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역습 - 오만한 지식 사용이 초래하는 재앙에 대한 경고
웬델 베리 지음, 안진이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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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까지 우리는 원자력발전으로 인해 편리한 삶에 길들여 있다. 일본 원전 사고로 인한 조건적인 원전 반대는 우리의 생활 방식을 고치지 않는다면 현실성 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지난 30여년 동안 원자력발전이 양질의 전력을 저렴하고 풍부하게 공급함으로써 국가 경제 발전을 이룩하고 국민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기여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농업ㆍ공업용지 공급을 목적으로 바다를 막고 개펄도 개간했다.

이번 기습폭우로 인한 물난리는 자연 지반이 없어 빗물이 한꺼번에 하수도로 흐르게 만들어진 구조는 역류하는 하수도의 원인일 것이고, 지면을 모두 덮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은 직간접적인 원인이 아닐까.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4대강 공사로 환경이 파괴되고, 동계올림픽 유치로 수백 년 이어져 온 국가 보호림, 그리고 국립공원을 능가하는 산림 생태계는 훼손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책은 미국 사회에서 존경받는 사회평론가이며 농부이자 작가로 소설, 시, 에세이를 통해 현대 기술문명과 세계화 경제의 문제점을 성찰해 온 문명비평가 웬델 베리의 신작이다. 웬델 베리는 대학에서 영문학과 문예창작을 전공한 뒤 일찌감치 고향인 켄터키 주 헨리 카운티에서 40년째 농사를 지으면서 농장, 목장, 삼림 등에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의 현실에 대한 직간접적 체험을 통해 길러진 예리한 시각으로 소설, 시, 칼럼을 발표해온 작가다. 스스로 자신은 사상가나 학자가 아니라고 고백하거니와 책 역시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이나 거창한 주장을 담고 있지 않다. 지식의 한계와 효능을 깨닫자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거대 권력과 결합해 심각한 파괴를 낳는 인간의 오만, 편협함과 불완전한 지식, 위조된 지식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또 ‘경제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천연자원이나 산이나 추억처럼 다시는 복원할 수 없는 것들이 이토록 파괴돼도 되는 건지, 공급자와 소비자와 이웃이 건강하게 살면서 경제적으로 번창하는 것이 가능한지, 도시와 시골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등을 진지하게 탐색한다.

환경에 대해 우리에게 가장 쓸모 있는 지식을 가르쳐주는 사람들은 생태학자들이다. 그들이 ‘서식지’에 관해 가장 유용한 지식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물의 어떤 종을 보존하기를 원한다면 그 종의 서식지를 보호해야 한다. 생물의 서식지는 토양, 지형, 기후, 생물의 군집으로 구성되지만, 궁극적으로 하나의 대기이며 물순환이 이루어지는 하나의 영역이다.

경제활동을 하는 농장과 목장과 산림, 나아가 우리가 생활하는 도시에서 자연의 건강을 보존할 수 없다면, 공원과 야생 지대에서도 자연을 보존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공동체가 조화를 목표로 한다면 구성원을 잃는다거나 구성원들이 실직당하는 일을 경제 발전의 당연한 대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사람과 장소와 사물에는 실제적 가치가 있지만 사람과 장소와 사물을 그런 가치로만 환원한다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 우리가 노예제도를 폐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말한다.

무지막지한 ‘기업의 정신’에 대항하여 저자가 주창하는 삶의 방법론이 바로 ‘무지’의 길이다. 무지의 길이란 겸손의 길이고, 무제한적 욕망의 추구를 넘어 인류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길이다.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생각할 거리를 풍성하게 던져주는 매우 유익한 책으로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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