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Wish you were here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읽기 세번째 작품으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었다. <노인과 바다>는이번이 네번째 재독일까? 힘든 일이 있거나 문득 생각이 나면 이 책을 읽게 된다. 누군가가 나에게 고전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난 이 책을 추천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바다를 너무 좋아하는데다가, ‘헤밍웨이‘는 내 최애 작가이면서, 이 작품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희망과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언제나 좋을 수는 없다. 주인공이자 노인인 ˝산티아고 할아버지˝는 고기를 잡지 못한지 40일이 되는 날까지 그의 친구이자 소년인 ˝마놀린˝과 함께 배를 탔으나, 소년의 부모는 노인을 ‘살라오‘(재수 없는 자)라 생각하고 소년을 다른 배에 태운다.

하지만 노인을 너무 좋아하고 존경하는 소년은 언제나 그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고, 그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즐거워 하며, 그와 함께 배를 타지 못하는 걸 안타까워 한다. 노인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 소년은 노인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친구였기 때문이다.

고기를 못집은지 84일째, 노인은 사람들로부터 이제 운이 없어졌다고 무시당하면서도 그는 바다로 나간다. 혼자서 또 고독한 항해를 시작한다. 고기가 잡히지 않더라도 노인은 바다로 나간다. 그는 어부이기 때문에, 바다는 그에게 사랑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그의 전부이기 때문에. 노인은 단지 자신에게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지금껏 운이 없었을 뿐이야. 앞날을 누가 알어? 어쩌면 오늘은 운이 좋을지 몰라. 모든 날은 새로운 날이니까. 행운이 따른다면 더 좋겠지. 하지만 먼저 정확하게 하는 게 중요해. 그래야 행운이 찾아올 때 그걸 잡을 수 있지.]  P.35


고기를 못잡은지 85일째 되던 날, 그의 낚시대에서 고기의 입질이 오고 이제 노인에게 행운이 다시 찾아왔음을 느낀다. 하지만 그 고기는 아주 거대한 ‘말린‘이었고 그는 어떻게든 이 고기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몸에 상처가 나도, 손에 쥐가 나도, 정신이 혼미해져도 그는 고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소년의 부재를 느끼며 그를 그리워 한다.

[그 애가 내 곁에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p.43


고기를 잡겠다는 사투를 벌이면서 노인은 고기에게 계속 혼잣말을 한다. 마치 고기와 친구인 것처럼, 고기의 처지 역시 자신과 동일하다고 느끼는 것 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는 과거 자신의 화려했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힘을 얻는다.

격렬한 사투 끝에 마침내 노인은 거대한 고기를 잡게 되고 그 고기를 배 옆에 묵게 된다. 이 고기는 약 680킬로그램에, 길이는 5미터 50센티미터의 대어였고, 결국 그는 패배하지 않고 승리하게 된다.

그러나 고기를 잡으면서 생긴 고기의 피 때문에, 이 피냄새를 맡은 상어떼들이 그가 잡은 고기를 먹기 위해 접근하게 되고, 노인은 자신이 잡은 고기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상어떼를 물리치기 위한 또다른 사투를 벌이게 된다.

[너무 좋은 일은 오래가지 못하는구나,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차라리 이게 꿈이었더라면. 저 고기룬 낚지 않고 차라리 신문지를 깐 침대 위에 그냥 누워 있었더라면.]  P.101


노인이 잡은 고기는 상어떼의 습격에 의해 계속 사라지게 되고 노인은 자신이 너무 멀리 나온건 아닌지, 괜히 고기를 잡은건 아닌지 잠시 후회하게 된다.

[이게 꿈이었더라면. 차라리 저 고기를 잡지 말았더라면. 물고기야, 정말 미안하다. 모든 게 엉망이 되어 버렸어. 난 그렇게 멀리 나가지 말았어야 했어. 너를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나 말이야.]  P.108

하지만 노인은 결국 상어들을 모두 물리치고 부두로 복귀하게 되고, 부두에 있던 사람들은 고기의 모든 살점은 뜯겨져 나갔지만 고기의 거대한 뼈대를 보고 놀라게 된다. 그는 패배하지 않았다. 승리한 것이었다.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집으로 들어온 노인은 자면서 소년시절에 갔던 아프리카에서 본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노인의 영광은 아직 끝나지 않은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야. 인간은 파괴될 수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 거야.]  P.101



우리는 살면서 많은 시련을 경험한다. 하지만 그 시련을 극복하느냐 마느냐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운이 없다고 한탄할 필요는 없다. 다시 운명에 맞서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산티아고 할아버지 처럼...


Ps. 이 책을 읽고 나서 떠오르는 노래 두곡. 완전 최애곡이다~!!


