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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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태생부터 다른 남녀의 차이와 시각의 차이를 부정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사회는 그러한 차이를 넘어서 여성에 차별과 편견이 뿌리깊은 나라였다. 
그러나 그러한 남성주의의 가부장적 사회에 점차 균열이 일고 남녀평등을 부르짖는 목소리로 여성인권이 신장된것은 분명 반가운 현상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사상 첫 여성 대통령까지 보며 여성인권 신장에 한층 더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물론 안타깝게도 그 끝은 암탉이 울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에 보조를 맞추고 말았지만 말이다. 이는 정치적 이슈를 덮어놓고 보더라도 많은 여성들에게 심한 자괴감을 떠안겼다. 아마도 주위에서 이래서 여자는 안돼라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었을 것이다. 그렇듯 여성을 비하하고 아줌마를 제삼의 성별로 취급하며 유별나게 편을 가르는 이 사회에서 늘 여성은 약자로 피해를 당해왔다. 굳이 페미니즘이라고 분류하지 않았어도 여성차별과 인권유린에 대한 소설들은 많이 쓰여왔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가슴에 한(恨) 한덩어리씩 묵혀두고 사는 여인들의 사연은 충분히 소설의 소재로 대중들의 반응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떠들썩했던 [82년생 김지영]을 향한 여성들의 반응만 보아도 놀라운 일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여성주의를 표방하며 여성작가 일곱명이 뭉쳤으니 이슈의 주축이었던 조남주를 시작으로 7편의 단편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조남주의 [현남 오빠에게]는 그나마 시작에 불과하다. 어쩌면 현남 오빠는 이름 그대로 실 속 자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성이다. 정말 거짓말 보태지 않고 예전에 알던 남성분하고 아주 흡사해서 소름이 돋았을 정도였다. 사연의 주인공은 자의반 타의 반 그렇게 현남과의 오랜 관계를 유지한다. 현남의 인생에 안성맞춤 여성으로 잘 길들여질뻔하였던 그녀는 서서히 알게되고 드디어 깨닫는다. 자신의 인생이 결혼과 동시에 무덤이 될 수도 있음을. 물론 남성들 시선에서는 반박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어쩌면 현남의 변명도 들어보아야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단편에서 말하고자 하는건 그런 상황에 썰물처럼 휩쓸려 버리고 후회의 멍을 안고 살아가는 여성들을 위한 외침이자 깨우침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자식아'라는 마지막 단어에서 느껴지는 울분과 통쾌함이 맞춤 여성을 찾는 남자들을 한 방 먹인듯하여 속이 후련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통쾌함도 잠시 두 번째 소설 [당신의 평화]에서는 목을 죄는 답답함에 미쳐버릴 듯하다. 정말 공감하고 싶지 않은 주제로 가부장적 사회에서 목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자신의 인생이 사라져버린 지금 나의 엄마들 세대의 이야기다. 무신경한 남편에 더하여 지독한 남아 사상이 몸에 밴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온 그녀의 인생에 이미 그녀 자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독자들은 그녀의 삶에 애처로움을 느껴야 하지만 마냥 그럴 수도 없다. 그로 인해 지친 딸 유진의 삶을 다독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당하고 억울했던 상황들은 그녀의 자아를 좀먹듯 갉아먹어버렸고 엉뚱하게도 피해 망상적 증상에 시달린다. 엄마의 주변 모든 상황들에 대한 날선 불만들은 행복해야 할 딸의 인생마저도 발목을 잡는다. 가여운 엄마, 하지만 동시에 이해불가의 엄마, 아무리 달래고 다그쳐보아도 이미 유진의 머릿속에서 엄마라는 이미지는 편안하고 안락한 세상이 아니다. 아무리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다지만 비중 있게 드러나지 않았던 남편이 제일 나쁜 놈이라는 것쯤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아내의 존재는 그저 자신의 인생을 뒷치닥거리나 하는 사람정도로만 여기는 무신경의 끝판왕이다.

여자 알기를 우습게 아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세 번째 단편 [경년]에서 폭발한다. 갱년기 몸뚱이를 각종 약물에 의지하고 있는 중년 여성의 삶부터가 이미 버겁게 느껴지는 이 단편에서는 요즘 청소년들의 성 이야기로 초점이 넘어간다. 중학교 아들의 섹스 스캔들이란 소재도 충격이지만 섹스를 본능 따위로만 치부하고 넘어가려는 모습에서 그 어떤 성적 배려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화나고 슬펐다. 곧 나도 그녀와 비슷한 지점에 도달할 텐데 나라면 어떤 액션을 취할 수 있을까 제일 고민이 많았던 이야기였다.

