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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다를까? 일상에서 알게 된 찐 독일 모습 - 살아보지 않으면 모른다! 독일 실생활에서 겪어본 모든 것
임재정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0년 전에 독일을 여행하고 온 적이 있다. 독일을 수식하는 말은 다양하다.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삶의 질이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 철학과 문학, 그리고 음악의 나라, 군국주의와 세계대전, 과학, 기술과 의학을 발전시킨 곳, 인구 대비 도서 출판 세계 1위, 게다가 찬연한 고성의 아름다운 풍경까지…. 세계사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긍정적이고 또 부정적인 성격이 대비되는, 그 역사의 DNA가 궁금해지는 국가가 바로 독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독일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베토벤과 괴테, 맥주와 소시지, 벤츠와 아우디 정도 알고 있다.
이 책은 2010년부터 2년 반 동안 베를린에서 공부하며 독일과 첫 인연을 맺었고,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주프랑크푸르트총영사관 재정관으로 근무하며 독일인과 폭넓게 소통한 임재정 저자가 5년 반 동안 독일에서 살며 직접 보고, 겪고, 느낀 기록을 담았다. 주거, 교통, 교육, 문화, 직장생활까지,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독일의 일상 풍경을 섬세하고 진솔한 시선으로 엮었다.
전범국이라는 뼈아픈 역사를 지닌 나라가, 심지어 동서독의 분단 체제를 극복하고 성숙한 국가로 나아가는 독일의 모습은 〈기적〉이란 표현이 과도하지 않다. 오늘날 전 세계가 포퓰리즘 정치에 시달리고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 위기로 시름하는 와중에도 독일만큼은 정치와 경제, 문화 등 전 부문에서 안정된 성장세를 보여 주고 있다.
독일 월셋집에는 대부분 부엌이 없다. 세입자의 사적 공간으로 간주해서, 집주인이 제공할 의무가 없다. 간혹 집주인이 부엌을 해 놓는 경우가 있지만 극히 드물다. 월셋집에 들어가는 세입자가 부엌을 주문 제작하거나,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직접 조립하고 설치한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 집을 볼 때 체크 항목 중에 특이해 보이는 것은 주방 싱크대가 설치되어 있느냐”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아파트에 세입자가 자기 싱크대를 들고 오겠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을 것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세입자가 소파, 책상 등 다른 가구와 마찬가지로 싱크대도 가지고 다닌다.
이 책의 장점은 단순히 관광지에 대한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역사와 현재 모습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담았다는 점이다. 독일의 오래된 건축물을 보노라면 제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은 건물을 복원함을 물론, 폭격으로 인해 천장이 무너진 교회라 해도 함부로 훼손하거나 재건하지 않고 보존함으로써 과거를 되새기는 독일인의 정신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는 나라, 풍요로움과 전쟁의 상처를 간직한 나라. 독일은 오래된 것의 가치를 알고, 과거의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탄광의 역사를 보여 주면서 폐광을 박물관으로 활용한 것이나, 300년 전 프랑스와의 영토 전쟁으로 무너진 하이델베르크 성이 허물어진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은 독일 생활을 처음 접하는 주재원, 독일 유학생, 취업준비생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현지에 더 쉽게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독일에서 직접 살아본 입장에서 쓴 책이다 보니, 독일을 알고 싶은 사람은 물론, 익숙한 일상을 벗어나 낯선 세계를 경험해 보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따뜻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