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문장으로 끝내는 유럽여행 영어회화 - 그리스부터 영국까지 유럽 여행 에세이로 익히는 기초 영어회화 (부록 CD: 핵심 강의 + 원어민 음성)
Mike Hwang 지음 / 마이클리시(Miklish)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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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생전 처음 여행길에 나선 아내의 여행기를 방송하는 프로를 본 적이 있어요.
그녀는 출발 전부터 걱정이 한가득인 모습인데 무엇보다도 언어가 장벽으로 다가옵니다.
동시통역기 앱을 사용해 보지만 그것도 먹통일 때가 많고요. ㅎ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숙소에 도착합니다.
그녀가 사용한 단어는 고작 행선지에 관한 짧은 단어 한두 가지 정도였는데도 말이죠.~
이렇듯 여행의 두려움 중 제일 큰 부분이 언어에서 시작하지만

문장이 완전하지 않아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였어요.

여기 이 책의 저자도 직접 발로 뛰고 몸소 경험한 여행의 노하우를 초보 여행객들을 위해 전하고자 하는데요.
일반적인 영어회화 책이 아니라 구성부터가 독특해요. 처음엔 조금 당황했어요. 일반적은 구성이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을 살펴보면 여행영어를 위한 기본 교과서 같은 책으로
한 손에 들어오는 적절한 사이즈와 적시적기에 써먹어 볼 수 있는 표현들로만 알차게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여행을 하면서 반드시 쓰이게 되는 표현 8가지를 유럽 8개의 나라와 함께 구성을 해 놓았는데요, 그 점이 새로웠답니다.

 

여행은 우선 준비하고 체크하는 데만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죠.
자칫 꼼꼼하게 챙기지 못하면 난관에 봉착하기도 하는데요.
이 책은 앞서도 얘기하였듯이 여행이 처음인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교과서랍니다.~^^
일일이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이 한 권만 있어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여권과 비자, 이동 수단, 숙박, 음식, 준비물, 추가 정보, 계획, 출입국 등 꼼꼼하게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고요.
특히 유용한 사이트 정보와 저자의 여행 일정을 바탕으로
여행 일정기를 직접 짜 볼 수 있게 페이지가 할애되어 있어서 그 또한 친절한 책이랍니다.

저자는 스몰 웨딩 후 신혼여행을 유럽여행으로 일정을 잡는 부러움을 먼저 안겨주네요. ㅎㅎ
그래서 그의 각 나라별 여행후기는 장단점을 여실히 알려주기 때문에 책에 대한 신뢰도가 더 크게 다가왔어요.

 

입국 심사대에서 두 시간을 기다린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이동경로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소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여행담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담아내었고 있는 점이 훨씬 좋았답니다.
그래서 여행 에세이 같은 느낌이 곳곳에서 묻어나요.
여행지에서 먹은 과일의 맛, 그곳에서 만난 여행객들의 모습, 이동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 등 푹 빠져서 읽다 보니
당장이라도 일상을 벗어나 여행길에 오르고 싶은 욕구가 일어났어요.
매 순간 상황에서 필요했던 영어 문장을 적절히 배치해놓아서
필요한 장소에서 효율적으로 써먹어 볼 수 있으니 한층 걱정을 덜어낼 수 있고요. 

모바일로 바코드를 찍으면 무료 강의 파일(mp3)을 다운로드해서 들으시면 되고요.
세세한 발음법을 천천히 알려주며 원어민이 발음을 통해 나의 발음을 점검해 볼 수 있답니다.
각 페이지별 바코드를 클릭하면 지도, 일정표 등 독자들을 위해 많은 걸 준비한 노력이 곳곳에 가득해요.
또한 현지에서 해 먹을 수 있는 간단 레시피도 있어서 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한답니다.

