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를 읽었다. 이 책은 얼마전 알라딘 우주점에 방문해서 구매한 책인데, 책을 급하게 고를때에는 역시 고전, 그중에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손이 가더라는.

도리스 레싱의 책은 처음 접해봤는데, 읽고나서 머리가 정말 쭈삣해지더라는 느낌이 들었다. 레싱이 ‘다섯째 아이‘를 쓴 배경으로, 첫째는 빙하시대의 유전자가 우리에게도 내려온다는 한 인류학자의 글이었고, 둘째는 한 어머니가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정상적인 세 아이를 낳은 뒤 태어난 네번째 딸 때문에 다른 아이들을 망쳤다고 하소연하는 것을 읽은 일이라고 하던데, 이러한 배경이 책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이야기는 많은 아이를 낳고, 대저택에 살며, 항상 많은 친구들로 북적거리는 ‘전통적 의미에서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해리엇˝과 ˝데이비드˝가 결혼을 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첫째 부터 넷째자녀 까지는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다섯째 아이 ˝벤˝이 태어나면서 정상적인 가정이 붕괴되게 된다. (비정상적으로 힘이 쎄고, 아이같지 않으며, 다소 동물적인 유전자를 가진 이아라고 할까?)

특이하고 위협적인 ˝벤˝을 가족들과 친척들은 모두 싫어하며 그를 멀리한다. 심지어 엄마인 ˝해리엇˝ 역시 내심 사고로 그 아이가 죽기를 바라기도 한다. (이게 이상한게 아니고, 책에서는 그만큼 위협적인 아이로 그려진다.)

결국 ˝벤˝을 버려진 아이들이 모여있는 특수시설에 보내게 되지만, 몇일 후 ˝해리엇˝은 ˝데이비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죄책감 또는 모성애로 인해 ˝벤˝을 다시 데려오게 되고, 이후 그들 가족은 ˝벤˝이 주는 공포로 인해 서로 멀어지고, 자녀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더 이상 친척들은 방문하지 않게 되며, 결국 그들이 꿈꿨던 가정은 파괴되며 이야기는 끝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어떠한 상황에서도,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가 희생하는것이 부적당한 것이라 할수 있을까? 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그리고 ˝벤˝과 같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불가능 한 것인가? ˝벤˝과 유사한 다운증후군 친척인 ˝에이미˝의 대조적인 사랑받는 삶과, 동물적인 ˝벤˝과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동네 형인 ˝존˝과 ˝데릭˝을 보면, 어쩌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벤˝을 버리지 못한 ˝해리엇˝의 선택도, 가정의 행복을 택한 ˝데이비드˝의 선택도 모두 일리가 있었고 납득이 갔다. 그래서 읽으면서 더 혼란이 왔다. 누구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오래간만에 읽은 어려운 책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책이다. 근데 이야기가 재미있고 잘 읽힌다는...도리스 레싱 책 다른것도 도전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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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4-16 09: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리뷰 읽어보니 이 책에서 많은걸 생각하게 할 것 같아요. 도리스 레싱이 노벨 문학상 받은 작가 맞죠?
아직 한번도 이 분의 책을 읽지 않았는데 흥미로워요^^

새파랑 2021-04-16 10:37   좋아요 4 | URL
노벨상을 탔다고 써있더라는~! 전 이 책 읽고 좀 섬뜩했습니다. 책에서 안좋은 일이 일어날것만 같은 기분ㅜㅜ

미미 2021-04-16 10: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리뷰읽고 찜하려니 찜이 되어 있네요.ㅋㅋ 불행을 마주 할 때 사람들은 본캐를 내보이는 것 같아요. 어쩐지 <인간실격>느낌도 나네요.🤔

새파랑 2021-04-16 10:42   좋아요 3 | URL
역시 미미님은 책에 대한 자비가 없으시다는 ㅎㅎ (다 장바구니로 ㅋ) 우울한 분위기만 좀 비슷합니다. 정말 안좋은 상황에서의 인간의 심리를 생각하게 합니다^^

coolcat329 2021-04-16 10: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은 읽고난 후 한 일주일 동안은 계속 생각이 나더라구요. 후속작 Ben, in the wotld 인가? 있다는데 국내번역은 안된거같아요. 근데 읽고 싶지는 않아서 찾아보진 않았네요.

미미 2021-04-16 11:09   좋아요 3 | URL
말씀하신 후속작 출판사 제공 책소개를 번역기 돌려보니 극적인 마지막 장면이 소름끼친다고 나와요!(더 궁금ㅠ) 영어는 벗어날래야 벗어날 수가 없네요.

새파랑 2021-04-16 11:18   좋아요 2 | URL
저는 해설보니까 후속작이 있다고 해서 읽어볼까 했는데 영문이라니 ㅜㅜ 전 포기 ㅎㅎ(영문소설은 살면서 5권정도만 읽어본거 같다는...)

