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에는 그 여자 주위의 모든 것이 몽땅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고전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거야?

사실 나는 소설을 읽을 때 해피앤딩 보다는 새드앤딩을 좋아하고, 권선징악 보다는 악인이 살아남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실제 삶에서는 절대 그렇지는 않지만 왠지 취향이 그렇다. 설마 나만 그러는건 아니겠지? 막장드라마가 인기 있는것도 나와 비슷한 취향인 사람이 많기 때문일까?

˝모파상˝의 <벨아미>를 20자평으로 요약해 보자면, ‘완전 재미있는 완전 막장 중의 막장 이야기‘ 라 할 수 있다. 책의 흡입력이 장난 아니어서 500페이지 책이지만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벨아미‘는 사람 이름이 아니라, 프랑스어로 Bel-Ami, 미남 친구라는 뜻으로, 이 작품의 주인공인 ˝조르주 뒤루아˝의 별명이다. 얼마나 잘생겼길래 별명이 미남 친구일까? 책에서는 모든 여자들이 그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의 접근을 거부하지 않으며, 심지어 돈까지(?) 주는 걸 보면 완전 잘생기고 매력적인가 보다. 작가인 모파상이 윈했던 인간상 이었을까?

[그는 자신이 그토록 잘생긴 남자인 사실에 놀라서 언제까지고 자신의 모습을 넋을 잃은 채 바라보다가, 마침내는 자신에게 상냥하게 미소 짓고 이별을 고하기 위해 마치 위대한 인물에게 하듯 위엄 있는 태도를 갖추어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P.52


이 작품은 어쩌면 주인공인 ˝뒤루아˝의 성장이야기 라고도 할 수 있다.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에는 아프리카에서 군인으로 복무하다가 퇴역하고 난 후 파리로 가지만, 처음에는 철도원으로 근무하면서 박봉에 힘겹게 살아간다. 그런데 우연히 길에서 군대시절의 전우인 ˝포레스티에˝를 만나게 되고, <라비 프랑세즈>의 신문기자 였던 그는 주인공 ˝뒤루아˝를 자기 직장에 취직시켜주는 도움을 준다.

이후 주인공 ˝뒤루아˝는 승승장구 한다. 수습기자에서 사화부 기자, 정치부 기자로 근무를 하고 결국에는 <라비 프랑세즈>의 주간으로 취임하게 된다. 이렇게 신분상승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를 쌓게 되고, 마지막에는 <라비 프랑세즈>의 사장이자 엄청난 재산을 소유한  ˝왈테르˝의 어린 딸 ˝쉬잔˝과 결혼까지 한다. 여기까지는 미남 친구의 신데렐라 스토리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미남 친구 ‘벨 아미‘인 ˝뒤루와˝는 여자를 정말 좋아한다. 그는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가지 ˝마렐˝부인과 불륜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을 취직시켜주고 신분상승의 기틀을 마련해준 친구인 ˝포레스티에˝가 폐병으로 죽자 그의 부인인 ˝마들렌˝과 첫 결혼을 한다.

(˝마들렌˝은 전 남편의 기사를 어느정도 써주었고, 광범위한 정보통이어서 신문기사감을 가지고 오는 등 언론계의 막후 세력이라 할 수 있는 여성이었다.)

그러나 결혼으로도 그의 바람기는 마르지 않았다. ˝마렐˝ 부인과 불륜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번에는 <라비 프랑세즈> 사장의 부인인 ˝왈테르 부인˝을 유혹한다. 결코 넘어올 것 같지 않았던 그녀는 결국 미남 친구에게 푹 빠지게 되고, 또다른 불륜관계를 이어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미남 친구 ˝뒤루아˝는 ˝왈테르 부인˝을 귀찮게 여기게 된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왈테르 부인˝의 딸 ˝쉬잔˝에게 들이되게 된다. 그런데 이게 또 먹힌다. 이 부분이 진정한 막장의 클라이막스다.

˝쉬잔˝의 젊음과 아름다움, 그녀의 아버지 ˝왈테르˝의 재산과 지위가 탐이난 그는 ˝쉬잔˝에게 청혼을 하게 되고, 유뷰남인 그는 재혼을 하기 위해 그녀의 부인 ˝마들렌˝의 간통 현장을 설계하여 경찰과 함께 덮치게 되고, 결국 ˝마들렌˝과 이혼한다. 그리고 ˝쉬잔˝과 도주를 통해 결국 ˝쉬잔˝의 아버지 ˝왈테르˝로부터 결혼을 승낙받는다.

