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혼자 울지 않는다 - 감정의 소용돌이를 다독이는 뇌과학의 위로
송주현 지음 / 어바웃어북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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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몸의 소리에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게 되는 과정이다. 젊은 시절에는 몸을 돌보지 않고 정신력 하나로 버텨내곤 했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이 무슨 절대적인 진리라도 되는 양, 피로와 통증을 억누르며 달리는 것이 미덕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일흔을 넘기고 보니, 그 찬란했던 정신력이라는 것은 결국 건강한 육체라는 단단한 대지 위에서만 피어날 수 있는 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송주현의 저서 <뇌는 혼자 울지 않는다>를 읽으며 지나온 세월과 지금의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책은 현대인들이 겪는 알 수 없는 우울과 무기력, 이유 없는 불안과 짜증의 실체를 명쾌하게 짚어낸다. 10시간을 자도 진흙 속에 가라앉은 듯 무거운 몸, 평범한 메일 한 통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공포, 응급실을 찾아도 이상 없다는 말만 듣고 돌아오는 허탈함. 우리는 이 모든 고통의 원인을 흔히 멘탈이 약해진 탓으로 돌리며 자신을 채찍질한다. 그러나 최신 뇌과학이 제시하는 진단은 전혀 다르다. 진짜 문제는 무너진 정신력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를 올바르게 읽고 해석하는 능력, 내부감각 문해력의 상실에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감정이 결코 뇌 혼자서 만들어내는 독립적인 창작물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장과 간, 심장과 폐, 면역계와 근육 등 온 몸 구석구석에서 쉼 없이 올라오는 생물학적 신호들을 뇌가 해석하고 편집한 결과물이 바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책의 핵심을 관통하는 한 문장, “우리의 뇌가 울기 전, 몸이 먼저 울고 있었다는 구절 앞에서는 한동안 눈길을 떼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나이가 들수록 원인 모를 감정의 기복을 마주할 때가 많다. 특별히 슬픈 일이 없는데도 마음이 적적해지고, 오랜 친구의 반가운 전화조차 귀찮게 느껴지며, 사소한 농담 한마디에 왈칵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그때마다 내가 나이가 들어 속이 좁아졌나’, 혹은 마음이 약해졌나싶어 스스로를 자책하곤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것이 마음의 변덕이 아닌, 내 몸이 보내는 조용한 비명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부감각 문해력이 낮아지면 뇌는 몸의 신호를 엉뚱하게 오독하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어 면역 시스템이 에너지를 재분배하느라 몸이 가라앉는 것을 뇌는 무기력으로 오해하고, 노화된 근육이 보내는 뻐근한 통증을 분노로 해석하며, 소화 기관의 작은 요동을 극심한 공포불안으로 부풀린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느낀 마음의 그늘은 정신의 나약함이 아니라, 지친 몸이 보내는 조난 신호를 뇌가 잘못 번역한 결과물이었던 셈이다.

 

이 책이 노년에 주는 위로는 자못 깊다. 나이 듦에 따라 찾아오는 신체적 변화를 우울증이나 인격의 퇴보로 오인하지 않을 수 있는 과학적 혜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억지로 긍정적인 생각을 쥐어짜 내거나 명상에 매달리기보다, 지금 내 심장이 왜 뛰는지, 내 위장이 왜 더부룩한지, 내 어깨가 왜 이토록 뭉쳐 있는지 몸의 상태를 정직하게 대면하는 것이 먼저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을 향한 거창한 지식이 아니다. 내 안에서 들려오는 작고 미세한 생물학적 소리들을 다정하게 들어주는 내부감각 문해력이다. 몸의 신호를 오해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일 때, 비로소 마음의 평화도 찾아온다. 뇌는 혼자 울지 않는다. 몸이 울면 뇌도 울고, 몸이 편안하면 마음도 비로소 고요해진다. 노년의 삶을 지탱하는 진짜 지혜는 결국 내 몸과 화해하고, 그 언어를 깊이 이해하는 데 있음을 이 책은 따뜻하게 일깨워준다. 삶의 무게에 지쳐 이유 없이 마음이 무너지는 이들에게, 특히 몸과 마음의 불협화음으로 힘들어하는 동년배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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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코드 - 당신의 다이어트를 망치는 식욕의 모든 것
제이슨 펑 지음, 최세민 옮김 / 시그마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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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덧 칠십 고개를 넘어서고 보니, 몸이라는 것이 참으로 정직하면서도 가차 없다는 것을 매일같이 실감한다. 젊은 시절에는 조금 덜 먹고 더 움직이면 금세 제자리를 찾던 몸무게가, 이제는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주변의 노인들을 봐도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배만 볼록하게 나오는 이른바 나잇살로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때마다 우리는 나이가 드니 식탐만 늘었다라거나 의지가 약해졌다라며 스스로를 책망하곤 했다. 하지만 제이슨 펑의 신작 <헝거코드>는 이러한 우리의 오랜 자책이 얼마나 무지한 것이었는지를 담담하고도 명쾌하게 짚어낸다.