뒷장에서는 많이 쓰이는 관용표현이 간략하게 나와있으며

영어 초보자를 위한 한글 발음을 어떻게 영어로 쓰는지도 나와있는데요,
정말 많은 이들이 헷갈려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무척 유용할 것 같네요. 
또 숫자, 단위, 각 나라별 인사말과 감사 표현이 있고
특히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머리를 쥐어뜯은 기억이 많은 나에게 단어 페이지는 반가움 그 자체였어요.
장소별로 활용할 수 있는 간략한 문장 또한 해당 장소에서 쩔쩔매지 않고 써먹을 수 있으며
발음까지 친절하게 적어놓아서 유럽을 찾는 어르신들에게 더욱 좋은 교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 책은 저자가 겪은 시행착오를 밑거름 삼아 많은 이들이 여행지에서 힘을 얻을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 생각이 되네요.
최소한의 간단한 영어로 두려움을 덜고 자신감을 키운다면 낯선 곳에서의 여행의 공포감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어느새 여행지 곳곳에 즐거움을 부여할 수 있을 거예요.
책을 접한 지인들도 이 책을 펼쳐든 순간, 여행 갈 때 한 권 챙겨가야겠다며 관심을 보였답니다.
무엇보다도 저자의 독자 사랑이 책 속에 가득 묻어나는 듯해서 좋았어요.
유럽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꼭~! 한 권 장만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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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일러스토리 1 - 모든 것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다 인문학 일러스토리 1
곽동훈 지음, 신동민 그림 / 지오북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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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한두 권 쉬운 철학서를 읽고서는 고대 그리스, 로마의 인문학 서적에 마음을 두다 우연찮게 용선생 세계사 시리즈 중 2권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내 머릿속에 흩어져있던 고대 통일 제국의 역사를 공부하다 보니 그 시대사상가나 이념 등 인문학에 조금 지식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처럼 동기가 주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지식의 욕구가 생기는 것만큼 독서를 할 때 신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인문학하면 쉽게 찾아보기가 어려운 책 중에 하나로 상위 랭킹에 올라있는 책을 무턱대고 펼쳤다가는 자칫 수면제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 인문학을 접하거나 나처럼 흐릿하게 깔려있는 배경지식을 정리하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조금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도서가 좋다. 이번에 내가 읽은 인문학 책은 고대 그리스에 관한 인문학 책으로 절대 건조, 딱딱한 책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겠다. 성인이나 청소년들이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책으로 일러스트와 스토리가 결합이 된 일러스토리책이다.  두 합성어가 들려주는 어감만큼 인문학을 즐겁게 만나볼 수 있는 책으로 읽는 내내 내용이 쏙쏙 들어오는 장점이 있다. 실로 곳곳에서 웃음 터지는 일러스트가 많아 지루할 틈이 없었다.

 

무엇보다 구성이나 내용이 부담이 없는데 고대는 일부러 암기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다양한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권의 책을 재독하면서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래서 이번 책 또한 그렇게 부담 없이 읽어나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시되었던 사건과 그 시대와 함께한 인물, 사상 등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자연스럽게 구성이 되어 있는 점이 장점이며 기본 배경지식을 조금 갖추고 있다면 머릿속으로 한번 더 정리를 해가면서 읽으니 한결 더 쉬운 느낌이 들었다.

 

현재 우리가 배우고 있는 모든 문학의 기초가 그리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고대 그리스 문명부터 읽어보는 게 당연하겠다. 그만큼 그리스 시대 보인 모든 것들이 지금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두 도시국가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법과 정치 그리고 사상과 문학 등을 살펴볼 수 있는데 각 시대와 함께한 사상가들을 통해 재미있는 일화와 함께 읽어내려갈 수 있어서 유익하다. 또한 문학의 점진적인 흐름이 희극보다는 비극으로 비극에서도 막장들의 인기가 날로 치솟았다니 어느 시대나 막장의 인기는 막을 수 없는 재미인가 보다.

그리스 주위의 여러 도시국가들의 동맹관계와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본격화되기 전의 알키비아데스의 등장은 흥미로운 이야기였는데 특히 아테네에서의 동성애가 일반적이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그리고 그의 박쥐같은 행동은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고 아테네의 패배로 전쟁은 막을 내린다.
소크라테스에 얽힌 이야기는 조금 더 흥미 있게 보았다. 그의 '산파법'은 요즘 우리들에게 더욱 필요한 교육법이 아닌가 한다.
그런 그가 적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건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씌여진 죄명은 결국 무지하고 시기 질투심에 눈먼 자들의 소행이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아무리 민주주의에 부합하였다 하더라도 말이다.

