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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 상 - 조선의 왕 이야기 ㅣ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박문국 지음 / 소라주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내가 학교 다닐 때 가장 싫어했던 과목은 ‘역사’였다. 역사 시간만 되면 선생님은 혼자서 연도와 사건을 줄줄 읽어주었다.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나는 졸았던 기억뿐이다. 또한 어찌 그리 외워야 할 것들은 많은지 외우고 외워도 금방 잊어버리고 남는 것은 없었다. 그러니 얼마나 따분하고 지겨웠겠는가. 아마도 산만한 성격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공부하다가 조금이라도 다른 데 정신을 팔면, 흐름을 놓쳐서 머릿속이 전부 뒤죽박죽 뒤섞여버린다.
이제 어른이 되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역사를 알아야 과거를 이해하게 되고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요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해적, 순수의 시대, 관상, 왕의 남자, 명량, 광해, 최종병기 활, 역린, 가비, 사도)나 드라마(용의 눈물, 대왕 세종, 뿌리 깊은 나무, 왕과 비, 공주의 남자, 여인천하, 대장금, 불멸의 이순신, 허준, 왕의 여자, 추노, 장희빈, 동이, 이산, 상도, 명성황후, 왕의 얼굴, 화정)를 빠짐없이 봤다.
이 책은 대학에서 문예창작학과 사학을 전공하고 카카오스토리 역사 부문 1위 채널 ‘5분 한국사 이야기’의 운영자인 박문국 씨가 사료와 고증에 기반을 둔 역사 이야기를 매일 2건 이상 ‘5분 한국사 이야기’에 게재해오다가 조선 건국 전인 고려 말부터 제14대 선조 승하까지, 왕을 중심으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조선의 역사와 문화, 풍습 등을 담았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대중들은 어떤 왕조보다 조선 왕조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은 학계의 연구 결과와 괴리된 인식이 가장 팽배한 것이 조선의 역사다. 괴리된 인식의 배경에는 대중 매체의 영향도 크리라 생각한다.”고 하면서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내용들이 상당한 대중매체를 통해 알게 된 역사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p.6) 고 말했다.
유약한 왕으로만 알려진 정종은 21년간 이성계를 도우며 전장에 나갔던 용감무쌍한 전형적인 무인이며, 강력한 왕권을 꿈꾸며 형제와 외척을 처단했던 태종이 사실은 고려시대에 과거에 급제한 문인으로 오히려 신하들의 눈치를 보며 쩔쩔맸다는 기록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조공을 일방적으로 퍼주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전근대 동아시아의 국제관계에서 중국 주변에 있는 나라들이 정기적으로 중국에 사절을 보내 예물을 바친 행위인데, 조공품을 받은 황제는 그에 상응하는 물품을 하사해야만 했다. 저자는 조선은 명나라가 3년에 한 번만 오라는데도 1년에 세 번 가겠다고 주장할 정도로, 중국 진시황 때부터 시작된 중국과의 사대외교로 많은 실속들을 챙겼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함경도 관찰사가 명나라 사신의 조공요구를 거절하기도 할 정도로 중국이 강할 때는 수그리고, 중국이 약할 때는 배짱부리는 식의 사대외교로 실리를 취했다고 전한다.
처음 책을 손에 들었을 때 책이 작아서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이 담겨 있을까 하고 실망을 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 어떤 책보다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서 ‘조선왕조’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되어 너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