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포 투모로우 Supreman for Tomorrow 2 - (정식 한국어판) 시공그래픽노블
브라이언 아자렐로 지음, 문은실 옮김, 짐 리 그림 / 시공사(만화)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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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 "난 아내를 잃었어!"
맨헌터 : "27만 4천 명의 다른 남자들도 마찬가지로 아내를 잃었네."
슈퍼맨 : "나를 그들과 비교하는 건가?"
맨헌터 : "그들보다 더 큰 비탄에 빠질 수 있는 능력이 자네한테 있단 말인가?" 」




무수한 슈퍼히어로들 중에서도 단연 최초이자 최강이며 최고의 자리에 오른 존재로, 가장 유명한 슈퍼히어로이자 '궁극의 초영웅'이면서도 국내에서만큼은 <배트맨 허쉬>나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 등을 통해 행인1, 등장인물2 수준의 비중으로 얼굴을 내밀다가(그나마도 얻어맞기 일쑤...) 자신의 이야기로는 비로소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강철 사나이'의 이야기, <슈퍼맨 포 투모로우_Superman for Tomorrow>!

존재 자체가 신_神과 같은 능력과 의미를 지닌 슈퍼맨이 홀연히 성당에 나타나 신부한테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고해성사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그로부터 1년 전에 지구상에서 백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한순간에 사라진 배니싱_vanishing 이후 벌어지는 사건과 그 원인을 파헤쳐나가는 과정을 통해 슈퍼맨이 느끼는 구원과 믿음에 대한 사명감을 보여주고 있는데, 겉표지를 넘기자마자 보여지는 이미지에서부터 이 작품의 방향이랄까 의도를 넘겨짚게 만들고 있으니(십자가에 매달린 슈퍼맨이라니! 이건 누가 봐도...) 고향 행성 크립톤_Krypton의 멸망을 '간직'하고 있는 최후의 생존자 '칼 엘_Kal-El'이 지구인들의 희망이자 구세주 '슈퍼맨'으로서 갖게된 책임감을 다하고자 인류를 구원할 목적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세상 '메트로피아_Metropia'에 크립톤에서 유배된 악당 '조드_Zod'장군이 배니싱_banishing되면서 벌어지는 대혼란을 보여줌으로써 '인류 구원'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슈퍼맨 본인은 물론 독자들한테도 묻고 있다.
아울러, 스스로 구원받기를 원치 않는 존재는 결코 구원받을 수 없기에 진정 구원을 필요로 하는 자라면 '내일을 살아가'고 있을 자기 자신에 대한 절대적이고도 무한한 믿음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시공간을 뛰어넘는 갈등과 방황속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슈퍼맨의 고뇌와 깨달음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그림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나의 죄는… 세상을 구하려고 한 겁니다."라는 슈퍼맨의 대사못지않게 진지함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그 비장함으로 인해 자칫 너무 어렵거나 무거워지는 죄악(...)에 빠질뻔 했으나 다행스럽게도(?) <배트맨 허쉬>의 '짐 리_Jim Lee(=이용철)'를 비롯해 펜화담당 '스콧 윌리엄스'와 채색담당 '알렉스 싱클레어' 트리오의 박력있고 박진감 넘치는 화풍을 통해 길잃은 영혼, 아니 독자들을 수렁에서 건져내고 있으니 여전히 탄력있는 울퉁男쌔끈女와 불퉁Man쭉빵Girl의 세련된 그림체와 더불어 날렵함과 예리함이 살아있는 빈틈없는 채색은 읽는 재미와 함께 보는 즐거움을 한껏 선사하고 있다.
물론, '배트맨' 역시도 충분히 아니, 지나치게 매력적이지만 뭐니뭐니해도 슈퍼히어로중의 슈퍼히어로는 단연코/결단코/으뜸코 '슈퍼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올해가 가기전에, 성당(?)으로 달려가 다니엘 레오네 신부와 함께 슈퍼맨의 은밀한 고해성사를 '도청'하시랏!