이처럼 그의 제자 플라톤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소크라테스에 대해 이리 자세히 알 수 있었을까. 책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있었다고 알려진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사상을 일절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사상은 모두 플라톤이 남긴 기록물에서 알게 된 것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플라톤의 정치철학은 역시나 너무 나가버린 것일까, 좀 허망하고 우스겟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세상은 이처럼 지식인들에 의해 문학적 발전을 이루어 나갔고 또한 지금도 다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저자는 플라톤의 [국가]를 천천히 읽어보기를 권하는데 뿌리칠 수가 없다.

아테네의 민주주의가 더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시민의 참여도도 중요했지만 사회의 큰 흐름은 '가족이 모여 나라가 된다'란다 중심 생각이 더 훌륭해 보인다. 또한 지나친 군국주의 체제를 고수한 스파르타와 심하게 대비되는 것도 한몫한 것 같다.
스파르타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우리가 단순히 알고 있었던 군사훈련을 중요시한다는 내용 외에 건강한 시민의 재생산이 중요했던 것만큼 여성들의 성적 자유가 보장이 되었다는 사실에 여자가 그나마 좀 살만했구나라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그 유명한 알렉산드로스 왕의 스승이 아리스토텔레스였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인데 일화가 좀 더 상세해서 재미가 있다.

헬레니즘 시대부터 전문적으로 학문을 연구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문과 이과로의 분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시기의 자연과학의 눈부신 발전은 중세 시대보다도 앞선 것이었다고 한다.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은 지금 우리네가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비슷한데 인간의 행복 추구의 이상적인 생각은 마음먹기에 달렸음을 의미한다고 여겨진다.
이처럼 그리스에서 똑똑한 문화적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지금은 또 어떠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을까.  시대와 함께 한 사상과 이념을 재미있게 풀어놓은 점이 장점이며 무엇보다 인문학 서적은 쉽게 선택하기가 망설여지는데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코너에서 많은 정보를 얻게 되어 좋았는데 관심 가는 책이 많아졌다. 인문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왜 이 책을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이 책이면 충분히 인문학과 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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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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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자는 이미 자기가 한 말을 거의 잊어버렸다.
그러나 기억하는 자는 이제 막 기억하기 시작했을 따름이었다. - p.14

 

 

병든 시대를 살아가는 슬픈 사람들, 독재라는 그물에 걸린 채 서서히 죽어가는 예술가들, 줄리언 반스의 이번 소설은 시대의 음악가 쇼스타코비치의 내면을 다룬 책이다. 많지 않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쇼스타코비치의 생애가 어떠했을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반스의 천재적 글 솜씨에 한 천재 음악가의 고뇌를 온전히 들여다보고 그 시대에 드리워진 암울하고 고통스러운 느낌을 각 장의 첫 문장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아는 것은 그때가 최악의 시기였다는 것뿐이다. -p.17
그가 아는 것은 지금이 최악의 시기라는 것뿐이다. -p.91
그가 아는 것은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도 나쁜 최악의 시기라는 것뿐이다. -p.167

클래식에 문외한이어도 대중들의 심장을 사로잡은 곡이 하나 있다. 그 곡을 작곡한 이가 누구인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가 누구인지를 몰라도 이 유명한 왈츠곡의 선율에 전율을 느껴본 이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바로 '왈츠 2번'이라는 곡은 각종 매체와 영화 배경음악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희극과 비극을 잘 조합해 놓은 듯한 잔잔하면서도 강한 선율에 몸을 맡기면서 쇼스타코비치의 인생을 오버랩해보면 그의 인생의 고뇌가 느껴지기도 한다.

