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중독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여성은 괴로운 경험이나 감정을 느낄 때 다시 약물에 손을 대곤 하지만 남성은 그 반대로 좋은 기분이 들 때 다시 약물에 빠진다. ‘좋은 기분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다.·······여성은 남성보다 약물중독에 다시 빠지는 빈도가 낮다.(100쪽)


괴로움을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과 즐거움을 더하고자 하는 마음이 같을 리 없다. 전자는 즐겁기까지야 바라겠느냐 괴롭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즐거움을 향락으로까지 극단화 하지 않는다. 후자는 즐거우면 즐거울수록 좋다는 얘기다. 즐거움을 향락으로까지 극단화 한다.


극단화는 백색문명이 낳은 일극집중구조의 전매특허다. 음성 되먹임이 불가능한 무제약의 매혹이 도사리고 있다. 그 매혹은 문명 전체를 포르노로 만든다. 포르노는 백색인간의 숙명이며 저주다. 우리 자신이 이미 익숙히 몸담고 있는바 이제 포르노 아닌 무엇이 있단 말인가. 중독이 아닌 무엇이 있단 말인가.


중독은 진정한 몸 느낌의 전체성을 상호 소외된 파편들에 사로잡히게 한다. 찰나적 각성과 지속적 몰각이 끊임없이 단순 반복됨으로써 향락은 타락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타락은 필연이다. 필연 속에서 백색문명은 멸망을 향해 달린다. 멸망일로의 백색문명에 백색의학은 땜질 시늉으로 삽질하며 부역한다.


담금질, 저 진정한 몸 느낌의 전체성을 복원하는 힘든 과정이 바로 녹색의학이다. 녹색의학은 괴로움과 즐거움이 비대칭의 대칭을 이루며 인간의 삶을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이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이 불망의 약속에서 여성은 남성과 다를 뿐만 아니라 더 야젓한 지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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