덧, <배트맨 허쉬>에서는 '감히' 슈퍼맨한테 선빵을 날리며 으쓱해하던 배트맨이지만 <슈퍼맨 포 투모로우>에선 그야말로 '완전' 체면 구기는 일이 생기는데, <배트맨 허쉬>에서 슈퍼맨을 향한 배트맨의 무력도발(!)에 분개한 슈퍼맨 팬이라면 절대 놓칠수 없는 작품이니, 뒤늦게나마 슈퍼맨의 진가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이게 어따대고?' 인증컷도 확인하시랏~
("뻔하군. 또 날려봐. 움직이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그리고 자네 손이 완전히 으스러질 거란 얘기도 해 두지.")

덧덧, 비록 배트맨과 호쾌한(?) 맞짱이 벌어지지는 않지만 불, 물, 땅, 공기로 구분되는 '4대원소의 거인'들과 벌이는 대결이라든가, 돌연변이 DNA로 구성된 초합성 생체괴물의 등장, 심지어 '슈퍼맨 vs. 원더우먼'의 대결이 펼쳐질 뿐더러 'JLA(Justice League of America)' 멤버들의 깜짝 출연도 숨겨진 볼거리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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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치맨 Watchmen 2 - 시공 그래픽 노블 시공그래픽노블
Alan Moore 지음,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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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골목에 널브러진 개의 시체. 그 터진 배 위로 그려진 타이어 자국.
이 도시는 나를 두려워하고 있다. 나는 이 도시의 진짜 모습을 보았다.

-'로어셰크의 일기' 중에서」


지금은 2010년 12월 19일, 나는 서평을 쓸 생각이고 아마도 당신은 뭔가 읽을만한 서평을 기대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1986년, 'DC 코믹스'에서 새로운 만화를 선보였는데 1953년에 태어난 '앨런 무어'가 쓰고 1949년에 태어난 '데이브 기본즈'가 그렸으며 역시 1949년에 태어난 '존 히긴스'가 색깔을 입힌 작품으로, 그래픽노블의 전설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지금은 1938년 6월, <액션 코믹스_Action Comics> 1호에 '제리 시겔_Jerry Siegel'이 쓰고 '조 슈스터_Joe Shuster'가 그린 슈퍼히어로물 <슈퍼맨_Superman>이 실렸다. 그리고 올 가을의 어느날 밤, 귀가하던 연인들을 폭행하던 무장 강도들이 얼굴에 무언가를 뒤집어쓰고 갑자기 골목에 나타난 어떤 사람에 의해 제압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데 이어 키가 크고, 레슬링 선수 같은 체구에, 검은 후드와 망토를 걸치고 올가미를 목에 매단 사람이 슈퍼마켓 강도를 제압하는 사건이 일주일 간격으로 발생하는데 이는 현실세계 최초의 코스튬히어로 '후디드 저스티스'의 탄생을 알리는 사건이다. 그리고 지금은 1950년대, 한때는 존경의 대상이기도 했던 코스튬히어로의 시대는 급속히 몰락했는데, 간혹 신문기사에 오르내리는 논조는 조롱거리 일색이거나 후드를 쓴 자경단원에 대한 우스갯소리, 또는 수 없이 많은 저속한 농담들을 만들어냈을뿐 아니라 급기야는 미국내의 공산주의 수사기관인 HUAC(House Un-American Activities Committee)에 불려가 개인 신상을 밝히는 증언을 해야만 하는 상황까지 닥쳤으며, 이 당시 조사 과정의 후유증으로 모스맨은 알콜중독에 빠지게 되고 결국 정신병원에 감금된다. 그러나 코미디언은 정부기관과의 우호관계를 지속한 결과 애국의 상징으로써 수시로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한다.