1930년대, 희망과 절망을 오가다 어느 정도의 침묵을 유지하면 그나마 날숨을 쉴 수도 있는 불안정한 삶 속, 시대는 스탈린 독재가 극에 달하던 시절로 수많은 예술가들이 탄압당했다. 그 시대의 중심에 있던 쇼스타코비치는 그가 그 시대의 소음에 순응하기만 한 것은 아님을 재조명한다.
어디서부터가 시발점인지 짐작할 수는 없지만 그는[므첸스크의 멕베스 부인]부터임을 직감한다. 윤년의 악운에 대한 미신까지 덤으로 끼얹고 그날 이후 그는 늘 작은 가방을 옆에 둔 채 잠을 청한다. 음모는 계속 생겨나고 음모의 어둠 속으로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사라져간다.
그러나 그는 살아남는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는 살아남아 시대에 순응하고 그의 음악을 한다. 장조와 단조의 사용에 따라 생명이 좌우될 수도 있는 말도 안 되는 시대에, 스탈린 체제의 충성스러운 이들을 위한 음악을..
그래서 스탈린 시대를 대표하던 음악가로 적절한 지도를 받고 낯선 미국 땅에서도 스탈린을 찬양하는 이중성을 드러낸다.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더 이상 물러설 수도 없음을 감지한다. 자신의 죽음보다는 가족의 안녕을 걱정해야 하는 가장이었으므로..

진실을 말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때에는-그 자리에서 죽게 될 테니- 위장을 해야 했다. 유대 민속음악에서는 절망을 춤으로 위장한다.
그래서 진실의 위장은 아이러니였다. 독재자의 귀는 아이러니를 알아듣도록 맞춰져 있지 않으므로, -p.125

아이러니의 감각은 비관주의를 누그러뜨려 균형과 조화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
그러나 아이러니는 -어쩌면 가끔씩은, 그는 그러기를 바랐다 - 시대의 소음이 유리창을 박살 낼 정도로 커질 때조차-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지킬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른다.-p.126~127


그는 스탈린의 붉은 베토벤으로 남고 픈 생각이 없었기에 당에 가입하는 것조차도 꺼린다. 시대의 소음에 온전히 불협화음을 낼 수 없었던 그는 침묵으로 적절히 타협도 하지만 때로는 그러한 침묵도 스탈린에 대한 저항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 적당히 순응하는 방법도 택한다.
자, 예술은 누구의 것이지?라고 묻는 그의 질문이 그러하듯이..

독재자가 사라져도 권력층은 그를 놓지 않았으며 그는 또 다른 두려움에 놓인다. 그렇게 인생은 비관적으로 끝나버릴 것이라는..
그렇게 그는 자기혐오에 시달리며 그 자신을 벌레라고 자학하기에 이르고.. 그리고 술을 마신다. 그의 신경과 영혼은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상태로 버텨낸다. 겁쟁이가 되기보다는 영웅이 되는 편이 되려 낫다고 느끼며 겁쟁이의 고단한 삶의 종착지로 당에 가입한다. 그리고 러시아의 유명 작곡가로 움직임을 옮겨보지만 이미 그의 기억 속을 옥죄는 고통은 이미 부정적인 이미지들에 자리를 내주었다.

예술가적 기질을 타고난 이들의 풍부한 감수성은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일이 자신에겐 독이 될 수도 있다. 더욱이 정치적 기술을 한 가지도 갖추지 못한 그는 더더욱 불안한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오로지 그는 시대의 소음에 발맞추기 위한 음악이 아닌 시대의 소음을 밀어내 버리는 음악을 원했다. 그가 시대에 순응하였든 타협을 보았든, 아니면 나름대로의 항의를 하였든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그의 음악이 우리의 영혼을 달래주고 있기에 그의 진실했던 음악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시대적 평가가 어떠했든 줄리언 반스는 그를 어느 정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한 인간으로, 천재성을 지닌 것만 빼고는 보통의 인간이었음을, 죽음을 두려워하고 지나치게 용감하지 않으며 적절히 순리대로 살려고 했음을.. 누군가는 비겁했다고 이야기할지언정 책을 읽고 나면 누구인들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위로 섞인 공감을 말이다. 역시 이런 극한의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이야기는 늘 그렇듯 안타깝다. 가끔 현실에서도 이렇게 안타까운 일을 당하는 이들이 있어 어처구니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지금도 정국을 뒤집은 블랙리스트 사건이 시대만 다를 뿐이지 또 반복되고 있지 아니한가..이런 역사는 더이상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예술은 시대의 소음 위로 들려오는 역사의 속삭임이다. 예술은 예술 자체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민을 위해 존재한다. -p.135

