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에게도 다른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작품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혹평을 받은 작품도 있을 수 있다. 어떻게 매번 좋은 작품을 쓸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럼 도선생님의 작품에도 그런게 있을까? 일단 이 작품에 들어있는 소설들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혹평을 받았다고 한다. 사전 정보없이 읽어서 그러한 사실을 몰랐었는데, 읽고 보니 내가 이상한게 아니었다는 생각을 했다.
<뻬쩨르부르그 연대기>에는 총 2개의 단편(쁘로하르친 씨, 아홉 통의 편지로 된 소설)과 1개의 산문(뻬제르부르그 연대기), 1개의 중편(여주인)이 담겨져 있다. 이 작품들은 도선생님의 데뷔작인 <가난한 사람들>과 <분신> 이후에 쓰여진 작품들로, 앞의 두 작품의 성공과 대비되게 많은 혹평을 받았다고 한다.(‘뻬제르부르그 연대기‘는 소설이 아닌 산문이어서 제외)
<쁘로히르친 씨>는 직장을 잃을까봐 두려워 하며 전전긍긍 하다가 결국 미쳐버리는 이야기 이다. 그는 상상력이 부족해서, 자신만이 힘들다고 생각하고 타인도 자신과 동일한 불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음에도 그는 그 행복을 상상하지 못하고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이 단편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분신>이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자기 복제같지만 단편으로 축소해서 인지 그만큼의 완성도와 공감을 불러오지는 않았다. 다만 이 문장만큼은 너무 좋았다.
[만약 그가 고통을 겪게 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아니라 그에게 상상력이 없기 때문일 뿐이라고 결론을 내리기까지 했다.] 11페이지
<아홉 통의 편지로 된 소설>은 두 남자가 만나지는 않고, 편지만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 오해가 커져서 결국에는 서로를 비난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서간체의 형식은 <가난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뭔가 유쾌하고 풍자적인 이야기 같으면서도 서간체이다 보니 왠지 충분한 설명이 뒷받침 되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이해가 안되었다. 확실한건 사람은 편지나 메세지로만 주고 받으면 오해가 생긴다는 거다. 이는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다.
<뻬제르부르그 연대기>는 도선생님의 생활공간인 뻬제르부르그라는 도시의 특징에 대해 쓴 글로, 소설이 아닌 산문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의 뻬제르부르그의 계절, 기후, 거리, 사람들에 대한 도선생님의 느낌이 날짜별로 정리되어 있다. 우울하고 회색빛이 감도는 것 같은 도시의 분위기가 독자에게 잘 전달된다. 그럼에도 가보고 싶은 도시 뻬제르부르그.
<여주인>은 이 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편 소설로, 쓸쓸하게 살아가는 몽상가인 ˝오르디노프˝가 ˝까쩨리나˝라는 한 여인을 우연히 마주친 후 사랑에 빠지게 되어 그녀와 그녀의 남편 ˝무린˝(노인)이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가면서 겪는 이야기이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들이 진행되면서 그의 사랑과, 그녀의 태도, 무린의 행동은 어느게 진실이고 어느게 거짓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결국 ˝오르디노프˝는 그 집에서 나오게 되고 , ˝까제리나˝ 부부는 어디론가로 사라진다. 읽다보면 정말 막연하고 모호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이 작품은 이후에 쓰여지는 <백야>를 연상하게 하는데, <백야> 만큼의 감정의 전달과 공감은 주지를 못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두서가 없었고 영혼의 고통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 그러나 오르디노프는 왜, 그녀의 삶이 자신의 삶으로 변했고, 그녀의 고통이 왜 자신의 고통으로 변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202페이지
이 문장처럼 이야기는 두서가 없지만 ˝오르디노프˝의 감정은 이해가 되었다.
이 네개의 작품들은 도선생님이 시베리아를 가기 전에 쓰여진 초기 작품으로, 완성도가 그렇게 높지 않아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아니지만, 도선생님을 좋아한다면 그의 초기 작품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이제 남은 도선생님의 작품은 6작품에 8권이다. 유명한 작품은 대부분 읽어서 이제는 상대적으로 유명하지 않은 작품만 남았는데, 작품이 쓰여진 시대 순으로 읽으려고 한다. 그래서 다음 작품은 <아저씨의 꿈>을 읽을 예정이다. 이 작품은 도선생님의 시베리아 생활 이후 쓰여진 첫 작품이라 하는데, 어떻게 쓰여졌을지 기대가 된다.
끝으로 이 책의 역자인 ˝이항제˝님이 쓰신 해설중에 인상깊은 구절을 소개하고 싶다. 왠지 읽으면서 너무 공감이 갔다~!!
[초기 작품뿐만 아니라 도스도예프스키 작품 전체의 심원한 내용과 난해한 문체는 우리들의 안이한 책읽기와 접근을 원천적으로 거부한다. 그러나 끈기를 가지고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을 독파하고 나면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은 물론 러시아 문학과 문화 전반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자신도 모리게 확장,심화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안이한 책읽기와 접근을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도선생님의 글은 그래서 그렇게 읽기 힘든건가?
그리고 요즘 유행인 Voila를 한번 해봤는데, 직접 찍어보니 머리가 이상해서 저장된 사진으로 ㅎㅎ 뭔가 비슷한거 같은데 다르다. 이런 이미지는 아닌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