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아이 - 아홉가지 무민 골짜기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6
토베 얀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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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무민 시리즈 여섯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이번 이야기는 아홉 가지 무민 골짜기의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무민시리즈가 처음인 분들이라면 재미있다는 느낌이 덜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읽기 전후든지 무민의 탄생 배경과 토베 얀손에 대해 살펴본다면 무민친구들이 더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무민 골짜기에는 무민 가족 외 다양한 친구들이 살고 있는데 생김새와 성격까지 개성이 넘치고 어느 하나 미운 친구가 없다.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토베 얀손이 탄생시킨 친구들은 단순히 동화 속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인들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제아무리 혼자서 잘난 척을 하거나, 제아무리 혼자서 지내는 생활에 익숙하더라도 관계 속에서 성장하게 된다. 이 아홉 가지의 이야기 속 캐릭터들도 그러한 순간들을 겪게 되면서 자신의 모습과 타인을 포용하게 된다.

책의 타이틀인 [보이지 않는 아이] 편은 다른 이야기들보다 좀 더 두드러진다. 어느 날 무민의 집으로 투티키(침착하고 생각이 깊은 친구)가 찾아오는데 닌니라는 아이를 데리고 온다. 그러나 아이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아이는 자신을 돌봐주던 보모의 말에 상처를 받아 점점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런 닌니가 무민가족의 보살핌을 받으며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로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좋은 교훈을 준다. 어디서든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함을 강조하는 이야기다.

시작을 여는 [봄노래]편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너프킨이 등장한다. 고독을 즐기며 어디든 돌아다니는 스너프킨은 자유를 사랑하는 영혼을 지녔다. 그리고 그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노래를 직접 지어 부르기도 한다. 그런 그가 드디어 제대로 된 노랫가락이 나오려던 찰나 한 작은 녀석의 방해를 받게 된다. 기분이 나쁠 때로 나빠진 스너프킨은 그 녀석의 호의와 관심 따윈 뒷전이다.
툴툴 내뱉는 한마디에 오히려 그 작은 녀석이 가여워질 지경이다. 너무 작아서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도 없어 이름도 없다고 말하는 모습이 측은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작은 녀석은 수줍음을 뒤로하고 스너프킨에게 자신의 이름을 지어줄 것을 부탁한다. 노랫말을 짓듯이 순간 떠오른 단어를 제시한 스너프킨과는 달리 녀석은 자신의 이름을 불러보며 사라진다.
누군가에게 이름을 지어 준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된다. 비록 혼자인 인생이 더 좋고 다른 이를 신경 쓰고 싶지 않던 그였지만 그것만은 신경 쓰이는 일이다. 결국 노래 가사는 포기하고 스너프킨은 그 작은 녀석을 다시 찾게 된다. 자신의 행동으로 누군가의 인생이 변화됨을 느끼자 스너프킨의 봄노래가 다시 시작된다.

 

 

 

세 번째 이야기 [재앙을 믿었던 필리용크]편은 걱정하는 것조차 걱정하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필리용크는 정말 걱정이 많은 친구다. 걱정과 불안이 그녀의 삶을 지배하자 한시도 맘 편히 있지 못한다. 찾아오는 손님도, 오지 않는 손님도, 손님을 대하는 일도 걱정이니 누군가와 진심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어렵다.
그렇게 마음속 폭풍이 현실이 되고 몸마저 숨겨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토네이도가 집과 가구들을 집어삼킨 뒤 모든 걸 잃게 된 사실을 안 그 순간, 그녀는 걱정으로부터 해방됨을 느낀다. 정신없이 웃고 있는 필리용크를 보며 쓸데없는 걱정에 물든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이젠 두 번 다시 두려워할 일 없어. 이제 자유야. 이제 뭐든 할 수 있어. -P.78

네 번째 이야기 [세상에 마지막 남은 용]편은 무민의 이야기다. 무민은 어느 날 세상에서 하나뿐인 용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용을 자기만의 것으로 하려 한다. 그러나 용은 호락호락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다. 되려 스너프킨을 보자 친근감을 보이게 된다. 무민은 실망스러운 마음이지만 용을 향한 욕심이 자꾸 생겨난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을 잘 헤아린 스너프킨덕에 무민은 집착을 내려놓는다.
애완동물에게 무조건적 사랑을 강요할 수 없다. 용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 사실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겠지만 무민은 관계에 대해 조금 더 배우게 된다.

일곱 번째 [해티패티들의 비밀]편에서는 무민파파가 등장한다. 모험을 사랑하는 그가 어느새 집을 나섰고 이번에는 해티패티들을 따라나서게 된다. 해티패티들은 세상과 거리를 두었고, 어느 정도는 위험하고, 별난 존재들이었다. -P.162 그래서인지 그들을 향한 소문이 무성하다. 결론을 내리자면 그들은 위험한 존재라는 것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은 확실한 것도 아니다.
그들은 침묵한 채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한다. 무민파파의 호기심으로 어느새 그들과 함께 하는 사이 나조차도 해티패티들의 행동이 신기할 뿐이다. 하지만 어느새 무민파파는 해티패티들을 이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감정의 변화가 없는 그들에게서 무민파파는 자신이 복잡한 감정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에 행복감을 느끼고 무리 지어 있는 그들을 보며 가족의 품을 그리워하게 된다. 늘 기약 없이 떠났다 돌아오는 여행이지만 돌아올 집이 있기에 여행의 자유도 만끽할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한편, 무민파파는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정겹고 아기자기하게 살면서 겪었던 모든 일을 점점 자주 떠올리고 곰곰이 생각했고, 다가올 날들이 자신에게 무엇을 주게 될지 꿈꾸는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p.179

여덟 번째 [세드릭]편에서는 주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는 내용이다. 스니프는 물건에 집착이 많은 친구다. 그런 그가 아끼던 세드릭 인형을 주고 나서 내내 우울해한다. 무민이 주는 것의 즐거움에 대해 실천을 해 본 것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것은 진심에서 우러나지 않은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물건에 대한 집착으로 매일이 우울한 스니프에게 스너프킨은 한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스니프는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한다. 자꾸만 불행한 쪽으로 결론을 내버리며 이야기를 중단시킨다. 그러나 스니프를 미워할 수 없다. 스니프의 멋대로 해석도 나름 일리가 있으니까. 착한 녀석이니 언젠가는 주는 기쁨도 알게 되지 않을까.

이렇듯 아홉 가지 이야기에서 전하는 공통점이라면 가치관의 변화를 인지하고 더 나은 생각을 하게 끔 안내한다는 점이다.
토베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자신의 상황에서 얻은 영감을 무민골짜기 곳곳에 숨겨놓은듯하다. 무민골짜기의 친구들은 따로 또 같이 그들만의 이야기를 선보이며 무민골짜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어느새 새로운 동물 친구가 반갑고 그들의 행동이나 말투 하나도 흥미롭다. 모든 친구가 다 행복해 보이진 않지만 각자 그들을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모습은 정말 많은 점을 시사한다. 조금 고달프거나 비워내고 싶을 때면 애장하는 캐릭터 하나쯤 옆에 두는 것도 위안이 될 수 있다. 내게 있어 무민골짜기는 그런 곳이다.
"누구를 너무 깊이 좋아하면 참다운 자유는 절대로 만끽할 수 없어."라는 문장에 공감한 순간처럼 말이다.
나와 같은 느낌을 공유한다면 한 권씩 만나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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