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죄와 벌 1~2 - 전2권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문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죄와 >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

.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오랜만에 나의 인생책 리스트를 갱신했다. <죄와 > 톨스토이의 <부활> 다음으로 읽은 러시아 문학이다. <부활> 읽을 (특히 후반부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았던 등장인물과 이야기의 더딘 진행 때문에 조금 읽기 힘들었다. 그러나 <죄와 > 나의 부족한 어휘력으로는 형용할 없을 정도로 내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선사했다.

.

권의 900페이지 분량을 자랑하는 작품인만큼 확실히 난이도가 있었다. 문장이 다섯 줄을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장황한 문장들, 단락 나누기가 되지 않은 채로 페이지가 이어지던 문단들, 여전히 어려운 러시아 이름 … <죄와 > 읽다가 포기하고 중간에 하차했다는 후기들을 많이 접했는데 충분히 이해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작품을 완독할 있었던 이유들을 적어보려 한다.

.

일단 번역 이야기를 수가 없다. 외국 소설, 특히 고전 세계문학을 읽을 때에는 번역이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책을 사기 전에 번역 관련한 리뷰들을 많이 검색했다. 그렇게 구입한문학동네출판사의 <죄와 > 번역은 정말 좋았다. 특히 가독성이 좋아서, 위에서 언급했던 길고 장황한 문장들이 어렵지 않게 술술 읽혔다. 때문에 책을읽덮했던 사람들은 기존에 읽던 것과 다른 출판사의 책으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문학동네 버전을 추천한다.)

.

다음은 내용적인 측면이다. 간단히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라스콜니코프라는 청년이 고리대금업자를 살해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켜 갈등을 만들고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여기에 인물들의 풍부한 감정선까지 더해지면서 <죄와 >이라는 명작이 탄생했다. 읽으면서 가장 감탄했던 부분은 주인공라스콜니코프 심리를 표현한 부분이다. <죄와 >에는 그가 살인을 결심한 이유부터 범행 이후에 겪는 감정들까지 심리가 섬세하고도 집요하게 나와있다. (물론살인 어떠한 경우라도 용납될 없지만) ‘라스콜니코프 기존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충분히 살인을 저지를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정도로 설득력이 있었다. 그리고 살인 이후에 겪는 주인공의 다양한 감정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살인을 저지른 죄책감부터 본인이 저지른 짓을 정당화하려는 마음, 주변 인물들로부터 느끼는 압박감 다양한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사람이 미쳐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이렇게까지 흥미로운 일인가 싶을 정도로 경탄을 금치 못했다.

🗣대체 뭐가 죽였다는 거야? 과연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들 죽이냐? 그때 내가 갔던 것처럼 과연 그렇게들 가서 죽이냐고! 내가 어떻게 갔는지 언젠가 이야기해줄게…… 정말 내가 노파를 죽인 걸까? 자신을 죽인 거야, 노파가 아니라! 그것도 그렇게 단숨에 자신을 죽여버렸다고, 영원히!…… 노파는 악마가 죽였어, 내가 아니야…… (후략)”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제목이다. 작품의 제목을 <죄와 >이라고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라스콜니코프 이론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평범한 사람들비범한 사람들으로 나뉘어있고, ‘비범한 사람들 저지르고 그를 극복하며으로써 세상을 개혁한다고 주장한다. 나폴레옹, 카이사르 등이 예이다. 이에 따라라스콜니코프 해당하는 고리대금업자를 살해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구원하는 불러일으킬 것이라 생각하며 자신의 살해는 죄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이 부분이 그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라스콜니코프 나폴레옹 등의 비범한 사람들과는 다르게 커녕 죄책감, 압박감에 히스테리를 부리며 주변 인물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이것이이지 않을까. 이런 점을 비추어보면죄와 라스콜니코프 외적 상황과 내적 심리를 대변한 적확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거의 써가는 지금도 <죄와 >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인생책 하나를 알게 되어 행복한 기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9
제임스 M. 케인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포스트맨은 벨을 울린다> - 제임스 M. 케인

.

최근 고전 세계문학을 (나름) 많이 읽었다. <동물농장>으로 입문하게 고전 문학의 세계는 현대의 문학과는 다른 매력들이 가득했다. 이에 대한 알고리즘(?)으로 세계문학 전집을 출간하고 있는 출판사민음사 유튜브 채널을 정주행한 적이 있다. 민음사답게 세계문학 전집 몇몇 작품들을 추천하는 영상을 접했는데, 영상에서 언급된 하나가 바로 <포스트맨은 벨을 울린다>이다. 책에 대해 알아보니장강명작가님이 본인의 인생책으로 책을 언급했던 것을 보게 되어 곧바로 읽기 시작했다.