 

저자는 전작 <비만코드>를 통해 비만의 본질이 칼로리의 과다 섭취가 아닌 인슐린이라는 호르몬 시스템의 고장이라는 점을 밝혀내며 현대 의학의 맹점을 찔렀다. 이번에 출간된 후속작 <헝거코드>는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우리의 식탁과 일상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본능인 배고픔의 메커니즘을 해부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큰 위로와 동시에 충격을 받은 지점은 바로 체중 문제가 결코 개인의 의지 부족 탓이 아니라는 대목이다.


 

평생을 살며 우리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라는 공식을 절대 진리처럼 믿어왔다. 하지만 이 낡은 공식은 우리 몸의 복잡한 생리적 작동 원리를 무시한 채, 인간을 단순히 칼로리를 넣고 태우는 기계로만 취급한 결과였다. 늙어가는 몸을 이끌고 억지로 식욕을 참아내는 것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고통일 뿐이다. 이 책은 우리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입에 넣는 진짜 이유가 초가공식품의 유혹, 정서적 허기, 그리고 사회 환경에 의해 길들여진 식습관에 있음을 낱낱이 파헤친다.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정교한 허기의 덫에 우리가 걸려들었을 뿐이라는 지적은, 오랜 세월 건강 관리에 실패하며 패배감을 느꼈을 노년의 독자들에게 깊은 해방감을 준다.

 


칠십 대의 눈으로 바라본 현대인의 식생활은 과잉과 결핍이 기묘하게 뒤섞여 있다. 사방에 먹을거리가 넘쳐나지만, 정작 몸에 이로운 진짜 음식을 찾기는 어렵다. 공장에서 찍어낸 초가공식품들은 우리의 호르몬 체계를 교란하고 가짜 배고픔을 만들어내며, 외로움이나 쓸쓸함 같은 정서적 결핍은 입이 심심하다는 핑계로 과식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이러한 식욕의 근원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생리적 메커니즘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억지로 굶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몸이 진정한 포만감을 느끼는지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책은 단순히 살을 빼는 기술을 알려주는 다이어트 서적이 아니다. 평생을 살아온 나의 몸을 어떻게 존중하고, 남은 생을 어떻게 건강하고 품위 있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주는 건강 인문학에 가깝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내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젊은 시절보다 더 지혜롭게 몸과 소통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헝거코드>가 제시하는 새로운 접근법은 낡은 통념에서 벗어나 내 몸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준다. 오랜만에 만난 베스트셀러 <비만코드>의 개정판과 함께 이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내 몸을 괴롭히던 허기의 실체가 비로소 명확히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노년의 삶을 더 건강하고 풍요롭게 가꾸고자 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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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중국사 - 진시황의 ‘천하’에서 시진핑의 ‘신시대’까지, 3,500년을 단 한 권에 꿰는 가장 선명한 통찰 역사를 알고 떠나는 세계인문기행 5
린다 제이빈 지음, 최경은 옮김 / 진성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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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면, 개인의 삶이든 한 국가의 역사든 결국 커다란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명멸하는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70년 넘는 생을 살아오며 이웃 나라 중국의 격동기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보았다. 마오쩌둥의 서슬 퍼런 문화대혁명과 그에 따른 혼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 가져온 눈부신 경제 성장, 그리고 오늘날 시진핑이 외치는 강압적인 신시대늑대 전사 외교까지, 내가 살아온 시대 자체가 중국의 거대한 변곡점들과 궤를 같이했다. 린다 제이빈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중국사>는 그 파란만장했던 기억의 파편들을 3,500년이라는 거대한 시간의 축 위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다.

 

이 책의 장점은 방대한 역사를 15개의 장으로 압축했다는 표면적 간결함에 있지 않다. 수많은 왕조의 흥망성쇠 속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핵심 맥락, 즉 기원전 진시황이 구축한 천하(天下)’라는 발상이 어떻게 2,000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오늘날 시진핑의 통치 방식으로 회귀했는지를 선명하게 포착해 낸 점에 있다. 서구의 시각에서 쓰인 역사서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중국을 단순한 타자(他者)로 박제하지 않는다. 갑골문의 태동부터 공자와 노자의 사상적 각축, ·송의 문화적 황금기와 명·청의 쇠락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이라는 유기체가 어떻게 통제와 확장이라는 유전자를 이어왔는지 담담하고도 예리하게 추적한다.

