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뇌를 써라 - 뇌의 부정성조차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뜻밖의 지혜
강동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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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과 불안한 사회 속에서 자기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인간 심리를 파악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울였던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뇌과학, 뇌심리로 이어지면서 최근 몇 년 간 뇌 관련 서적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뇌 관련 서적들은 뇌의 신비로움을 찬탄하면서 학문적이고 학술적으로 접근해온 게 사실이다.

울산의대 신경과 부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수많은 뇌졸중 환자를 만나오면서 삶을 한순간에 뒤집어놓은 심각한 장애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을 앓기는커녕 질병 이후 오히려 더 행복해졌다고 말하는 ‘행복한 뇌졸중 환자’들에게 호기심을 가졌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과 같다고 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 믿어 의심치 않는 것들이 과연 옳은 것일까? 그게 진실의 전부일까?’ 이 질문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될 것 같고,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그래서 잘 사용하지 않으려 하는 뇌의 부정적인 작용, 즉 ‘나쁜 뇌’에 주목한다. 우리의 실수, 산만함, 자기합리화, 기억의 왜곡, 나쁜 기억력, 망각, 감정적인 결정, 냉정함, 중독되기 쉬운 이유를 알려주며, 그런 ‘나쁜 뇌’ 이면에 숨어 있는 긍정성과 창조성을 일깨운다.

이 책은 행복한 뇌졸중 환자들이 던져준 인생의 역설을 풀기 위해 시작된, 뇌에 대한 나의 탐사기록이다. 뇌가 가르치는 인생의 비밀을 엿보고자 하는 짧은 여정의 기록이다.

이 책은 모두 여덟 꼭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의 일상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뇌 기능을 다루고 있다. 각 장에는 나쁜 뇌의 양면성이 등장한다. 나쁜 뇌는 부정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그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집중이나 기억과 같은 ‘착한 뇌’들이 갖지 못한 매력을 갖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예술 및 과학 분야에 걸쳐 천재로 인정받고 있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주의력결핍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평생 수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단 17점만을 완성했고, 프로젝트를 끝내지 않고 그만두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이를 두고 그의 후원자였던 교황 레오 10세가 “이 사람은 결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라고 혹평했을 정도다.

이 책에서 저자는 “좌뇌는 또 불일치와 부조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나의 왼손이 삽을 가리켰다는데 영문을 모르겠다(분할 뇌). 아버지의 얼굴은 맞는데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카프그라 증후군). 나의 왼쪽 팔다리가 조금 전까지 멀쩡했는데 지금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치에 맞지 않다(우뇌 뇌졸중). 부조화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좌뇌는 혼돈 속에서 상황을 해석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좌뇌는 타고난 해석자이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SCI 국제학술지에 92편이나 되는 논문을 발표한 촉망받는 뇌 의학자 강동화 박사의 뇌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동안 별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뇌의 역할에 대해 알게 되어 저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뇌에 대해 다양한 종류의 책이 출간되는 것만 봐도 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때가 되었다고 본다. 뇌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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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의 습격
자오샤오.천광레이 지음, 차혜정 옮김, 이진원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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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중국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직후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인플레이션은 호랑이와 같다. 일단 풀어주면 다시 가두기 힘들다”인플레이션을 야생동물에 비유하며 말했다. 이는 정확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은행은 ‘2011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연 4%로 올렸다. 이는 연 3%대 물가안정 목표를 고수하던 애초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다. 향후 물가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보여준 셈이다. 이제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 경제의 화두가 됐다.