지금은 1939년 1월, 어린시절부터 권선징악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현직 경찰관이 '후디드 저스티스_Hooded Justice'의 등장에 자극받아 직접 제작한 코스튬을 입고 스스로를 '나이트 아울_Nite Owl'로 부르며 범죄와의 전쟁에 뛰어들어 미디어에서 관심을 갖게 된다. 그로부터 한달 뒤 '더 실루엣_The Silhouette'이라는 여성 히어로가 아동 포르노 밀매업자 폭행사건으로 신문에 대서특필되고 뒤이어 나방같은 옷을 입은 '모스맨_Mothman'과 노란색 작업복 차림의 '코미디언_The Comedian', 그리고 전직 미해병대 중위출신의 '캡틴 메트로폴리스_Captain Metropolis', 일시적인 유행에 편승한 영리추구가 목적이었던 '실크 스펙터_Silk Spectre'가 등장했으며 끝으로, 대학교 운동선수 출신인 '달러 빌_Dollar Bill'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에서 총 여덟 명의 코스튬히어로_costumed heroes가 선_善을 대변하며 악_惡에 맞서 활동을 시작하던 어느날, 그들의 재능과 경험을 모아 조직을 만들자는 캡틴 메트로폴리스의 제안으로 이번 가을에 본격 코스튬히어로 그룹 '미닛멘_The Minutemen'이 결성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1966년, 또다시 캡틴 메트로폴리스의 제안으로 새로운 사회악에 맞서기 위한 슈퍼히어로 그룹 '크라임 버스터즈_Crimebusters'가 결성되었다. 멤버는 총 일곱 명으로 '2대 실크 스펙터_Silk Spectre II'와 '오지맨디어스_Ozymandias', '닥터 맨해튼_Doctor Manhattan', 팀을 이뤄 갱단 소탕에 제법 괜찮은 성과를 올리고 있던 '2대 나이트 아울_Nite Owl II'과 '로어셰크_Rorschach', 그리고 그동안 독자적인 활동을 해오던 스마일맨 '코미디언'이 다시 합세했다.

지금은 1955년, 증언을 거부하며 끝까지 버티던 코스튬히어로의 원조 후디드 저스티스는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는 종적을 감춘다. 그리고 지금은 1940년, 미팅도 할겸 단체사진도 찍을겸 미닛멘 전원이 모였다가 트로피 방에서 옷을 갈아 입던 실크 스펙터가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이 일로 코미디언이 강제 탈퇴 당한다. 그리고 1942년, 코미디언은 남태평양에서 전쟁영웅으로 명성을 날리며 건재를 과시한다.
지금은 1958년, '람세스 2세_Ramses II'의 그리스식 이름인 '오지맨디어스'라 불리는 청년이 거대 마약집단을 소탕하며 이름을 알린다. 그리고 지금은 1946년, 동성연애자 혐의를 받던 더 실루엣이 불명예스러운 은퇴를 하고 그로부터 6주후 애인과 함께 살해당한다. 같은 해, 은행에 고용된 달러 빌이 은행강도를 막으려다 총격사건이 발생하면서 사망하자 미닛멘을 둘러싼 상황은 점차 악화되기 시작한다.
지금은 1959년, 프린스턴에서 원자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힐라 콤플렉스 테스트 기지에 취업한 시계방 집 아들은 연구소내 방사능 금고실에서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사고를 당하지만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재조립되며 부활한다. 그리고 지금은 1947년, 실크 스펙터가 자신의 에이전트 '로렌스 셰크스네이더_Laurence Schexnayder'와 결혼하면서 은퇴를 선언하자 미닛멘은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된다.
지금은 1974년, 코스튬히어로 그룹 결성에 적극적이었던 캡틴 메트로폴리스는 교통사고로 목이 잘리고 만다. 그리고 지금은 1960년, 모든 물질을 원자구조로 재구성할 수 있는 '닥터 맨해튼'이 세상에 공개되지만, 세상은 아직 그의 존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1956년, 실종된 서커스 차력사 '롤프 뮐러_Rolf Müller'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보스톤 해안에서 발견되었는데 그가 후디드 저스티스와 동일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 누구도 증명할 수는 없지만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으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코미디언은 이 일에 어떤 식으로든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지금은 1987년, 총 열두 개 챕터의 연재가 끝났고 이제 <왓치맨>은 그래픽노블의 전설로 기억되고 기록될 것이다.

