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지음, 공진호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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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07. 15. '괜찮아(Never Mind)' -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 34
 
살기 위해, 혼돈과 불안의 늪을 빠져 나오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소설이라는 예술로 세상에 드러낸 이가 있다.
영국 작가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그는 아버지 데이비드에게 강간 당한 다섯 살 어린 소년 패트릭, 그 자신이었다.
영국의 특권층, 잔인하고 영리한 아버지에게 희생당한 패트릭. 그가 겪은 일은
보고 있으면서도 쉽게 믿어지지 않는 일, 이었다.
우아와 지성, 친절의 얼굴, '최고의 것'이라는 껍데기 속 강박과 거만, 다른 이들을 자신의 발 아래 납작 엎드리게 하지 않으면 결코 만족하지 않는 괴물 데이비드...​ 
 
너무 흉악하고 불편해서 가능한 멀리서 등돌리고 싶은 상류층의 유형에는 ​​예나 지금이나 정말이지 상상력을 초월하는 다양성이 있는 것 같다. 
 
소설 속 나른한 공기, 하는 일 없이 예민한 사람들,
특권층의 변태적 속성 까지도 특별한 유희로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는 초점없는 시선들...
이 소설.... ​​아픔, 슬픔, 충격 같은 단어로는 부족하다.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의 응어리를 마주하는 마음..
불편하고 황당한 가운데 그 곳에서 멀리 떨어진 나, 여기 이곳이 다행스럽고 감사하기까지 하다.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스토리를 담은 5부작 소설의 첫 이야기, 어린 시절을 담은 것이다.
이제 막 만난 이 삶, 이 이야기, 이 세계... ​
절대 괜찮지 않은 자신을 향해, 주변 사람들을 향해 'Never mind'라고 중얼댔을 소설 속 소년 패트릭 그리고 그 실제 모델인 작가 에드워드.
그 소년이 멀쩡할 수 없는 몸과 마음으로 휘청거리는 가운데에도 여하튼 살아남아, 이런 소설을 썼다는 것.. 그것이 기적이고 감동이다.
그것도 세밀한 관찰력으로 생생하게
그 시절, 그 곳, 그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마음 속 까지도 휘집어 보면서 마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지극히 소설적인' 가공의 인물들을 창조해 낸 것처럼 ​이야기를 만들고 묘사하고 또 의미를 부각시켰다는 것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더욱 더 큰 후폭풍으로 가슴을 놀라게 한다.  
 
이제 나머지 4부작 이야기와 더불어,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패트릭으로 분한 영국 미니 드라마로 이 작품을 조금은 특별하고 진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 이야기가 지니고 있는 빛깔이나 불편한 무게감과는 별개로 나를 설레게 한다.
날은 덥지만...괜찮다. 이번 여름은 패트릭 멜로즈와 함께이다.
그를 들여다보는데 이 계절을 바칠 예정이다.

... 데이비드는 사람들이 스스로 올바로 행동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 주는 기준이 되는 것이라면 아주 작은 것까지 어김으로써 큰 쾌감을 얻었다. 데이비드는 천박함을 경멸했는데, 여기에는 천박하게 보이지 않으려는 천박함도 포함되었다... p.101

... 데이비드는 아들에게 실망의 굳은살을 박이게 해서 초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게 할 작정이었다. 결국 데이비드가 아들에게 줄 게 달리 무엇이 있겠는가?...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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