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서툴다 -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주는 세계 최고 지성들의 명 에세이 컬렉션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외 지음, 이문필 엮음 / 베이직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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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서툴다. 그러니 당연히 우리네 삶도 서툴 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다 가진 듯 보여도 완벽한 인간은 없다.
더구나 대자연의 순리 앞에서는 한낱 미약한 존재일 뿐이다. 인간은 오만함과 문명의 벽에 갇혀 그러한 사실을 수시로 잊어버리고 복잡한 감정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다. 아마 이러한 일들은 세기가 지나오는 동안 늘 그 시대가 가진 숙제였을 것이다. 그래서 당시의 철학자나 사상가들의 글들이 지금에 와서도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책은 각 나라별 지성인들의 고뇌를 담고 있다. 에밀 졸라, 프랜시스 베이컨, 헤르만 헤세, 레프 톨스토이, 마크 트웨인 등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이들 외 많은 이들의 에세이가 실려있다. 짤막한 글들이지만 그들의 생각의 흐름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인간의 복잡하고 까다롭고 다양한 감정들을 짚어보며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모든 감정의 속성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함을 말한다.

대부분의 사상가들은 인간의 삶을 자연의 이치에 빗대어 말한다. 생명의 탄생과 죽음부터 살아가는 순리를 이해하면 삶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에 늘 완전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하나를 충족해도 또 다른 하나가 불만족스럽거나 모자라게 느껴진다. 이는 가진 자든 덜 가진 자든 마찬가지로 느끼는 감정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모자람 속에서도 만족할 수 있는 감정에 익숙해져야 한다. 사랑, 우정, 질투, 자만, 운명, 사치, 명예, 절제 등의 감정의 변화를 들여다보며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인생의 절망 앞에서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마음의 땅을 잘 경작하기 위해서는 감정에 솔직하고 이해하려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순간의 소소한 행복감으로 지속적인 안정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

자연과의 호흡을 강조한 마셀드 몽테뉴는 혼자만의 시간에는 잡념을 덜어내고 오로지 자연 속에 몸을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열하게 살고 나서야 뒤늦게 자연을 찾는다. 젊은 시절에는 그러한 여유조차 느껴볼 새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연과 가까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한 여유 속에서 하루의 소중함과 생명의 가치가 생겨나는 것이며 자신의 삶에도 소중함을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자연의 오묘하고 위대한 힘 앞에 인간 세상은 얼마나 복잡하고 어지러운가? 인간의 마음은 얼마나 좁아지고 있는가?
현대인은 자연과 자유가 결핍된 세상에서 점점 자신의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마음속 족쇄를 풀어놓아야만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는데 말이다. -p.35

프랜시스 베이컨은 화를 다스리는 법에 대해 조언한다. 꿀벌처럼 적을 쏘기 위해 생명을 송두리째 바치는 일은 어리석은 일임을 강조한다. 다혈질이 결코 좋은 성격은 아님을 반성하게 되고 때를 기다리며 참는 것이 더 큰 화를 잠재우는 길임을 새기게 된다. 
화는 무거운 물건과 같다. 둘 다 어디에 떨어지든지 그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다. -p.97

또한 우정이란 기쁨을 두 배로 만들어주고 슬픔을 반으로 줄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만큼 고독한 인생에 있어 꼭 필요한 덕목임을 강조한다. 아무리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도 우정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진실된 우정은 이성적인 사고를 돕는데 생각은 둘둘 말려 있는 카펫이고, 말은 쫙 펼쳐 놓은 카펫입니다. -p.114라는 말속에서 진실된 우정의 이점을 느낄 수 있다. 생각을 공유하고 진심으로 나를 이해해주는 친구가 얼마나 삶에 윤택함을 가져다줄는지 강조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메리 셀리는 살면서 생명의 기적과 인생의 기원 등 생활철학에 관심을 기울이면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말한다. 삶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듣고, 보고, 생각하고, 질문하는 과정을 거쳐가게 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삶의 의욕이 생겨나는 것이다.
감정은 또 다른 감정을 파생시킨다. 부정적인 감정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낳지만 긍정의 감정은 더 긍정적 기운을 부른다. 욕심은 자만과 시기를 낳지만 덕행은 감사함과 만족감을, 생명존중은 나눔으로 이어진다. 월트 휘트먼은 서로 서로 도우면 앞으로 쭉쭉 나갈 수 있지만 서로 헐뜯고 미워하면 뒷걸음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는데 이 구절에서 요즘 세계인들의 모습이 퇴행하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까웠다.