자궁은 '子宮'이라고 쓴다. 삼십여 년 전, 나는 이 단어를 '아들이 자라는 궁궐'이라는 뜻으로 배웠다.
2017년 초등학교 성교육 시간엔 아기집으로 가르친다고 한다. -p.121

그다음 단편들부터는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진다. 의미의 확장과 공상과학소설같은 분위기에서 페미니즘과 인간적인 요소를 찾기 위해 작가노트를 뒤적였다.
[모든 것을 제자리에]라는 단편의 분위기에 조용히 압도되었고 결말의 소름 돋음은 나도 모르게 굳어져 있는 여성 혐오가 존재하지는 않는지 되짚어 보았다. [이방인]은 내겐 좀 난해한 느낌이었다. 남성들의 세계에서는 여성이라는 존재를 이방인으로 설정한 것인지, 그녀가 어떠한 실수를 계기로 이방인이 되어버린 건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에서는 남성에 대한 통쾌한 보복전이 펼쳐지지만 그렇게 튀어오른 피들이 내 몸에도 묻은 듯 찝찝함과 불쾌한 감정이 동시에 일어나기도 했다. 그래서 오히려 마지막 단편 [화성의 아이]가 편하게 다가온 이유도 남성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생물과 무생물이 공존하며 새생명을 돌보며 함께 생활을 만들어 내는 세상이 아름답기까지 하였다.

이 폐허가 더 이상 냉혹하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우리가 생활이라는 리듬을 함께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p.267

여전히 주변을 돌아보면 현남오빠가 많고 남편과 아들을 떠받드느라 생을 다 바치는 여인들도 많다. 여전히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여성은 불리한점 투성이고 직장에서 차별대우 또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대간의 충돌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게다가 연이어 터지는 성추행과 성폭력은 드러나지 않은 것들까지 계산한다면 훨씬 많을 것이다. 잘난 여성들 때문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남자들, 게다가 빗나간 여성 혐오주의까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와 그리고 넘어야 할 고개가 수도 없음을 느낄 것이다. 이런 소설을 들고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띄우며 질타하고 싸우자는 게 아님을 잘 알 것이다. 조금만 더 나와 가까운 이야기로 여기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사회로 바뀌어가길 원하는 것이다. 나부터라도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생각을 지워내고 주체적인 생각을 설파해야겠다.

그나저나 표지를 한참 들여다보다 우측 사인의 영문TO T 뒤는 무슨 글자가 가려진 것일까 나름 고민했다. 여성의 삶을 정중앙으로 그려내고 싶었다는 의도에 맞추어 TO THE FUTURE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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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끄기의 기술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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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먹고사는 일보다 더 힘든 일이 바로 사람과의 관계이다. 가족이나 친구 등과 공존하기 위해서 우리는 온통 신경 쓰는 일과의 전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제발 신경 좀 끄고 살아라는 주변인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그 신경 끄기에 대한 기술을 터득하는 동안 마음은 다치고 정신은 병들어간다.

그렇듯 그놈의 신경 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모양새만 보아도 전 인류의 숙제인가 보다. Do Not을 표방하는 명제만 보아도 무한 긍정만 강요하는 기존 자기 계발서와는 분명 방향을 달리하고 있다.

심지어 '너 자신을 알라'라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에 딴지도 걸고 있다. '아'다르고 '어'다르듯 말이라는 게 해석하기 나름이라지만 생각의 전환이 익숙하지 않던 내게 뼈 있는 생각도 던져주었다.

파워블로그이자 인생 상담가로 활동 중인 마크 맨슨은 손바닥 뒤 집 듯 인생역전을 경험한 인물이다. 게다가 저자의 말투는 전혀 한국스럽지 않다. 어찌 보면 상스럽고 또 어찌 보면 친근한, 어쨌든 뒤통수를 후려치는 통쾌한 직언 뒤에 나름의 깊이 있는 통찰과 진리가 전해진다.
밑바닥 인생을 통과하며 깨달았던 저자의 경험담과 유명인들의 일화 등에서 신경을 제대로 끄는 기술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저울질이 서툰 사람일수록 떠안아야 할 스트레스가 많다. 그리고 그것은 자기 비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그래서 한때 자존감이란 단어가 무수히 오르기도 했다. 더 나아가 우리는 모두 특별하다며 위로의 강도도 높여갔다. 하지만 허세라는 역효과도 낳았다. 아마 주변에 허세작렬하시는 분들이 한두 명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는 충고조차 먹혀들 공간이 없다. 내가 제일 잘 나가,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와 같은 말들은 나를 지칭하는 말이고 세상의 중심은 나이며 불행은 자신을 늘 비껴갈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산다. 그렇다면 그러한 이들에게 할 수 있는 충고의 질은 이렇게 거친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