.

줄거리는 단순하다. 아내와 내연남이 협력하여 남편을 죽이는 내용이다. 물론 죽이면서 끝나는 아니라 후의 내용도 전개된다. 그런데 제목은 전체 줄거리와 어울리지 않는 <포스트맨은 벨을 울린다> 였을까? 완독한 후에도 질문에 대한 답을 없었지만, 작품 해설에 해답이 있었다. 작가는 책의 원고를 여러 출판사에 돌렸지만, 상당히 자극적인 내용 때문인지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출판사에서 보내는 (출간 여부에 대한) 답장을 배달하는 우체부를 계속 기다리는 작가 자신의 처지가 작품 주인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때문에 자신의 집을 방문할 벨을 울리는 우체부를 떠올리며 작품의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

작품은하드보일드 문학으로서 매우 간결한 문체로 쓰여있다. 조금 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인물들의 심리나 주변 배경에 대한 묘사 따위 집어치우고 오로지 이야기의 전개에 필요한 문장만으로 책을 느낌이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장단점이 명확했다. 먼저 장점의 경우에는, 전개가 무척 빨라서 책을 손에서 놓을 없게 만들었다. 민음사 유튜브 영상에서는재미 기준으로 했을 추천한 작품이 바로 책이었는데, 확실히 재밌게 읽었다. 자극적인 소재 자체가 주는 재미도 있었지만, 휘몰아치는 이야기의 진행 속도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것도 무척 좋았다.

.

하지만 단점도 느껴졌는데, 바로 등장인물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없을 때가 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인물의 행동이 주인공들에게 영향을 끼치는데, 인물이 이런 행동을 저질렀는지가 나오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아마도 인물들의 심리에 대한 서술이 부족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나 싶었다. 하지만 이런 간결한 문체 덕분에 독자의 입장으로서 인물이 이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추측을 해보는 색다른 재미도 느낄 있었다.

.

책을 읽고 나니, 최근에 사회적으로 화두에 오른가평 계곡 살인사건 떠올랐다. 사건의 내용도 작품처럼 아내와 내연남이 남편을 죽였다는 것이다. 지금 사건의 용의자들은 지명 수배범이 것까지 진행되었다고 들었다. 물론 이들은 당연히 체포되어 본인들이 저지른 짓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만약에 체포되지 않는다면 어떨까. 계속 숨어서 지낸다고 하더라도 살인을 같이한 이들이 서로를 믿으며 행복을 유지할 있을까. <포스트맨은 벨을 울린다> 읽으며, 이들의 미래를 보는 것만 같았다. 사회적으로 사건이 이슈가 지금이야말로 작품을 읽기에 아주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활> - 레프 톨스토이

.

<부활>의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귀족 남자와 하녀의 신분을 초월한 비극적인 사랑’으로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줄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전개를 보는 것보다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를 파악하는 게 이 작품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느낀 이 작품의 주제는 당시 러시아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것이다.

.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들 중 하나는 ‘양극화된 사회적 구조’다. 작중에선 찢어지게 가난한 농민들의 생활들과 사치스럽고 방탕한 상류층들의 모습이 극명히 대조된다. 

🗣 두 사람 다 술 때문에 살인자가 됐다. 격분한 순간에 사람을 죽인 그 농부는 아내와 가족과 친척들과 헤어져 두 발에 족쇄를 차고 머리카락을 깎인 채 유형을 떠난다. 한편 이 장교는 영창의 좋은 방에 구금되어 좋은 식사를 하고 좋은 술을 마시고 책을 읽다가 오늘내일 석방되어 그저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될 뿐 예전처럼 살아갈 것이다.

같은 범죄를 저지른 두 사람이지만, 받은 처벌의 수위는 극과 극으로 달랐다. 이러한 결과를 야기한 원인은 바로 두 사람의 사회적 신분 차이였음을 작가가 (거의)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이렇게 심하게 양극으로 갈린 사회적인 현실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 톨스토이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외치는 듯 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

톨스토이는 이런 사회적 문제에 대한 원인과 해결방안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작품에서 ‘네흘류도프’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토지들을 농민들에게 나누어주려 한다. 가난한 농민들의 삶을 직접 보고 충격을 받은 ‘네흘류도프’는 ‘헨리 조지’의 저작들을 읽으며 공부한 뒤, 그가 가지고 있는 땅을 농민들에게 주어 자급자족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전략) 헨리 조지의 저작들에서 그것을 확증하는 훌륭한 논거를 발견했다.