삶의 길이 반드시 책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답답하고 울컥할 때 위로가 된다. 내가 가진 가치관과 그들의 생각을 비교해보며 그나마 내 가치관의 방향이 삐뚤어지지 않았음에 다행스러워한다. 게다가 어느 한 구절에서 마음이 움직인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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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초등 어휘 100
오승현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어린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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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 중 하나가 우리말은 참 어렵다는 것이죠.
늘 쓰던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아리송할 때가 있고 문장에 맞지 않는 단어도 제법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어른인 저도 이렇게 헷갈리는데 우리 아이들은 어떻겠어요.
그래서 아이들의 올바른 단어 사용을 위해 초등 어휘 100을 준비했어요.

이 책은 개정판인데요. 벌써 출간된 지 십 년이 되었다네요.
말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에 바뀐 표준어 규정에 맞추어 고치고 다듬었다고 합니다.
말이라는 것이 전달만 잘 하면 되지 않느냐 하는 이들도 있지만 때론 단어 하나가 잘 못 쓰여 의미가 이상해지기도 하죠.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단어 사용이 생활화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올바른 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책에는 100개의 어휘가 실려 있으며 크게 5장으로 구분하여 낱말을 묶어놓았어요.

 

 

발음이 비슷하지만 뜻이 다른 낱말, 모양이 비슷하지만 뜻이 다른 낱말,
뜻이 비슷하지만 다른 낱말, 표기를 잘 구별해서 써야 하는 낱말 속 단어를 보니 평소 혼동하던 단어들이 제법 눈에 띕니다.

부치다/붙이다, 바치다/받치다, 데/대, 쫓다/좇다, 들리다/들르다, 로서/로써, 왠지/웬 등의 낱말들을 보니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짚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의 장점이라면 낱말의 이해를 돕기 전에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며 시작하는데요.
역사 속 다양한 인물들의 일화나 정치인, 예술가, 작가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재미를 더해준답니다.
무하마드 알리부터 슈바이처, 이외수, 뉴턴, 알렉산더 대왕, 사마천, 간디, 파스칼 등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그들이 들려주는 50가지의 이야기로 지루할 틈이 없답니다.

 

 

 

예를 들어 에디슨의 일화를 통해 개발계발이란 단어가 어떤 의미로 해석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무작정 의미만 외우기보다 기억하기 좋고 예시로 나온 여러 문장을 보며 확실히 알고 넘어갈 수 있답니다.
뜻이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쓰이는지, 비슷한 표현은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자주 틀리는 표현은 무엇이 있는지 설명하고 있어서 개념을 바로잡아 줍니다.

제시된 예문에서 올바른 단어를 함께 찾아보는 시간도 가져보았네요.
역시나 그래도 조금 혼동이 오나 보더라고요.
역시 아는 낱말이라도 문장을 써보며 익히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제일 아리송한 부분이 발음은 같아도 뜻이 다른 말이었어요.
부치다 와 붙이다가 제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문장에서 활용이 되고 있었고
대와 데 같은 경우는 둘 다 다 맞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풀어서 해석해보는 연습이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으로써와 으로서도 분명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문제를 푸는데 헷갈리더라고요.
뜻은 비슷하지만 다른 단어에서 엉덩이와 궁둥이는 서로 다른 부위라는걸 알게 되었네요.
문장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면 쉬울 텐데 의미 전달에 급급하느라 아무렇게나 쓰던 습관이 남아 있던 탓인가 바요.