 

 

 

그렇듯 그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을 뒤집어 놓았다.
너 자신을 절대 알지 말라. 그래야 끊임없이 노력해 깨달음을 얻게 되며, 자신의 판단을 과신하지 않고 타인의 생각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p.162

굳이 토달지 말고 던져준 대로 생각해보면 자신을 잘 안다고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이겠다. 그렇게 굳어진 생각은 나의 발전을 저해하고 심지어 자신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해질 수도 있다. 시행착오 속에서 우리는 본인의 문제점을 배운다. 내가 틀린 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틀린 점을 인지하였을 때 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오로지 나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분명 시간이라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것을 성숙이라고 달리 부르기도 하지만 뭣이 중한지에 대한 깨달음이 자연스레 오게 되는 순간이 인생에서의 자유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이다.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교묘한 기술(The subtile art  of not giving a fuck)이라는 것에 그리 획기적인 비법따위는 없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극한의 상황이나 충격적인 경험이 수반되어야만 변화를 줄 것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생의 끝을 당겨 내가 그 앞에 있다고 가정해 보라. 그게 안된다면 저자처럼 발하나 헛디디면 생이 끝나버릴수도 있는 지점에 서서 용기를 얻어보는 것도 어떨까. 인생의 주요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 삶의 관점을 어떻게 재단할것인지 그리고 무수한 선택지 앞에서도 우선순위를 따져보고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것들은 떨쳐버릴수 있는 용기를 더 내어보자. 

 

 

이 책은 그 어떤 자기 계발서보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다. 적당히 거절하고 타협하는 것이 인생을 덜 피곤하게 사는 지름길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애쓰지 마'라는 단어를 적절히 인생에 대입하고 중요한 일에 몰두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골치가 아픈 이들에게 두통약 같은 효과를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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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그리다 - 나만의 작품에 창조적 영감을 불어넣어줄 45가지 스케치와 페인팅 튜토리얼
디나라 미르탈리포바 지음, 최지원 옮김 / 라이카미(부즈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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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사랑] 속 주인공은 실존 인물로 모드 루이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그녀의 그림에 반하였고 나도 저런 감성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었다. 단순한 모티브와 원색의 화려함이 돋보이는 천진난만해 보이던 그 그림이 마냥 좋았던 이유는 희망과 열정 가득한 삶 그녀,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나도 붓을 들면 당장이라도 비슷하게 그릴 수 있을 법한 그림들이지만 이상하게 막상 그림을 그리려고 하면 손은 같은 자리를 끄적대고 있기만 한다. 그래서 각종 그림 관련 서적을 보며 비슷하게 흉내도 내보고 각 재료의 특성과 스킬도 익혀보았지만 뭔가 디자인적인 요소와 상상력이 깃든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욕구는 늘 있어왔다.
나에게도 숨겨진 끼가 열정으로 쏟아져 내린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무언가 모자라는 듯한 느낌은 늘 멈춰버린 시곗바늘 같기만 하다. 그렇다면 나도 나만의 그림이라는 걸 그려볼 수 있을까..

이미 수채화나 색연필화에 관련된 책은 몇 권 소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책은 정말 단번에 욕심이 났다. 늘 콘텐츠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던 내게 저자의 그림들은 많은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는 그림들을 보면서 난 왜 생각이 멈추어 있는지 반성도 해보면서 말이다.