지금은 1949년, 멤버의 절반이 은퇴한 가운데 더이상 범죄와의 전쟁에 흥미를 잃고 무수한 상처만 남은 미닛멘은 해체를 선언한다. 같은 해에 '로렐 제인'이 태어나는데 똑똑하고 원기왕성한 소녀로 자라날 그녀는 훗날 어머니의 뒤를 이어 '2대 실크스펙터_Silk Spectre II'로 활동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은 1977년, 슈퍼히어로의 활약으로 설 자리를 잃은 경찰들이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_Who watches the watchmen?"라는 구호와 함께 전국적인 파업에 들어가 연일 데모를 벌이며 혼돈과 공포를 조장하였고, 상원의원 '킨'의 제의에 따라 정부의 허가없이 범죄와 싸우는 것을 금지하는 킨 법령이 제정되면서 모든 슈퍼히어로가 은퇴하거나 정체를 공개하게 되었는데, 오직 로어셰크만이 연쇄강간범의 시체를 경찰서 앞에 보란듯이 떨구는 것으로 자신의 거부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다. 그런가하면 비밀스런 외교업무를 성공적으로 해결해낸 코미디언은 이번에도 법의 간섭을 완벽하게 벗어나며 아직도 건재함을 과시한다. 지금은 1988년, <왓치맨>은 세계 최고 권위의 SF문학상인 '휴고 상_Hugo Awards'에서 Other Forms 부문을 수상했다. 그리고 지금은 2008년 5월 25일, <왓치맨>의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 제본상의 문제로 두고두고 논란이 되지만 아직은 아무도 모르거나 알더라도 신경쓰지 않는다.

지금은 1985년 10월 12일, 초대 나이트 아울은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면서 토요일 밤마다 2대 나이트 아울을 만나 맥주 한잔 마시며 지나간 얘기 나누는 것을 소일거리로 삼고 있다. 초대 실크 스펙터는 캘리포니아의 휴양지에서 여생을 편안히 보낼 궁리에 빠져있다. 모스맨은 메인 주에 있는 정신병원에 아직 갇혀있다. 닥터 맨해튼은 2대 실크 스펙터와 함께 있는 록펠러 군사연구소에서 초대칭 이론 증명에 몰두하고 있다. 오지맨디아스는 진작에 뛰어든 사업전선에서 놀라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인류와 세상을 구원할 새로운 사업구상에 여념이 없다. 로어셰크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1985년 10월 12일, 오늘 밤, 코미디언이 살해당했다......

지금은 2010년 12월 19일, 나는 '알아도 그만이고, 몰라도 그만'인 코스튬히어로의 역사를 앞뒤없이 나열하는 것으로 <왓치맨>의 서평(?)을 끝냈다. 그래픽노블의 전설로 기억되고 기록될 <왓치맨>의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 어떤 서평을 기대했든 이제 당신은 <왓치맨>을 읽을 차례다.
그리고 또다시 2010년 12월 19일, 감히 말하노라니 <왓치맨>은, "그림이기에 만화를 넘어선 예술이며, 문자이기에 소설을 넘어선 문학"이다.
반드시 읽어보기를 바란다.





덧, 이 작품의 헤드카피는 "만약 그래픽 노블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면, Watchmen으로 시작하라."며 마치 피를 토해내듯 외치고 있는데, 이 무슨 큰일날 소리를? 당치도 않다!
'그래픽 노블의 시작'을 <왓치맨_Watchmen>으로 한다는 것은, '판타지의 시작'을 <반지의 제왕_The Lord of the Rings>으로 한다는 것과 같을 뿐 아니라, '미스터리의 시작'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_And Then There Were None>로 한다는 것과도 같으며, 심지어 '무협지의 시작'을 <영웅문_英雄門>으로 한다는 것과 같은 얘기다.(몇몇 분들이 짐작했을 것 같아 'SF의 시작'을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_2001: A Space Odyssey>로 한다는 것과 같다 라고는 차마 말 못 하겠다...)
그러나, "그리고 만약 Watchmen을 읽어본 적이 있다면, 지금이 또 다시 읽을 시간이다."라는 말은 참이요, 진리이니 믿으시길!  