이 책은 ‘인플레이션 시대의 탁월한 생존 전략’이라는 책의 부제가 설명하듯, 이미 인플레이션 경제시대로 진입한 지금 시점에서 개인과 기업이 무엇을 알아야 하고 또 어떻게 해야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세계경제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공급과잉의 문제다. 공급과잉의 해법은 공황을 통한 폭력적 조정이든지, 아니면 새로운 수요의 창출이든지, 둘 중의 하나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지구촌은 금융공학을 이용한 전혀 새로운 유형의 수요와, 미래 수요를 현시점으로 당겨쓰는 광범위한 신용이란 수요를 당당하게 만들어냈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인플레이션 경제가 도래했다’에서는 국제금융위기의 숙명과 인플레이션 경제학의 도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원인과 결과 및 미국의 화폐정책에 대해서 설명한다. 제2부 ‘인플레이션 이해하기’에서는 역사 속의 인플레이션과 자산거품 및 인플레이션을 해부한다. 제3부 ‘인플레이션 경제에 대처하기’에서는 중국 화폐정책의 명목기준지표, 중국의 8개 인플레이션 주기,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자산배분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가격의 상승인 인플레이션 뿐 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 형태로서의 ‘인플레이션 경제’다. ‘인플레이션 경제’란 경제 주기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는 인위적 경제 계획을 말한다. 이는 특히 특히 일본, 유럽, 미국 등의 국가에 비해 중국이 인플레이션 경제 시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발 인플레이션이 세계에 미칠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 같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걸맞은 새로운 경제학 논리를 갖춰야 한다.

중국 베이징 과학기술대학 자오샤오(趙曉) 교수는 이 같은 주장을 바탕으로 국가별 인플레이션의 형태와 역사, 주기 및 통화정책 등을 통한 대응방법 등을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다면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 책은 인플레이션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나아가 ‘슈퍼화폐’인 달러의 변화관계로 세계물가의 변화와 경제번영과 금융위기의 실상을 살펴본다. 이 책은 글로벌 금융시대의 최전선에서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하는 금융전문가나 당국자들은 물론 실생활에서 지속적인 물가상승을 체험하고 인프레이션 시대를 대비하기 원하는 평범한 개인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 많은 부분을 할당해서 설명하고 있는 미국, 중국, 유럽의 인플레이션 역사와 주기 및 환율과 국가별 통화정책 등을 통한 대응 방법은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공부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학습 자료가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지고자 하는 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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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디케이드 - 역사상 가장 중요한 10년이 시작되었다
조지 프리드먼 지음, 김홍래 옮김, 손민중 감수 / 쌤앤파커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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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년은 대규모 변혁의 시대가 될 것이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급격한 전환과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슬람 세계의 전쟁은 잠잠해질 것이고, 인류는 테러리즘과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노련한 국제정세 분석가이자 미래예측가 조지 프리드먼이 탁월한 통찰력과 정보 분석력으로 앞으로 다가올 10년의 세계 권력이동을 예측하는 책이다. 조지 프리드먼은 정치와 경제, 군사와 외교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싱크탱크 스트랫포의 설립자이자 CEO이다. 저자의 전작인 <100년 후>가 보여주었던 예측은 큰 틀에서 바라본 거시적인 사건들, 미국의 장기적인 권력과 전 세계의 지정학적 변동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지만, 이 책은 우리의 개인적인 삶과 좀 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변화들을 핵심 주제로 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가장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소중한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10년의 전략이 남아 있는 21세기의 세계 판도를 결정한다. 중국 경제가 성장을 거듭하며 연소득 2만 달러가 넘는 사람이 6000만 명이나 되지만, 이는 중국 전체 인구의 5%도 되지 않는다. 13억 인구 중 10억 명 이상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수준의 가난 속에 살고 있다며, 결국 수출 의존도가 너무 높은 데다 빈곤 문제를 해결못한 채 중국은 앞으로 10년 안에 지금까지 이룩해온 성장이 멈추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본 역시 심각한 고령화와 극에 달한 경제주기, 재해에도 더 강력한 힘을 가지며 아시아 최대 세력으로 재기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은 중국과 달리 사회적 불안을 최소화하면서 긴축을 견뎌낼 수 있는 강대국이며, 만일 위기에 처하면 해군력을 증강시켜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말하기를 “앞으로 맞이하게 될 10년은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특히 한국에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며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한국의 역할이 이전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 지역에서 점차 가중되고 있는 예측 불가능성은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좀 더 확실하게 강화시켜줄 것”이라며 “이런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북한이 다음 10년 동안 충분히 살아남을 것이라고 믿는다. 북한의 존속은 한반도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정세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겠지만, 남한과 미국을 더 가깝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간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궁금하게 생각해왔다. 시대가 변해도 한국에서 점집이 성행하고 서양에서 점성술이 발달하는 현상을 접하면서 우리는 다가올 미래의 사건들을 내다보고 준비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엿볼 수 있다. 불확실한 21세기 인류에게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욕구는 훨씬 더 커졌다. 이 책을 읽으므로 미래를 예측하여 앞으로 주어질 수 있는 수많은 기회와 위험에 적절하게 대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시기는 10년 동안의 세계이므로 10년 후까지 이 세상에 있게 될 모든 독자들이 이 책에서 하는 예측들이 맞는지 틀리는지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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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역습 - 오만한 지식 사용이 초래하는 재앙에 대한 경고
웬델 베리 지음, 안진이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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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는 원자력발전으로 인해 편리한 삶에 길들여 있다. 일본 원전 사고로 인한 조건적인 원전 반대는 우리의 생활 방식을 고치지 않는다면 현실성 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지난 30여년 동안 원자력발전이 양질의 전력을 저렴하고 풍부하게 공급함으로써 국가 경제 발전을 이룩하고 국민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기여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농업ㆍ공업용지 공급을 목적으로 바다를 막고 개펄도 개간했다.