이 문장과 함께 달려있던 주석을 읽으니, ‘헨리 조지’는 ‘토지 국유화 이론’을 주장했던 학자였고 톨스토이가 그 주장을 매우 신봉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토지 국유화’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톨스토이가 제안했던 대책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이렇게 작가의 사상과 주장들이 작품에 묻어나오는 게 잘 느껴져서 많이 놀랐다. 괜히 고전 명작이 아니구나 싶었다.

.

또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왜 제목이 <부활>일까?”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작품 말미에 ‘네흘류도프’가 마태복음서를 읽고 깨달음을 얻으며 다시 태어난 듯한 뉘앙스가 나오기는 하지만, 나는 ‘카츄샤’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해보았다. 그녀는 어린 시절 밝은 환경에서 지낸 쾌활한 하녀였지만 ‘네흘류도프’에게 모욕을 당한 뒤 정신적인 죽임을 당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망가졌다. 매춘부가 되어 생계를 유지하지만 어떤 살인사건에 무고하게 휘말려 징역살이를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사건이 그녀의 정신적인 부활을 불러일으켰다. 감옥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며 새로운 삶을 맞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활>이라는 제목은 ‘네흘류도프’보다 ‘카츄샤’에 더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

앞서 말했듯이, <부활> 단순히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서 당시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 고발하려는 의도를 문학적으로 담아냈기 때문에 지금까지명작이라 일컬어지는 같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너무 과하기도 했다. 1권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주는 뛰어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2권부터는 내가 지금 소설이 아니라 인문학 책을 읽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 줄거리의 진행은 더디면서 다른 등장인물이 계속해서 나와 사회적 부조리를 드러내는 장면이 반복될 , 지친다는 생각이 정도로 힘들었다. 작품이 톨스토이가 노년기에 작품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분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고전 명작으로 불릴 만한 훌륭한 수작이었다. 가슴에 와닿는 문장들을 많이 만날 있었고, 완독을 하니 나의 독서 범위가 조금은 넓어진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인과 바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8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

.

세계 고전문학에 관심이 많아져 블로그 검색도 많이 해보고 북튜버 영상도 많이 찾아보곤 했다그때 우리 엄마가 지나가던 말로 <노인과 바다> 재밌다고 말씀하셨다읽어보진 않았어도 제목은 많이 들어본 유명한 작품이어서 궁금증이 생겼다알고보니 ‘퓰리처상 ‘노벨 문학상 수상한 작품이기도 했고두께도 얇고 가독성이 좋다는 말도 들어서 한번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줄거리 자체는 아주 단순하다. ‘노인이 바다로 나가서 낚시를 하는 이야기라는  문장으로 요약할  있다그렇기 때문에 절대적인 책의 분량은  130페이지 가량으로 얇다고   있지만내용까지 고려한다면 ‘어떻게  내용으로 130페이지나   있는 거지?’하는 의문이   있다묘사나 서술 방식을 장황하게 늘여서 쓰는 방식으로 분량을 채웠다고예상할  있지만절대 그렇지 않다헤밍웨이는 단순하고 간결한 사실주의적 문체로 <노인과 바다>라는 작품을 완성해냈다장황한 문장은 집중력을 흐트러놓지만헤밍웨이의 문장은 독자들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끔 집중시킨다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소설  이야기가 독자들의 마음에  크게 와닿는다고 생각한다또한헤밍웨이는 이야기  곳곳에 유머 포인트를 심어 놓아 웃음을 준다때문에 독자들은 작가 헤밍웨이의 필력에 감탄하지 않을  없을 것이다.

🗣 “놈이 마침내 아주  올라오고 있는데하느님 제발 제가 견뎌낼  있게 도와주옵소서주기도문이랑 성모송을 번씩이라도 얼마든지 외우겠습니다지금 당장 외울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일단 외운걸로 쳐주십시오노인은 생각했다나중에  외우겠습니다.

.

얇은 두께와 단순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주는 여운과 교훈은 무겁다맨몸의 ‘산티아고 노인 700킬로에가까운 청새치를 사냥하기 위한 노력을 보면서  자신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가 반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나는 스스로의 가장  단점으로 ‘뒷심이 부족한  꼽는다조금만 어렵거나 힘들면 바로 포기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모습을 스스로 많이 발견하고 고치려 노력하지만 쉽게 되지 않았다 작품의 ‘산티아고 노인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끝까지 물고 늘어지려는 성미와불가능하다는  느끼면서도 본인은 해낼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  고집이 너무멋있었고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인생을 살면서 한번이라도 끝까지 매달려 노력해본 적이 있는가스스로에게 질문을던졌을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한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

지금까지 내가 적은 글만 본다면 노인이 ‘꼰대처럼 보일  있다하지만 <노인과 바다> ‘산티아고 노인 그렇지 않다본인이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부하 직원이라   있는 ‘소년  좋은 고기잡이배로 보낼  안다내가 만약 늙으면 <노인과 바다> 노인처럼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과 믿음이 굳건하여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겸손한 공감의 자세를 가진 노인의  모습이 내게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담 보바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담 보바리> - 귀스타브 플로베르

.