책의 저자는 우즈베키스탄 태생이며 그림을 전공하지 않고도 열정 하나로 지금의 일러스트 작가로 거듭난 분이다. 그녀의 그림들을 쭉 훑어보면 단순한 구성으로 언뜻 쉬워 보이지만 장식이 많아 디테일하고 또한 오브젝트마다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인터넷을 보면 잘 그린 그림들은 넘쳐난다. 하지만 나도 한번 그려볼 수 있다는 느낌이 드는 그림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그녀의 그림은 자연을 기본 모티브로 하였다. 그녀의 오브젝트 동식물, 동화 및 신화, 사람과 집 그리고 장식무늬 등에는 나뭇잎과 꽃들이 주로 장식되어 있다. 그리려는 대상을 단순화하되 장식이 많고 디테일하게 꾸미는 것이 포인트이다. 우선 그리려는 것에 대한 특징을 파악하여 단순화 시켜 스케치를 한다. 스케치나 컬러링의 순서 단계는 많지 않지만 기본적인 구도를 잡는 법과 채색을 해나가는 방법에 대해 경험과 노하우로써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초보자들은 처음 연필을 잡고 스케치를 해 나갈 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서 작가는 원, 네모, 세모를 이용해 구도를 잡는 방법으로 망설이지 않고 시작할 수 있게 팁을 알려주고 있다. 단순하게 스케치하고 컬러링 할 때 다양한 변화를 주면서 색을 입혀 나가는 것이 포인트이므로 좀 더 변화를 주면서 상황별로 응용해 보면 좋을 것이다. 저자의 그림은 여백을 잘 활용하여 심플함을 주고 있으며 컬러의 사용이 제한적이다. 한가지 그림에 너무 많은 색감은 오히려 통일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색상을 정하는데 고민이 된다면 저자의 색상 코드를 잘 활용해보자. 주로 그녀가 사용하는 물감은 아크릴 과슈 물감인데 이는 다양한 재료에 사용할 수 있어서 그녀가 즐겨 쓴다고 한다. 아크릴 과슈 물감의 비용이 저렴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색상을 구입하기에 부담스럽다면 낱개로 몇 가지 색상을 구입해서 그 질감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페이지를 쭉 넘겨보다 동화 라푼젤 그림에 마음을 뺏기어 일단 시도해보았다. 간단히 스케치 작업 후 수채화로 대강 색을 입힌 후 세밀한 부분에 온 신경을 집중하였다. 손떨림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리기까지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렇게 다양한 부분부분에 포인트를 살리고 라인을 정리하는 등 꼼꼼함이 필요하다 보니 시간이 꽤 걸렸지만 다행히 결과물이 만족스러웠다. 집이나 사물을 다채롭고 예쁘게 잘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밑그림을 많이 그려보는 일이 중요할 것 같았다.

 

 

 

 

이미 일상생활에서 그림을 그려본 이들이라면 좋은 교재가 될 것이고 초보자들에게는 시도해 볼 수 있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뛰어난 실력을 지닌 이들은 넘쳐난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아이에게 괜스레 간섭을 하였다가 한소리 들으면서 반성한 적이 있기에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그림이 제일 좋은 그림이 아닐까 한다.

이렇게 여러 장의 그림을 그려보고 본격적으로 실생활에 조금씩 옮겨보면서 삶의 즐거움을 찾아볼 수도 있겠다. 우리 생활 전반에 유행하고 있는 북유럽 디자인 감각을 직접 그려보는 일은 분명 새로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여름에 엄마가 그림을 그려달라고 보내온 바가지에 이제서야 그림을 그려보았다. 냥이 두 마리의 집사로 울 냥이들을 떠올리며 스케치하고 채색을 해 보았는데 생각외로 색들이 잘 입혀져서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탄생하였다. 한 번도 도전해 보지 않은 일들을 해 보면서 즐거움을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각 샘플 그림에 사용된 재료에 대해서 팁을 주었다면 좋을 듯했다. 재료에 따라 색이 옷을 입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초보자들에게는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페이지에 저자가 당부하는 내용 중에 한마디가 와닿았다.
"여러분은 다른 누군가의 작품이나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나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상상력을 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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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맛 - 로제 그르니에가 펼쳐 보이는 문학의 세계
로제 그르니에 지음, 백선희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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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또 어떤 맛으로 다가올까 하는 기대감은 서른한 가지 맛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아이스크림 맛만큼이나 설렘을 준다.

서점, 도서관, 심지어 책장에서 아직 읽지 못한 몇 권의 책들을 바라볼 때면 늘 겪는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이 책의 제목 하나만큼은 나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아직은 독서의 깊이감이 그냥 물웅덩이 수준이라 책안에서 작가가 불러낸 수많은 프랑스 작가들이 낯설기 그지없었지만 그들과 함께 동시대를 산 이 로제 그르니에의 폭넓은 시각에 믿음이 더해지고 더불어 읽고 이해하고 쓰는 이 모든 행위, 즉 책에 대한 여러 견해에 마음이 기울어졌다.