 

노년의 눈으로 바라보는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 본성과 권력의 속성이 빚어내는 반복적인 드라마다. 한때 우리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풍요해지면 서구식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수용할 것이라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그것이 중국의 역사적 맥락을 오독한 우리의 오만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중국에 있어 천하란 다양성을 용인하는 공간이 아니라, 단 하나의 강력한 중심 권력 아래 일사불란하게 통제되는 질서를 의미했다.

 

진시황이 사상을 통제하고 문자를 통일하며 세웠던 그 견고한 전체주의적 이념은, 이름만 바꾼 채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이라는 비극으로 변주되었다. 그리고 현재, 첨단 기술로 무장한 시진핑의 신시대라는 이름 아래 다시금 부활하고 있다. 과거의 연대기인 줄 알았더니, 결국 오늘날의 중국을 해독하는 가장 명확한 로제타스톤이었던 셈이다.

 

동시에 이 책은 역사 속에서 스러져간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삶을 잊지 않는다. 지배층의 화려한 황금기 이면에는 늘 통제와 동원에 시달려야 했던 민초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다. 젊은 시절 거대 담론과 국가의 성장에 환호했다면, 나이가 든 지금은 국가라는 거대한 괴물 아래에서 개인의 존엄과 삶이 어떻게 침해받았는지에 더 마음이 쓰인다. 저자가 중국사의 어두운 단면인 문화대혁명의 광기와 오늘날의 소수민족 탄압, 인권 문제 등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룬 점이 깊은 공감을 자아내는 이유다.

 

한 권의 책을 덮으며, 이웃한 거대 국가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깊은 사유에 잠긴다. 중국은 결코 우리가 쉽게 단정 지을 수 있는 단순한 나라가 아니다. 그들의 거친 외교적 행보와 내부적 통제는 어쩌면 3,500년간 이어온 분열에 대한 공포와, 천하의 중심 질서를 회복하겠다는 오랜 집착이 만들어낸 역사적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인생을 살 만큼 살았다고 해서 세상 모든 이치를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내가 아는 세계가 얼마나 좁은지 절감하게 된다. 이 짧은 역사서는 긴 세월 동안 굳어진 중국에 대한 해묵은 편견을 깨뜨리고, 오늘의 국제 정세를 보다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선물해 주었다. 긴 역사를 단 한 줄기로 꿰어내는 통찰은, 급변하는 시대 앞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는 나이 든 지혜자뿐만 아니라 미래를 마주할 젊은 세대 모두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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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남기는 스마트폰 사진 & 보정 - 라이트룸과 포토샵으로 완성하는 나만의 감성 사진
최은영 지음 / 시대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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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늙어간다는 것은 익숙한 것들과 차례로 이별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미처 몰랐던 세상의 문을 뒤늦게 여는 설렘을 동반하기도 한다. 내 나이 일흔을 훌쩍 넘긴 지도 수년,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은 그저 자식들과 안부를 주고받고, 가끔 손주들의 재롱 섞인 영상을 보는 비싼 전화기에 불과했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한 최은영 저자의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남기는 스마트폰 사진&보정>은 은퇴 후 단조롭던 나의 일상에 잔잔하지만 깊은 파문을 일으켰다.

 

젊은이들이 말하는 소위 인생샷이니 ‘SNS 감성이니 하는 단어들은 나와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나이 들며 손끝의 감각은 둔해지고, 화면을 누를 때마다 초점이 흔들리기 일쑤인 나 같은 사람에게 사진이란 그저 기록의 수단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똥손도 금손이 되는 마법이라는 다소 과장되면서도 유쾌한 문구로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첫 장을 넘기는 순간, 그것이 결코 허황된 과장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친절함과 명확함에 있다. 기계 다루기를 두려워하는 노년층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스마트폰 기기별 카메라 설정이라는 아주 기초적인 단계부터 차근차근 걸음마를 떼어준다. 렌즈의 왜곡을 줄이는 법, 구도를 잡는 격자선을 켜는 법 등 평소에는 알지 못해 쓰지 못했던 숨은 기능들을 발견할 때마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즐거움을 느꼈다.

 

무엇보다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사진의 완성은 보정이라는 대목이었다. 그동안 내가 찍은 사진들은 왜 늘 어둡고 흐릿하기만 한지, 왜 눈으로 보는 그 아름다운 풍경이 온전히 담기지 않는지 늘 아쉬웠다. 책은 그 아쉬움을 달래줄 구원투수로 라이트룸포토샵을 제시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면 질색부터 하는 나였지만,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손가락 몇 번의 움직임으로 흐린 날의 하늘을 푸르게 바꾸고, 시들어가는 꽃잎에 생기를 불어넣는 과정은 그야말로 마법 같았다. 복잡한 이론 대신 핵심 기능만을 모아 직관적으로 설명해 준 저자의 배려 덕분에 70대의 둔한 감각으로도 보정의 큰 그림을 무리 없이 그려나갈 수 있었다.

