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프루스트‘ 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에 드디어 ‘입문‘ 했다. 과연 소문대로 왜 읽기 어려운지, 왜 읽다가 포기하는지 이유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일단 문장 자체가 길고, 한가지 것에 대해 집요할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하며, 감정의 밑바닥 까지 표현히다 보니 문장에 집중하지 않으면 길을 잃기 쉽겠다고 느꼈다. 만약 ‘프루스트‘가 외향적인 사람이라면 엄청난 수다쟁이가 아니었을까란 상상까지 해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고비를 넘기고 나니 어느정도 페이지가 넘어갔다. 내 경우에는 이 책을 읽을 때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음악도 듣지 않고 간식도 먹지 않아야 한다는 제한사항이 생겼다. 잠깐 정신을 집중 안하면 앞페이지로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간혹 5~6페이지 앞으로 넘어가야 할 때도 있다.아니 그보다 더한 경우도...)

<스완네 집 쪽으로 1, 2>는 1부 ‘콩브레‘,  2부 ‘스완의 사랑‘, 3부 ‘고장의 이름‘ 등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콩브레‘는 ˝마르셀˝이 어린시절 파리 인근 시골인 ‘콩브레‘의 할아버지집과 레오니 할머니 집에서 지내면서 만난 사람들과 경험한 이야기들이 그려져 있다. 저번에도 언급한 ‘마들렌과 홍차‘이야기가 들어있는 챕터이다.

이 챕터에는 특별한 사건은 없지만 등장인물들의 간략한 성격, 콩브레의 묘사, 그리고 이후에 주요인물로 등장하는 ˝스완˝과 그의 딸 ˝질베르트˝, 그의 아내인 ˝오데트˝에 대한 잠깐의 만남이 그려져 있다.

특히 ‘콩브레‘의 주요 산책길인 ‘메제글리즈라비뇌즈(스완네 집 쪽)‘과 ‘게르망트 쪽‘이 나오는데, 각자의 길을 따라 걸으면서 ˝마르셀˝이 경험하고 듣고 알게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 길에 있는 풍경과 집을 떠올리면서 이와 인물들의 이야기와 풍경 묘사가 마구 튀어 나와 머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책의 앞부분에 지도라도 한장 그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부인 ‘스완의 사랑‘은 시점이 갑자기 바뀌어서 ˝스완˝과 ˝오데뜨˝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스완네 집 쪽으로>에서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운 챕터이다. 화류계의 여인인 ˝오데트˝가 어떻게 ˝스완˝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미치도록 자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스완˝이 처음부터 ˝오데트˝에게 빠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가 먼저 그에게 접근하였고, 그 역시 가볍게 생각하였지만, 어느순간 그가 좋아하는 ‘보티첼리‘ 그림속 여인과 닮았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빠지게 되면서, 그는 격정적인 사랑에 휘말리게 된다. 누가봐도 악녀이고 계산적인 그녀이지만, 그는 헤어나오지 못하고, 그녀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하나 때문에 천국과 지옥을 번갈아 경험하게 된다.

사랑을 했을 때 느끼는 초조함, 의심, 말못할 아픔, 감정의 변화 등이 너무 잘 표헌되어 있어서, ˝스완˝이 느끼는 사랑의 열병을 간접체험할 수 있다.

[그렇게도 많은 밤, 그가 그 길에 들어서면 멀리서도 그를 알아보고는 기쁘게 해 주던 불빛으로 ˝그녀가 바로 저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하고 알려 줬는데, 지금은 ˝그녀가 기다리던 남자와 같이 있어요˝라고 말하며 그를 고문했다.] 154페이지

그와 그녀의 사랑의 결말 부분이 생락되어 있어서 어떻게 결혼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이 챕터에서는 ˝스완˝이 ˝오데트˝를 포기한것 처럼 써있어서 이후 결혼까지 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하다.

3부인 ‘고장의 이름‘은 다시 주인공인 ˝마르셀˝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가 ˝스완˝의 딸인 ˝질베르트˝에 대해 느끼는 사랑의 감정과 그녀와 함께한 장소인 ‘샹젤리제‘의 이야기들이 그려진다. ˝마르셀˝의 사랑 이야기는 2부의 ˝스완˝의 사랑 이야기와 겹쳐 보이는 부분이 많다. 더 많이 사랑할수록 더 많이 초조해하고, 기다리고, 공상하는 모습은 어린소년의 짝사랑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데, 왜 ˝질베르트˝는 나만큼 좋아하지 않는지에 대해 안타까워 하는 ˝마르셀˝의 마음이 잘 느껴진다.

또한 ˝질베르트˝를 좋아하는 만큼, ˝스완˝에 대한 주인공의 감정도 커짐을 보여주는데, ˝스완˝의 세계에 합류하고자 하는 주인공의 열망을 알수 있으며, 향후 이야기가 이러한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그리고 챕터 제목처럼 ‘이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멋진 문장들이 나오는데, 이는 추억과 더불어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나타내주는 것 같다.

[우리가 알았던 장소들은 단지 우리가 편의상 배치한 공간의 세계에만 속하지 않는다. 그 장소들은 당시 우리 삶을 이루었던 여러 인상들 가운데 가느다란 한 편린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이미지에 대한 추억은 어느 한 순간에 대한 그리움일 뿐이다. 아, 이 집도 길도 거리도 세월처럼 덧없다.]  407페이지

뭔가 책을 다 안읽고 리뷰를 쓰는 기분이 든다. 그 이유는 아직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안 읽은 책이 8권 이상 남아 있고, 이 책의 결론도 모르며, 특히 내가 읽은 2권의 내용들을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뭔가 정리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10권을 읽을 즈음에 기억나지 않을 거 같아서, 이렇게 리뷰를 써보면서 책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스토리는 정말 간략하지만 세부 내용은 절대 간략하지 않고 방대하기 때문에, 혹시 제 리뷰가 오해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꼭 직접 읽어보시면 좋겠다. 특히 2부 <스완의 사랑> 은 정말 좋다.