미남 친구와 불륜관계였던 ˝쉬잔˝의 어머니 ˝왈테르부인˝은 이 결혼을 극구 반대하지만, 결국 어쩔수 없이 승낙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그녀는 완전 무너지게 된다. 자신과 불륜관계였던 남자와 딸이 결혼한다는데, 정상일 어머니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그는 결국 부와 지위, 아름다운 부인을 얻는 성공신화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저분하고 추한 불륜과 정경유착이 있었다.

[˝이보게 친구, 여기에선 모든 것이 얼마나 뻔뻔한가에 좌우된다네. 조금이라도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면 과장이 되기보다는 장관 되기가 쉽다네. 부탁하는 게 아니라 당당해야 한다는 말일세.˝ ] P.17



이 책이 특히 재미있었던 건 발각될 것 같으면서도 발각되지 않는 ˝뒤루아˝의 불륜관계, 직장에서 위기 때마다 어떻게든 운 좋게 살아남는 그의 처세술이 박진감있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인공 ˝뒤루아˝는 얄미운 캐릭터 이긴 한데, 이게 대놓고 나쁘고 뻔뻔하다 보니 왠지 정이 가서, 책을 읽어가면서 그의 악행이 드러나지 않고 성공하길 바라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을 단순히 막장으로만 볼 수는 없다. 모파상은 이 작품을 통해 당시 프랑스 상류층의 투기, 권력남용과 같은 이면을 사실 그대로 묘사했고, 사교계의 문제점인 문란한 사생활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제기한 것이었다. 특히 유력인사들이 부정한 방법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식민지 정책과 언론과 정치인의 유착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그래서 다 읽고 난 후 재미는 있으나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당시 프랑스 사회나 현재나 크게 다를바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나 있을법한 문제라고 하기에는 모파상은 글을 너무 잘 썼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게.

[당신을 둘러싼 모든 것으로부터 시험 삼아 빠져나와 보시오. 살아 있으면서 당신의 육체나 이익이나 사상이나 온갖 인간성에서 벗어난다는, 저 초인간적인 노력을 하고 거기서 밖을 바보시오. 그러면 낭만주의와 자연주의와의  다툼이라든가, 예산 논의 같은 것이 얼마나 무가치한지 알게 될 거요]  P.187



지금까지 읽은 모파상의 작품을 살펴보니 다섯편을 읽었다. 원래 나의 모파상 최애 작품은 단편집 <어떤 정염> 이었는데, 이번에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최애 작품은 <벨아미>로 바꼈다. 혹시 재미있는 고전을 읽고 싶다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별 10개 작품이다.







댓글(64) 먼댓글(0) 좋아요(4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모나리자 2021-09-10 16: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새파랑님~^^

그레이스 2021-09-10 17: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1-09-10 17: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벨아미>가 왠지 애정이 가던데 이런 선물을 주니 너무 좋네요~!!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1-09-10 1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1-09-10 18:56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bookholic 2021-09-10 2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지기로 손색없는 새파랑 님의 이달의 당선작 2관왕 왕 축하드립니다...^^

scott 2021-09-10 21:20   좋아요 1 | URL
동감합니다 .🖐

새파랑 2021-09-10 21:22   좋아요 1 | URL
알라딘지기 하고 싶네요 ^^ 감사합니다~! 과분한 칭찬입니다 😆

페넬로페 2021-09-10 2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의 글로 ‘모파상‘ 열풍을 불러올 것 같은 예감을 가을의 바람이 전해줍니다.
2관왕 축하축하, 뿜뿜**

새파랑 2021-09-10 22:54   좋아요 2 | URL
ㅋ 페넬로페님 감사합니다😊

희선 2021-09-11 0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또 축하합니다 이번에도 모파상... 모파상 소설에서 이게 가장 좋으시군요 새파랑 님 주말 잘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1-09-11 08:40   좋아요 1 | URL
벨아미 완전 좋죠~!! 감사합니다. 희선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초딩 2021-09-11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달의 페이퍼 당선 축하드립니다~ ^^
멋지세요~

새파랑 2021-09-11 14:20   좋아요 0 | URL
연속된 축하 너무 감사드려요. 저도 오늘 우주점 가야겠어요 😆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