 

특히 책 속에 수록된 QR 코드는 나 같은 노년의 독자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다. 글과 사진으로만 보는 것을 넘어, 스마트폰으로 슬쩍 스캔만 하면 실습용 사진을 곧바로 다운로드해 직접 따라 해볼 수 있는 구조는 실용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화면을 번갈아 보며 손가락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분위기를 담은 한 장의 작품이 완성된다. 아내가 정성스레 차려준 소박한 아침 밥상, 마당 구석에 피어난 들꽃, 그리고 함께 나이 들어가는 아내의 깊어진 주름까지도 이 작은 화면 안에서 하나의 특별한 이야기로 재탄생하는 경험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흔히 노년의 삶을 석양에 비유하곤 한다. 그러나 석양은 그 어떤 낮의 햇살보다 붉고 아름다운 색채를 뿜어낸다. 이 책은 나에게 그 석양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바라보고, 또 그것을 온전히 붙잡아 기록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기술의 발전이 노년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품격 있게 만들어줄 수 있음을 이 한 권의 책이 증명해 보인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도 그 가치를 다 쓰지 못하는 동년배들에게,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순간, 우리의 남은 생은 언제나 눈부신 황금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돋보기를 고쳐 쓰고 오늘 따스하게 내리쬐는 거실의 햇살을 향해 스마트폰을 들어 올린다. 이제 나도 일상을 특별하게 남기는 법을 배웠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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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졸업학교 교과서
임부돌 외 11인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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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일흔을 넘기고 나면 주변의 풍경이 이전과는 완연히 달라진다. 오랜 벗들의 희소식보다는 부고가 더 자주 찾아오고, 거울 속 주름 깊은 노인은 이제 인생의 종착지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매일같이 상기시킨다. 초고령사회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편입된 한 노인으로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우고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는 삶의 가장 무거운 화두였다. 그러던 중 마주한 <인생졸업학교 교과서>는 막연한 두려움과 회피로 일관하기 쉬운 죽음이라는 절멸의 사건을, 삶의 가장 품격 있는 마무리를 위한 기획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이 책은 경북 경주 산내면의 숲속에서 2년간 치열하게 진행된 강의의 결과물이다. 의료, 법률, 행정, 종교, 심지어 첨단 AI에 이르기까지 각계 전문가 12인이 머리를 맞대고 노년의 삶과 죽음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기획을 주도한 임부돌 원장의 30년 임상 경험과 해외 선진 호스피스 현장의 통찰이 녹아있어서인지, 책이 제시하는 조언들은 결코 허공에 떠도는 맹목적인 위로나 종교적인 신비주의에 머물지 않는다.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당장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지침들로 가득하다.

 

70대의 관점에서 이 책이 가장 깊은 울림을 준 것은 죽음을 대하는 태도의 전환을 촉구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노년을 인생의 쇠퇴기이자 모든 것을 내려놓고 타인에게 의탁해야 하는 시기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저자들은 우리를 준비된 현역 어르신이라 부른다. 인생의 후반기 30년은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유예기간이 아니라, 자기 삶을 스스로 완성해 나가는 능동적인 시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혹은 사회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내 삶의 입법자이자 집행자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주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준엄한 권고다.

 

책은 의료적 연명치료에 대한 자기결정권부터 유산의 사회적 환원이나 정리, 법률 및 행정적 절차, 그리고 남겨진 이들을 위한 정신적 유산을 작성하는 법까지 상세히 안내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신변을 정리하는 기술적인 절차가 아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얽힌 관계를 정리하며,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 남길 흔적을 스스로 다듬는 고도의 영적·문화적 행위다. 70 평생을 살아오며 쌓아 올린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내 삶의 마침표를 내 손으로 아름답게 찍는 것만큼 고귀한 품격이 어디 있겠는가.

 

특히 경주 산내면의 깊은 숲속에서 수많은 떠남의 시간을 지켜본 이들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책의 문장들마다 깊은 생태적 지혜가 묻어난다. 자연의 모든 생명이 봄에 피어나 여름에 무성하고, 가을에 결실을 본 뒤 겨울의 침묵 속으로 돌아가듯, 인간의 죽음 또한 거대한 자연의 섭리이자 당연한 절기임을 깨닫게 한다.

 

인생의 졸업은 학교의 졸업과 같다. 배움을 끝내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졸업식처럼, 삶의 마무리 또한 슬픔과 통곡만이 아닌, 한 인간의 우주가 완성되었음을 축하하고 기억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이제 나에게 남은 과제는 명확해졌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고, 막연함을 구체적인 설계로 바꾸는 것이다. ‘쉰세대신세대를 넘어, 품격 있는 인생의 졸업생이 되기를 소망하는 모든 동년배들에게 이 지혜로운 교과서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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