‘보바리즘’이라는 철학 용어를 아는가. ‘자신이 만들어낸 환영을 좇아 자신을 실제보다 과장해서 생각하는 허풍스러운 정신 상태’를 뜻한다. 쉽게 말해서 ‘과대 망상’ 등의 미래에 대한 꿈이 현재를 지배하는, 일종의 정신병이다. 이 단어는 소설 <마담 보바리>의 주인공 ‘엠마 보바리’에서 유래되었다. <마담 보바리>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보바리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질문 하나가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도대체 ‘보바리’는 소설 속에서 어떻게 나오길래 저런 단어가 만들어졌는가”

.

<안나 카레니나>, <인생의 베일>, <주홍글씨>와 함께 4대 불륜 소설로 손꼽히는 <마담 보바리>는 주인공 ‘엠마’가 불륜을 저지르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엠마’가 ‘샤를르’에게 시집을 가는 내용, 2부에서는 ‘로돌프’와의 첫번째 불륜, 3부에서는 ‘레옹’과의 두번째 불륜이 전개된다. 청년들과 저지르는 불륜이 주된 내용이긴 하지만, ‘보바리즘’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부분은 아마 1부이지 않을까 싶다.

.

‘엠마’는 의사 ‘샤를르’에게 시집을 가게 되면 지루하고 따분한 시골 생활을 청산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정작 ‘샤를르’는 일과 식사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우직하다 못해 멍청한 남편이었다. 예상을 뒤엎는 결혼 생활에 ‘엠마’는 심각한 권태로움을 맞이하는데, 이때 어떤 후작의 파티에 초청을 받아 그곳에 가게 되며 엠마는 큰 충격을 받는다. 엠마는 그곳의 화려함과 우아함에 반했고, 돌아와서는 본인이 파리의 귀족처럼 사는 삶을 계속해서 꿈꾼다. 하지만 현실과의 괴리를 자각하며 앓아눕기까지 하고, 이때 ‘샤를르’는 일상의 변화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이사를 결심한다. 그후 ‘엠마’는 이사간 그곳에서 ‘로돌프’와 ‘레옹’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

주인공 ‘엠마’의 행실을 보고 있으면 답답한 기분이 들긴 한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들을 찾아보니 ‘복장터진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그래도 무작정 비난하지는 못하겠다. 시골 생활과 멍청한 남편에게서 권태로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나였어도 매우 따분했을 것 같다. 하지만 2부, 3부를 계속 읽다보니 의문스러운 점이 하나 생겼다. 과연 엠마는 로돌프와 레옹을 진심으로 사랑했을까? 만약 엠마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두 남자를 연이어서 만나진 않았을 것 같다. 나는 엠마가 지루함을 이겨내기 위한 수단으로 ‘불륜’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사랑이 아닌, 그저 ‘자극’에 불과한 것 말이다. 이 부분이 ‘엠마’에 대한 동정심과 혐오감, 서로 다른 두 감정이 동시에 들게 했다.

.

<마담 보바리>는 문장 하나하나에 섬세하게 공들이고 인물의 감정 및 분위기의 묘사에 충실하다는 평을 받는다.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하기는 한다. 그냥 “놀랐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을 

🗣 “크게 뜨고 있었지만 그 두 눈은 섬세한 피부 밑에 조용히 맥박치고 있는 피때문에 광대뼈 쪽으로 약간 당겨진 듯한 느낌이었다.”

라고 할 정도로 그 표현 수준은 정말 뛰어나서 그런 부분을 즐기는 재미가 있었다.

.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그런 묘사가 지나치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 “마침 날씨가 좋았으므로 빳빳이 풀먹인 모자, 금십자가, 갖가지 빛깔의 어깨걸이숄이 밝은 햇빛을 받아 눈보다 희게 번쩍였고 여기저기에 박힌 그 잡다한 색채가 프록코트와 푸른 작업복들의 어둡고 단조로운 빛깔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이렇게 주변 풍경이나 사물에 대한 묘사를 담은 문장들은 지나치게 세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런 부분도 소설에서 필요하긴 하다. 독자가 소설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상상하는데 저런 표현들이 분명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야기의 진행에 몰입하다가 이런 부분이 계속해서 반복되면 흐름이 끊기고 집중이 안된다. 세부적인 표현들과 묘사가 정말 대단하다는 알긴 알겠으나, 내가 아직 이런 부분까지도 즐기는 수준에 도달하진 못했나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