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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8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평점 :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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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고전문학에 관심이 많아져 블로그 검색도 많이 해보고 북튜버 영상도 많이 찾아보곤 했다. 그때 우리 엄마가 지나가던 말로 <노인과 바다>가 재밌다고 말씀하셨다. 읽어보진 않았어도 제목은 많이 들어본 유명한 작품이어서 궁금증이 생겼다. 알고보니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했고, 두께도 얇고 가독성이 좋다는 말도 들어서 한번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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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자체는 아주 단순하다. ‘노인이 바다로 나가서 낚시를 하는 이야기’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적인 책의 분량은 약 130페이지 가량으로 얇다고 볼 수 있지만, 내용까지 고려한다면 ‘어떻게 저 내용으로 130페이지나 쓸 수 있는 거지?’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묘사나 서술 방식을 장황하게 늘여서 쓰는 방식으로 분량을 채웠다고예상할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헤밍웨이는 단순하고 간결한 사실주의적 문체로 <노인과 바다>라는 작품을 완성해냈다. 장황한 문장은 집중력을 흐트러놓지만, 헤밍웨이의 문장은 독자들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끔 집중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소설 속 이야기가 독자들의 마음에 더 크게 와닿는다고 생각한다. 또한, 헤밍웨이는 이야기 속 곳곳에 유머 포인트를 심어 놓아 웃음을 준다. 때문에 독자들은 작가 헤밍웨이의 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놈이 마침내 아주 잘 올라오고 있는데, 하느님 제발 제가 견뎌낼 수 있게 도와주옵소서. 주기도문이랑 성모송을 백번씩이라도 얼마든지 외우겠습니다. 지금 당장 외울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일단 외운걸로 쳐주십시오, 노인은 생각했다. 나중에 꼭 외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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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두께와 단순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주는 여운과 교훈은 무겁다. 맨몸의 ‘산티아고 노인’이 700킬로에가까운 청새치를 사냥하기 위한 노력을 보면서 나 자신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가 반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나는 스스로의 가장 큰 단점으로 ‘뒷심이 부족한 것’을 꼽는다. 조금만 어렵거나 힘들면 바로 포기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모습을 스스로 많이 발견하고 고치려 노력하지만 쉽게 되지 않았다. 이 작품의 ‘산티아고 노인’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려는 성미와, 불가능하다는 걸 느끼면서도 본인은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 그 고집이 너무멋있었고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인생을 살면서 한번이라도 끝까지 매달려 노력해본 적이 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던졌을 때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한 나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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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가 적은 글만 본다면 노인이 ‘꼰대’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 노인’은 그렇지 않다. 본인이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부하 직원이라 할 수 있는 ‘소년’을 더 좋은 고기잡이배로 보낼 줄 안다. 내가 만약 늙으면 <노인과 바다>의 노인처럼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과 믿음이 굳건하여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겸손한 공감의 자세를 가진 노인의 그 모습이 내게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