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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더 늦기 전에 꼭 해야 할 42가지
이택호 지음 / 미래북(MiraeBook)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앞만 보고 달려왔다. 가난을 벗어나려 발버둥 치던 청춘이 지나고, 처자식 건사하느라 밤낮없이 일하던 장년을 넘어, 어느덧 내 손에 남은 것은 주름진 피부와 하얗게 센 머리, 그리고 제법 커버린 자식들뿐이다. 은퇴 후 맞이한 시간은 처음엔 달콤한 휴식이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문득문득 깊은 허무와 불안이 밀려오곤 했다. ‘남은 날을 어떻게 살다 떠나야 후회가 없을까?’ 하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던 차에, 이택호 저자의 <죽기 전에, 더 늦기 전에 꼭 해야 할 42가지>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제목부터가 인생의 황혼녘에 서 있는 내 가슴을 툭 건드렸다.
이 책은 단순히 버킷리스트 목록을 늘어놓고 실행하라고 종용하는 가벼운 지침서가 아니다. 저자는 삶의 막바지에서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이 ‘성취감’보다는 ‘아쉬움과 후회’라는 사실을 정밀하게 짚어낸다. 42가지의 조언을 하나씩 읽어 내려가다 보니, 내가 그동안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얼마나 많이 놓치고 살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젊어서는 돈을 벌고 집을 늘리는 것이 삶의 전부인 줄 알았지만, 칠십 고개를 넘어보니 진짜 중요한 것은 물질이 아니라 내 곁을 지켜준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내 내면과의 화해였다.

가장 가슴을 울렸던 대목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관계를 정리하라는 당부였다. 평생을 ‘표현에 서툰 한국 아비’로 살아오며 자식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고생만 하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미안함, 멀어진 친구들과의 서먹함이 가슴 한구석을 묵직하게 눌렀다. 저자는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내어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라고 말한다. 쑥스럽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그 한마디가, 세상을 떠날 때 내 영혼을 가장 가볍게 만들어줄 열쇠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죽음을 준비하는 소극적인 태도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더 밀도 있게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제시한다. 거창한 도전이 아니더라도 내 오랜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실천해 보고, 나만의 기록을 남기며, 주변을 정리하는 삶의 ‘단샤리(斷捨離)’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평생 끌어안고 살던 쓸데없는 집착과 욕심, 타인과의 비교를 내려놓고 내 삶의 참된 주인으로 서는 법을 일깨워준다.

신체는 점차 쇠약해지고 주변 사람들과의 이별이 하나둘 늘어가는 나이다. 죽음은 이제 먼 미래의 남 얘기가 아니라, 언젠가 내게도 찾아올 자연스러운 인생의 마지막 여정이다. <죽기 전에, 더 늦기 전에 꼭 해야 할 42가지>는 다가올 이별을 두려움이 아닌 담담한 미소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남은 생 동안 이 책이 제시한 42가지의 숙제를 하나씩 풀어가려 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인생의 마지막 장을 덮는 그날, “참 애썼다, 그리고 참 감사한 삶이었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인생의 후반전에 들어서며 남은 삶을 어떻게 정리하고 채워야 할지 고민하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과 어르신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특히 마음속에 응어리가 남아있거나, 가족과 지인들에게 감정 표현이 서툴러 미안함을 안고 사는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하기보다 하루하루를 가치 있고 담담하게 준비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