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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방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8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건 한 순간이다. 하지만 그 순간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나 혼자인지, 상대방도 마찬가지인지에 따라 그 사랑의 결말과 비참함이 결정된다.
<전망 좋은 방>은 나에게 인생도, 사랑도 결국은 타이밍이라는 절대 명제를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어치피 될 사람은 되고, 안 될 사람은 안 되는 거라고.
피렌체로 여향을 떠나는 여주인공 "루시"와 그녀의 사촌언니인"샬럿"은 그들이 묵게 되는 숙소에서 전망이 없는 방에 배정되게 된다. 이에 실망하던 차에 나타난 남자주인공 "조지"와 그의 아버지 "에머슨"은 그녀들에게 자신들이 묵고 있는 '전망 좋은 방'을 양보하게 되며, 여기서 "루시"와 "조지"의 첫 만남은 시작된다.
이후 "루시"와 "조지"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성당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고, 피렌체 광장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계기로 서로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결국 그 둘은 함께 간 피크닉에서 아름다운 꽃들과 멋진 풍경에 취해 첫번째 입맛춤을 하게 된다
[조지는 그녀가 도착하는 소리를 듣고 돌아보았다. 그는 잠시 동안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가 하늘에서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그녀의 얼굴에서 빛나는 기쁨을 보았고, 꽃들이 그녀의 드레스로 밀려들어 푸른 파도를 일으키며 부딪치는 것을 보았다. 위쪽의 덤블숲이 닫혔다. 그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그녀에게 키스했다.] P.100
첫번째 입맞춤은 두 사람에게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 였을까? 피렌체에서의 첫 입맞춤 후 당황한 "루시"는 사촌언니 "샬럿"의 오지랍으로 로마로 급히 떠나게 되고 "루시"는 "조지"와의 입맞춤은 사랑이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이를 어느 정도 마음속에 간직한다. 그러나 "조지"는 로마로 떠난 "루시"를 잊지 못하고 괴로워 한다.(이러한 사실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밝혀진다.
로마로 떠난 "루시"는 그곳에서 "세실"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나중에 영국으로 돌아와 "세실"과 약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세실"이라는 남자는 개인주이적이고 이기적이었고 다른계층의 사람들과 여자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남자였다. 독자라면 누구든지 안다. 이런 남자랑 결혼하면 앞으로 고생길이 훤하다는 것을. 하지만 "루시"는 이미 약혼하기로 마음을 정했기 때문에 이를 참고 넘어 갔으며, 둘은 곧 결혼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우연히 갤러리에서 "조지"와 그의 아버지 "에머슨"을 만난 "세실"은 "조지"의 가족이 "루시"의 이웃으로 이사하게 되는데 도움을 주게 되고, "루시"를 잊지 못한 "조지"는 그곳으로 이사하게 된다. 얼마나 기뻤을까? 그녀를 다시 만날수 있다니.
그리고 "조지"는 그녀의 가족들과 친해지고 그녀의 집에 방문한다. 이러한 만남을 통해 "조지"는 "세실"이라는 남자와 "루시"가 약혼한 사이라는 걸 알게 되고, "루시"의 집에 머물고 있는 "세실"이라는 남자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된다. 그는 "루시"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녀가 불행해 질 것을 느끼게 되고, 그녀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며 두번째 입맞춤을 하게 된다.
"루시" 역시 "세실"의 단점에 대해 깨닫게 되고, 결국 그와의 파혼을 선택하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알게된 "앨런" 자매와 함께 그리스로의 여향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조지"에 대한 사랑 역시 거부하게 된다. "루시"와 "조지"는 다시 재회를 해서 사랑의 결실을 이룰 수 있을까? 그 둘은 '전망 좋은 방'에 다시 갈 수 있을까?
[루시의 눈에서 비늘이 떨어져 나갔다. 지금까지 어떻게 한 순간이라도 세실을 참았다는 말인가? 그는 정말로 견딜 수 없는 사람이었다. 바로 그날 밤 그녀는약혼을 파기했다.] P.239
이 책은 어떻게 보면 단순한 러브 스토리로 읽힐 수 있다. 여행지에서 우연한 남녀의 만남과 해어짐, 그리고 이어지는 재회와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는 이야기 이기 떄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이야기를 정리할 수는 없다. 주위의 속박 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한 여인의 당찬 결정과 주체적인 삶이 녹아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였을까? 읽으면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떠올랐다. 어떤 사람에 대한 오해가 풀리는 건 한순간이다.
<전망 좋은 방>은 <모리스> 이후 두번째 읽은 '포스터'의 작품인데, 개인적으로는 <모리스>에서 느껴졌던 인간관계에서의 성찰과 고통에 대한 문장이 너무 좋았었기 때문에, 나에게 어느 작품이 더 좋았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모리스>를 추천할 것이다. 그럼에도 읽는 재미가 있고,한 편의 로멘스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을 들게 하는 <전망 좋은 방> 역시 좋았다.
특히 '사랑은 타이밍이야'라고 하는 명제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조지"가 "루시"에게 한 두번째 입맞춤은 그들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타이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