이번 기습폭우로 인한 물난리는 자연 지반이 없어 빗물이 한꺼번에 하수도로 흐르게 만들어진 구조는 역류하는 하수도의 원인일 것이고, 지면을 모두 덮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은 직간접적인 원인이 아닐까.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4대강 공사로 환경이 파괴되고, 동계올림픽 유치로 수백 년 이어져 온 국가 보호림, 그리고 국립공원을 능가하는 산림 생태계는 훼손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책은 미국 사회에서 존경받는 사회평론가이며 농부이자 작가로 소설, 시, 에세이를 통해 현대 기술문명과 세계화 경제의 문제점을 성찰해 온 문명비평가 웬델 베리의 신작이다. 웬델 베리는 대학에서 영문학과 문예창작을 전공한 뒤 일찌감치 고향인 켄터키 주 헨리 카운티에서 40년째 농사를 지으면서 농장, 목장, 삼림 등에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의 현실에 대한 직간접적 체험을 통해 길러진 예리한 시각으로 소설, 시, 칼럼을 발표해온 작가다. 스스로 자신은 사상가나 학자가 아니라고 고백하거니와 책 역시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이나 거창한 주장을 담고 있지 않다. 지식의 한계와 효능을 깨닫자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거대 권력과 결합해 심각한 파괴를 낳는 인간의 오만, 편협함과 불완전한 지식, 위조된 지식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또 ‘경제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천연자원이나 산이나 추억처럼 다시는 복원할 수 없는 것들이 이토록 파괴돼도 되는 건지, 공급자와 소비자와 이웃이 건강하게 살면서 경제적으로 번창하는 것이 가능한지, 도시와 시골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등을 진지하게 탐색한다.

환경에 대해 우리에게 가장 쓸모 있는 지식을 가르쳐주는 사람들은 생태학자들이다. 그들이 ‘서식지’에 관해 가장 유용한 지식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물의 어떤 종을 보존하기를 원한다면 그 종의 서식지를 보호해야 한다. 생물의 서식지는 토양, 지형, 기후, 생물의 군집으로 구성되지만, 궁극적으로 하나의 대기이며 물순환이 이루어지는 하나의 영역이다.

