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에서 흉측한 모습의 한 마리 갑충으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열린 책들 35주년 세트 읽기 여덟번째로 읽은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시골의사> 였다.
1. 변신
워낙 유명한 <변신>의 경우 너무 유명해서 책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줄거리는 대략적으로는 알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는 이게 뭐지? 하는 느낌이었다. 직장에서 치이고 가정에서도 대우받지 못하는 가장의 비극을 풍자적으로 다룬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 재독을 해보니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느꼈다. 이번에 읽었을 때는 갑충으로 변한 "그레고르"와 그의 여동생 "그레테"의 심리변화에 집중하여 책을 읽었고, 읽다보니 사람의 마음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가 너무 잘 나타나 있었다.
여동생 "그레테"는 "그레고르"가 갑충으로 변한 직후부터 부모님과는 달리 그를 어느 정도 오빠라고 생각하고 그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며 그가 갇혀 있는 방에 방문하여 그의 상태를 확인한다. 오직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말이다. 하지만 동생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되고, 점점 생활이 궁핍해 갈수록 오빠에 대한 연민이 의심으로 바뀌어 간다.
[아버지, 어머니!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안되겠어요.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전 깨달았어요. 저런 괴물을 오빠의 이름으로 부를 순 없어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저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뿐이에요. 우리는 그동안 저것을 돌보고 참아 내기 위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 봤어요. 우리를 조금이라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P.93
하지만 누구보다 답답할 사람은 갑충으로 변한 남자 "그레고르 잠자"일 것이다. 어느날 깨어나고니 자신이 갑충으로 변해 있다면 얼마나 놀라겠는가? 하지만 그는 자신의 비참한 변신에도 불구하고 직장과 가족을 오히려 더 걱정한다. 누구하나 그의 흉칙한 모습 때문에 접근하기를 꺼려하는데도 말이다. 초반에는 오히려 그의 인간적인 감정이 남아있을 때라고 하겠다.
하지만 그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게 관심이 없고, 자신을 방치하는 가족들에게 서운함을 느끼게 되고, 점점 인간적인 감정에서 본능적인(동물적인) 감정으로 변하게 된다. 결국 이성적인 생각이 마비된 "그레고르"는 가족과 하숙인들이 모인 거실로 기어나오게 되며 모두에게 충격을 다시한번 안겨준다.
결국 다음날 "그레고르"는 자신의 아버지가 던진 사과가 등에 박혀 썩은 상태로 방치되어 죽게 되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가족은 그가 죽은 직후부터 행복을 찾게 된다.
동생 "그레테"의 말처럼 갑충으로 변한 "그레고르"는 모두에게 좋은 기억이라도 남아 있을때 그곳을 떠났어야 했던 걸까? 고생만 하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그레고르 잠자"는 행복할 수도 없고, 추억도 남길수 없는 비극적인 인간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저게 어떻게 오빠일 수 있겠어요? 저게 오빠라면 인간이 자기 같은 짐승과 같이 살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리고 진작 제 발로 나갔을 거예요. 그랬다면 우리 곁에 오빠는 없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계속 오빠에 대한 추억을 소중히 간직할 수 있을 텐데요.] P.95
2. 시골의사
하지만 이번 <변신> 단편집을 읽으면서 나에게 가장 큰 혼란을 준 작품은 바로 <시골의사> 였다. 도대체 이책의 내용과 인물들이 뭘 의미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되었으며, 페이지도 13쪽의 초단편이어서 네번은 읽은 것 같다.
시골의사와 소년환자의 관계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해설을 보면 시골의사와 소년환자는 동일인이라고 쓰여 있던데, 나도 그렇게 느끼긴 했었다. 일단 책을 읽다 보면 소년환자 옆에 시골의사가 눕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고, 환자들과 의사가 함께 누워 있다는 합창곡이 흘러나오기도 하는 것을 보면 동일인이 맞는 것 같다.
[전 선생님을 별로 믿지 않아요.. 선생님은 두 발로 걸어서 온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내동댕이쳐진 것일 뿐입니다. 선생님은 사람을 도울 생각은 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는 저의 자리를 비좁게 만들고 있어요, 전 선생님의 두 눈을 후벼 파고 싶은 심정입니다.] P.119
그렇다면 초반에 등장하는 마부와 하녀 로자, 그의 후임자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중간에 나오는 목소리는 신의 목소리 인가?
이런 의문을 해석하기에는 단편의 분량이 너무 짧아서 지식이 부족한 나에게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 같다. 그냥 뭔가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라는 느낌만이 강하게 든다.
<시골의사>는 아마 시골의사로 근무하던 주인공이 병이 들거나 또는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에 사고를 당하여 혼수상태로 누워 있으면서, 과거 자신이 진료했던 환자들을 떠올리며 점점 죽어가고 있는 자신과 동일시 하는 환상의 이야기인건가? 라는 추측을 해보왔다. (완전 주관적인 생각임..) 누군가 <시골의사>에 대한 해석을 해줬으면 좋겠다. 정답은 없겠지만...
이로써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20권 중 8권을 완독하였다. 오랜만에 읽은 <변신>은 아주 재미있었다. 역시 고전은 읽으면 읽을수록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 : 8권
MIDNIGHT(5권) : 도둑맞은 편지, 죽은 사람들, 비겟덩어리, 이방인, 변신
NOON(3권) : 노인과 바다, 행복한 왕자, 토니오 크뢰거
MIDNIGHT이 좀 더 내 취향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