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일본으로 ㅋ 소세키의 글은 잘 읽혀서 좋다

겐조는 먼 곳에서부터 가져온 책 상자를 이 6조 방 안에서 열고는 산더미 같은 양서(洋書) 속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일주일이고 이주일이고 지냈다. 그러고는 뭐든지 손에 잡히는 것은 닥치는 대로 집어들고 두세 페이지씩 읽었다. 그 때문에 정작 중요한 서재 정리는 시간이 흘러도 전혀 하지 못했다. 결국에는 이런 꼴을 보다 못한 어떤 친구가 와서 순서나 책 수에 상관없이 보이는 모든 책을 지체 없이 책장에 꽂아버렸다. 그를 아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를 보고 신경쇠약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자신은 이런 상태를 단순히 자신의 성격 탓이라 믿고 있었다.
(왠지 남일 같지 않다..) - P30
이것은 겐조에게 커다란 의문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그토록 신세를 졌던 사람에 대한 당시의 감정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좋은 마음이었다면 잊을리가 없으니까, 어쩌면 그 사람에게만큼은 처음부터 은혜에 보답할 만한 사랑이 생겨나지 않았는지도 몰라."
겐조는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아마 스스로의 생각이 틀림없을거라고 자신을 위로하기까지 했다. - P45
겐조는 형의 길동무가 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 많았다. 그리고 현재의 겐조는 상당히 쓸쓸함을 타는 사람이었다. 현재에서 점차 나아가게 될 미래 역시 쓸쓸할 것임을 겐조는 잘 알고 있었다.
(현재도 미래도 쓸쓸함 뿐이라면...) - P101
겐조는 그사이에 가끔 추억을 더듬어보았다. 형을 불쌍히 여기면서도 그는 어느새 형과 비슷한 과거의 사람이 되어갔다. 겐조는 자신의 생을 둘로 나누어보려고 했다. 그러자 깨끗하게 잘라내버려야 할 과거가 오히려 자신을 뒤쫓아왔다. 그의 눈은 앞을 향했다. 그러나 그의 발은 자꾸만 뒷걸음질을 쳤다. - P104
부부는 겐조를 귀여워했다. 하지만 그 애정 속에는 이상한 보상심리가 있었다. 돈의 힘으로 아름다운 여자를 첩으로 둔 사람이 그 여자가 좋아하는 것은 뭐든지 사주는 것처럼 시마다 부부는 애정 그 자체를 목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그저 겐조의 환심을 얻기 위해 친절을 보였다. 그들은 그 불순함 때문에 벌을 받았다. 그러나 자신들은 그사실을 알지 못했다. - P114
"인간은 평소 자신들의 미래만을 기대하고 사는데, 그 미래가 갑자기 발생한 위험 때문에 중단되고 ‘아, 이제 나는 끝장이구나!‘ 하는 사실을 인식하면 급히 눈을 돌려 과거를 뒤돌아보게 된다는 거야. 그래서 과거의 모든 경험이 한꺼번에 의식 표면에 떠오른다는 거지. 그의 학설에 따르면,"
(이 이야기 들은 적이 있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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