경제활동을 하는 농장과 목장과 산림, 나아가 우리가 생활하는 도시에서 자연의 건강을 보존할 수 없다면, 공원과 야생 지대에서도 자연을 보존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공동체가 조화를 목표로 한다면 구성원을 잃는다거나 구성원들이 실직당하는 일을 경제 발전의 당연한 대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사람과 장소와 사물에는 실제적 가치가 있지만 사람과 장소와 사물을 그런 가치로만 환원한다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 우리가 노예제도를 폐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말한다.

무지막지한 ‘기업의 정신’에 대항하여 저자가 주창하는 삶의 방법론이 바로 ‘무지’의 길이다. 무지의 길이란 겸손의 길이고, 무제한적 욕망의 추구를 넘어 인류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길이다.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생각할 거리를 풍성하게 던져주는 매우 유익한 책으로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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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머무는 곳에 인생이 있다 - 최민식 포토에세이
최민식 지음 / 하다(HadA)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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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서 여행을 한다. 여행은 멋진 경험이었고 여행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아주 특별하다. 지난 5월에 태국 파타야로 여행을 다녀왔다. 화창한 햇살과 해변, 훌륭한 저녁과 와인,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즐기는 산책은 편안하고 설레는 경험이었다. 아내와 함께 해변에 누워 있으면 지상 낙원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여해의 추억들을 사진으로 담는다. 그리고 도서를 읽기도 하고 일에 관한 계획도 정리하다 보면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강렬한 에너지로 충만한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대한민국 1세대 다큐멘터리 사진 최민식 작가의 포토에세이집이다. 최 작가의 작품과 함께 그가 의미있게 생각하는 사진으로 그만의 시선이 담긴 글이 함께 실렸다. ‘한국전쟁 당시 차가운 주검이 된 아들을 발견하고 통곡하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 ‘빵 한 조각 때문에 죽는 아이들을 생각해 달라’는 테레사 수녀, ‘나치가 폴란드에 세운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가스 처형실의 100만 명이 넘는 유대인 학살’, ‘1957년 부산, 영도에 5만 호에 이르는 판자촌’. 몽골, 로마, 네팔 등 외국 도시의 서민과 노동자들의 모습까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의 모습을 실었다.

책에는 최 작가의 작품 외에도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피카소, 이중섭 등을 비롯한 세계적인 유명 화가들과 발레르만츠, 유진 스미스, 브레송 등 유명 사진작가들의 사진을 함께 실어 작품과 인물의 해석도 담아 사진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도 함께 담아 많은 도움을 준다.

군사정권 시절에 헐벗고 굶주리며 소외당하고 세상의 관심에서 비켜서 있는 서민들만 찍는다는 이유로 모든 작품을 압수당하기도 하고 여권을 빼앗기는 탄압을 받았지만, 뜻을 굽히지 않고 ‘사람들의 일상’을 쫓았던 노 작가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길 한복판에 앉아 신문 뭉치를 안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다리 사이로 어딘가를 응시하는 장애인의 모습을 담은 ‘부산 1967’(30쪽)이라는 사진을 보면 사진 속 주인공의 시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옆의 ‘시련은 인격을 단련시킨다’에 수록된 “대장간의 쇠도 수없이 망치로 두들기고 단련시켜야 쓸모 있는 연장이 되듯, 인간도 시련을 통해 보다 성숙해지는 것”이라는 내용의 글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존 번연도 투옥되어 고난을 받을 때 감옥 안에서 자신을 새롭게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면서 하나님에 대한 찬미의 표시로 <천로역정>을 썼다고 한다. 그가 시련을 겪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살았다면 이런 훌륭한 문학작품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2007년 부산의 한 어시장에서 좌판에 생선을 올려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여인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에 붙은 글은 현실 이해의 길잡이로서 서민의 목소리를 사진을 통해서 담아내는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오랫동안 군소리 않고 묵묵히 일하는 가난한 서민들. 그들을 대변할 사진가가 있는가. 사회 정의를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작가다운 투쟁을 서슴지 않아야 한다.” 작가는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서민들의 모습을 통해 지치고 외롭고 갈길을 잃고 헤매는 현대인들을 위로하고 삶의 지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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