아이들 책은 역시 함께 보는 게 좋네요.
이야기도 읽어주고 우리말 겨루기라도 하듯 올바른 단어를 찾아보는 일도 함께 하니 재미있어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낱말의 뜻을 같이 풀어보면서 우리말을 정확히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면 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어디서든 글을 씀에 있어서 2% 부족해 보이는 상황이 생기지 않게 신경을 써야 합니다.
또한 아무리 잘 쓴 글이라도 단어 사용이 적절히 않으면 신뢰감도 떨어지죠.
물론 시대가 좋아져 맞춤법을 바로 체크하는 등 편리함도 있긴 하지만
책을 보면서 제대로 알고 쓰면 더 좋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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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갚아주는 법 - 핵사이다 <삼우실> 인생 호신술
김효은 지음, 강인경 그림 / 청림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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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잘 모른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무엇을 어떻게 잘 해야 윗사람과 동료들 사이에서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말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공동체 생활을 하는 그 순간부터 얽히고설키며 상처와 인내를 반복하게 될 수밖에 없다. 타고난 태생을 당장에 바꾸긴 힘들겠지만 사회에서 상처를 덜 받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도 공부라는 게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때론 동료나 친구에게 코칭을 받기도 하고 부딪히며 터득하기도 하지만 그도 저도 안된다면 책을 뒤적여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책은 제목부터 눈이 동그래진다. 함부로 대하는 이들에게 조용히 갚아주는 법이라니~~ 이런 고수의 비법이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인들 단톡방에 책 이름만 공유했을 뿐인데 다들 반응이 장난이 아니었다. 오랜 회사생활을 한 친구나 이제 6개월 된 친구나 다들 대인관계가 힘듦을 호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나라는 이가 상처를 덜 받고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화제의 웹툰 <삼우실>을 본 적은 없지만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사이다 같은 만화인가 보다. 안 그렇겠는가, 꼰대 캐릭터, 아부왕, 워킹맘, 신입사원 등의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사무실의 일상에서 누구나 대리만족을 하고 쏟아붓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걔 중에 할 말은 하고 사는 사이다 같은 성격의 캐릭터가 활약을 펼친다면 백 번 공감하고도 남는다.
개썅마이웨이, 꼰대감별서, 좀 예민해도 돼, 직장생활 호신술, 할 말은 하고 삽니다.라는 목차에서 직장인의 비애가 느껴지지 않는가.

너무 착하면 바보가 되기 쉽다거나, 거절의 말을 잘 못하면 개고생한다는 말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인생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너무 잘 하려 들지 마.', '눈치껏 해.'부터 '왜 싫다고 말을 못 해!',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해!'라는 등의 조언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내 일이 되면 쉽지만은 않다. 상대나 상황을 잘 파악해서 대처를 해야 하고 또 뒷감당이 자신 없다면 선뜻 그들의 조언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결국 늘 나는 손해만 보고 사는 바보천치같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하지만 정말 관계를 무난하게 이어가려면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중에 베스트셀러를 거쳐간 여러 도서 목록에도 거절을 잘 하는 방법이라든지, 신경 끄기의 기술, 열심히 살지 않는다거나 진정한 나로 사는 법등의  심리 서적들을 보면 본인의 의사를 잘 드러내고 살아야 함을 강조한다.

지나친 이기주의는 문제가 되지만 적당한 개인주의는 필요하다. 직장생활은 특히나 고리타분한 상사 하나로 분위기가 엉망이 되는 곳도 많고 시기와 질투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어딜 가나 세 사람이상 모이면 말은 생겨나게 마련이다. 여기에도 저기에서도 무난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요령이 필요하다. 적당히 꾀도 부릴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정시 퇴근을 할 때도, 내 업무 외의 일이 올 때도, 상사의 자질구레한 심부름이나, 퇴근 후 전화 등을 피하기 위해서 요령이 필요하다. 섣불리 싫음을 드러내거나 강하게 드러낼 경우 되려 역효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하고 능숙하게 상황을 주무르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책은 그 외에도 여성이라서 당하는 차별 대우나 신입이라서 오는 불이익, 워킹맘이라서 겪는 어려움 등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를 참고할 수 있다.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참고 넘어간다면 나는 누구에게 위로받을 것인가. 요령을 터득해 적당히 깍쟁이가 되어 나를 지켜가는 편이 현명한 방법이다. 언제까지 고구마나 감자같은 인간들에게 당하고만 살것인가. 이 책 한 권이 해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나를 지켜나기 위한 처방약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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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더 파더 1~2 세트 - 전2권
안데슈 루슬룬드.스테판 툰베리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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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족이란 무엇일까. 소설은 시작부터 가족이 파괴되는 현장을 지독하게 그려내고 있다. 경악과 공포가 잠시 사라진 자리에 아들을 끔찍이 생각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펼쳐진다. 어느 날 큰 아들 레오는 상급생 둘에게 만신창이가 되도록 두들겨 맞는다. 아들의 얼굴을 보게 된 아버지 이반은 아들이 겁을 집어먹었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난다. 여느 아버지처럼 아이를 다그쳐 가해자 집을 찾지 않는다. 방어도 못하고 처맞기만 한 사실에 흥분한 나머지 그날부터 첫째 아들을 강하게 몰아붙인다. 처음에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여겼지만 아들에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가르친다. 그리고 가족을 지킨다는 명목 아래 그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수 있음을 가르친다. 