<고독한 항해, 김동률>
https://youtu.be/JDoZRVgQpGo

난 또 어제처럼 넘실거리는 순풍에 돛을 올리고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날 지켜주던 저 하늘의 별 벗 삼아서
난 또 홀로 외로이 키를 잡고 바다의 노랠 부르며
끝없이 멀어지는 수평선 그 언젠가는 닿을 수 있단 믿음으로


<Wish you were here, Pink Floyd>
https://youtu.be/IXdNnw99-Ic

How I wish How I wish you were here
We‘re just two lost souls Swimming in a fish bowl Year after year
Running over the same old ground What have we found
The same old fears Wish you were here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8-16 11: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
1일 2리뷰 ʕ◉ᴥ◉ʔ

새파랑 2021-08-16 11:29   좋아요 4 | URL
또 일등😆 어제 다 읽은 책들이어서요 ㅎㅎ

2021-08-16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6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1-08-16 12: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01페이지에 있는 저 문장, 정말 최고죠!
산티아고 노인도
저는 소년의 캐릭터도 좋더라고요^^
scott님 페이퍼에서는 조성진.
새파랑님 페이퍼에서는 김동률🤩📚📗

새파랑 2021-08-16 12:22   좋아요 5 | URL
워낙 유명한 문장이지만 언제나 볼때마다 좋더라구요 😆 조성진 김동률 다 좋아요. 최고~!!

청아 2021-08-16 12: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오~♡두 곡의 노래가 이 작품과 참 잘 어울리네요ㅎㅎ오디오북으로 소년과의 대화만 들었는데 두 사람의 나이를 뛰어넘는 우정이 듣기 좋았어요😊

새파랑 2021-08-16 12:34   좋아요 5 | URL
이 책 Noon 세트에 있어요~!! 완전 좋아요. 다만 낚시를 싫어한다면? 😅 우정에는 나이가 없는거 같아요.~!! 저는 이제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 읽으려구요 ㅋ 그런데 읽다보니 이미 읽었던 책이라는ㅡㅡ그래도 재독^^

Jeremy 2021-08-16 13: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책 자체야 하나의 Allegory 라서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해보면 생각해볼수록 내용이야 심오하지만,

글 자체는 그야말로 헤밍웨이식 글 쓰기의 정수로
간결, 깔끔, 읽기가 어렵지않고 짧아서 더 좋은 책.
가장 유명한 2 Quotes.

“Only I have no luck any more. But who knows? Maybe today.
Every day is a new day. It is better to be lucky.
But I would rather be exact. Then when luck comes you are ready.”

“But man is not made for defeat,˝ he said.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새파랑 2021-08-16 14:02   좋아요 4 | URL
영어 잘 못하는 저도 헤밍웨이의 영문은 바로 이해가 되네요 ^^간결함에 힘이 느껴지는 그의 문장 완전 좋아요 😆

행복한책읽기 2021-08-16 14: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모든 날이 새로운 날> 넘 좋네요. 노인과 바다는 다 아는 이야기 같아 원작을 읽지 않게 되는 고전이에요. 제레미님 올려준 원문 감사합니다. Everyday is a new day.^^ 새파랑님은 책으로 매일을 이렇게 만드는 사람 같습니다^^

새파랑 2021-08-16 15:21   좋아요 2 | URL
모든 날은 새로운 날이 맞겠죠? 다 아는 이야기 여도 다시 읽을때마다 다른 기분으로 느껴집니다 😆 매일 새책을 읽으니까 저에게도 매일 새로운 날이겠죠? ㅎㅎ

레삭매냐 2021-08-16 1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인과 바다는 정말 읽을 때마다
달라지는 그런 기분이 듭니다.

새파랑 2021-08-16 20:2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더라구요. 그깟 낚시 이야기일 뿐인데 ㅜㅜ 노인의 이야기가 남 애기 같지 않아요 🙄

mini74 2021-08-16 19: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정말 좋아해요. 꼭 지독한 농담같은 날. 상처에 스미는 소금기같은 날이지만 또 그렇게 살아가겠지요 . *^^* 새파랑님 무서운 분., 몇 권을 올리시는 건지 이러면 너무 좋잖아요 !!! ㅎㅎ

새파랑 2021-08-16 20:25   좋아요 1 | URL
미니님도 좋아하시는 군요. 어제 이 책을 읽고 많은 힘을 받았습니다 😁 패배하지 않아~!

희선 2021-08-17 0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예전에 한번 봤네요 제목은 <노인과 바다>지만 다른 사람이 이 책을 보고 쓴 글을 보면 노인과 소년 같은 느낌도 듭니다 이 사람이 고기를 잡고 뼈라도 가지고 온 게 대단해 보이지만, 소년하고 마음을 나누는 게 좋아 보이기도 하네요


희선

새파랑 2021-08-17 07:44   좋아요 1 | URL
노인과 소년의 우정? 이 너무 멋져 보였어요. 누군가 의지가 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