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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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 레프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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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귀족 남자와 하녀의 신분을 초월한 비극적인 사랑’으로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줄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전개를 보는 것보다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를 파악하는 게 이 작품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느낀 이 작품의 주제는 당시 러시아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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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들 중 하나는 ‘양극화된 사회적 구조’다. 작중에선 찢어지게 가난한 농민들의 생활들과 사치스럽고 방탕한 상류층들의 모습이 극명히 대조된다. 

🗣 두 사람 다 술 때문에 살인자가 됐다. 격분한 순간에 사람을 죽인 그 농부는 아내와 가족과 친척들과 헤어져 두 발에 족쇄를 차고 머리카락을 깎인 채 유형을 떠난다. 한편 이 장교는 영창의 좋은 방에 구금되어 좋은 식사를 하고 좋은 술을 마시고 책을 읽다가 오늘내일 석방되어 그저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될 뿐 예전처럼 살아갈 것이다.

같은 범죄를 저지른 두 사람이지만, 받은 처벌의 수위는 극과 극으로 달랐다. 이러한 결과를 야기한 원인은 바로 두 사람의 사회적 신분 차이였음을 작가가 (거의)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이렇게 심하게 양극으로 갈린 사회적인 현실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 톨스토이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외치는 듯 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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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는 이런 사회적 문제에 대한 원인과 해결방안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작품에서 ‘네흘류도프’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토지들을 농민들에게 나누어주려 한다. 가난한 농민들의 삶을 직접 보고 충격을 받은 ‘네흘류도프’는 ‘헨리 조지’의 저작들을 읽으며 공부한 뒤, 그가 가지고 있는 땅을 농민들에게 주어 자급자족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전략) 헨리 조지의 저작들에서 그것을 확증하는 훌륭한 논거를 발견했다.

이 문장과 함께 달려있던 주석을 읽으니, ‘헨리 조지’는 ‘토지 국유화 이론’을 주장했던 학자였고 톨스토이가 그 주장을 매우 신봉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토지 국유화’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톨스토이가 제안했던 대책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이렇게 작가의 사상과 주장들이 작품에 묻어나오는 게 잘 느껴져서 많이 놀랐다. 괜히 고전 명작이 아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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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왜 제목이 <부활>일까?”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작품 말미에 ‘네흘류도프’가 마태복음서를 읽고 깨달음을 얻으며 다시 태어난 듯한 뉘앙스가 나오기는 하지만, 나는 ‘카츄샤’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해보았다. 그녀는 어린 시절 밝은 환경에서 지낸 쾌활한 하녀였지만 ‘네흘류도프’에게 모욕을 당한 뒤 정신적인 죽임을 당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망가졌다. 매춘부가 되어 생계를 유지하지만 어떤 살인사건에 무고하게 휘말려 징역살이를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사건이 그녀의 정신적인 부활을 불러일으켰다. 감옥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며 새로운 삶을 맞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활>이라는 제목은 ‘네흘류도프’보다 ‘카츄샤’에 더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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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이, <부활> 단순히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서 당시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 고발하려는 의도를 문학적으로 담아냈기 때문에 지금까지명작이라 일컬어지는 같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너무 과하기도 했다. 1권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주는 뛰어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2권부터는 내가 지금 소설이 아니라 인문학 책을 읽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 줄거리의 진행은 더디면서 다른 등장인물이 계속해서 나와 사회적 부조리를 드러내는 장면이 반복될 , 지친다는 생각이 정도로 힘들었다. 작품이 톨스토이가 노년기에 작품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분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고전 명작으로 불릴 만한 훌륭한 수작이었다. 가슴에 와닿는 문장들을 많이 만날 있었고, 완독을 하니 나의 독서 범위가 조금은 넓어진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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