덧-1,  표지는 두 가지로, 처음에 출간됐던 '스마일 버전'이 내지가 뜯겨져 나가는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제책문제를 해결한 '왓치맨 이미지 버전'이 두 번째 표지로 출간된 상태임.(교환해주면 좋을텐데...) 

덧덧,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이스터에그_Easter Egg처럼 숨어있는 본문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읽어도 그만이고 안 읽어도 그만이지만 읽어보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재미난 내용들이 실려있는 부록(홀리스 메이슨의 자서전을 비롯한 잡지기사와 각종 서신따위 등등)에서 맛볼 수 있는 깊이와 재미 또한 만만치 않으니 빼먹지 마시기를 부탁드리되, <왓치맨>을 읽어볼까 하다가 가벼운(...) 만화가 아닌 방대한 텍스트에 겁부터 먹고 포기한 분들한테는 일단, '잭 스나이더'의 영화 [왓치맨]을 강추하니 영화가 충분히 맘에 들었다면, 원작만화도 꼭 찾아 읽으시라. 더더욱 만족하리라!
혹시라도, 영화가 별로였다면 반드시 원작을 읽으시라! 그때는 만족할 터이니. 

덧덧덧, 「만약 이것을 지금 읽고 있다면, 내가 죽었든 살았든, 당신은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음모의 정확한 성격이 무엇이든 그의 책임이다. (……) 이것이 당신한테 도달할 수 있을 때까지 세상이 살아남기를 바라지만 (……) 개인적으로 후회는 없다. 인생을 살았고, 타협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불평 없이 그림자 속으로 들어간다.


-'로어셰크의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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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단편소설 걸작선 행복한책읽기 세계단편소설걸작선 2
나쓰메 소세키.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지음, 오석륜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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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터리와 더불어 순문학, 사회과학 서적 등을 팔아서 벌고번 돈 모으고모으고모아서 SF 한권 출간하기에 여념이 없는 '행복한책읽기'의 <세계 단편소설 걸작선>시리즈 두 번째 작품 '일본'편, <일본 단편소설 걸작선>!

탁월한 순문학 작품에 수여하는 일본의 권위있는 문학상 '아쿠타가와 상'으로 더 유명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비롯해 하야시 후미코, 아리시마 다케오, 나쓰메 소세키, 다야마 가타이 등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다섯 작가들의 작품 여덟 편이 실려있는 이 단편집은 비록 SF는 아니지만, 게다가 우리 민족과 시대적 공감대(?)를 형성했던 시기인 20세기 초·중엽에 발표된 일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글을 읽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으니(번역자 曰, "일본 문학의 이해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행복한책읽기의 차기SF '로저 젤라즈니'의 <드림 마스터>를 기다리는 초가을 저녁에 차분하게 읽어보기를 권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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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단편소설 걸작선 행복한책읽기 세계단편소설걸작선 3
니콜라이 고골 외 지음, 양장선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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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민화 속에 담겨진 러시아 민중들의 삶과 심판에 대한 태도를 담은 꼬롤렌꼬의 <마까르의 꿈>과 영화로 유명한 [전함 포템킨]과 연관하여 읽을 수 있는 자먀찐의 <사흘>, 감성적인 문체 속에 녹여낸 인생에의 관조로 세계의 문학 애호가들을 매료시킨 이반 부닌의 작품들은 러시아 문학의 깊이를 다시금 느끼게 해줄 것이다. - 양장선」


국내 SF출판계의 역사에 굵고도 깊은 한 획을 정성들여 긋고 있는 '행복한책읽기' 출판사에서 출간된 정통 순문학 단편집, <러시아 단편소설 걸작선>!
현재 열일곱 번째 작품까지 출간된 SF총서 'happt SF'시리즈와 네 번째 작품까지 출간된 장르문학총서 '작가의 발견'시리즈에 더불어 순문학총서로 새로운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단편소설 걸작선'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제1권 <세계편>과 제2권 <일본편>에 이어 지상 최대의 국가 '러시아'를 대표하는 대작가들이 보여주는 장편 못지않은 장대함과 깊이감이 있는 단편들을 엄선해서 수록하고 있다.