그가 무엇으로 시대의 소음과 맞설 수 있었을까? 우리 안에 있는 그 음악-우리 존재의 음악- 누군가에 의해 진짜 음악으로 바뀌는 음악.
시대의 소음을 떠내려 보낼 수 있을 만큼 강하고 진실하고 순수하다면, 수십 년에 걸쳐 역사의 속삭임으로 바뀌는 그런 음악.
그가 고수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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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등여행기 - 도쿄에서 파리까지
하야시 후미코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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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목적이라고 하면 목적지를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 모든 의미를 두어야 하듯이 이처럼 여행기를 담은 책들은 내게 많은 기대감을 준다. 게다가 생생한 여행담이 주는 낯선 경험은 그것이 현재의 모습이든 과거로의 여행이든 무한한 그림을 담아볼 수 있어서 더 좋다. 정은문고는 지난번 버지니아 울프의 런던 산책기에 관한 책으로 나의 오감을 충만하게 해 주었는데 이번에 출간된 책은 일본의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작가 하야시 후미코의 여행기이다.
우선 일본 작가에 관해선 아는 정보가 거의 없는 나로선 낯선 작가와 낯선 열차여행에 대한 정보가 조금 필요했다. 그래서 뒷장 후미코에 대한 정보와 옮긴이의 글을 먼저 읽어 보았다. 그녀의 작품은 일본의 유명 영화감독 나루세 미키오의 손을 거치면서 유명세를 치렀다고 하니 그녀의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커졌다.

그녀가 떠났던 여행의 시기는 전쟁 중이었던 1930년대로 이 시대의 한국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 일본 여성작가의 여행이 마냥 부러울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그녀의 여행기를 온전히 머릿속에 띄워내기가 쉽지 않았다. 전쟁을 주도하고 있던 침략국이라고 해도 여성이 혼자 떠나는 여행이 안전할리도 없거니와 그녀의 여행 목적과는 달리 힘겹게 기차에 오르는 비참한 서민들의 삶도 분명히 존재하였을 것이기에 그녀가 어떤 심정으로 기차에 올랐을까에 맘이 더 쓰였다.
그러나 그녀의 출생과 성장과정의 배경지식을 알고 나니 그녀가 그렇게 떠나는 여행길은 그녀가 살고자 하는 이유였고 그녀의 문학적 지평을 넓히는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당대 여류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와 시대적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아픔, 그리고 그녀가 세상을 떠나간 순간 등을 떠올려보니 여성으로서의 삶의 방황이 전해졌다.

 

 

 

 

그녀는 불안정했던 그 시대에 삼등열차에 오른다. 이 삼등열차는 부산발 파리행 열차로 내겐 낯선 경로의 철도 이름이었다.
부산을 거쳐 시베리아를 지나 파리에 도착하는 열차인데 무엇보다도 파리에 도착하기까지 기차에서 만나는 서민들의 모습이 인상 깊다. 
11월의 춥고 혹독한 겨울날, 중국에 도착해서는 간담의 서늘함을 느껴야 했고 전쟁의 흔적으로 생사를 걱정해야 한다. 그렇게 낯선 곳을 향한 두려움은 그녀의 넉넉지 않은 여행경비만큼이나 걱정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여행은 길동무, 세상은 정"이라는 말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 그녀에게도 주어지는데 통하지 않는 언어에도 미소로 화답하는 사람들, 담요 한 장이 아쉬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더 필요한 이에게 건네주는 사람들, 별 볼 일 없는 수프 한 그릇에도 온정이 가득 느껴진다. 그렇게 팍팍한 서민들의 삶의 정은 인종이나 이념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삼등 열차는 하나의 가족 같으니 어찌 된 일일까요? 한가로운 익살꾼이 많은 덕에 언제까지나 명랑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무산자의 모습이란 아무리 인종이 다르다고 해도 보통 단벌 신사로 조선에서 파리까지 다들 같은 풍채입니다. -p.64