 

당신은 우리를 고립시키고 있어.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가두고 있다고.
이 빌어먹을 가족이라는 울타리. -p.153

 

어린 시절 가정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된 삼 형제는 그날의 충격과 공포로부터 내내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날 현관문을 누가 열었는지에 대한 논쟁은 서로의 자책감을 덜기 위한 것일 뿐 누구도 진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버지의 절대적 가르침은 서로를 거짓으로 옭아매고 감싸는 것으로 둔갑한다. 가족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가훈이 아니라 조직의 룰과도 같다. 아버지의 끔찍한 폭력 이후 동생들은 그런 형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른다.  레오는 아버지를 부정하고 외면하며 그를 떠났지만 결국 레오의 내면은 아버지가 늘 말하던 생존방식이 흐르고 있었다.

진정한 클랜은 서로 배신하지 않아.
진정한 클랜은 언제나 서로를 보호해준다.
그렇지 못하면 ......,우린 모든 걸 잃게 되는 거야. - 2부, p.18

스웨덴 최악의 범죄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가정폭력에 노출된 이들이 범죄자로 활약(?) 한 이야기다. 무기 창고를 털고, 현금수송차량을 털고, 은행을 무려 아홉 곳이나 턴 화려한 이력을 가지게 된 이들은 형제이자 친구이자 연인 사이들이다. 그들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뭉쳤고 한배를 탄 순간 계속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범죄행각을 일삼을 수 있었던데는 자신만의 규칙대로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레오가 있었다. 그는 치밀했고 영리했으며 오만했다. 형제가 함께하면 세상 두려울 게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 아버지는 외면하고픈 존재이자 인정받고픈 존재이기도 했다. 자신을 배신자라며 쏘아붙이는 아버지가 죽도록 밉지만 자신이 리더로서 가족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반면 그들을 쫓는 형사 브론크스는 형제들과 비슷한 성장기를 거쳤다. 브론크스는 폭력 속에 성장했고, 폭력과 함께 살았으며, 그 폭력에 맞서기 위해 경찰이 되기로 결심한 사람이었다. -p.194 하지만 그는 그들과 정반대의 인생길을 걷고 있다. 그는 육감적으로 범죄자들의 윤곽을 파악한다. 학대와 폭력은 과도한 무력에 길들여짐을 파악한 것이다. 그리고 레오와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돌입한다.

 

이 소설에서 더 놀라움을 느낀 건 작가가 범죄자들의 가족이란 사실이다. 가족들이 벌인 범죄를 소재로 하여 이 소설을 완성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리얼리티 그 자체다. 현실과 허구를 적절히 배치하여 완성도를 높였으며 문장 속 살아있는 시각들에 긴장감은 배가 된다. 각 인물 구도의 심리전도 볼만하다. 범죄자의 일원이었던 친구와 연인이 느끼는 삶의 결핍과 외로움도 공감할 수 있으며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엄마와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칼을 들 수밖에 없었던 브론크스의 형에 대한 연민도 느끼게 된다.