판형도 작고 분량도 350쪽 내외의 단편집이지만 작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작년에 탄생 200주년을 맞이한 니꼴라이 고골을 비롯, 적극적인 사회비평 활동으로 '러시아의 양심'이란 칭호를 얻은 블라지미르 꼬롤렌꼬와 <전쟁과 평화>, <부활> 등으로 세계적 대문호의 반열에 당당히 오른 레프 똘스또이, 900여 편에 달하는 중단편을 발표하며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 안똔 체호프와 20세기 초 러시아 최고 인기작가로 명성을 날렸던 레오니드 안드레예프, 그리고 우리들(?)한테는 <우리들_MY>로 잘 알려진 예브게니 자먀찐과 러시아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이반 부닌까지, 알고보면 하나같이 굉장한 작가들로만 구성~
러시아를 대표하는, 아니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의 가히 '세계문학'을 대표할만한 일곱 명의 작가들이 러시아 대혁명의 격동기를 전후로 지주, 농부, 은행원, 이발소 견습생 등 다양한 인물들을(심지어 '떠돌이 개'도 있다!) 등장시켜 삶에 대한 끈끈한 연민과 간절한 열망을 그려내고 있는데, 고생과 고난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농부가 토해내는 최후의 항변이나 현실을 벗어나 신세계를 동경하는 소년의 일장춘몽과도 같았던 짧았던 행복, 그리고 자연 풍경의 탁월한 묘사와 풍부한 서정성이 돋보여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는 몰락한 귀족의 향수 등 동토의 대륙을 꿈틀거리게 만드는 뜨거운 심장같은 단편들, 아울러 광활한 초원 위로 울려퍼지는 묵직한 영혼이 깃든 열 편의 단편들을 읽다보면 혹독하고 척박한 땅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러시아 민중들의 정신적 힘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SF, 혹은 미스터리나 판타지 아니면 라이트노벨에 푹 빠진 채 편식, 아니 편독만 하던 당신이 어느날 문득 '고전이 읽고 싶다'고 느껴질 때, 간단하고 간편하게 읽어 보기에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러시아의 걸작단편 모음집으로, 거칠고 냉혹한 자연속의 드넓고 황량한 대지 위에 모래흙으로 쓰여진 소박하되 참된 삶에 대한 잔잔한 이야기들이 여기 있으니 어느덧 깊어가는 겨울 밤에 모닥불 피워놓고, 아니 은은한 불빛 아래에서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감상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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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왕, 여기 잠들다
필립 리브 지음, 오정아 옮김 / 부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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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여인이 없다면 말이야, 마법 같은 건 정말 없다는 거야? 속임수만 있을 뿐이고?"
"모두 속임수고 이야기일 뿐이야, 천사.
하지만 이제 그 이야기는 끝났어.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시간이야."




명검 엑스칼리버_Excalibur와 성배_The Holy Grail, 그리고 원탁의 기사_Knights of the Round table 등으로 기억되는 영웅신화담의 대명사 '아서 왕_King Arthur'!
아서왕 또는 '아서 펜드래건_Arthur Pendragon'이라고도 불리며 포악한 색슨족의 침략에 맞서 '브리튼(Britain : 아일랜드_Ireland를 제외한 잉글랜드_England, 웨일스_Wales, 스코틀랜드_Scotland를 통틀어 이르는 말)'을 지켜낸 구국의 영웅이자 중세 기사도 정신과 신화속 모험담의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지만 역사적 근거를 놓고 '실존인물이다, 아니다'라는 주장이 양립하는 가운데 수많은 이야기꾼들에 의해 과장된채 전해져왔기에 신비감만 나날이 부풀려져가고 있는 지금, 오랜 세월 동안 신화로 단련되고 마법으로 도금된 투구를 벗고 아서왕의 쌩얼굴, 아닌 민낯을 공개하는 작품이 등장했으니 '견인도시 연대기' 시리즈 <모털 엔진><사냥꾼의 현상금>으로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는 영국의 SF작가 '필립 리브'가 쓴 역사소설이 아닌 역사소설 <아서왕, 여기 잠들다_Here Lies Arthur>!

