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 하단에는 위산과 음식의 역류를 막는 심장 판막 모양의 근육이 있다. 이 근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위의 내용물이 식도 하부로 역류해서 위식도 역류성 질환을 일으킨다.·······
위식도 역류성 질환은 여성에게 좀 더 높은 빈도로 나타나고 여성이 증상을 더 심하게 느낀다. 그러나 더 심각한 병으로 발전하는 것은 남성 쪽이다.(120쪽)
흔히 역류식도염으로 불리는 위식도 역류성 질환이 최근 몇 년 동안 유행병처럼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아픈 증상 때문에 심혈관계 질환이 아닐까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계속해서 기침이 나는 경우에는 호흡기 계통 중병으로 오인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질환으로 말미암아 천식이나 폐렴이 생기기도 한다. 통증이 견갑골 사이 등 부분이나 목, 팔 쪽으로 나타나는 것 때문에 단순히 정형외과 물리치료나 침 치료를 받으면서 치료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그밖에도 인후 이물감, 만성 부비동염(축농증), 연하곤란, 쉰 목소리 등 다양한 관련 증상을 유발한다. 더 중요한 것은 치료 안 된 상태로 시간이 흐를 경우 식도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과식, 특정 음식물, 임신에서 비롯하기도 하고, 항 콜린제와 같은 약물이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좀 더 포괄적인 근본 원인은 정신적 스트레스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단순한 개인 생리 문제가 아니다. 사회 문제다. 정치경제 문제다. 여성이 이 질환에 더 높은 빈도로 노출되는 것은 남성가부장체제의 소산이다. 남성이 더 심각한 병으로 발전하는 것은 적폐본진이 오랫동안 자행해온 정치경제적 수탈구조의 소산이다.
백색의학은 위식도 역류성 질환이 지니는 소미한 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인체를 기계로 여기므로 진단을 할 때도 내시경검사, 24시간 식도 산도검사, 식도내압검사 따위의 방법을 사용한다. 생활 전반 특히 정신적인 문제를 점검하지 않는다. 기계적 진단으로 병명이 확정되면 화학합성물질 처방하고 끝이다.
국내 최고의 어떤 양방병원에서 백색의학 방법으로 3년 동안 치료(?) 받았으나 전혀 차도가 없어 애태우던 어떤 분이 찾아왔다. 나는 대화와 간단한 손 진단으로 몸과 마음 상태 전반을 확인했다. 그의 끈질긴 위식도 역류성 질환은 한약 한 제와 침 치료 10여 회로 완치되었다. 소요 기간은 보름이었다. 그가 신기하다며 혹시나 해서 그러니 마무리로 한약 한 제를 더 지어 달라 해서 그리했다. 그 마무리(?)까지 포함하면 딱 한 달이었다. 녹색의학이란 이런 것이다.
극적인 효과에 의거한 말이 아니다. 병과 사람의 서로 다른 결을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그 결이 다르면 같은 병명이라도 치료의 길을 달리해야 한다. 백색의학에 길들여지면 아픈 사람조차 이런 진실에 귀 기울이지 못한다. 얼마 전 경추 디스크를 의심하며 목과 등이 아프다고 찾아온 분이 있었다. 목과 등에다 침을 놓아달라고 했다. 진단 결과 위식도 역류성 질환이었다. 나는 소상히 이야기해주고 치료 방향을 달리했다. 그는 내 진단과 치료를 신뢰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필경 당장 통증이 나타나는 곳에 집중하지 않은 것이 못마땅했을 터. 인연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백색의학 적폐란 이런 것이다.
위식도 역류성 질환은 상당 기간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젊은 여성들에게 많이 번져 가리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다. 임상 현장을 지키는 의자로서 좀 더 세심하고 곡진하게 녹색의도에 배어들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