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류의 사랑은 다 의미가 있고 타인이 함부로 그것에 대해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범죄가 아니라면... ) 사랑에 빠지면 나이, 인종, 계층 등은 더이상 장벽이 되지 않는다. 하물며 성별이라는 것도 문제가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E.M.포스터‘의 <모리스>는 동성간의 사랑을 다룬 작품으로, 포스터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는 실제 동성애자였으며, 이 책은 당시 영국의 시인이자 동성애 운동가인 ‘에드워드 카펜터‘를 만나고 난 후 쓴 작품이라고 한다.
당시 시대는 현재보다 더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그의 모국인 영국에서는 동성애 자체가 불법이었다.
˝혹시 마을 회진을 하다보면 오스카와일드 같은 불결한 부류들과 마주치기도 합니까?˝
˝아니오, 그런 일은 다행히 정신병자 수용소에서 맡고 있습니다˝
이게 이 책에 표현된 당시의 인식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포스터‘의 사후에 출간되었다.
<모리스>는 주인공인 ˝모리스˝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동성애에 대한 감정과 경험을 그린 작품이다.
˝모리스˝는 어린 시절부터 동성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느꼈는데, 그가 케임브릿지 대학에 가서 ˝클라이브˝를 만나게 된 후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자각하게 된다. 둘은 육체적인 관계가 아닌 정신적 교감을 통한 절제된 사랑을 한다.
하지만 ˝클라이브˝가 책에서 말하는 소위 ‘정상‘이라는 상태로 돌아가게 되고, ˝앤˝이라는 여성과 결혼하게 된다. 그렇게 ˝클라이브˝는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현실세계를 받아들이며 계층에 맞는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모리스˝는 그를 잊지 못하고, 힘들게 자기만의 세계에서 사랑에 실패하고 사람에 버림받은 외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중 결국 그는 동성애 대한 육체적 욕망에 눈을 뜨게 되고, ˝클라이브˝의 영지인 ‘펜지‘에서 ˝알렉˝이라는 동성을 만난 후 ˝클라이브˝와는 실패했던 사랑을 완성하게 된다.
마지막 부분에서 ˝클라이브˝는 과거를 지우고 자신의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살아갈 것이고, ˝모리스˝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자신이 속한 장애물을 극복해 나가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암시하며 이야기는 끝난다.
(이렇게 밖에 줄거리를 요약하는 내 능력에 한탄한다. 실제 이야기는 완전 ‘감정의 혼란‘이다)
<모리스>는 동성애에 대한 의식의 발전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그가 느끼는 동성애에 대한 심리적인 갈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동성애의 관점이 아니더라도 한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실패하고, 이를 극복하는 ˝모리스˝의 성장은 독자들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 낸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이 ‘동성애‘를 다룬 작품인지 모르고 읽었다. 평소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지만, 그렇게 잘 아는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신선했다. 그리고 ‘동성애자‘가 느끼는 감정이란게 저런 것이구나 하는 어느정도 이해를 했다.
요즘에야 영화에서 ‘동성애‘를 많이 다루기는 하지만, 책이 쓰여진 당시의 시대배경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작품이라 하겠다.
개인적으로 ˝모리스˝가 ‘경험한 상황‘ 보다는, 그가 경험한 ‘감정의 변화‘에 특히 공감을 했다. 모든 사람이 반대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랑을 하는 그의 외로움이 잘 느껴지는 작품. 어떠한 종류의 사랑도 그 감정은 존중받는게 마땅하다고 생각하며, 리뷰를 끝낸다. 그의 다른 작품을 다 읽고 싶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