범죄의 중심에 아버지는 없었지만 우습게도 범죄의 시작과 끝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평범한 가정을 원한 아내를 배신자로 찍어 누른 아버지와 범죄자로 끌어들인 레오는 결국 서로 지독하게 닮아 있었다. 가족을 위해, 형제를 위해 사랑하는 여인은 그저 도우미 같은 존재일 뿐이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공식의 전형이였다고나 할까. 더 파더는 정신적 지주가 아닌 그냥 일그러진 영웅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여전히 레오에게 그때 그 시간, 아버지가 가르쳐준 가치관에는 흔들림이 없다. 지금과 그때의 차이점이라면 살아 있는 시간이 더 짧아져만 간다는 사실이다. 아버지와 레오를 보며 인간은 진정 변하지 않는 존재일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지 고민해 보게 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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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아이 - 아홉가지 무민 골짜기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6
토베 얀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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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무민 시리즈 여섯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이번 이야기는 아홉 가지 무민 골짜기의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무민시리즈가 처음인 분들이라면 재미있다는 느낌이 덜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읽기 전후든지 무민의 탄생 배경과 토베 얀손에 대해 살펴본다면 무민친구들이 더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무민 골짜기에는 무민 가족 외 다양한 친구들이 살고 있는데 생김새와 성격까지 개성이 넘치고 어느 하나 미운 친구가 없다.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토베 얀손이 탄생시킨 친구들은 단순히 동화 속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인들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제아무리 혼자서 잘난 척을 하거나, 제아무리 혼자서 지내는 생활에 익숙하더라도 관계 속에서 성장하게 된다. 이 아홉 가지의 이야기 속 캐릭터들도 그러한 순간들을 겪게 되면서 자신의 모습과 타인을 포용하게 된다.

책의 타이틀인 [보이지 않는 아이] 편은 다른 이야기들보다 좀 더 두드러진다. 어느 날 무민의 집으로 투티키(침착하고 생각이 깊은 친구)가 찾아오는데 닌니라는 아이를 데리고 온다. 그러나 아이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아이는 자신을 돌봐주던 보모의 말에 상처를 받아 점점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런 닌니가 무민가족의 보살핌을 받으며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로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좋은 교훈을 준다. 어디서든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함을 강조하는 이야기다.

시작을 여는 [봄노래]편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너프킨이 등장한다. 고독을 즐기며 어디든 돌아다니는 스너프킨은 자유를 사랑하는 영혼을 지녔다. 그리고 그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노래를 직접 지어 부르기도 한다. 그런 그가 드디어 제대로 된 노랫가락이 나오려던 찰나 한 작은 녀석의 방해를 받게 된다. 기분이 나쁠 때로 나빠진 스너프킨은 그 녀석의 호의와 관심 따윈 뒷전이다.
툴툴 내뱉는 한마디에 오히려 그 작은 녀석이 가여워질 지경이다. 너무 작아서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도 없어 이름도 없다고 말하는 모습이 측은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작은 녀석은 수줍음을 뒤로하고 스너프킨에게 자신의 이름을 지어줄 것을 부탁한다. 노랫말을 짓듯이 순간 떠오른 단어를 제시한 스너프킨과는 달리 녀석은 자신의 이름을 불러보며 사라진다.
누군가에게 이름을 지어 준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된다. 비록 혼자인 인생이 더 좋고 다른 이를 신경 쓰고 싶지 않던 그였지만 그것만은 신경 쓰이는 일이다. 결국 노래 가사는 포기하고 스너프킨은 그 작은 녀석을 다시 찾게 된다. 자신의 행동으로 누군가의 인생이 변화됨을 느끼자 스너프킨의 봄노래가 다시 시작된다.