기존의 '아서왕 이야기'가 신비감과 영웅담을 부각시키며 신화와 전설로 치장하고 포장하기에 바빴다면 '필립 리브'의 '아서왕 이야기'는 "마법과 환상, 로맨스를 걷어내고 그들이 정말로 어땠을까를 상상"하며 작품을 구상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영웅' 아서왕이 아닌 노예에 불과한 '그위나_Gwyna(=Gwyn)'라는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 로마의 지배에서 벗어났으나 야만스런 색슨족의 침략에 시달리던 브리튼 외곽지역을 배경으로 위대한 마법사 '멀린_Merlin'을 원형으로 하고 있지만 마법을 부리기는커녕 묘기에 가까운 눈속임 재주에 능할뿐인 입담꾼 '마르딘_Myrddin'과 영웅보다는 폭군에 가까운 싸움꾼 '아서', 그리고 우연찮게 마르딘의 계략에 동조하면서 이들과 함께 거대한 운명의 배를 타게 된 심부름꾼 '그위나'가 펼치는, 아니 들려주는 거짓과 진실, 모략과 조작, 음모와 배신이 꿈틀거리고 난무하며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중세 역사속의 모험담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정작 작가는 역사소설이 아니라고 하지만 실제 역사는 이렇듯 이루어지는 법! 오히려 이쪽이 정사_正史보다 더 사실적이다.)
그러나 아서왕 이야기에서 영웅담과 마법이 빠졌다고해서 '그럼 시시하겠네?'라고 미리 실망(?)할 것은 없으니 마법이 빠진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은 위대한 '이야기'의 힘!
영리한 이야기꾼 마르딘의 그럴싸하게 조작된 이야기는 물론, 시간이 갈수록 그 못지않은 이야기꾼의 재능을 보여주는 그위나가 들려주는 이야기속의 이야기가 마법보다도 놀랍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며 여기에 보너스로 주어지는 것은 긴장감 넘치는 기사들의 전투!
아무리 거품 쏙 뺀 중세 기사담이라고는 하지만 비록 마법사의 손에서 지팡이(!)는 빼앗을지언정 기사들의 손에서 날카로운 검마저 빼앗지는 않았으니 화살이 씽씽 날아다니며, 창이 푹푹 꽂히고, 칼이 챙챙 맞부딪히는 중세시대 기사들의 피튀기고 살점 떨어져나가는 생생한 묘사에 푹 빠져들어 치열한 전투장면을 어렴풋이 머릿속에 떠올리다보면 어느새 독자의 어깨에 꽂힌 화살의 짜릿함과 등에 꽂힌 도끼의 묵직함을 느낄 수 있으며 전투가 끝날 무렵에는 잔뜩 움추렸던 독자의 목이 뎅강 날아가는 재미(!)를 느낄 정도로 이야기의 힘은 강력하다. 마치 주술에라도 걸린 것처럼...

일찌기 전작인 <모탈 엔진>에서 "바람이 세차게 불고 하늘은 잔뜩 찌푸린 어느 봄날, 런던 시는 바닷물이 말라 버린 옛 북해를 가로질러 작은 광산 타운을 추격하고 있었다"라는 단 한 문장으로 미래의 세계관을 확정지은 대담할 정도로 뻔뻔한 상상력의 작가가 들려주는 또 하나의 아서왕 이야기, <아서왕, 여기 잠들다>!
아서왕은 죽었다. 아니, 잠들었다. 잠든 아서왕의 꿈속에서 명검은 무뎌진 날이 반들반들거릴 정도요, 성배는 금이 간 채 이가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원탁은 진작에 쪼개져 산산조각 난지 오래. 아서왕이 잠든 아발론_Avalon이 세상 어딘가를 떠돌고 있는 지금, 브리튼 숲속의 깊은 호수 밑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요동치고 있다.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전설 속의 이야기가 이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이야기, 여기 깨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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