
새파랑님도 별이 5개네요? 아아 고민됩니다.ㅋㅋㅋㅋ🙄

새파랑 2021-12-02 00:23   좋아요 4 | URL
다락방님이 워낙 리뷰를 많이 잘 쓰셔서 제글은 패쓰하시고 다락방님 글 읽어보세요. 하나 같이 완전 재미있어요~!! 내장탕도 나와요 ㅋㅋ
이책도 한번 읽으면 쭉 읽게 되더라구요 ^^

다락방 2021-12-02 05:49   좋아요 3 | URL
내장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12-02 01: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후속편은 패스를 추천합니다. 새벽 세시의 사랑은 사실 사랑에 대한 환상이 주였다는 생각을 해요. 그게 오히려 사랑의 설레임과 애틋함이 더 절절하게 다가왔었는데, 후속편은 현실이거든요. 저는 좀 확 깨더라구요. ㅎㅎ

새파랑 2021-12-02 08:46   좋아요 2 | URL
역시 이상과 현실은 괴리가 있군요? ^^ 전 내용을 까먹을때 쯤에 읽어봐야 겠습니다~!!

희선 2021-12-02 01: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메일이어서 더 나았겠습니다 그러다 실제 만나고 잘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만나면 본래 가지고 있던 좋은 감정이 바뀔지도 모르니 만나지 않는 게 낫다 여겼을 듯합니다 한쪽은 결혼한 사람이었다니...


희선

새파랑 2021-12-02 08:47   좋아요 3 | URL
그런데 왠지 에미의 그런 감정과 행동도 이해가 가더라구요. 좋은감정을 남겨놓는것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

coolcat329 2021-12-02 2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ㅎㅎ
읽으면서 왜그리 설레이던지요.
근데 이상하게 이 책 갖고 있기 싫었어요. 그래서 아이 유치원 선생님 드렸네요. 이 책 읽으시고 연애하시라고요. ㅋ

새파랑 2021-12-03 07:07   좋아요 1 | URL
좀 설레더라구요^^ 좀더 젊을때(?) 읽으면 좋았을거 같아요 ㅋ 유치원 선생님 선물드리는 센스 👍

cyrus 2021-12-02 22: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친한 알라디너분들을 만나보고 싶은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서로 다른 지역에 살고 계셔서 현실적으로 만나기가 쉽지 않은 데다가 온라인상의 제 모습과 실제 제 모습의 괴리감에 실망하는 분들이 있을까 봐 그냥 생각만 하기로 했어요.. ^^

새파랑 2021-12-03 07:16   좋아요 0 | URL
cyrus님 실제로 뵈도 왠지 멋지실거 같습니다~!! 현실에서 만나는게 쉽지만은 않을거 같아요 ^^

다락방 2023-09-13 14: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새파랑님 읽으셨던가 싶어서 검색했더니 이렇게 딱, 여운이 남는다는 감상이 있네요. 후훗.
:)

저 위에 내장탕 댓글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3-09-13 16:34   좋아요 1 | URL
ㅋㅋㅋ 내장탕

역시 먹는게 빠질수 없는 이작가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