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얀 마텔 지음, 황보석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14. 8.5. 화 `Self` - 얀 마텔

남자로 태어나 18살 생일에 여자가 되고 다시 26살.. 끔찍한 강간을 겪으며 다시 남자가 된 주인공의 허구의 자전적 소설 `Self`

`Life of Pi` 에서는 태평양 한가운데서 뱅갈 호랑이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 가는 주인공으로 나를 매혹시켰던 얀 마텔이 이번에는 `올란도` 처럼 성을 바꾸며 자신의 남자로서 그리고 여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방황하는 이야기로 나를 휘어잡았다... 소설가의 상상력은 정말이지 독자에 대한 `구원` 그 자체인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유쾌하고 설레이는데 가슴 저리고 씁쓸하다. 어린 시절부터 서른 살까지 파란만장한 인생을 엿보는 성장 소설의 즐거움도 있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한 인간의 고단함이 무겁다.
우리가 무엇을 믿는다는 것은 결국 그것을 선택함으로써 세상에 우리 자신을 드러내는 일... 나는 무엇을 믿고 있고 또 거기에는 나의 무엇이 담겨 있는가... 무엇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는가... 주인공의 디테일한 내면 묘사는 결국은 나를 향해 던져지는 수많은 질문들이 되어 나를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다.

책을 보면서 몇 번이나 앞 쪽을 뒤적거렸는지 모른다. 주인공 이름이 뭐였더라... 하면서. 내 심각한 건망증으로 또 외국 소설 주인공 이름이 뇌리에 박히지 않는구나 하면서. 그런데 내 뒤통수를 친 것은 주인공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 `Self`. 그냥 그 자신 혹은 그녀 자신 이었던 것. 왜 였을까... 작가가 주인공에게 이름을 주지 않았던 이유는.. 소설 속 `나 자신`의 시각과 경험을 통해 소설을 읽는 독자 `나 자신`이 소설을 완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였을까?
같은 소설일지라 하여도 책을 읽은 수많은 독자의 수 만큼 다른 인격체로 완성되는 소설의 세계가 새삼 신비롭다.

..................
우리 눈의 맑은 액체는 바닷물이고, 우리 눈에는 물고기가 있다.
사랑은 눈에 있는 물고기의 먹이이고 사랑만이 그 물고기들을 키운다.
열정적인 포옹을 하고 있는 중에 숨결이, 숨소리가 가장 거세어지고
피부가 가장 짜릿해질 때 나는 내가 무아지경에서 바다의 일렁임을 듣고 느낄 수 있다는 생각 같은 것을 한다.
.... 어찌됐든 간에 나는 아직도 사랑은 대양같은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Self 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