읽지 않은 책이 없고 모르는 작가가 없을 정도로 책에 대해서라면 지칠 줄 몰랐던 프랑스 문단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는 로제 그르니에는 백세 인생의 길로 가고 계신 노장작가이다. 물론 처음 알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독서광이었고 알베르 카뮈의 추천으로 기자 생활을 거치며 거의 70년 동안 작가 생활을 하신 분이다. 정말 어마어마한 경력이지 않은가. 그런 그가 들려주는 아홉 가지 소재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은 나의 오감 곳곳에 진한 여운으로 남았다.

먼저 문학과 사회 뉴스들의 상관관계에 대한 견해에서는 미디어의 부정적인 측면을 꼬집지만 반면 그러한 사회 뉴스들이 문학의 소재가 되어 작가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을 부정할 수 없다. 비록 각종 뉴스나 미디어들로 인해 진정성을 놓치기도 하지만 그러한 기사 거리들이 작가에 의해 상상력에 날개를 달고 무한한 세계를 연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잘 짜인 이야기에서 삶의 질서와 철학을 찾는 즐거움을 누린다.

문학작품이 그리는 기다림이라는 주제는 다른 어떤 주제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간의 연장선인 기다림이라는 행위를 다양한 상황과 각도에서 해석함에 따라 인생에 있어 기다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은 불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말한다.  특히 독서에서의 기다림은 가장 으뜸 행위의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이 모든 책들...
나에게는 독서야말로 기다림과 분리될 수 없는 으뜸 행위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눈은 글자를 따라 나아가고,
정신은 더 멀리에서 일어날 일을 알고 싶어 안달하며 눈이 나아가길 기다린다.
그러나 기다려야만 한다.

사생활 편에서는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해 볼 수 있겠다. 최근 미디어의 급성장과 더불어 독자들은 작가와 사생활에 대해 조금은 오픈되길 원한다. 때론 작가의 이념이나 생활들이 소설과 얼마나 밀접한지 연관 지어 보려는 이들도 있다. 작가의 사생활이나 가치관이 충분히 반영될 수도 있겠지만 굳이 억지로 끼워 맞출 필요는 없다. 우리는 작가가 잘 만들어 놓은 또 다른 세계에서 살다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작가의 사생활은 그들만의 것으로 지켜지고 보호받아야 한다.

기억 자체가 이미 소설가이다. 이제 우리는 저장 장치가 아니라 과거를 끊임없이 재구성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기억은 재생하기보다는 지어낸다.
기억은 역동적이며, 우리의 상상을, 우리의 개성을, 우리의 열정을, 우리의 상처를 먹고 자란다.
이는 모든 인간에게 해당되며, 작가에게는 더더욱 사실이다. -p.107
읽기는 더도 말고 적어도 글 쓰는 일만큼이나 사생활에 속하는 행위이다.
책 한 권 들고 혼자가 되는 시간, 어쩌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쓴 페이지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참으로 잘 알지 못하는 우리 자신의 혼란스러운 삶을 문득 이해할 것만 같다.
한편의 허구가 우리 자신에 대해 현실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p.120

 

그렇게 읽어내려가다 어느 한 구절에서 또 멈춰버렸다.
"그렇다.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건 불행 중 다행일 뿐이다. 진짜 불행은 종종 느닷없이 죽는다는 데 있다." -p.177

이 문장을 맞닥뜨렸을 때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연예인 기사가 터진 뒤였기 때문이다. 그렇지않아도 뒤숭숭하고 우울감이 감싸고 있던 저녁시간에 이 한 문장에 마음 한구석이 또 비워졌다.

이외에도 저자의 책에 관한 넘치는 지식은 사랑, 장편과 단편, 미완성작 그리고 글쓰기 등으로 풀어 보이고 있다. 그 작품들과 함께한 시간들은 마치 유명인을 친구로 둔 지인이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흥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독자들은 더욱 가까이에서 작품과 호흡해 볼 수 있는 듯하다.