미미 2021-04-16 11:22   좋아요 3 | URL
저도요ㅋㅋ그나마 다행인건 178페이지라는 거네요.ㅠㅠ미국에 재고 3권 떠서 주문함요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4-16 11:23   좋아요 3 | URL
와 미국까지~! 대단하네요^^ 미미님의 리뷰를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scott 2021-04-16 11:40   좋아요 3 | URL
쿨켓님 말씀처럼
이책은 호불호가 갈리는것 같아요
전 친구에게 선물로 줬다가 ㅎㅎ
황금 노트북은 좋았는데

scott 2021-04-16 11:46   좋아요 2 | URL
Ben, in the world
킨들에 있는데 미미님 구매 리뷰 읽고 난후
클릭 해볼꺼임 ^ㅎ^

새파랑 2021-04-16 11:58   좋아요 3 | URL
스콧님 선물 줬다가 혼나신건가요? ㅎㅎ 횡금노트북 검색해봐야겠습니다 ^^

얄라알라 2023-01-13 00:35   좋아요 0 | URL
아...쿨캣님도 그러셨군요.
저는 지금 ~ing입니다. 지금도 <투명한 힘> 몇 페이지 읽다가, 다시 서가에서 <다섯째 아이> 뽑아왔어요...

뭔가 불편하고 기분이 안 좋아져요^^:;;;
Ben, in the world?인가 그 책은 Ben이 이용당하고 고생하는 내용이라는 데 더 우울해지려나요..

Falstaff 2021-04-16 12: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마음 속으로 내내, 그러나 헛되이 바랐던 건,
제발 해피 엔드로 끝났으면 좋겠다는 거였습니다.
정말 우라질 책이예요. ㅜㅜ

새파랑 2021-04-16 13:02   좋아요 3 | URL
아 ㅋ 우라질 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책 맞는거 같아요 ㅎㅎ 읽고나서 이건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하는 고민도 들더라는^^

coolcat329 2021-04-16 13:08   좋아요 5 | URL
ㅋㅋ 우라질! 진짜 딱이에요 🤣🤣

얄라알라 2021-04-16 14: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줄거리 어디서 들어본거 같다 싶었는데, 엊그제 읽은 [환장할 우리 가족]에서 소개받고, 다시 새파랑 님께 소개받는 셈이네요^^

새파랑 2021-04-16 15:29   좋아요 1 | URL
아 그 책에 나오나보네요. 이런 우연이^^ 이 책도 ‘환장할 가족‘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책입니다 ㅋ

Jeremy 2021-04-16 16: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Doris Lessing 책은 3권, ˝The Grass is Singing˝. ˝The Fifth Child‘,
그리고 630 페이지를 가뿐히 넘는 ˝The Golden Notebook˝ 을 읽었는데
Doris Lessing 책은 읽고나서 글 쓰기가 정말 너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복잡하고 미묘하면서 쟁점이 되는 문제들을
계속 머리 속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괴로운 이야기들을
찾아서 읽게 하는 걸까?˝ 고민하면서요.



새파랑 2021-04-16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다 원서로 읽으시는구요~!! 저도 ‘다섯째 아이‘ 이야기는 정말 독특하고 미묘하더라구요. 싱숭생숭. 그런데 계속 읽고싶은 생각이 드는~!
The grass is singing 찾아서 읽어봐야겠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4-16 23: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리스 레싱은 언제고 읽을 작가로 등록돼 있는데. 흠. 저는 이 책부터 보아야겠습니다. 정상/비정상. 원문에도 이렇게 적혀 있는 거겠죠. 사실은 비장애/ 장애 인데 사회적으로 장애를 비정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으니까, 저자가 의도를 담아 저렇게 썼겠죠. 책에서 아이가 위협적인 아이로 그려져 있다고 쓰셨는데, 아이 자체가 정말로 위협적인 것인지, 그 아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그 아이를 위협적으로 느껴서 위협적으로 그려져 있는지 궁금하네요. 영화 <케빈에 대하여>가 생각납니다. 언능 검색을 해봐야겠어요.^^

새파랑 2021-04-16 23:55   좋아요 2 | URL
책에서는 다섯째 아이가 정말 위협적이긴 합니다. (주체할 수 없는 힘, 동물적인 태도. .) 저도 약간 무섭더라는 ㅎㅎ 스포가 될 수 있을까봐 더이상 설명은 생략합니다 ^^

얄라알라 2023-01-13 00:37   좋아요 0 | URL
행복한 책읽기님처럼, 영화 <케빈...> 생각하시며 이 책 읽었다는 분들이 계시니 이번엔 그 영화를 다시 한 번 더 봐야겠다 싶어지네요....Jeremy님 말씀이 딱인 것 같아요...
‘계속 머리 속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