 

 

 

세 번째 이야기 [재앙을 믿었던 필리용크]편은 걱정하는 것조차 걱정하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필리용크는 정말 걱정이 많은 친구다. 걱정과 불안이 그녀의 삶을 지배하자 한시도 맘 편히 있지 못한다. 찾아오는 손님도, 오지 않는 손님도, 손님을 대하는 일도 걱정이니 누군가와 진심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어렵다.
그렇게 마음속 폭풍이 현실이 되고 몸마저 숨겨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토네이도가 집과 가구들을 집어삼킨 뒤 모든 걸 잃게 된 사실을 안 그 순간, 그녀는 걱정으로부터 해방됨을 느낀다. 정신없이 웃고 있는 필리용크를 보며 쓸데없는 걱정에 물든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이젠 두 번 다시 두려워할 일 없어. 이제 자유야. 이제 뭐든 할 수 있어. -P.78

네 번째 이야기 [세상에 마지막 남은 용]편은 무민의 이야기다. 무민은 어느 날 세상에서 하나뿐인 용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용을 자기만의 것으로 하려 한다. 그러나 용은 호락호락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다. 되려 스너프킨을 보자 친근감을 보이게 된다. 무민은 실망스러운 마음이지만 용을 향한 욕심이 자꾸 생겨난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을 잘 헤아린 스너프킨덕에 무민은 집착을 내려놓는다.
애완동물에게 무조건적 사랑을 강요할 수 없다. 용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 사실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겠지만 무민은 관계에 대해 조금 더 배우게 된다.

일곱 번째 [해티패티들의 비밀]편에서는 무민파파가 등장한다. 모험을 사랑하는 그가 어느새 집을 나섰고 이번에는 해티패티들을 따라나서게 된다. 해티패티들은 세상과 거리를 두었고, 어느 정도는 위험하고, 별난 존재들이었다. -P.162 그래서인지 그들을 향한 소문이 무성하다. 결론을 내리자면 그들은 위험한 존재라는 것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은 확실한 것도 아니다.
그들은 침묵한 채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한다. 무민파파의 호기심으로 어느새 그들과 함께 하는 사이 나조차도 해티패티들의 행동이 신기할 뿐이다. 하지만 어느새 무민파파는 해티패티들을 이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감정의 변화가 없는 그들에게서 무민파파는 자신이 복잡한 감정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에 행복감을 느끼고 무리 지어 있는 그들을 보며 가족의 품을 그리워하게 된다. 늘 기약 없이 떠났다 돌아오는 여행이지만 돌아올 집이 있기에 여행의 자유도 만끽할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한편, 무민파파는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정겹고 아기자기하게 살면서 겪었던 모든 일을 점점 자주 떠올리고 곰곰이 생각했고, 다가올 날들이 자신에게 무엇을 주게 될지 꿈꾸는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p.179

여덟 번째 [세드릭]편에서는 주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는 내용이다. 스니프는 물건에 집착이 많은 친구다. 그런 그가 아끼던 세드릭 인형을 주고 나서 내내 우울해한다. 무민이 주는 것의 즐거움에 대해 실천을 해 본 것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것은 진심에서 우러나지 않은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물건에 대한 집착으로 매일이 우울한 스니프에게 스너프킨은 한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스니프는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한다. 자꾸만 불행한 쪽으로 결론을 내버리며 이야기를 중단시킨다. 그러나 스니프를 미워할 수 없다. 스니프의 멋대로 해석도 나름 일리가 있으니까. 착한 녀석이니 언젠가는 주는 기쁨도 알게 되지 않을까.

이렇듯 아홉 가지 이야기에서 전하는 공통점이라면 가치관의 변화를 인지하고 더 나은 생각을 하게 끔 안내한다는 점이다.
토베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자신의 상황에서 얻은 영감을 무민골짜기 곳곳에 숨겨놓은듯하다. 무민골짜기의 친구들은 따로 또 같이 그들만의 이야기를 선보이며 무민골짜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어느새 새로운 동물 친구가 반갑고 그들의 행동이나 말투 하나도 흥미롭다. 모든 친구가 다 행복해 보이진 않지만 각자 그들을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모습은 정말 많은 점을 시사한다. 조금 고달프거나 비워내고 싶을 때면 애장하는 캐릭터 하나쯤 옆에 두는 것도 위안이 될 수 있다. 내게 있어 무민골짜기는 그런 곳이다.
"누구를 너무 깊이 좋아하면 참다운 자유는 절대로 만끽할 수 없어."라는 문장에 공감한 순간처럼 말이다.
나와 같은 느낌을 공유한다면 한 권씩 만나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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