아직은 글쓰기에 대한 욕구보다 책 속에서 노니는 일이 더 즐겁기에 더 많은 문학 작품을 통해 진정 책의 맛을 알아가고 싶다. 시간이 지나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정리해보고 내 나름의 맛의 분류 표를 그려내 볼 그날도 기대해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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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 한국 지리 여행 - 어디까지 가 봤니? 방방곡곡 지리 여행
김은하 지음, 긴리(Gynree) 그림 / 봄나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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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내가 싫어하는 과목 중 하나가 한국지리였다. 엉뚱한데 원인을 돌려보자면 지리를 너무나 지루하게 가르치는 선생님 때문이라고 탓하고 싶다. 그렇다 보니 수업시간 내내 배웠던 지역의 특산물이나 산맥의 이름과 위치 흐르는 강줄기 등이 머릿속에 제대로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런 기억이 있었기에 내가 부모가 되면 아이들과 체험을 통해 지리를 알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었다. 그러려면 부모도 공부를 해야 한다.

이 책은 내가 평소 궁금해했던 우리나라의 땅 이야기가 들어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훨씬 좋을 것 같았다. 아직은 지형에 대한 관심이나 호기심이 크게 생기는 시기는 아니다. 자연환경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땅을 밟고 뛰어놀기 바쁠 시기이니까.

학교에서도 다시 배울 테지만 지금부터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땅에 대해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건 놀이식 교육이었다. 보드게임이나 주사위 게임 등은 한 번씩 스쳐지나는 듯하여도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땅의 지형도를 눈에 익히기에는 좋았었다. 각 지역을 여행하며 특산물도 공부하고 도로, 항구 등을 이용하며 이동하는 방법을 통해 각 지역을 오가며 위치를 익히는 시간도 덤으로 가져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는데 그것들이 아이들과 여행 시 조금 힌트가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해당 지역을 다니면서 느꼈던 지식의 부족함이 나에겐 늘 고민이었다. 지리를 싫어하다 보니 희미하게 남아 있는 것마저도 사라지기 일보 직전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무언가 도움이 될만한 책이 없을까 하던 중에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책 한 권을 만나 반가웠다. 이 책은 우리나라 지형에 관한 기본적 지식들을 습득할 수 있어서 앞으로의 여행에 밀도감을 더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땅, 산, 강물, 평야, 바다, 도시 편으로 나누어 그러한 지형으로 이루어진 지역과 도시를 함께 소개함으로써 대한민국 땅 곳곳의 특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참고사진과 일러스트 그림 자료를 적절히 활용하여 이해를 돕고 있으며 이야기하듯 자연스러운 문체가 부담감을 덜어준다. 하지만 아이들이 보기에 다소 어려운 용어도 있고 문장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그래서 더욱 부모가 길잡이가 되어주어야 할 것 같다.

 

 

 

제일 먼저 땅 편에서는 한반도 땅의 탄생과 역사 그리고 삼면의 특징과 더불어 기후 등 기본적인 정보를 시작으로 그 외 독도를 일본이 탐내고 있는 이유, 대구가 왜 그렇게 더울 수밖에 없는 지형인지 등 평소 호기심이 생길만한 소재로 재미를 더하고 있다.

두 번째 산 편에서는 내가 왜 그리 대관령 타령을 하는지 아이들에게 상세한 정보를 줄 수 있어 좋았고 높은 산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기후변화에 따라 지역적 특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아서 도움이 되었다. 산이 주는 이로운 점과 불편한 점에 대해 알아보고 그 외 우리나라에서 석회암 동굴들을 살펴보며 다음 여행지로 계획을 짜보기로 하였다.

강 편에서는 평소 어두웠던 지식에 불을 밝혀 주었는데 우리나라의 강줄기의 흐름과 그 강물을 따라 생겨난 땅, 섬 등을 살펴보고 또 강과 함께 발달한 나루의 위치를 살펴볼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호반의 도시 춘천에 대한 설명 중 남이섬이 댐 건설로 인해 생겨난 섬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올여름 남해를 둘러보면서 동해, 남해, 서해의 특징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누어 보긴 하였지만 미처 더 얘기해 주지 못한 이야기들이 책 속에 한가득이다. 검은 모래와 흰모래, 자갈 해안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파도에 의해 생긴 절벽의 형태, 사는 지역과 가까운 강화 일대가 간척 사업으로 면적이 넓어지게 된 사연 등을 굵직굵직한 정보가 많다. 용어의 유래나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한번 더 설명해 놓아 이해하기 좋다.

 

 

 

어느 순간 아이들은 갑작스레 질문을 던질는지도 모른다. 깊이 있게 알지는 못해도 이 책 한 권이면 머뭇거리지는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사는 땅의 역사와 여행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자연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자. 그리고 많이 보고 듣는 교육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 대한 지식을 즐겁게 알아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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