그렇게 도착한 파리에서는 힘든 여정과 파리의 날씨 탓에 몇 날 며칠을 잠으로 보낸다. 그렇게 그녀의 눈에 먼저 들어온 파리의 느낌의 그녀가 묵고 있는 방의 가구와 붉은 벽지만큼 초라하고 비참하다. 그러나 그녀는 혼자의 몸으로도 씩씩하다. 파리의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며 거칠고 화려한 파리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든다. 파리 카페의 느긋함까지 즐기면서 말이다. 파리에서 가장 즐거웠던 곳이 카페였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파리의 카페거리에 가고 싶은 생각마저 들게 했다. 작년에 본 미비 포유의 마지막 장면도 여자 주인공이 파리의 카페에 있는 장면으로 끝이 나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또한 여자로서 그녀의 눈에 비친 파리의 부엌과 일본의 부엌은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도 인상적이었다. 그 시대의 파리의 부엌에서 느껴지는 여성들의 삶이 마냥 부러운 것은 아직도 여전히 부엌에서 해방되지 못하는 한국 여성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그녀는 러시아의 빈부차를 꼬집기도 하고 파리인의 쉴 새 없는 키스 문화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다. 또한 런던의 루브르박물관에서의 문화재 약탈에 대한 견해도 내놓는다.
런던 박물관은 멋집니다. 큰 목소리로 말할 순 없지만 잘도 세계 각국에서 큰 도둑질을 했구나 싶습니다. -p.159

그렇게 런던에서 잠깐 머물다 여행경비가 바닥나는 통에 돌아가기로 한 그녀는 다시 머문 파리에서의 밀레의 화실을 우연찮게 구경하게 된다. 그녀가 밀레의 그림과 함께 느낀 파리의 시골풍경은 그야말로 새로운 것이었다.

배를 타기 전 느꼈던 불안감과 무거운 마음은 새파란 하늘과 바다를 보며 씻어버리고 고향을 향한 그리움으로 그녀의 피곤함을 지워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고베 부두에서 내리자마자 먹은 가락국수가 얼마나 환상적이었을까.ㅎ

그렇듯 여행은 그녀에게도 집필의 거름이 되어 그녀를 더욱 큰 사람으로 성장시켰다. 그토록 인간적이고 타지에서의 경험들이 그녀의 감수성을 터트리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녀가 쓴 일기와 지출 내역을 보면 그녀의 여정이 더욱 실감이 난다. 여행 경험이 자신에게 가장 부귀한 것이었고 있는 그대로를 찾아내는 일에 행복을 찾았으니 그녀의 방랑벽이 공감이 되었다.
"지도를 보고 있으면 유쾌합니다. 인간이 커지는 느낌입니다. -p.153 "라고 말한 그녀처럼 우리를 키우는 건 여행이 아닐까 한다. 나도 여행을 사진으로만 남길 것이 아니라 간략한 여행기를 써가면서 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져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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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이브닝, 펭귄
김학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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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최대한 외설스러운 경계선을 능구렁이 담 넘듯이 살짝 피해 가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는 그 펭귄은 익히 알고 있는 동물학적 펭귄도 아니고 뽀로로 같은 귀엽고 앙증맞은 캐릭터도 아니다. 여기서 펭귄은 돌려 말하면 남자의 거시기이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남자의 성기를 의미한다. 그래서 처음엔 좀 당황스럽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민망할 것도 없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남자들의 은밀한 성적 호기심과 섹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그 펭귄이 그 펭귄이 아님을 알게 된 순간, 초반부터 곳곳에서 빵빵 터지는 유머와 솔직하고 음탕한 성적욕망을 충분히 공감하며 웃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친절하게도 화자의 이름이 나오지 않아서인가. 꼭 작가의 자서전 같은 느낌을 가지고 무작정 읽어내려갔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의 프로필 사진을 본 순간 책의 내용이 그래서인가 뭔가 컨셉이 비스름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왔다고나 할까.~