곧  3, 4권을 읽고 내용을 다시 정리해야 겠다. 아래 사진은 새로 산 박스 세트~!! 너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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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31 20:3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알았던 장소들은 단지 우리가 편의상 배치한 공간의 세계에만 속하지 않는다. 그 장소들은 당시 우리 삶을 이루었던 여러 인상들 가운데 가느다란 한 편린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이미지에 대한 추억은 어느 한 순간에 대한 그리움일 뿐이다. 아, 이 집도 길도 거리도 세월처럼 덧없다.]

새파랑님이 밑줄 그으신 이문단이 마르셀 옹의 ‘잃시찾‘ 전권을 관통하는 주제 입니다.
이렇게 빠른 시간안에 1-2권을 읽으시면서 새파랑님은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음악도 듣지 않고 간식도 먹지 않아야 한다는 제한사항]라는 규칙 까지 정해 두시고 열독 하신건 진정 마르셀옹이 집필할때 아무도 못들어오게 방해 받지 않기 위해 모든 문과 창을 코르크로 밀봉 해놓고 집필하듯 새파랑님은 진정 숨만 쉬시면 책에 푹 빠지셨네요.

3-4권 읽으시기전에 새파랑님께
🍺맥주+🍗치킨을~

새파랑 2021-05-31 20:41   좋아요 5 | URL
저 문장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정말 그런 의미가 있었다니~! 이 책은 잠깐 집중안하고 읽으면 ‘뭐지?‘하는 느낌을 받아서요. 어디 산속 휴양림 같은데 혼자 머물면서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ㅎㅎ 아직 오늘 걷기를 못해서 치맥은 나중에^^

페넬로페 2021-05-31 22:00   좋아요 4 | URL
정말 이 문장 좋아요♡♡

그레이스 2021-05-31 20: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올제 클래식스로 10권 전집이 있는데 민음사 표지가 예뻐서 ...^^
구입할까 생각중이예요
잘 읽히는지가 관건이죠?!

새파랑 2021-05-31 20:44   좋아요 5 | URL
저는 민음사를 좋아해서 ㅎㅎ 근데 박스로 있으니까 멋있어 보여요. 읽는 것과는 별개로 ^^ 표지가 예쁘다고 잘 읽히는것 같지는 않네요 ㅎㅎ

페넬로페 2021-05-31 22:11   좋아요 5 | URL
그레이스님~~
‘민음사판 책 구입한다‘에
한 표입니다^^

청아 2021-05-31 21: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모아 놓으니 넘나 화사해요!! 저는 거꾸로 7권까지 사 두었는데 1권이 있지만 세트로 사야겠네요ㅋㅋ원래 스포당하지 않으려고 줄거린 스킵했는데 프루스트는 오히려 사전 정보를 알아둠 좋을것 같네요.마들렌의 세계에 입문 축하드립니다!ㅋㅋㅋ*ଘ(੭*ˊᵕˋ)੭*(프루스트는 맥주마심 더 잘 이해되는것도 같아요ㅋ)-스콧님 통찰👍

새파랑 2021-05-31 21:03   좋아요 5 | URL
카메라가 안좋고 책상이 어지러워어 사진이 별로에요 ㅎㅎ 역시 시각효과가 있나봐요. 책만 봐도 프루스트에 대한 애정이 늘어나요 ^^

붕붕툐툐 2021-05-31 21: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표지 넘 사랑스러워요~(제가 읽는 건 다른 버전이라) 모아만 둬도 뿌듯하실 거 같은데, 읽기까지 하시니~ 진짜 배부르실 듯 합니다! 능력자 새파랑님!!

새파랑 2021-05-31 21:56   좋아요 5 | URL
근데 이제 서론 읽은 기분이에요 ㅎㅎ 일단 관상용으로 ^^

페넬로페 2021-05-31 22: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프루스트 시작하고 싶네요~~
그래도 조금만 미루고
새파랑님 리뷰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묵묵히 읽으시는 모습이 너무 멋지십니다^^
유야호👍👍👍
저는 차와 달콤한 것들을준비했어요♡♡
맛있게 드시며 책 읽으시기를~~
🥞🍰🍨🍬☕🍫🍮

2021-05-31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1-06-01 07: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풍경묘사...나오면 전 긴장하는데 ㅠ. 2부 스완의 사랑에서 ‘미치도록 자세하게‘ 묘사가 어느정도 일지 궁금합니다.
2권 완독 축하드립니다. 간식도 자제하고 읽어야하는책~~
근데 책 너무너무 이뿌네요

새파랑 2021-06-01 07:57   좋아요 5 | URL
풍경을 따라가면 가끔 머리속이 새하얗게 됩니다 ㅎㅎ 이건 책이 예뻐서 소장해도 좋을거 같아요^^

레삭매냐 2021-06-01 21: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엄두도 못낼 위업을
이루어가고 계시네요...

새파랑 2021-06-01 22:10   좋아요 2 | URL
위업까지는 아니지만 ㅋ 그냥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지 읽을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ㅎㅎ

희선 2021-06-03 0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을 듯하네요 저기에서 한권씩 빼서 보시니 10권까지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아직 다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희선

새파랑 2021-06-03 06:36   좋아요 2 | URL
아직 다 안나왔다고 하더라구요. 보는것만으로도 너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