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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이브닝, 펭귄
김학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5월
평점 :

이 책은 최대한 외설스러운 경계선을 능구렁이 담 넘듯이 살짝 피해 가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는 그 펭귄은 익히 알고 있는 동물학적 펭귄도 아니고 뽀로로 같은 귀엽고 앙증맞은 캐릭터도 아니다. 여기서 펭귄은 돌려 말하면 남자의 거시기이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남자의 성기를 의미한다. 그래서 처음엔 좀 당황스럽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민망할 것도 없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남자들의 은밀한 성적 호기심과 섹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그 펭귄이 그 펭귄이 아님을 알게 된 순간, 초반부터 곳곳에서 빵빵 터지는 유머와 솔직하고 음탕한 성적욕망을 충분히 공감하며 웃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친절하게도 화자의 이름이 나오지 않아서인가. 꼭 작가의 자서전 같은 느낌을 가지고 무작정 읽어내려갔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의 프로필 사진을 본 순간 책의 내용이 그래서인가 뭔가 컨셉이 비스름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왔다고나 할까.~
성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여겼던 소년은 구구절절 펭귄의 일상을 깔고 시작한다. 그리곤 펭귄이 처음 깨어난 날, 평범한 밥상머리에서 한마디 던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엄마, 아까 운동장에서 고추가 딱딱해졌어."-p.14
초반부터 큭!! 웃음부터 터져 나오니 역시 성에 관한 이야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렇게 시작된 소년의 성적 호기심은 나날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그러다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인사하는 그의 펭귄은 지칠 줄을 모른다. 그리고 소년은 본능에 충실하게 그 행위를 한다. 펭귄과의 악수를.!! 마냥 즐거운 일일 줄만 알았던 펭귄과의 악수는 그의 내면 북극곰과의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솔직히 이 부분은 남편에게 대놓고 묻자니 좀 민망해할듯해서 차마 호기심은 접어두었다만은 자위행위를 이렇게 자주 할 수 있다는 게 평균적인 건지 여전히 궁금하다. 결국은 내 예상과 살짝 맞았다고나 할까. 후반에 힘을 쓰지 못하는 펭귄의 안타까운 사연도 등장한다.
사춘기 시절 성적 판타지는 그야말로 호기심의 절정이다. 음란물의 변천사를 보는 듯한 각종 물품들이 등장하여 청소년기 남학생들의 성적 판타지를 채워준다. 야설, 야한 그림, (여기선 트럼프 카드가 나오는데 난 실물을 본 적이 없다.) 야한 영화, 포르노, 그리고 컴퓨터가 보급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등장한 야동까지. 아마 그 시대를 함께한 남성 독자라면 과반수가 동조하며 손바닥을 쳤을 것이다. 오죽하면 스치기만 해도 선다고 했을까.
그렇게 완전히 펭귄에게 지배당한 주인공은 북극곰과의 사투에도 불구하고 펭귄의 기세는 나날이 꺾일 줄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사춘기 시절 교회에서 알게 된 이성도 짝사랑에 그치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제대로 된 연예 한 번 못하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주는 주인공, 심지어 그 뜨겁던 2002년 월드컵 응원 거리에서 만난 여자와도 펭귄은 하늘을 날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과연 그렇게 그의 펭귄이 기가 꺽여버린 이유가 무엇일까? 그렇게 기한번 펴보지 못하고 인생의 막을 내릴 것인지, 아니면 본연의 제 모습을 찾게 될는지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을 만나보길 바란다.
이렇듯 소설은 남성의 사춘기의 은밀한 이야기가 쉼 없이 터져 나오고 추억담 같은 일화들로 재미를 안겨준다. 지금 세대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더러 있겠지만 이야기는 남자들의 은밀한 성에 관한 것만을 이야기하지 않기에 우리가 더 깊숙이 들춰보아야 하는 것들이 많다. 주인공의 성장과정 또한 눈물겹지만 그와 함께 하는 주변 인물들의 삶의 투쟁 또한 시대를 대변하며 힘겨움을 안겨준다. 또한 그때의 청춘들이 직면했던 입시, 대학, 취업 등 살아남기 위한 버둥거림을 펭귄과 함께 비유적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고개숙인 남성의 모습들은 여전히 시대를 대변하며 지금의 현실과도 별반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청춘과 함께 한 펭귄에게 주인공 또한 동병상련을 느낀 걸까.. 주인공이 진정 삶의 촛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이제서야 깨달은걸까..
"오늘부터 생각은 내가 할게"라고 이야기하며 소년의 사춘기시절을 지배하던 펭귄은
"오늘부터 생각은, 네가 해"라며 양보한다. 그래서 주인공은 "굿 이브닝, 펭귄"이라고 인사를 건네었나 보다.
그리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게 아닐까..
마지막으로 거시기의 닉네임이 희안하게 잘 어울리는 느낌은 나도 뭐라 말하지 못하겠지만 이래서 작가를 하나보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