성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여겼던 소년은 구구절절 펭귄의 일상을 깔고 시작한다. 그리곤 펭귄이 처음 깨어난 날, 평범한 밥상머리에서 한마디 던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엄마, 아까 운동장에서 고추가 딱딱해졌어."-p.14

초반부터 큭!! 웃음부터 터져 나오니 역시 성에 관한 이야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렇게 시작된 소년의 성적 호기심은 나날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그러다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인사하는 그의 펭귄은 지칠 줄을 모른다. 그리고 소년은 본능에 충실하게 그 행위를 한다. 펭귄과의 악수를.!! 마냥 즐거운 일일 줄만 알았던 펭귄과의 악수는 그의 내면 북극곰과의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솔직히 이 부분은 남편에게 대놓고 묻자니 좀 민망해할듯해서 차마 호기심은 접어두었다만은 자위행위를 이렇게 자주 할 수 있다는 게 평균적인 건지 여전히 궁금하다. 결국은 내 예상과 살짝 맞았다고나 할까. 후반에 힘을 쓰지 못하는 펭귄의 안타까운 사연도 등장한다.

사춘기 시절 성적 판타지는 그야말로 호기심의 절정이다. 음란물의 변천사를 보는 듯한 각종 물품들이 등장하여 청소년기 남학생들의 성적 판타지를 채워준다. 야설, 야한 그림, (여기선 트럼프 카드가 나오는데 난 실물을 본 적이 없다.) 야한 영화, 포르노, 그리고 컴퓨터가 보급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등장한 야동까지. 아마 그 시대를 함께한 남성 독자라면 과반수가 동조하며 손바닥을 쳤을 것이다. 오죽하면 스치기만 해도 선다고 했을까.

그렇게 완전히 펭귄에게 지배당한 주인공은 북극곰과의 사투에도 불구하고 펭귄의 기세는 나날이 꺾일 줄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사춘기 시절 교회에서 알게 된 이성도 짝사랑에 그치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제대로 된 연예 한 번 못하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주는 주인공, 심지어 그 뜨겁던 2002년 월드컵 응원 거리에서 만난 여자와도 펭귄은 하늘을 날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과연 그렇게 그의 펭귄이 기가 꺽여버린 이유가 무엇일까? 그렇게 기한번 펴보지 못하고 인생의 막을 내릴 것인지, 아니면 본연의 제 모습을 찾게 될는지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을 만나보길 바란다.

이렇듯 소설은 남성의 사춘기의 은밀한 이야기가 쉼 없이 터져 나오고 추억담 같은 일화들로 재미를 안겨준다. 지금 세대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더러 있겠지만 이야기는 남자들의 은밀한 성에 관한 것만을 이야기하지 않기에 우리가 더 깊숙이 들춰보아야 하는 것들이 많다. 주인공의 성장과정 또한 눈물겹지만 그와 함께 하는 주변 인물들의 삶의 투쟁 또한 시대를 대변하며 힘겨움을 안겨준다. 또한 그때의 청춘들이 직면했던 입시, 대학, 취업 등 살아남기 위한 버둥거림을 펭귄과 함께 비유적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고개숙인 남성의 모습들은 여전히 시대를 대변하며 지금의 현실과도 별반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청춘과 함께 한 펭귄에게 주인공 또한 동병상련을 느낀 걸까.. 주인공이 진정 삶의 촛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이제서야 깨달은걸까..
"오늘부터 생각은 내가 할게"라고 이야기하며 소년의 사춘기시절을 지배하던 펭귄은
"오늘부터 생각은, 네가 해"라며 양보한다. 그래서 주인공은 "굿 이브닝, 펭귄"이라고 인사를 건네었나 보다.
그리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게 아닐까..
마지막으로 거시기의 닉네임이 희안하게 잘 어울리는 느낌은 나도 뭐라 말하지 못하겠지만 이래서 작가를 하나보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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